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추적] 해외 고수익 구인의 실체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

[팩트추적] 해외 고수익 구인의 실체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

2025.11.22. 오후 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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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엄지민
안녕하세요. 엄지민입니다.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팩트추적! 지금 시작합니다.

【인트로】
천년의 세월을 버틴 앙코르와트의 나라 캄보디아.
신이 머무는 지상 낙원으로 불리지만, 그 이면엔 짙은 어둠이 드리워졌습니다.

[YTN 보도 (2025년 10월 18일) : 캄보디아에 갇혔다가 추방된 64명의 한국인이 국내로 송환됐습니다.]

한 사람의 죽음 뒤로 드러나기 시작한 또 다른 진실.

현지에서는 보이스피싱, 로맨스스캠 등 한국인을 노린 범죄가 잇따르고,

한국인이 직접 조직에 가담하거나 납치·감금돼 협박받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던 겁니다.

[김지연(가명) / 캄보디아 불법감금 의혹 사례자 : 전기 고문 같은 건 뭐 아무것도 아니고…."

이들을 캄보디아로 이끈 건, '고수익'이라는 달콤한 유혹.

[박선우(가명) / 캄보디아 불법감금 의혹 사례자 : 다른 사람들을 보면 뭐 월 천만 원 이상 번다고 했는데…]

누군가는 일자리를 찾아, 누군가는 돈벌이를 좇아 떠난 캄보디아.

낙원의 이면에서 벌어진 캄보디아 사태의 실체를 추적합니다.

【스튜디오】
▶엄지민
오늘의 팩트체커 김혜린 기자와 함께합니다. 김 기자, 캄보디아가 한국인을 노린 범죄 무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대학생 사망 사건을 계기로 사태의 심각성이 드러났죠?

▶김혜린
네, 이 사건 이후에 ‘캄보디아에서 연락이 끊겼다’는 가족과 지인들의 실종 신고가 다수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요.

저희 YTN에도 많은 분들이 제보해 주셨습니다.

【 VCR - 1 】
지난해 12월, 30대 박선우 씨는 인터넷에서 태국 호텔 일자리 광고를 발견했습니다.

연락을 취하자, 상대는 '태국 호텔에서 한국인을 응대하는 일'이라며, 숙소와 항공편까지 모두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박선우(가명) / 캄보디아 불법감금 의혹 사례자 : 한국 손님들 오시면 같이 응대하고, 한국 사람들만 상대한다. 비행기표를 끊고 (태국) 사무실에 도착하면 자기들이 (푯값을) 주겠다고 해서….]

박 씨는 이 말을 믿고 태국으로 향했습니다.

공항에 마중 나온 직원은 박 씨를 차에 태우고는 '사무실로 이동한다'며 긴 시간 차를 몰았습니다.

하지만 차가 멈춘 곳은 태국이 아닌, 국경을 넘어선 캄보디아였습니다.

[박선우(가명) / 캄보디아 불법감금 의혹 사례자 : 황무지에 그냥 3~4미터 높이 벽에 철문이 있고 안쪽 3~4층짜리 건물들에 (감시 인력이) 30명 넘었을 것 같은데….]

이 수상한 건물 안에서 그들은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한국인을 상대로 로맨스 스캠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박선우(가명) / 캄보디아 불법감금 의혹 사례자 : SNS나 이런 데서 여자인 척하고 투자만 유도해서 받기만 하면 된다.]

그들이 원하는 일이 범죄행위라는 걸 알게 된 박 씨는 탈출을 결심했습니다.

'한국에서 일을 처리하고 다시 오겠다'고 속인 뒤, 위약금 명목으로 400만 원 가까운 돈을 주고서야 겨우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박선우(가명) / 캄보디아 불법감금 의혹 사례자 : 온갖 핑계 대고, 가게 보증금 때문에 받으러 본인이 꼭 가야 된다. 받고 다시 오겠다. 난 여기서 일을 하고 싶다.]

박 씨보다 한 해 앞선 재작년 12월, 김지연 씨는 '법인 계좌를 빌려주면 수수료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김 씨는 당시 법인 계좌를 가지고 있던 친동생에게 함께 일을 하자고 권했고, 자매는 캄보디아 시아누크빌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도착 직후 여권을 빼앗겼고, 알고 보니 카지노에서 벌어들인 돈을 세탁하는 역할이었습니다.

[김지연(가명) / 캄보디아 불법감금 의혹 사례자 : 너네 도망갈 수 있으면 도망가 봐. 그들의 단톡방에는 (도망가서) 신고한 사람의 여권 사진이나 이런 게 바로 실시간으로….]

