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진실한 사람' 발언 정치권 공천 전쟁 불붙이나

박근혜 대통령 '진실한 사람' 발언 정치권 공천 전쟁 불붙이나

2015.11.11. 오후 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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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사람만 선택해 달라'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는 국회를 향해 한 말입니다.

하지만 이 발언을 두고 정치권의 해석은 분분한데요.

총선개입 발언이냐, 국회 압박용이냐, 먼저 어제 박 대통령의 발언 먼저 들어보시죠.

[박근혜, 대통령]
"이제 국민 여러분께서도 국회가 진정 민생을 위하고, 국민과 직결된 문제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도록 나서 주시고, 앞으로 그렇게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더욱 의미심장한데요.

지난 6월 '국회법 파동' 당시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향한 '배신의 정치 심판' 발언과도 맥이 비슷하게 들립니다.

들어보시죠.

[박근혜, 대통령]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주셔야 할 것입니다."

선택, 심판, 박 대통령의 이러한 단어 선택에 정치권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청와대발 'TK 물갈이설'로 총선을 앞둔 정치권 특히 새누리당에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는 "경제와 민생을 위한 대통령의 절실한 요청" 이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청와대와 내각 출신 인사들이 총선 채비를 시작한 시점과 맞물려 공천과 관련해 의미를 부여할 수 밖에 없는데요.

대통령의 발언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건 아마 새누리당이 아닐까 싶습니다.

TK 물갈이설로, 친박 비박의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친박 진영은 "야당의 비협조에 답답해하는 대통령의 마음이 담긴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고, 비박계는 공천 전쟁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무성 대표는 이와 관련해 묵묵부답으로 대답을 일축했는데요.

그간 공천 문제로 청와대ㆍ친박계와 맞서온 김무성 대표의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해 보입니다.

김무성 대표가 현재 대놓고 박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당내 대표적인 비박계 중진인 정병국 의원은 대통령의 발언에 일부 옹호하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전략공천은 있을 수 없다며 최근 TK 물갈이설을 겨냥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
"대통령께서 말씀처럼 국민심판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봅니다. 진정한 국민심판을 받기 위해서는 특정인에 의한 전략공천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야당의 반응은 어떨까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박 대통령 발언에 대해 자신의 사람들을 당선시켜 달라는 선거운동이라고 강력히 비판하면서 과거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 소추한 사건을 기억해야 한다고 일침 했습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대통령의 노골적인 총선 개입 발언도 유감입니다. 장관과 청와대 출신 등 측근들을 대거 선거에 내보내면서 한 대통령의 발언은 자신의 사람들 당선시켜 달라는 노골적인 당선운동과 동시에 야당과 이른바 비박에 대한 노골적 낙선운동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어떻게 했는지 되돌아보면서 자중하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여야 모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과연 박 대통령이 말한 '진실한 사람'은 누구이며 그 속뜻은 무엇인지 의문을 낳고 있습니다.

친박, 신박, 비박, 탈박, 새누리당엔 여러 박들이 많은데요.

최근 친박 진영 가운데 '진박'이라는 말이 나고 있다고 합니다.

'진박'은 박 대통령의 임기 후반을 확고하게 지탱할 세력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박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발언과 이미지가 겹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막강한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번 진실한 발언 이후로 일각에서는 진박이 되기 위한 충성경쟁이 시작됐다는 후문도 들려오는데요.

또 선거에 강한 박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임기 후반 자신의 기반을 강화하고 야당에 의한 '정권 심판론'의 프레임을 '국회 심판론'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의중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박근혜 대통령 이후에 3년 지나고 4년 차, 5년 차일 때 오히려 본인의 국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가기 위해서라고 말을 하는데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 여왕일 때는 미래의 희망, 미래의 권력일 때 그랬죠. 어떤 여왕의 방식이라고 해도 3년 차 이미 총선이 끝나면 그것만을 가지고 몇몇 사람이 호위해서는 정권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기가 힘들다. 오히려 국민적인 뒷받침을 받았을 때 그렇다고 본다면 국민이 원하는 게 뭔가에 대한 것에 초점을 두고 가는 게 맞지…."

박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대통령의 절실한 요청이 담긴 발언이었다 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공천 전쟁이 시작된 가운데, 박 대통령의 발언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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