"노출 없는 상반신 몰카...성범죄 아냐"

"노출 없는 상반신 몰카...성범죄 아냐"

2016.01.24. 오전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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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길 가던 여성을 뒤따라가 신체 부위를 몰래 찍은 20대 남성이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는데, 대법원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피해 여성이 노출이 없는 옷을 입고 있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 부위 촬영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이유입니다.

이종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014년 4월,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27살 A 씨는 긴소매 티셔츠와 레깅스 차림의 20대 여성을 보곤 호감을 느껴 뒤를 쫓기 시작했습니다.

엘리베이터까지 함께 탄 A 씨는 휴대전화에 몰래 여성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셔터 소리를 들은 피해여성이 신고하면서 덜미가 잡혔고 A 씨의 휴대전화에서는 얼굴 없이 상반신만 촬영된 사진이 발견됐습니다.

게다가, 길거리와 지하철 등에서 또 다른 여성들의 신체를 찍은 사진 40여 장이 더 나오면서, A 씨는 결국 성폭력 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 씨는 '패션에 관심이 많아 촬영했다'고 혐의를 부인했고 사진에 담긴 피해 여성의 신체 부위 촬영을 성폭력 처벌법에서 금지한 '몰카'로 볼 수 있는지가 재판의 쟁점이 됐습니다.

1심은 상반신이나 하반신을 전체적으로 찍은 사진에 불과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엘리베이터에서 찍은 사진 만큼은 유죄라며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피해자를 뒤쫓아가 촬영한 데다, 몰래 은밀하게 촬영이 이뤄졌고,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껴 직접 신고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시 판결을 뒤집어, 모두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노출된 신체 부위가 없었고 특정 부위를 강조해 촬영하지도 않은 만큼,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 부위를 촬영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김선일 / 대법원 공보관 : 특정 부위가 특별히 부각 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각도 등을 고려하면 성적 욕망을 유발할 수 있는 사진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여성단체들은 성폭력 처벌법 테두리 안에서 처벌하려다 보니, 결과적으로 면죄부를 주는 일이 잦다며, 입법적인 보완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A 씨의 행동이 피해 여성에게 불안감과 불쾌감을 준 부적절한 행동인 건 분명하다며, 다만 성범죄로까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게 이번 판결의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YTN 이종원[jongwo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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