조직원들은 끔찍한 영상을 수시로 보여주며, 배신할 경우 닥칠 끔찍한 상황을 각인시켰습니다.

[김지연(가명) / 캄보디아 불법감금 의혹 사례자 : (영상에서) 러시안룰렛처럼 총을 쏘게 시키더라고요. 전기 고문 같은 건 뭐 아무것도 아니고….]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던 김 씨와 동생.

그러던 중, 더 위험한 범죄 도시로 팔려 갈 거란 말을 들었습니다.

상황을 안 감시인 중 한 명이 두 사람을 딱히 여겨 탈출을 도왔고, 자매는 한 달 만에 겨우 시아누크빌을 빠져나왔습니다.

[김지연(가명) / 캄보디아 불법감금 의혹 사례자 : 탈출할 때의 감정이 지금도 사실은 되게…. 새벽 2시에 차를 타고 어떻게 잡히면 끝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어렵게 한국에 돌아왔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동생 명의의 통장이 리딩방 사기에 쓰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두 사람 모두 기소된 겁니다.

동생은 징역 2년의 실형, 김 씨는 통장 모집책 역할을 한 혐의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습니다.

두 사람은 현재 또 다른 온라인 사기 피해자의 고소로 추가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엄지민
네, 이렇게 다녀온 사람들의 증언만 들어봐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느껴지는데요. 도대체 지금 캄보디아는 어떤 상황이길래 이런 끔찍한 범죄가 버젓이 벌어지는 겁니까?

▶김혜린
캄보디아에선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또 투자나 리딩방 사기 같은 전형적인 ‘온라인 사기’가 자행되고 있습니다.

여기로 유인된 한국인들은 자국민들을 상대로 범행에 가담하게 되는 겁니다.

각종 불법 행위가 잇따르고 있는 캄보디아는 어떤 모습인지, 직접 현장을 다녀온 YTN 정현우 기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VCR - 2 】
수도 프놈펜에서부터 남부 해안 도시에 이르기까지.

캄보디아 현지엔 높은 담과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범죄 요새’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정현우 / YTN 기자 : 프놈펜에 있는 곳곳 원구 단지라든지 망고 단지 이렇게 여러 곳이 프놈펜 시내에 있는 범죄 단지로 불리고 있거든요. 벽 안으로 들어가려면 삼엄한 경비를 통과해서 신원을 확인해서 안쪽으로 들어가고 나가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현지 주민들의 이야기로는 한국인들도 꽤 있었고 '들어가고 나올 때는 항상 통제를 받았었다.']

정현우 기자가 찾은 또 다른 곳은,
범죄 조직이 활개치는 남부 해안 도시 ‘시아누크빌’.

그 규모는 수도 프놈펜을 압도했습니다.

[정현우 / YTN 기자 : 이곳에서 본 범죄 단지가 가장 컸었습니다. 일단 10~11층 정도 규모의 아파트 형태의 건물들이 10채 정도가 이렇게 늘어서 있는데….]

멀리서 보면 평범한 아파트 단지 같지만, 가까이 다가간 현장은 감옥과 같았습니다.

[정현우 / YTN 기자 : 10개 아파트 단지를 쫙 이렇게 사방으로 두르고 있어요. 이 벽 위에는 심지어 철조망이, 철사로 된 철조망이 쳐있고 깨진 유리를 위에다 설치해 놔서 바깥으로 도망갈 수 없게끔 통제하고 있었어요. 벽에 설치된 입구가 2개밖에 안 됐어요. 철제 통제문 이런 것들이 설치돼 있어서 그쪽에서 신원을 확실하게 확인하고 왔다 갔다 하는 모습도….]

【스튜디오】
▶엄지민
그야말로 '범죄 요새'라는 말이 실감이 나는데요, 저렇게 삼엄한 경비 속에서 끔찍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거잖아요.

▶김혜린
네, 바로 저런 ‘요새’ 안에, 한국인들이 갇혀 있던 겁니다.

취업 사기로 속아 들어간 경우도 있고, 불법인 걸 알면서도 돈의 유혹에 빠져든 경우도 있었습니다.

▶엄지민
결국 속아서 갔든, 알고 갔든 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공통적인 유인책이 있었던 거네요.

▶김혜린
맞습니다. <팩트추적>은 이들이 어떻게 범죄의 늪에 빠지게 되는지, 그 수법을 추적해 봤습니다.

