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2주년 특집 대담] 영화 '박열'과 재일동포 100년의 궤적

[광복 72주년 특집 대담] 영화 '박열'과 재일동포 100년의 궤적

2017.08.13. 오전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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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희 / 영화평론가 ·다큐멘터리 작가]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더 큰 코리아'입니다. 이번 주 '더 큰 코리아'는 좀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는데요.

앞서 타이틀에서 잠깐 보신 영화, '박열'입니다. 지난 6월에 개봉해서 230만 명 이상의 아주 의미 있는 흥행을 거둔 영화인데요.

이번 시간에는 이 영화 '박열'의 출연 배우들을 모시고, '재일동포 100년의 궤적'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어렵게 모셨습니다. 세 분의 출연 배우 분, 안녕하십니까?

[최광희 / 영화평론가 ·다큐멘터리 작가]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먼저 각자 인사 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최희서 / '박열' 가네코 후미코 역]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 '박열'에서 가네코 후미코 역을 맡은 배우 최희서입니다. 반갑습니다.

[김인우 / '박열' 미즈노 역·재일동포 3세]
안녕하십니까? 저는 재일동포 3세, 국적이 한국인…. 미즈노 역할, '박열'에서 미즈노 역할을 맡은 김인우, 김인우라고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한건태 / '박열' 가즈오 역·재일동포 3세]
예, 안녕하십니까? 저는 영화 '박열'에서 불령사 가즈오 역을 맡은 재일동포 3세 한건태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최광희 / 영화평론가·다큐멘터리 작가]
아마 시청자 여러분들이 깜짝 놀라셨을 거예요, 이거 보시면서.

'어, 저 사람이 한국 사람이었어?' 다들 뭐 일본인이라고 생각하시고 보시는 분도 계시고…. 본인들이 맡은 캐릭터를 간단하게 좀 설명해주시죠.

[최희서 / '박열' 가네코 후미코 역]
네. 제가 맡았던 가네코 후미코라는 역할은 일본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조선 남성인 박열과 함께 무정부주의자로서 권력에 향해서 투쟁했던 여성이고 한건태 씨께서 맡았던 가즈오라는 역할과, 또 다른 조선 유학생들과 함께 실제로 불령사를 조직했고 그 안에서 굉장히 그들만의 특별한 투쟁을 이끌어 나갔던 (여성입니다).

어찌 보면 정말 신여성 중의 신여성이었던 일본 여성이고요. 국적을 넘어서 박열을 사랑했고 또 그에게 동지로서 사랑받기를 원했던 여성입니다.

[최광희 / 영화평론가·다큐멘터리 작가]
미즈노, 내무대신인가요. 정말 악랄한 역할이었던 것 같은데….

[김인우 / '박열' 미즈노 역·재일동포 3세]
한 마디로 그냥 악역이죠. 악역이고…. 그래서 이 사람은 어찌 보면 국가를 위해서 법을 다 무시해버리고 그 당시에….

그래서 정치란 틀을 이용해서 그 국가를 지키려고 했던 사람이고 또한 잔머리를 쓰고 국가가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그것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끌어 가는 사람입니다. 그런 인물이에요.

[최광희 / 영화평론가·다큐멘터리 작가]
정말 악랄해 보이고 정말 미워 보였는데, 그런데 사실 '나는 한국 사람인데, 재일동포이고….' 그런 악랄한 역할을 해야 된다.

우리가 흔히 메소드 연기라고 해서 어떤 캐릭터에 빙의 되어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런 빙의 되셔야 하는 상황이 참 괴롭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김인우 / '박열' 미즈노 역·재일동포 3세]
예, 괴로웠어요. 이게 역사를 제가 한국 역사를 어렸을 때부터, 어릴 때부터 조부모나 학교에서 부모님 한테 많이 들었고 이것이 쌓여 온 건데 역사를 또 한국에서 접하고 영화에 출연하게 돼서 또 역사를 배우게 되잖아요. 자기가 연기하기 위해서….

그러면 마음이 심상치 않더라고요. 그래서 들어가기 전에 역사를 또 꾸준히 공부하고 나서 나머지 개인감정을 다 지우는 거죠. 지우는 게 좀 어려워요. 완전히 지워야 악역도 할 수 있으니까.

[최광희 / 영화평론가·다큐멘터리 작가]
한건태 씨는 이번 영화가 뭐 지금까지 나온, 출연한 영화 가운데서는 가장 비중이 높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긴장을 많이 하셨다는 후문이 있더라고요.

