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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골탕', 왜 부정적 뜻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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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골탕', 왜 부정적 뜻이 됐나?

2015년 10월 26일 시 분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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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연]
옛날 옛적에 여우와 두루미가 살았습니다.

여우는 자신의 생일날 두루미를 초대했어요.

그런데 식탁에는 수프가 담긴 납작한 접시만 있어서 두루미가 부리로 아무리 찍어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약이 오른 두루미는 며칠 뒤에 여우를 초대했어요.

이번에는 목이 긴 병이 식탁에 놓여 있었죠.

두루미는 긴 부리로 쉽게 먹는데 여우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너는 내 주둥이가 짧은 걸 알면서 어떻게 이렇게 음식을 줄 수 있니?"

"그럼 넌 왜 지난번에 납작한 접시에 음식을 담아줬어?"

상대를 골려주려던 여우가 이번에는 자신이 골탕을 먹게 된 겁니다.

곤란을 당하거나 손해를 입을 때 골탕이란 말을 쓰죠?

그런데 왜 골탕을 먹다라고 표현했을까요?

[정재환]
그러게요?

[이광연]
실제로 골탕이란 원래 소의 머릿골과 등골을 맑은 장국에 넣어 끓여 익힌 맛있는 국물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정재환]
그럼 골탕을 먹는 게 말이 되네요. 근데 어쩌다 나쁜 의미로 바뀐 걸까요?

[이광연]
'속이 물크러져 상하다는 의미의 '곯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이게 골탕과 음운이 비슷해 의미가 섞이게 된 거죠.

[정재환]
곯다? 골탕? 비슷하긴 하네요.

[이광연]
맛있는 국물을 뜻했던 골탕이 뭔가 상하고 골병이 든다는 뜻의 '곯다'라는 단어 때문에 오해를 받고 뜻이 변해버린 겁니다.

[정재환]
오늘 배운 재미있는 낱말, 골탕먹다입니다.

[이광연]
손해를 보거나 낭패를 당한다는 의미의 '골탕먹다'는 소의 등골이나 머릿골을 끓인 국이라는 뜻이었으나 음운이 비슷한, 상하다는 의미의 '곯다'라는 단어의 영향을 받아 지금의 의미로 변하게 된 것입니다.

[정재환]
누군가를 골탕 먹이려고 갖은 꾀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요. 대체로 결과는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죠.

[이광연]
혹시나 골탕 먹이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차라리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자리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이를 계기로 친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정재환]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네요. 말 나온 김에, 곰탕 한 그릇 어때요?

[이광연]
사 주실 거죠?

[정재환]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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