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 가정 어린이에게 희망 전한 베트남 영웅, 박항서 감독

한-베 가정 어린이에게 희망 전한 베트남 영웅, 박항서 감독

2019.07.07. 오후 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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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남부 껀터시.

30분을 더 달려 나룻배를 타고 들어가면 작은 마을이 나옵니다.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열한 살 민서가 사는 곳입니다.

[김민서 / 한-베 다문화 가정 자녀 : 안녕하세요. 저는 김민서입니다. 전 11살이고요. 축구를 좋아합니다.]

울산에서 태어난 민서는 6년 전, 엄마와 둘이 베트남에 왔습니다.

아버지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외가 식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지내는데요.

오늘따라 민서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합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응웬 튀 짱 / 베트남 귀환 여성·민서 엄마 : 박항서 축구감독이 껀터에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민서한테 말해줬더니 아이가 놀라서 계속 진짜냐고, 정말 오느냐고 저한테 물어보더라고요. 박항서 감독에 대해서 계속 인터넷으로 검색했어요. 감독님 취미가 뭔지, 좋아하는 베트남 음식이 뭔지, 감독님이랑 말하고 싶어서요.]

베트남의 영웅, 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

골키퍼를 꿈꾸는 민서에게는 그 누구보다 만나고 싶은 사람입니다.

이번에 민서와 같은 한국-베트남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껀터에 온다는데요.

[김민서 / 한-베 다문화 가정 자녀 : 박항서 감독님을 실제로 만나서 악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요.]

국내 결혼 이주여성 4명 중 1명은 베트남 출신입니다.

그러나 다섯 명 중 한 명은 남편과 헤어져 베트남으로 돌아가는데요.

엄마와 함께 베트남에 온 아이들의 80%는 한국 국적입니다.

문제는 이 아이들이 의료와 복지,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겁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껀터에는 '한-베 함께 돌봄 센터'가 문을 열었는데요.

박항서 감독이 온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조용했던 센터가 동네 아이들로 가득합니다.

[김회성 / 한-베 다문화 가정 자녀 : 박항서 감독님 보여주려고 공연 연습했어요.]

[누엔 티 홍 탐 / 대학생·자원봉사자 : 만나면 사인받고 싶어요. 그리고 사진 같이 찍고 싶어요.]

[최리주 / 한-베 함께 돌봄 센터 소장 : 동영상도 만들면서 그림도 그리고 아이들이 준비를 많이 하고 기대를 많이 했어요.]

몸집도 작고 제대로 축구를 배운 적도 없는 민서,

하지만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열정만큼은 베트남의 햇볕보다 더 뜨겁습니다.

[김민서 / 한-베 다문화 가정 자녀 : 공을 높게 차서 항상 담장 밖으로 날아가요. 수업 중에는 학교 밖으로 나갈 수가 없고 공을 주우러 가지 못해서 엄마가 돈을 많이 썼어요. 학교에서 매일매일 오후만 되면 제가 친구들에게 축구 하자고 해요.]

소나기를 뚫고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박항서 감독!

쏟아지는 사인 요청이 인기를 실감케 하는데요.

2002년 월드컵 신화에 이어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 감독에 올랐지만 3달 만에 경질,

베트남에 오기 전까지 산전수전 다 겪은 박항서 감독,

인생의 굴곡을 극복한 작은 거인답게, 선수를 살뜰히 보듬는 파파 리더십에 걸맞게, 센터의 아이들을 애정으로 바라봅니다.

[박항서 /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 지난 2년간 베트남 축구대표팀에 많은 관심이 생긴 것처럼 이번 행사를 통해서 한-베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게도 베트남 국민이 관심이 깊어져 어린이들이 지역사회와 더불어 잘 성장하길 소망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희망을 품고 살아가길 기원합니다.

[박항서 /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 여기에서(센터에서) 유능한 축구선수가 나온다면 저도 큰 기쁨이죠! 그런데 그런 것보다는 축구 선수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기 소외된 우리 학생들이, 어린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도록 한국, 베트남이 정말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우성 /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 대한민국 국민으로 자라든, 베트남 국민으로 자라든 아이들이 잘 자라서 양국에 우호적인 관계를 이끌 수 있는 중심적인 인물로 자라나길 바랍니다.]

짧지만 소중한 만남, 한국과 베트남,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의 마음에 따뜻한 기억이 됐습니다.

[김민서 / 한-베 다문화 가정 자녀 : 박항서 감독님이랑 축구 해서 재밌었어요.]

[우이엔 후이 히엡 / 베트남 청소년 : 앞으로 연습 많이 해서 베트남 축구계에 공헌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승명석 / 자원봉사자, 26세 : 직접 눈으로 보게 되니까 스스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게 됩니다.]

"박항서 감독님,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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