[한건태 / '박열' 가즈오 역·재일동포 3세]
그렇죠, 예…. 항상 현장에 갈 때마다, 첫 촬영 때는 다리 떨렸고요. 그래서 대사를 까먹으면 어떡하지? 이런 불안감 때문에 되게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최광희 / 영화평론가·다큐멘터리 작가]
저는 지금까지의 한국영화에서 이렇게 멋진 여자 캐릭터를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런 만큼 실제 가네코 후미코라는 여성이 대단히 멋진 인생을 살다 가신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최희서 / '박열' 가네코 후미코 역]
일단 가네코 후미코는 이제 스물 세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본인의 굉장히 그 기구했던 운명이었거든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 아버지께 버림받고 조선에 식모살이로 팔려가시다시피 했기 때문에 굉장히 힘든 어린 시절을 겪었었는데 이를 이제 마치 발돋움 할 수 있는, 어떤 나만의 힘으로 삼아서 거기서부터 나오는 그녀의 어떤 굉장히 강인함, 그래서 저는 사실 그녀의 강인함을 어떻게 표현할지가 조금 많이 고민이었고….

이게 그저 철의 여인 같은 게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트라우마가 있고 그것을 아무한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면들이 있고…. 이런 이중적인,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녀의 상처를 조금 더 파헤치는 게 저의 어떤 배우로서의 목표이기도 했었고요.

또 두 번째로는 실제로 썼던 자서전이 있는데, 옥중수기죠. 옥중수기를 제가 무조건 이거를 체화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실 좀 이제 필사를 실제로 하면서 영화에서 보시는 그 원고지들에 제가 조금 그녀의 이제 필체를 이렇게 따라서 써보기도 했는데요.

필체 자체도 워낙 강렬하고요. 사실 여성스럽다기보다는 조금 남성스러운 강렬한 붓글씨 같은 느낌이거든요.

그런 점도 이제 좀 함께 연구를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런 면에서….

[최광희 / 영화평론가·다큐멘터리 작가]
법정 신에서 가네코 후미코가 뒤에서 웅성거리는 일본인들을 향해서 확 돌아보고, '조용히 해!' 할 때 전율이…. '아, 너무 멋있다.' 같이 연기하시면서도 지켜보셨잖아요.

[김인우 / '박열' 미즈노 역·재일동포 3세]
저는 따라서 해요, 지금도.

[최희서 / '박열' 가네코 후미코 역]
놀리실 때!

[김인우 / '박열' 미즈노 역·재일동포 3세]
놀리고, 따라서 해요.

[최희서 / '박열' 가네코 후미코 역]
제가 이야기하면 '조용히 해!' 이렇게 돌아보시면서 따라 하시고….

[최광희 / 영화평론가·다큐멘터리 작가]
이거 또 영화의 두 주인공이 박열 선생님, 박열 선생님도 참 독특하고 대단한 분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젊은 나이에 그런 조직을 만들어서 그 항일운동을 하셨다는 것…. 그리고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제 민족주의라고 하는 걸 베이스를 둔 상태에서 항일운동을 생각하잖아요.

근데 박열 선생은 그런 차원이 아니라, 아나키스트적인, 무정부주의적인 차원에서의 저항운동을 했다는 거죠.

[김인우 / '박열' 미즈노 역·재일동포 3세]
저는 한 마디로 대단하신 분이라고 생각돼요. 영화에서는 이루지는 못 했지만 시도를 했다는 거잖아요. 독립을…. 그래서 저 아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지만 민단, 조총련이랑 민단 (가운데) 민단 조직을 만들었고…. 이 분이 나라를 위해서 지금 내 자신이 그 어린 나이에 뭘 해야 되는지를 생각하면서 그 시도하고 이렇게 하셨잖아요.

'과연 나라면 할 수 있을까?'란 생각 많이 들었거든요. 그니까 뭐 한 마디로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고 생각해요.

[최광희 / 영화평론가·다큐멘터리 작가]
두 사람 개개인도 멋있지만 이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사랑, 이것도 정말 멋있는 것 같아요. 사실 현대에 그런 사랑이 존재할 수 있을까? 아마 그 시대였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최희서 / '박열' 가네코 후미코 역]
사실 저희는 굉장히 풍요로운 삶을 살잖아요. 그러면서 일단 풍요로운 삶을 살기 때문에 욕심이 하나가 생기면 둘이 생기고 셋이 생기고, 상대방에 대해서 따지는 것도 많아지고….

