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이슈] "시진핑 엉덩이에 키스"...'서방의 왕따' 전락 위기

[한방이슈] "시진핑 엉덩이에 키스"...'서방의 왕따' 전락 위기

2023.04.14. 오후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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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열병식에 레드카펫 환영.
여기에 베이징에서 직선거리로 무려 1,900km나 떨어진 광저우로 옮겨 이례적인 재차 회담까지 진행됐습니다.

시진핑으로부터 극진한 환대를 받고 돌아온 인물, 바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었는데요.

하지만 이른바 '대만 거리 두기' 발언으로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대만 문제를 '우리 일이 아닌 위기' 라고 지칭하면서, 최악은 유럽이 추종자가 돼
대만 문제에서 미국의 의제와 중국의 과민반응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건데요.

여기에 유럽이 신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당장 "현실 넘어선 몽상"이라는 비판,
그리고 "당신들도 미국 개입 없이 우크라이나 문제를 해결하라"는
미 공화당 인사의 일침까지 터져 나온 이유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전 대통령 (폭스뉴스 인터뷰 중) : 나의 친구인 마크롱은 시진핑의 엉덩이에 키스하는 것으로 중국 방문을 끝냈습니다.]

사태가 커지자 대만 현상 유지를 지지한다며 마크롱은 한발 물러섰지만
동맹이 된다는 게 생각할 권리가 없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뜻을 굽히지는 않았는데요.

[에마뉘엘 마크롱 / 프랑스 대통령 : 동맹이 곧 속국이 되는 걸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프랑스의 지도자,
하지만 반응은 싸늘하기만 한 상황입니다.

이번 발언에 가장 격분한 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위협에 직면한 동유럽 국가들이었는데요.

폴란드 총리, 지금은 전략적 자율성보다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조할 때라고 언급했고,
리투아니아에서는 "마크롱이 지정학적으로 무지하다"
또 에스토니아에선 "미국의 빈자리, 어떻게 채울지 언급되지 않았다"고
현실적 측면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격화하는 미-중 갈등까지
안보정세가 크게 변한 상황에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었다는 건데요.

초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한다는 프랑스의 전략적 자율성.
물론 처음 나온 이야기는 아닙니다.

독자 행보의 시작,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1960년 2월 식민지 알제리에서 핵실험에 성공한 프랑스,
미국과 소련, 영국에 이어 4번째 핵보유국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당시 핵 개발 만류하면서 '핵우산' 제공을 언급한 미국의 제안.
그리고 이에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자 2차대전 전쟁 영웅 드골이 남긴 말.
"미국은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포기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이 같은 결심의 배경,
열강의 최상단에서 내려온 프랑스의 굴욕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인데요.

한때 유럽 최강 자랑했던 프랑스군.
하지만 2차대전, 불과 6주 만에 히틀러에 항복하면서
독일은 물론 전 세계를 여러 의미에서 놀라게 했죠.

미국과 소련의 분전으로 2차대전은 승리했지만
굴욕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1950년대 여전히 아시아·아프리카 식민지 쥐고 있던 프랑스.
하지만 인도차이나에서의 충격적인 패배와 철수,
그리고 헌법에 본토로 규정하면서까지 놓지 않으려던 알제리에서의 고전까지.
이런 상황에 기름을 부은 게 바로 1956년 2차 중동전쟁,
그 핵심은 수에즈 운하였습니다.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길이 193km의 인공 수로.
영국 런던에서 인도 뭄바이까지.
아프리카를 돌던 항로 1만9,800km.
이걸 1만1,600km로 대폭 줄인 마법 같은 존재.
그만큼 물류 의존도도 높았는데요.
그리고 1956년 이 수에즈 운하에 대해 이집트가 국유화를 결정합니다.

당시 이집트, 중동에서 영국과 프랑스 영향력 줄이려 '아랍사회주의' 내세웠던 상황.
외국 자본 덕지덕지 붙은 자국 시설, 나라의 것으로 돌려놓겠다는 취지였죠.

상당수 지분 가졌던 프랑스, 영국과 합세해 이집트 공격에 나선 배경이었는데요.
바로 국제적 압박이 이어졌습니다.

핵무기 앞세운 소련의 철군 위협,
여기에 동맹국 미국조차 프랑스의 편을 들지 않았던 건데요.
영국과 프랑스의 행태가 이제 막 식민통치 벗어난 제3세계 국가에는
철 지난 제국주의의 행패로 비쳤던 상황,
프랑스 체면 세워주려다 자칫 제3세계 국가 소련에 넘겨주는 사태를 우려한 겁니다.