【 VCR - 3 】
캄보디아 범죄와 관련해 많은 보도가 나간 이후에도
SNS에는 여전히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 구인 광고가 넘쳐납니다.

불법적인 일은 아니라는 이 광고.
<팩트추적> 제작진은 게시글에 적힌 아이디로 연락을 취했습니다.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 모집책 : 필요한 숙소라든가 이런 건 다 지원이 될 거예요. (주급으로) 평균 200~ 300만 원 정도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대출 상담하는 부분에 대해서 약간 트릭(속임수)이 들어간 부분이 있어요. 속이는 부분도 있고….]

위험하지 않냐는 물음엔, 최근 사태를 의식한 듯 안전을 강조합니다.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 모집책 : 불법적인 일에 가깝지만, 본인의 신분이 드러날 일은 없어요. 대부분 일을 그냥 하시는 분들은 (위험한 일이) 전혀 없어요, 진짜야 진짜….]

결국 젊은이들은 유혹에 속아 취업 사기를 당하거나, 불법임을 알면서도 범행에 가담합니다.

그 배경엔 경제적 절박함이 있었습니다.

[오창수 /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선교사(지난 10월 YTN 인터뷰) : 구조해 놓고 보면 이 친구들이 다 한국에서 급전을 써서 빚에 시달리고 있다가 그 돈 갚을 수 있는 좋은 길이 있다. 동남아 한번 가볼 테냐? 이런 식으로 해서….]

한번 발을 들이면, 빠져나오는 건 목숨을 거는 일입니다.

범행을 거부하거나 탈출을 시도할 경우,
다른 조직에 팔려 가거나 수배 대상이 됩니다.

[옥해실 / 캄보디아 한인회 부회장(지난 10월 YTN 인터뷰) : 현지 조직원 중에 팀장급 애들이 가지고 있는 수배방이라고 하는 방이 따로 있습니다. 그 수배방에 이 친구가 도망갔으니 잡아 오면 1,000달러를 주겠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죠.]

캄보디아 내 50여 곳이 넘는 '범죄 단지'에는
20만 명이 넘는 인원이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들 조직이 챙긴 범죄 수익은 125억 달러, 한화로 약 18조 원에 육박합니다.

캄보디아 전체 GDP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입니다.

이 거대한 범죄의 톱니바퀴 속에 뛰어든 한국인들.

지난 10월, 캄보디아에서 범죄 혐의로 적발된 한국인 64명 가운데 대부분은 국내로 송환된 뒤 구속됐습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에 돌아와 '나는 속았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캄보디아 송환 피의자 / 지난 10월 영장실질심사 당시 : (어떤 게 가장 힘드셨어요?) 전기 충격기로 고문하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또 어떤 고문당하셨습니까?) 구타당했습니다. (얼마만큼 맞으셨어요?) 진짜 죽기 전까지만 맞았습니다.]

하지만, 법의 잣대는 냉정합니다.

최근 재판부는 감금이나 협박당했다는 주장을
보다 엄격히 입증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희균 /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말도 안 통하고 일방적으로 맞았고 나는 시키는 것만 했다. 그 입증을 피해자가 해야 합니다. (기존 사례를 보면) 모집책하고 연락한 내용이 남아 있어서, 이게 도저히 그냥 여행 가서 끌려간 사람으로 보이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법원이 아마도 안 받아주고 있는 게 아닐까…]

가담자들이 처벌을 받는다 해도
피해금 환수는 또 다른 난제입니다.

우리 정부에서 캄보디아 측에 몰수·추징 보전을 요청해도, 실제 환수로 이어지기까진 여러 제약이 따릅니다.

환수를 요청하기 전에 우리 정부가 먼저
피해 규모와 자금 소재를 특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희균 /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범죄 수익을 찾으려면 일단 추적이 돼야 하거든요. 국경을 넘어가면 그 추적이 더 힘들고 거기다가 가상화폐로 바꿔 놓으면 추적이 힘들기 때문에 (온라인 사기) 피해자의 돈이 어디로 가 있는지 모른다는 거예요.]

【스튜디오】
▶엄지민
일단 범죄에 연루되면 처벌을 피하기 어렵고, 온라인 사기 피해자들은 돈조차 돌려받기 어려운 절망적인 상황이 됐네요.

▶김혜린
이 범죄의 심각성은 연루된 우리 국민의 규모에서도 드러납니다.