조건이라든지. 뭐 자격증, 뭐 여러 가지…. 그런데 이제 그 때 당시에는 사실 이 둘은 이 둘밖에 없었던, 오히려 풍요롭지 않고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나날을 살았기 때문에 그들만의 어떤 희망으로 좀 뭉쳐있었던 것 같거든요. 그리고 같은 신념?

그리고 이 신념을 서로한테 확인을 하면서 더더욱 성장하는, 그런 동지로서의 사랑이 사실 그 시대이니까 가능했던 것 같고, 이 두 분이었으니까 가능했던 것 같다는 생각 많이 했어요.

[최광희 / 영화평론가·다큐멘터리 작가]
재일동포 박열, 이라고 볼 수가 있죠. 재일동포 박열에 나온 배우 분들이 또 재일동포세요. 그래서 더더욱 어떻게 보면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소감도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김인우 / '박열' 미즈노 역·재일동포 3세]
예, 제가 어렸을 적에 조부모도 그렇고 조총련 학교를 다녔고, 거기서도 그렇고 부모님한테 받은 한국의 역사를 많이 제가 배웠거든요. 그래서 저는 어렸을 적부터 애국심이 많이 생겼고….

한국에 오게 된 계기가, 그 목표로 삼았던 게 역사에 관한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그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게 일본 배우 분들이 역시 제가 맡은 미즈노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과 재일동포가 하는 것은 저는 한(恨), 한이 있잖아요. 한이 다르지 않을까. 저는 어렸을 때부터 그런 한을 갖고 이렇게 살았으니까.

한국에서는 저란 연기자를 통해서, 필터를 통해서 저를 써주시고 그래서 영화도 실제감 있게 나오잖아요. 제가 일본어를 100% 할 수 있으니까…. 그런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일본 분이랑 재일동포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요?

[최광희 / 영화평론가·다큐멘터리 작가]
민족의식이라는 생각 이런 것도 사실 세대가 이렇게 밑으로 내려오면서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다고 하는 그런 생각들, 문제의식들이 있거든요?

[김인우 / '박열' 미즈노 역·재일동포 3세]
자기는 일본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근데 우리 시대는 차별이 좀 심했어요. 회사에도 못 들어갔고.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데에도 '한국인은 안 된다'라고 했고, 방을 구하는 데도, 한국인이랑 북한, 그리고 중국 사람이라고 거절한다는, 그것까지 제가 당해봤거든요.

그래서 아까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는 어렸을 때부터 그 역사를 배웠으니까 거기서 생기는 마음이 있어요.

절대 지지 않는다, 일본사람한테 지지 않겠다. '절대 내가 앞서야 될 거야!' 그 생각이 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시대는 어떨까요? 지금 시대는 역사를 배우지 않으니까 '그 분들이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점점 희미해지지 않을까?'그 생각은 있어요.

[최광희 / 영화평론가·다큐멘터리 작가]
이제 한건태 씨같은 경우에는 어머니는 또 일본 분이시잖아요. 그래서 사실은 양쪽의 정체성을 다 가지고 있다고 봐도 되겠죠. 그런데 '그래도 나는 한국인이다, 한국인이다'하는 이런 생각이 드나요? 어떠신가요?

[한건태 / '박열' 가즈오 역·재일동포 3세]
아무래도 어머니가 일본 분이시고 근데 저는 사실 제 국적이 일본이잖아요.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일단 제가 일본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한국문화나 역사를 일단은 모르잖아요, 어렸을 때는. 일본에서 태어났고….

그래서 일단 국적이 일본이기도 하기 때문에 어머님께서는 그냥 일본에 살면 다 문화를 느낄 수 있고 그러니까 너는 민족학교에서 배우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신 것 같아요.

[최광희 / 영화평론가·다큐멘터리 작가]
제가 얼마 전에 귀화라고 하는 주제로 특집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적이 있었는데요. 재일동포 가운데 일본 국적으로 귀화하신 분들을 섭외를 하려고 했는데 굉장히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왜냐하면 다들 말씀을 안 하시려고 하세요. 그러니까 귀화했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하시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건 왜 그럴까요?

[김인우 / '박열' 미즈노 역·재일동포 3세]
저는 귀화 같은 생각 전혀 해 본 적 없지요. 그러니까 우리 조상들이 쌓여 온 역사를 다 배신하는 듯한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 분들이 왜 숨길까 하면, 그건 자기가 한국인으로서 태어난 것에 대한 부끄러움도 있고, 한국사람의 입장에 그것을 전달하게 되면 그것을 배신했다는 부끄러움도 있지 않을까요?

