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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지난 화요일 제49회 대종상 시상식이 열렸는데요, '광해'가 무려 15개 상을 독식하면서 또 한번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한 영화에만 편중된 수상 결과 때문인데요, 문제점이 무엇인지 최광희 영화 저널리스트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광해'는 작품성과는 별개로 개봉 때부터 천 만 돌파에 대해서도 말들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
[답변]
지난 9월에 개봉할 당시부터 개봉일을 예고된 것보다 변칙적으로 일주일을 앞당기는 바람에 배급 시장에 큰 혼선을 야기했죠.
일단 한국영화에서 일곱 번째로 천만 명을돌파하긴 했습니다만, 배급사 CJ의 스크린 독과점에 의한 무리한 기록 집착이 낳은 결과다 하는 지적들이 나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의 천만 돌파를 바라보는 눈이 다른 영화들에 비해 썩 곱지만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질문]
올해 대종상 시상식에서도 무려 15개 부문을 휩쓸었는데, 일찍이 이런 영화가 없었죠.
[답변]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서 감독상, 남우주연상, 촬영상, 편집상, 각본상 등 모두 23개 부문에서 15개 부문을 휩쓸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대종상 시상식에서 이 정도로 많은 상을 받아간 작품은 일찍이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만큼 '독식'이라는 표현을 써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질문]
상을 많이 받아갔다는 것만으로 비난을 할만한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대종상 수상 결과가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뭔가요.
[답변]
물론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상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영화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이 영화가 무려 15개 부문의 상을 받을만큼 대단한 걸작인가, 하는 데 있어서는 동의하지 않는 시각도 존재한다는 것이죠.
특히 시상식이 지난 일년 동안의 한국영화를 총 정리하는 의미라고 한다면은, '광해: 왕이 된 남자'만이 우수한 영화였냐는 반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수상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질문]
그에 비하면 베니스 영화제 황금 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두 개 부문 수상에 그쳤죠.
[답변]
조민수 씨가 여우주연상을 받았고요.
영화 자체는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습니다.
심사위원 특별상은 상시적으로 주는 상은 아니고요,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수상작이 없었는데, 이번에 '피에파'에 이 상을 안긴 것은, 안주긴 뭐하고 해서 그냥 생색 내기 정도를 한 게 아니냐, 하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피에타'의 김기덕 감독이 시상식에 참여했는데, 중도에 퇴장한 것도 이와 관련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밖에 시각에 따라선 납득이 안가는 부분도 적지 않은데요, 이를테면 지난해 봄에 사회적으로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은 단 한 개의 상도 못받았고요.
지난해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냈던 '도가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또 올 여름 한국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도둑들'의 경우에도 김해숙 씨가 여우 조연상을 받는 데 그쳤습니다.
올 봄 흥행에 성공한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도 평단의 호평을 이끌었던 것과는 반대로 수상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한국영화의 질적 다양성을 축하하는 자리라기 보다, 오직 <광해: 왕이 된 남자>만을 위한 시상식이었다, 이렇게 평가를 해도 지나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질문]
대종상 시상식은 사실 늘 수상 결과와 관련한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답변]
대종상은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2년에 처음 창설됐는데요, 당시에는 영화 제작이 정부의 허가를 받은 업체만이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일부 영화사들만의 잔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또 당시에는 반공
영화상이라는 부문도 있었는데요, 반공 영화상을 받은 작품에겐 외화를 수입할 수 있는 권리를 줬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반공 영화들이 만들어지기도 했죠.
말씀하신대로 심사 과정에서의 잡음도 끊이질 않았는데요, 지난 1996년엔 개봉도 하지 않았던 '애니깽'이라는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해서 논란이 일기도 했고요.
로비나 돈을 받고 특정 후보에게 상을 준 게 아니냐, 하는 의혹들이 끊이질 않았죠.
그렇게 대종상은 수상작 선정 과정의 투명성 문제가 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대종상은 한국영화협회라는 단체가 주최하는 시상식인데요, 이 협회는 사실상 영화계 원로들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지금은 거의 작품 활동을 하지 않는 분들이 대부분인데요, 그러다 보니까 변화하는 한국영화의 트렌드를 잘 못쫓아가는 게 아니냐, 이런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질문]
대종상 말고도 청룡 영화상이나, 백상예술대상 처럼 영화계에 대한 시상식이 적지 않은데, 권위와 신뢰를 가진 영화상은 없는 것 같아요.
[답변]
이게 한국영화계의 문제 가운데 하나인데요, 청룡 영화상이나 백상 예술대상은 각각 조선일보와 한국일보 등의 언론사가 주최하는 영화상이죠.
그러다 보니까 해당 언론사 말고는 별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허점이 있고요, 대종상도 역사는 가장 오래 됐지만, 지금의 현장 영화인들과는 괴리돼 있는 게 사실입니다.
MBC가 주최했던 대한민국 영화대상은 얼마전에 사실상 폐지됐죠.
