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혐한' 범죄…대책은 없나?

잇따르는 '혐한' 범죄…대책은 없나?

2014.02.08. 오후 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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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헤이트 스피치', 즉 특정 집단을 혐오하고 비하하는 발언이 지난해 일본에서 가장 많이 쓰인 말 중 하나로 꼽혔습니다.

'강한 일본'을 표방하는 아베 정권 출범 이후 달라진 일본 사회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얼마 전 고베 조선학교에는 일본인 남성이 난입하는 등 한국인을 노린 폭언과 폭행이 잇따라서 동포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박사유 리포터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박사유 리포터!

[기자]

오사카입니다.

[앵커]

고베 조선학교에서 사건이 일어난 게 지난달 22일이었죠?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까?

[기자]

피의자인 38살 일본인 남성은 낮 12시 15분쯤 학교 안에 철제봉을 들고 들어왔습니다.

학교측 설명에 따르면 20대 교사가 이 남성을 막자 '당신 한국인이냐?'라며 교사의 왼팔을 때렸다고 합니다.

교사는 가벼운 부상을 입었지만 학생들은 수업중이어서 다행히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현지 경찰은 이 남성을 상해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학생 210여 명이 재학중인 이 학교에는 4년 전 면도칼과 함께 범행을 예고하는 협박장이 배달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학부모]
"(교장 선생님이) 잘못했으면 더 큰 사건이 될 수도 있었고, 이 사건이 혹시 이웃 집안이나 초등학교에서 일어났다면 더 큰 피해가 있었을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셨다고 해요."

[앵커]

이런 유형의 범죄가 비단 이번만이 아니었다고요?

또 어떤 피해 사례가 있었습니까?

[기자]

고베 뿐 아니라 오사카, 도쿄에서도 오래 전부터 조선학교 학생들에 대한 폭력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교복인 치마저고리를 찢는다거나 거친 말로 위협하는 행위 등이었는데요.

특히 지난 2천 6년 북한 핵실험 전후 6개월간 학생들은 하루 평균 2건 이상의 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 박 선 우 / 오사카 조선학교 학생]
"우리 민족의 역사가 부정당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아주 큽니다. 우리 학교에서 그런 사건을 당할 때마다 선생님들은 학생의 안전으로 최우선으로 생각해 집단 등하교를 시켜줍니다."

재일 한국인 인권단체 등 관련 사회단체에 대한 협박전화나 메일 등도 흔한 풍경이 됐고요.

최근에는 한국인 전체를 대상으로 한 혐오와 비하 발언, 즉 '헤이트 스피치'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외교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9년 30건에 불과하던 혐한 시위가 4년 새 10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반한'을 넘어서 '혐한' 움직임이 아베 정권 출범 이후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많은데요.

그 배경은 무엇이라고 봐야 할까요?

[기자]

우익 가운데 한국인 혐오를 극단적으로 드러내던 단체들은 그동안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는데요.

역사와 영토 문제 등에 대한 아베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망언이 이어지는 등 일본 사회 내의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이들이 수면 위로 존재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익이 대두한 또다른 배경으로는 최근 몇 년새 일본 경제 상황이 악화된 점도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인터뷰:곽진웅, 코리아엔지오센터 대표]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사회적 불안감에 대한 분노를 자신보다 (일본 사회에서) 입장이 불리한 재일한국인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아 분출하고 있다고 봅니다."

일본 내 우익들은 출판, 방송 출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일본 왕실 가문의 젊은 논객이 대표적 혐한 우익단체로 꼽히는 '재특회' 활동을 옹호해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앵커]

우익들의 활동이 도를 넘어섰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일본 사회에 이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 사람은 없나요?

[기자]

상식적인 일본 국민들은 이들의 움직임에 동의하지 않는 기류가 강합니다.

우익들이 단지 한국인 뿐 아니라 원전 건설이나 역사 왜곡에 반대하는 양심적인 일본인들에 대해서도 반감을 드러내기 때문인데요.

자신과 같은 입장이 아니라면 적으로 규정하는 폐쇄성, 적대적 감정을 행동으로 표출하는 폭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일본 시민단체들은 '헤이트 스피치와 민족차별주의를 극복하는 국제 네트워크'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모로오카 야스오, 사회운동가]
"차별에 근거한 폭력에 사회전체가 점점 전염돼 누구라도 차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식이 되어 민주주의 사회가 파괴되어가고 있는 매우 위험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 작년 헤이트스피치가 너무 문제화되고 보니 직접 현장에서 항의하는 이들이 나오게 됐고, 국회의원들도 문제를 제기하고 매스컴들도 나서서 사회문제화된 것은 일보전진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앵커]

재일 한국인과 일본의 양심세력이 힘을 합쳐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할텐데요.

이런 분위기는 앞으로 달라질 수 있을까요?

[기자]

지난 10월 교토 지방법원에서 의미있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교토 조선학교 주변에서 한국인 혐오 발언을 해 온 우익단체 '재특회'에 대해 법원이 1억 3천만 원의 배상과 함께 학교 근처에서 집회를 중단하라고 명령한 것인데요.

재일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인종 차별 발언에 대해 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인터뷰:구량옥, 당시 소송 담당 변호사]
"차별행위 만으로도 위자료나 배상 대상이 된다는 것이 재판소의 지침이 됐기 때문에 / '헤이트 스피치'를 처벌하는 법률이 없는 지금 상황에서는 소송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나 폭력 사건이 일어나도 현지 경찰은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앞으로 법적인 해결을 모색하는 동포들이 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한일 정부의 관계입니다.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두 나라의 외교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재일 한국인을 노린 폭력이나 차별행위가 줄어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에서는 혐한 기류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표출되고 있는데요.

한국에서는 그런 불미스러운 행동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 점은 대조되는 풍경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박사유 리포터,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

[기자]

지금까지 오사카에서 전해드렸습니다.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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