[최광희 / 영화평론가·다큐멘터리 작가]
재일동포가 귀화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김인우 씨 같은 경우에는 좀 부정적인 입장인 것 같아요.

그런데 또 세대가 다르기 때문에 한건태 씨는 또 일본 국적이시고 하니까 재일동포가 귀화하는 부분에 대해서 조금 다른 입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어떠세요?

[한건태 / '박열' 가즈오 역·재일동포 3세]
국적 때문에 아직까지 차별이 있거나 또 힘들게 사시는 분들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귀화를 하더라도 일단은 물론 자기 국적을 지키면 좋겠지만, 어려움 때문에 귀화를 하더라도 일단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실 태어났을 때부터 제가 태어났을 당시에 일본 법률이 바뀌어 가지고요. 제가 어쩔 수 없이 일본 국적으로 된 거예요. 그래서, 저는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최광희 / 영화평론가·다큐멘터리 작가]
김인우 씨 같은 경우에는 할아버지 할머님께서 언제 일본으로 건너오신 거에요?

[김인우 / '박열' 미즈노 역·재일동포 3세]
제가 아는 바로는 1940년? 그쯤이라고 생각하는데, 할아버님들께서는 강제로 끌려갔어요.

[최광희 / 영화평론가·다큐멘터리 작가]
징용을 당하신 거예요?

[김인우 / '박열' 미즈노 역·재일동포 3세]
예. 외할아버님께서는 탄광에서 일하셨고…. 영화'군함도' (처럼).탄광이라는 게 여러 군데에서 한국사람을 징용하고 이렇게 했잖아요. 그랬었어요. 우리 할아버지 호적이 경상남도 김해입니다.

그래서 고향에 한 번 놀러 갔을 때도 있었어요. 정말 좋았어요.

[최광희 / 영화평론가·다큐멘터리 작가]
한국에 처음 오셨을 때 느낌은 어떠셨어요?

[김인우 / '박열' 미즈노 역·재일동포 3세]
아, 아직도 기억나는데요. 30대 후반이었어요. 30대 후반…. 아, 활발하죠, 사람이. 활기 차다고 해야 하나요? 그래서 '내 나라'라고 생각했어요.

[최광희 / 영화평론가·다큐멘터리 작가]
또 한건태 씨한테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재일동포 배우이기 때문에 받는 어떤 차별 같은 것도, 오히려 거꾸로, 한국에서 받는 차별, 편견…. 이런 거 느끼신 경우가 있었나요?

[한건태 / '박열' 가즈오 역·재일동포 3세]
사실 저는 그런 편견은 별로 없었던 것 같고요. 오히려 제가 일본에서 왔고 또 재일동포라고 말하면 많이 도와주시고, 또 배려해주시고 그런 분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에 그런 편견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최광희 / 영화평론가·다큐멘터리 작가]
다행이네요! 인복이 많으시네요.

[한건태 / '박열' 가즈오 역·재일동포 3세]
좋은 분들만 만난 것 같아요.

[김인우 / '박열' 미즈노 역·재일동포 3세]
그건 다행이야.

[최광희 / 영화평론가·다큐멘터리 작가]
다행이라고 하신 것은?

[최희서 / '박열' 가네코 후미코 역]
뭔가 겪어 보신?

[김인우 / '박열' 미즈노 역·재일동포 3세]
저는 겪어봤어요. 많이 겪어 봤는데 그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죠.

그러니까, 한국에서 교육이 없잖아요. 재일동포에 대한…. 저는 실제로 당한 적도 있어요. 택시 타다가 재일동포라는 것을 알게 돼서….

원래 일본사람인 줄 알고 그 기사님이 저한테 말을 걸어주셨는데 갑자기 제가 재일동포라는 것을 밝히자 '내리라'고 하셔서…. 안색이 확 달라지고, 그런 것도 있고….

그런데 이게 여기서 그 우리 조부모들이 어떻게 건너갔는지, 거기서 어떤 고통을 겪고 이렇게 왔는지 그것을 하나씩 전달하고 싶은데, 그건 한계가 있어서.

여기서 제가 지금 간절히 바라는 것은 저는, 저란 배우 입장에서, 배우를 통해서 한국에서 재일동포는 한국 사람이라고 인정받고 싶어서….

그러니까 저를 위해서가 아니라 후배를 위해서 저는 지금 이렇게 하고 있거든요. 그냥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최광희 / 영화평론가·다큐멘터리 작가]
재일동포 가운데 귀화하신 분들도 아까 한건태 씨가 말씀하셨다시피 마음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저는 넓은 의미에서 그분들도 동포라고 생각하거든요. 동의하시지요?