국가정보원은 캄보디아 내 온라인 사기 범죄에 가담하고 있는 한국인이 최대 2천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엄지민
이렇게 캄보디아에서 범죄 수익을 올리는 일당은 어떤 조직입니까?

▶김혜린
네, '웬치'라 불리는 범죄 단체들이 캄보디아에서 독버섯처럼 활개치고 있었습니다. <팩트추적>은 이들을 조종하는 배후 세력을 추적해 봤습니다.

【 VCR - 4 】
캄보디아 현지에서 온라인 사기를 조직적으로 자행하는 범죄 단지, ‘웬치’.

캄보디아 전역에 퍼져있지만, 특히 수도 프놈펜과 남부 도시 시아누크빌에 밀집해 있습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관광객으로 붐비던 이 지역엔
중국 자본이 대규모로 유입되며 고급 리조트와 카지노가 들어서게 됐습니다.

하지만 캄보디아 정부의 온라인 도박 금지 조치와 코로나19 여파로, 비어버린 리조트와 카지노 단지는 중국계 범죄 조직의 아지트로 변했습니다.

[이웅혁 /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 중국 자본을 뒤에 업은 범죄 단체가 이것을 다 접수하게 된 거였죠.]

그 중심에는 중국계 캄보디아인 천즈 회장이 이끄는 '프린스 그룹'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부동산, 금융, 관광을 아우르는 거대 기업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지난 10월, 미국과 영국 정부는 프린스 그룹을 30여 개국에 산재한 초국적 범죄 집단으로 규정하고 자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등 제재 조치에 나섰습니다.

최소 10개의 온라인 사기 센터를 운영하면서, 가짜 구인 광고로 외국인을 유인해 사기를 강요하고 있다고 본 겁니다.

[이웅혁 /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 최근에 영국과 미국의 강력한 조치가 아예 금융 접근 자체를 못 하게 하고 또 확보된 무려 21조 원에 대한 몰수(까지 한 것이었고).]

또한, 미 법무부는 천즈 회장을 금융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했는데 공소장에 따르면 온라인 사기뿐 아니라 인신매매와 고문 등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거대 중국계 기업이 총책을 맡고, 국가별 팀장과 조직원들이 속해 범행을 이어가는 구조. 이들의 지휘 아래 캄보디아에서는 조직적인 범죄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스튜디오】
▶엄지민
미국과 영국 정부는 이미 심각성을 파악하고 국제적인 제재를 하고 있었네요.

▶김혜린
유엔에서도 지난 5월부터 캄보디아 사태가 인권 위기 수준에 이르렀다는 성명이 발표되기도 했는데요.

당시 우리 정부의 대처가 너무 미온적이지 않았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 VCR - 5 】
지난 5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캄보디아 등 동남아에서 수십만 명이 강제로 온라인 사기에 동원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성명에는 피해자들이 겪은 구타, 전기 고문, 성폭력 등 참혹한 실태와 함께, 현지 정치인과 자산가가 범죄 조직과 결탁했다는 정황이 담겼습니다.

[오창수 /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선교사(지난 10월 YTN 인터뷰) : 캄보디아 경찰들은 어느 호텔에 누가, 몇 명 감금됐는지 그 사람들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중국 조직들 대부분이 (수사기관과) 연계돼있는 것 같더라고요.]

유엔의 우려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아시아 국가에도 전달됐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은 미흡했단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캄보디아 현지 국정감사에서도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의 소극적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당시 대사관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해 11월, 로맨스 스캠으로 120억 원을 가로챈 한국인 총책 강 모 씨가 제 발로 대사관에 찾아왔지만, 직원은 적색수배 사실을 알려주고도 현지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 직원 : 모양새가 안 좋거든요. 자기 제 발로 들어온 민원인을 대사관에서 경찰 영사가 전화해서 '잡아가라' 이거는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불법감금 피해자 가족들도 비슷한 경험을 얘기합니다.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건 형식적인 답변뿐이었습니다.

[김지연(가명) / 캄보디아 불법감금 의혹 사례자 : (가족이) '실종된 거 맞아요?' 사무적이고 불친절한 말투를 들었다고…. '두고 봐야 한다. 우리가 거기서 실종했다고 해서 수사할 수 없다']

게다가 대사관의 ‘신고 가이드라인’에는 납치된 방의 번호와 층수, 여권 정보, 위치 사진 등을 모두 보내야 조치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는데, 이 정보는 현실적으로 피해자들이 파악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심지어 ‘가능하면 자력 탈출을 권유한다’는 문구도 있는데 국민의 안전을 정부가 외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졌습니다.

