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뉴스] '철근 누락' LH, 석연치 않은 해명...'재시공' 주장한 감리단장은 교체

[자막뉴스] '철근 누락' LH, 석연치 않은 해명...'재시공' 주장한 감리단장은 교체

2023.09.26. 오후 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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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YTN은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또 다른 철근 누락이 있다는 사실 연속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지하주차장 기둥 철근이 아닌 아파트 건물 외벽 철근이 빠진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보도 이후 LH에서 철근 누락률은 더 낮다며 해명 자료를 보내왔는데, 여전히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이번 사안 취재한 사회부 박정현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그동안 철근 누락으로 논란이 됐던 건 무량판 구조의 지하주차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건은 아파트 외벽 부분에서 철근이 빠졌다는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설명을 위해 준비한 자료 보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무량판 구조는 요즘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보 없이 기둥만으로 천장을 지탱하게 해서 공사 비용과 기간을 단축하는 게 핵심인데요,

지금까지는 그림에서 붉은색으로 표시된, 이 기둥 부분을 지탱하는 전단 보강 철근이 빠진 게 주로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지난 4월 지하주차장이 무너졌던 인천 검단신도시의 아파트 역시 이 주차장 기둥 철근이 빠진 게 붕괴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아파트 주거동의 외벽에서 철근이 부족하다는 건데 이런 벽식구조 건물은 벽 자체가 건물 하중을 지탱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 사람이 직접 들어가서 사는 아파트 건물에서 철근이 빠졌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이 더 크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럼 문제의 아파트에서 철근이 얼마나 빠진 거고, 어느 정도의 위험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기자]
YTN이 입수한 자료 보면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다음은 아파트 외벽 철근 누락 사실이 불거진 뒤인 지난 7월, 설계업체들이 보강 방법을 검토하며 작성한 보고서 일부입니다.

외벽을 보강하려면 철근이 얼마나 필요한지 계산한 내용이 담겼는데요,

여기 적힌 D10@110(v)란 들어가야 하는 철근의 규격을 의미합니다.

풀어 설명하면 수직 방향에 10mm 철근이 110mm 간격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거고요,

D10@150(h)는 수평 방향에서 10mm 철근이 150mm 간격으로 배치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해당 벽 구간에 철근이 수직과 수평으로 각각 12.96㎠, 9.51㎠ 만큼 필요하다고 계산돼 있는데, 실제로 시공된 철근 양은 3.57㎠에 불과하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다시 말해, 철근이 필요한 양에 비해 70% 정도 모자란다는 겁니다.

그런데 YTN이 이런 내용을 보도한 뒤 LH가 자료를 보내왔습니다.

요약하면, 설계업체와 함께 확인해보니 누락된 철근 양이 보도된 것보다 적다는 건데요,

그러나 의아한 점이 있습니다.

빨간 줄로 표시된 부분을 보면, 아까 벽체 보강 방법을 검토할 때 작성한 보고서와 필요한 철근의 간격이 다르게 나타나 있습니다.

앞서 보여드린 보고서엔 110mm 간격으로 넣는다고 기재됐던 게, 해명자료엔 220mm 간격으로 바뀌는 등 철근을 더 넓은 간격으로, 띄엄띄엄 배치하도록 돼 있습니다.

같은 설계 업체가 보강 방법을 검토할 때 보고서와 보도 뒤 해명 자료에서 필요한 철근 양을 다르게 계산한 건데요,

누락된 철근의 비율이 앞선 보고서에서처럼 70%인지, 아니면 현재 LH 주장대로 그보다 낮은지는 앞으로 계산의 근거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다시 따져봐야 할 문제로 보입니다.

[앵커]
다시 말해, 애초 보강방법을 검토하면서 계산한 필요 철근 양과, 보도 뒤 내놓은 필요 철근 양이 서로 다르다는 거네요.

처음 문제를 인지한 뒤, 이후 LH의 대응에서도 석연치 않은 점들이 또 있었죠?

[기자]
네, 문제가 있다는 걸 제일 처음 알아챈 사람은 현장 감리단장이었습니다.

지난 6월 시공 이후 현장을 확인하던 중 철근이 부족하다고 느껴 설계업체에 확인을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설계업체가 필요 철근 양을 잘못 계산한 사실이 드러난 건데요,

그러자 LH와 설계사무소 측은 모자란 철근을 대는, 이른바 증타 방식으로 보강하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감리단장은 문제가 된 부분을 철거한 뒤 재시공해야 한다고 맞섰고, 결국 이 과정에서 현장에서 교체당한 뒤, 소속된 회사에서도 보직 해임됐다고 주장합니다.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현장 전 감리단장 : 저희가 몇 번 다시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단호하게 너네는 왜 이렇게 우리가 하는 데 시비를 걸려고 하냐, 잘못됐든, 잘됐든 우리가 하는 데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 입 다물고 네네, 하면 된다 이런 식이었죠.]

가장 걱정되는 분들은 앞으로 이 아파트에 들어가 살 분들일 텐데요,

입주 예정자들에게는 문제가 알려지는 과정은 어떠했습니까?

[기자]
네, 지난 4월 같은 검단신도시에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나자 입주 예정자들은 LH 측에 자신들이 들어갈 아파트엔 문제가 없는지 수차례 문의를 했습니다.

그때마다 LH는 전수조사할 계획이라고 답했고, 6월 말쯤엔 조사 결과 빠진 철근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안심시키기도 했는데요,

당시 대화 내용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LH 관계자 : 검토해본 결과는 이렇게 빠져 있는 부분이나 이런 건 없는데 이제 그 말로만 말씀드리면 다른 입주민들이 불안해하실 수 있다 싶어서 도면으로도 보여드리고….]

이 녹취가 이뤄진 시점이 6월 28일인데, LH가 문제를 최초 인지한 건 6월 22일입니다.

다시 말해, 철근 누락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입주 예정자들에겐 철근이 빠지지 않았다며 둘러댄 겁니다.

보도가 나간 뒤 LH는 내부 논의 과정을 거치느라 입주 예정자들에게 알리는 시점이 늦어졌다며, 설명 자료가 준비되는 대로 배포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그럼 이제 LH는 이번 철근 누락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기자]
우선 LH는 이미 시공된 벽에 부족한 양만큼 철근을 덧붙이는 '증타' 방법으로 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면 재시공을 하기엔 비용이 막대하고 외부 전문가들에게 안전하다는 자문도 받았다는 건데요,

하지만, YTN이 전문가에게 이 증타 방법에 대해서 문의했더니, 주로 기존 건물을 보수할 때 사용하지 신축 건물에서는 잘 쓰지 않는 공법이라는 답이 나왔습니다.

[최명기 /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 : 증타 방법은 실은 이제 신축 건물에는 쓰지는 않고요. 통상적으로 이제 보수 보강할 때 기존의 건물에 대해서 보수 보강하는 과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그런 방법입니다.]

게다가 현재 해당 아파트 공사 진행률이 30% 정도라는 점을 고려해도, 전면 재시공이 아닌 증타가 최선인지를 놓고 의문점은 여전히 남습니다.

취재기자 : 박정현
자막뉴스 : 박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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