[김인우 / '박열' 미즈노 역·재일동포 3세]
예.

[최광희 / 영화평론가·다큐멘터리 작가]
최희서 씨가 생각하기에 재일동포 사회에 대한 어떤 우리 나라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되겠다, 라고 하는 지금까지 '박열'이라는 영화를 같이 작업하면서 그런 생각할 기회가 있었다면 어떤 생각 하셨는지?

[최희서 / '박열' 가네코 후미코 역]
애초부터 관심을 잘 안 가져주신다고 할까? 그러니까 어떻게 돼서, 무슨 연유로 할머니 혹은 증조부께서 넘어가신 건지, 그냥 막연하게, '어머니, 아버지가 한국 사람인 거지?' 이런 질문이 오고 가는데, 사실 이제 제가 느낀 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물론 이렇게 친해져야 여쭤보겠죠.

'선배님 어떻게, 할머니께서 어떻게 넘어 가신 거예요?' 이런 거는. 그렇지만 약간 애초부터 가질 수 있는 그런 관심과 이 분들이 왜 한국인으로서 한국에서 활동을 하고 싶으신지, 해 오셨는지, 또 같은 동료 배우로서 악역 일본인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서, 저는 사실 저는 저 같았으면 좀 무서워서 못 했을 것 같은, 그런 너무나 용기 있는 역할들 너무 훌륭하게 해주셨기 때문에 저는 사실 선배님들을 옆에서 보면서 더 관심을 가졌던 부분이 있거든요.

조금 많은 분들께서 앞으로 재일동포 배우분들이 더 나오실 텐데, 더 계실 텐데,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광희 / 영화평론가·다큐멘터리 작가]
'박열'이라는 영화가 세 분의 배우에게는 공히 굉장히 엄청난 의미가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떤 의미라고 규정하고 싶으신지 좀 마무리 짓는 차원에서 좀 말씀해주시죠.

[최희서 / '박열' 가네코 후미코 역]
저는 사실 이제 저의 첫 주연작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너무나 멋있는 여성, 정말 그때 당시에 너무 진취적이고 지금 사회에서도 찾기 힘든 굉장히 강인하고 멋있는 여성을 연기할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지만….

또 그런 개인적인 어떤 저의 욕심이나 직업을 떠나서 이렇게 좋은 분들과 함께 정말 저희가 한 지점을 함께 바라보면서 찍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것은 아마도, 박열과 후미코라는 역사 책에 정말 한 줄로밖에 나오지 않는, 혹은 요즘에는 안 나올 수도 있지요?

정말 알려지지 않는 인물을 저희가 이 영화를 통해 알리고 싶다는, 어떤 우리의 마음 하나로 함께 만들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께서 봐주시고 또 앞으로도 또 VOD나 뭐 이런 파일로도 더 많은 분들께서…. 특히 해외 동포분들께서 많이 봐주실 것 같아서 그런 의미에서 너무 행복하고요. 앞으로 저에게 가장 그 저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는 좋은 작품이 될 것 같아요.

[김인우 / '박열' 미즈노 역·재일동포 3세]
'박열'은, 저에게는 인생의 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아! 제가 재일동포로서 혹시 이런 슬픈 역사가 없었더라면, 우리 부모님도 그렇고 저도 한국에서 태어났을 거지요. 저도 간절히 그러고 싶었어요.

이 역사 때문에 이렇게 휩쓸리고 어긋난 방향으로 가버렸잖아요. 근데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사명으로, 연기란 사명을 통해서 관객분들한테 전달하는 사명을 지니고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희서 / '박열' 가네코 후미코 역]
감동적이네요.

[한건태 / '박열' 가즈오 역·재일동포 3세]
저는 사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일단은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한국에 오게 됐잖아요. 그래서 이번에 큰 역할이었어요.

제 나름 여태까지 연기를 하면서 제일 큰 역할이었는데요. 그래서 새로운 출발이 아닐까, 한건태의…. 그렇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한국에서 연기활동을 하고 싶고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최광희 / 영화평론가·다큐멘터리 작가]
세 분 배우 모두 한국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멋진 배우들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어떻게 보셨습니까? 예 영화 '박열'을 통해서 출연 배우들과 함께 '재일동포 사회 100년의 궤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오늘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시청자 여러분들이 재일동포에 대한 이해 폭을 조금이라도 넓혀 주셨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영화 '박열' 출연 배우 분들과 함께 한, <더 큰 코리아> 이번 주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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