또, 자력 탈출에 성공해 대사관을 찾아가도 근무시간이 되지 않아 대사관 출입이 불가능했고, 문이 열릴 때까지 밖에서 숨어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는 증언이 보도돼 파장이 일기도 했습니다.

[송언석 / 국민의힘 의원 : 대사관에서 '근무시간 끝났다, 신분증 가져와라', '정확한 위치를 알아야 조치할 수 있다' 이딴 식으로 해서 국민 안전을 내팽개치니까.]

지난 10월 기준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한국인 납치, 감금, 실종 의심 사건은 513건.

30%가 넘는 162건은 대상자의 출국 기록만 남아 있어 범죄 연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의 대응은 거꾸로 가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이 집행한 예산은 약 37억 원.

그중 사건 사고를 담당하는 부서의 예산은 0.3%에 해당하는 1,291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인력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경찰 주재관은 단 3명에 불과했는데, 캄보디아 내 피해 신고가 지난해 220명, 지난 8월엔 330명까지 급증했던 시기에도 1명만 추가 증원했던 것을 비추어 보면 아쉬움이 많습니다.

사건이 공론화된 현재는, 외교부가 인원을 더 확대하겠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조현 / 외교부 장관(지난 10월 외교통일위원회 국감 당시) : 우선 11월 초 경찰 2명을 추가 파견하고 행정직원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며 아울러 내년부터 경찰주재관 1명과 해외안전영사 3명을 추가하기 위해서도 유관 부처와 적극 협의 중입니다.]

[이웅혁 /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 국가 전체가 이 범죄 문제를 지금까지 상당히 소홀하게 생각했던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국제 범죄의 새로운 양상과 국경을 넘나드는 새로운 생태계와 범죄 토양에 대한 무관심, 이런 것들이 사실상 대사관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거죠.]

국제 단속망이 강화되자 범죄 조직들은 단속을 피해 더욱 숨어들고 있습니다.

YTN 취재진 카메라에도 범죄 단지를 빠져나가는 차량 행렬이 포착됐습니다.

문제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한국인들입니다.

2022년 이후, 캄보디아로 떠난 뒤 돌아오지 않는 한국인은 매년 2~3천 명에 달합니다.

지난해에만 해도 3천여 명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추산한 범죄 연루자 2천여 명보다 그 규모가 더 클 수 있단 의미입니다.

[이웅혁 /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 (엠네스티의 심층 보고서 등에 의하면) 캄보디아에 50~60개의 범죄 단지가 있고 2천 명씩 있다고 봤을 때 (연루 인원이) 10만 명이 있는 거죠. 그런데 그곳에 한국 사람이 예를 들면 5%만 있다고 해도 5천 명이나 있는 겁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우리 정부도 '코리아 전담반' 운영에 합의했습니다.

[훈 마네트 / 캄보디아 총리(지난 10월) : 캄보디아에 있는 한국인들의 안녕은 저게 매우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범죄 수익이 캄보디아 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피해 국가들이 연합해 압박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합니다.

[김희균 /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캄보디아가) 범죄 수익에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건데 제가 볼 때는 피해국들이 캄보디아 정부를 상대로 압력을 가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스튜디오】
▶엄지민
짚어본 것처럼 우리 정부의 대응이 여러모로 아쉬운데요. 그런데 온라인 사기 범죄가 비단 캄보디아만의 문제는 아니잖아요?

▶김혜린
맞습니다. ‘온라인 사기’라는 범죄 산업이 이제 국경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앞서 접촉한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 모집책은 취재진에게 ‘중국 선양에서 일하는 건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는데요.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으로 범죄 거점이 확산하고 있는 겁니다.

▶엄지민
단순한 영사 지원을 넘어서 범죄 조직 전체를 끊어내려면 국경을 넘나드는 공조수사가 필요해 보이는데요.

▶김혜린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국경을 넘나드는 온라인 사기 산업의 일부가 드러났을 뿐이다, 그러니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캄보디아 구금 사태가 이슈화한 이후에 국내 피싱 사기 신고가 크게 감소하면서 현지 범죄 조직의 활동이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잠깐의 소나기를 피한 것이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엄지민
사람들의 관심이 잠잠해지면 언제든지 다시 활개 칠 수 있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관심이 지속돼야 할 것 같습니다. 김 기자, 수고 많았습니다.

오늘 팩트추적은 여기까집니다. 저희는 다음 시간에도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시청자 여러분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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