이후 프랑스의 1960년 독자 핵 개발.
1963년 미국 중심의 나토 탈퇴.
그리고 1년 뒤 공산주의 중국과의 독자 수교까지.
프랑스판 제3의 길이 시작된 배경이었습니다.

그리고 60여 년 뒤 돌아온 신냉전의 시대.
프랑스 최고 지도자의 중국 방문.
여러 포장을 거쳤지만 결국 '돈 문제'라는 시각도 나오는데요.
에어버스 항공기 160대, 헬기 50대, 여기에 프랑스 컨테이너선 16대 계약까지
시진핑의 두둑한 선물 보따리가 이어진 겁니다.

반면 방문의 명분 중 하나였던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 하지만 애매한 입장만 반복됐습니다.
마크롱이 중국 대학생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하긴 했지만,
현실적 대책에 접근하지는 못한 건데요.

마침 프랑스 내부는 연금개혁 문제로 복잡한 상황.
수조 원대 세일즈 외교라는 돌파구를 찾으려 중국 방문을 활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이유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지는 또 하나의 지적.
바로 나토에서의 '미국의 빈자리' 문제입니다.

지난 3월 공개한 나토 보고서.
2022년 각국 방위비 분담 비율을 보면 미국이 전체 70%, 반면 유럽은 28%, 프랑스는 4%에 그치는 상황입니다.

또 나토 각국의 군사력 불균형을 막기 위해 최소한 각국 GDP의 2%는 국방비에 투자하라는 지침.
하지만 2022년 기준 2% 넘긴 나라는 7개 나라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역시 기준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수차례 볼멘소리를 낸 이유기도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 당시 미국 대통령 (2018년 7월) : 제가 드릴 말씀은 많은 경우 우리의 동맹들이 우리의 적보다 더 나빴다는 겁니다.]

1인 지배체제의 완성,
시진핑 3기 시작한 중국.
미국 중심 동맹 균열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실제 마크롱 발언에 대한 중국 관영매체의 지원사격,
초점을 맞춘 것도 이 지점이었습니다.

마크롱 향한 강한 비판은 중부와 동부 유럽에서 나온다며
이들 국가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급진적 외교정책을 편다고 지적하고
또 많은 경우 미국은 유럽을 심복으로 본다며
서유럽과 동유럽, 서유럽과 미국 사이 입장 차를 부각한 겁니다.

여기에 '차이나 머니'를 매개로 한 중국의 다극화 시도 역시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의 중국 방문,
여기에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까지 가세했는데요.
최근 중국 상하이에 배터리 공장 더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겁니다.

테슬라 생산과 매출에서 상당 부분 차지하는 큰 시장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건데요.
중국을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공급사슬에서 빼버리겠다는
미국 정부의 '디커플링' 전략, 이 방침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입니다.

중국이 앞으로도 러시아 위협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반면 미-중 갈등으로 인한 경제 위기에 타격은 클 서유럽 주요국,
또 제3세계 국가와 경제적 파트너의 이름으로 관계 강화할 거란 분석의 이유기도 한데요.

우리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최근 시진핑, 중국 광저우 LG디스플레이 생산기지를 전격 방문했습니다.

집권 3기 출범 뒤 자국 내 외국 투자 기업 방문은 이번이 처음,
집권 10년을 통틀어 봐도 이례적입니다.

최근 중국의 '정랭경온' 기조.
미국과 정치적으로는 냉담하지만, 투자유치와 같은 경제협력에는 적극적이라는 건데요.
이런 정치와 경제 분리를 우리에게도 적용하는 모양새입니다.

미국의 대중국 경제 포위망에 우리가 너무 깊숙이는 참여하지 않도록
협력 의지와 압박을 동시에 담은 의미로도 해석되고 있습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신냉전 시계,
각국, 그리고 각 기업의 손익계산서는 더 분주하게 쓰여만 가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한방이슈 박광렬이었습니다.

#시진핑 #마크롱 #바이든 #대만 #중국 #신냉전 #미중갈등 #나토 #YTN

기획 : 박광렬(parkkr0824@ytn.co.kr)
촬영 : 안용준(dragonjun@ytn.co.kr), 손민성(smis93@ytn.co.kr)
편집 : 이형근(yihan3054@ytn.co.kr)
그래픽 : 김현수(kimhs4364@ytn.co.kr)
총괄 : 김재형(jhkim03@ytn.co.kr)


YTN 박광렬 (parkkr082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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