이렇게 모든 영화인들과 관객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권위와 신뢰를 지닌 영화상 시상식이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씀 드려도 지나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의 아카데미 상 시상식의 경우에는 흥행작보다는, 예술성이 높은 작품에 상을 안겨줌으로써 오히려 흥행에 도움을 주는 사례가 많은데요.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게 작품성 그 자체로만 평가하는, 제대로 된 영화상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와 같은 기관들이 그런 고민을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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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 제49회 대종상 시상식이 열렸는데요, '광해'가 무려 15개 상을 독식하면서 또 한번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한 영화에만 편중된 수상 결과 때문인데요, 문제점이 무엇인지 최광희 영화 저널리스트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광해'는 작품성과는 별개로 개봉 때부터 천 만 돌파에 대해서도 말들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
[답변]
지난 9월에 개봉할 당시부터 개봉일을 예고된 것보다 변칙적으로 일주일을 앞당기는 바람에 배급 시장에 큰 혼선을 야기했죠.
일단 한국영화에서 일곱 번째로 천만 명을돌파하긴 했습니다만, 배급사 CJ의 스크린 독과점에 의한 무리한 기록 집착이 낳은 결과다 하는 지적들이 나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의 천만 돌파를 바라보는 눈이 다른 영화들에 비해 썩 곱지만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질문]
올해 대종상 시상식에서도 무려 15개 부문을 휩쓸었는데, 일찍이 이런 영화가 없었죠.
[답변]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서 감독상, 남우주연상, 촬영상, 편집상, 각본상 등 모두 23개 부문에서 15개 부문을 휩쓸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대종상 시상식에서 이 정도로 많은 상을 받아간 작품은 일찍이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만큼 '독식'이라는 표현을 써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질문]
상을 많이 받아갔다는 것만으로 비난을 할만한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대종상 수상 결과가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뭔가요.
[답변]
물론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상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영화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이 영화가 무려 15개 부문의 상을 받을만큼 대단한 걸작인가, 하는 데 있어서는 동의하지 않는 시각도 존재한다는 것이죠.
특히 시상식이 지난 일년 동안의 한국영화를 총 정리하는 의미라고 한다면은, '광해: 왕이 된 남자'만이 우수한 영화였냐는 반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수상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질문]
그에 비하면 베니스 영화제 황금 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두 개 부문 수상에 그쳤죠.
[답변]
조민수 씨가 여우주연상을 받았고요.
영화 자체는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습니다.
심사위원 특별상은 상시적으로 주는 상은 아니고요,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수상작이 없었는데, 이번에 '피에파'에 이 상을 안긴 것은, 안주긴 뭐하고 해서 그냥 생색 내기 정도를 한 게 아니냐, 하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피에타'의 김기덕 감독이 시상식에 참여했는데, 중도에 퇴장한 것도 이와 관련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밖에 시각에 따라선 납득이 안가는 부분도 적지 않은데요, 이를테면 지난해 봄에 사회적으로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은 단 한 개의 상도 못받았고요.
지난해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냈던 '도가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또 올 여름 한국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도둑들'의 경우에도 김해숙 씨가 여우 조연상을 받는 데 그쳤습니다.
올 봄 흥행에 성공한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도 평단의 호평을 이끌었던 것과는 반대로 수상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한국영화의 질적 다양성을 축하하는 자리라기 보다, 오직 <광해: 왕이 된 남자>만을 위한 시상식이었다, 이렇게 평가를 해도 지나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질문]
대종상 시상식은 사실 늘 수상 결과와 관련한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답변]
대종상은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2년에 처음 창설됐는데요, 당시에는 영화 제작이 정부의 허가를 받은 업체만이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일부 영화사들만의 잔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또 당시에는 반공
영화상이라는 부문도 있었는데요, 반공 영화상을 받은 작품에겐 외화를 수입할 수 있는 권리를 줬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반공 영화들이 만들어지기도 했죠.
말씀하신대로 심사 과정에서의 잡음도 끊이질 않았는데요, 지난 1996년엔 개봉도 하지 않았던 '애니깽'이라는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해서 논란이 일기도 했고요.
로비나 돈을 받고 특정 후보에게 상을 준 게 아니냐, 하는 의혹들이 끊이질 않았죠.
그렇게 대종상은 수상작 선정 과정의 투명성 문제가 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대종상은 한국영화협회라는 단체가 주최하는 시상식인데요, 이 협회는 사실상 영화계 원로들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지금은 거의 작품 활동을 하지 않는 분들이 대부분인데요, 그러다 보니까 변화하는 한국영화의 트렌드를 잘 못쫓아가는 게 아니냐, 이런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질문]
대종상 말고도 청룡 영화상이나, 백상예술대상 처럼 영화계에 대한 시상식이 적지 않은데, 권위와 신뢰를 가진 영화상은 없는 것 같아요.
[답변]
이게 한국영화계의 문제 가운데 하나인데요, 청룡 영화상이나 백상 예술대상은 각각 조선일보와 한국일보 등의 언론사가 주최하는 영화상이죠.
그러다 보니까 해당 언론사 말고는 별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허점이 있고요, 대종상도 역사는 가장 오래 됐지만, 지금의 현장 영화인들과는 괴리돼 있는 게 사실입니다.
MBC가 주최했던 대한민국 영화대상은 얼마전에 사실상 폐지됐죠.
이렇게 모든 영화인들과 관객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권위와 신뢰를 지닌 영화상 시상식이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씀 드려도 지나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의 아카데미 상 시상식의 경우에는 흥행작보다는, 예술성이 높은 작품에 상을 안겨줌으로써 오히려 흥행에 도움을 주는 사례가 많은데요.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게 작품성 그 자체로만 평가하는, 제대로 된 영화상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와 같은 기관들이 그런 고민을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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