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문화재 복원가 안나가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글로벌 코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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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3. 오전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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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살비르가렉 / 프랑스 한인 입양인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살비르가렉 안나입니다. 저는 한국 사람입니다. 저는 (2021년 기준) 마흔여덟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프랑스로 입양된 오누이 녹록지 않던 현지 생활

[안나 살비르가렉 / 프랑스 한인 입양인 : 제가 6살 때 프랑스 가족에게로 입양됐어요. 두 살 많은 친오빠와 함께 갔죠. 오빠를 졸졸 따라다녔어요. 한국과의 유일한 연결고리였거든요. 양어머니는 병이 들었어요. 우울증이 있었거든요. (양부모님의) 결혼 생활도 별로였죠. 아버지는 다른 여자를 만났고 어머니는 제가 13살 때 극단적 선택을 하셨어요. 18살 되던 해에 남자친구를 사귀니 아버지는 저보고 집에서 나가라고 하셨어요. 당시에 살 곳이 마땅치 않아 힘들었죠. 많은 것들이 사라졌을 때 참 힘들었어요. 한국에 있었다면 이보다 더 힘들게 살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림이 좋았던 소녀는 문화재 복원가로 성장했고 일을 통해 행복을 찾았다.

[안나 살비르가렉 / 프랑스 한인 입양인 : 저는 문화유산을 복원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성당이나 성, (오래된) 호텔 등을 맡았죠. 제 열정인 그림을 업으로 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그림 공부를 했고 나중에는 인테리어 공부까지 하게 됐죠. 문화재 복원작업을 한 지는 5년 정도 됐어요. 문화재를 복원하면서 제가 치료를 받는 기분이에요. 무언가를 다시 아름답게 만들고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면서 과거 상처들을 치료받게 되죠. 이 일을 시작하면서 자신감도 얻게 됐어요. 한국 사람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저는 아주 수줍음이 많았거든요.]

잊고 살아온 모국 뒤늦게 궁금해진 '뿌리'
"친가족을 찾고 싶어요"

[안나 살비르가렉 / 프랑스 한인 입양인 : 양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한국을 다시 찾고 싶어졌어요. 제게 언니도 있다는 사실을 두 달 전에 처음 알게 됐어요. 오빠가 한국에 또 다른 언니, 오빠가 있다는 걸 이제야 말해줬거든요. 오빠는 한국에 대해 말도 하기 싫어하지만, 동생들은 찾고 싶어 해요. 오빠는 저보다 상처가 더 크거든요. 한국 사람들이 프랑스 한인 입양인들을 거부할까봐 두려운 거죠. 우리는 한국 문화를 잃어버렸고, 이후 삶이 모두 여기에 있잖아요. (한국에 대한 기억은) 강이 있고, 한옥… 못 사는 동네였어요. 시골의 달동네. 오빠랑 시냇물에서 놀았던 기억도 있어요. 아주 행복했지만 동시에 아주 불행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 있는 친가족에게…

[안나 살비르가렉 / 프랑스 한인 입양인 : 당신을 만나 대화하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원한이나 안 좋은 감정이 전혀 없습니다. 절대 잘못했다고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친가족과 다시 연결된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제 이야기를 듣고 계실까요. 당신들의 소식을 꼭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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