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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이슈] "지구 최후의 날"...'중동의 북한'에 튄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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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건물, 구부러진 철골 틈새를 뚫고 한참을 파헤친 끝에
소중한 생명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구조대원 : 신은 가장 위대합니다.]

10초 만에 건물이 내려앉고, 2천 년 역사 자랑하는
오래된 성도 자연의 위력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는데요.

이미 최소 8천 명 넘는 목숨을 앗아간 튀르키예 대지진.

"2만 명 넘는 사망자 생길 수 있다"는
WHO의 경고도 나오는 상황인데요.

그리고 튀르키예 못지않게, 어쩌면 상황이 더 나쁘게 흐를 수 있는 나라도 있습니다.

이번 지진 발생한 튀르키예 동남부 지역,
국경에서 불과 90km 정도 떨어진 지점이었는데요.

이 국경 건너편에 자리한 국가, 바로 시리아입니다.

면적 약 18만 5,180㎢ 인구 약 2,320만 명.

아이폰으로 유명한 스티브 잡스, 그의 아버지가 시리아 출신.
여기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인 수도 다마스쿠스로도 잘 알려져 있죠.

그런데 미 바이든 대통령, 튀르키예에 대한 지원을 언급하면서
시리아는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토니 블링컨 / 미국 국무장관 : 지원금은 시리아 정권이 아니라 국민에 돌아가야 합니다.]

여기에 시리아 피해 돕겠다는 이스라엘의 지원 의사는
시리아 정부가 거부하기도 했죠.

명목상으로는 "살인자의 지원 안 받겠다"는 이유를 댔지만,
복잡한 속사정이 존재하는데요.

바로 13년째 이어지는 '시리아 내전' 때문입니다.

튀니지를 시작으로 2010년대 중동 지역을 강타했던 '아랍의 봄'

그리고 시리아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정권과 반군 사이 내전이 발생한 건데요.

처음에 알려진 건 독재 대 반독재 구도.
하지만 실상은 더 복잡했습니다.

시리아 인구 가운데 87%는 이슬람교,
그리고 그중 절대다수는 중동 이슬람 세계의 주류인 수니파입니다.

반면 시아파는 전체 인구의 13% 남짓.
그마저도 여러 소수종파로 또 나뉘어 있죠.

문제는 이 시아파 일부를 차지하는 알라위파가
지금 시리아의 정치, 군사 권력을 쥔 기득권이라는 겁니다.

물론 100년 전만 해도 사정은 반대였습니다.
알라위파, 다수인 수니파에 의해 이단 취급받으면서 각종 차별을 받았죠.

하지만 프랑스의 식민지배가 모든 걸 바꿨습니다.

소수 민족, 소수 종파에 힘을 실어줘 그들끼리 다투게 하고,
열강의 지배를 쉽게 하는 유럽의 식민정책.
알라위파에는 한 줄기 빛으로 찾아온 겁니다.

1970년 쿠데타 일으킨 알라위파 하페즈 알 아사드 장군,
그리고 50년 넘게 유지되는 권력.
아버지에서 아들로, 2대째 이어지고 있는데요.

소수인 이들이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요인.

1. 다른 이슬람 소수종파는 물론 기독교,
그리고 필요하면 세속주의 수니파 일부까지 연합

2. 내전에서 지면 꿈도 희망도 없어진다는 절박함.

"군대에 갈 수 있는 연령의 알라위파 청년, 그 3분의 1이 전사했다"는 2015년 보도가 대표적인데요.

3. 모호한 반군 정체성 알라위파 현 정권에 반대한다는 걸 빼면
저마다 셈법이 다른 상황이라는 겁니다.

시리아 반군, 크게 세 부류로 구분되는데요

첫째, 이슬람 근본주의, 우리가 익숙하게 들어온 IS와 이슬람 전선,
또 과거엔 알카에다의 지원을 받기도 했죠.
둘째, 세속주의 반군세력.
마지막으로 소수민족인 쿠르드 계열까지 다양합니다.

내전 초반에는 반군이 우세했습니다.
하지만 이들끼리 서로 물고 뜯으며 지금은 다시 정부군이 대부분 지역을 수복한 상황,
그리고 이 반군의 남은 거점이 이번 지진으로 직격탄을 맞게 된 겁니다.

지진 피해 지원하겠다는 이스라엘의 말에 시리아 정부가 당당히 '거부'를 외친 이유.
오랜 기간 총구 겨눈 두 나라 감정도 있겠지만,
피해 지역이 반군 거점이라는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인 중 하나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여기에 이번 시리아 피해를 보는 국제사회 셈법도 복잡하기만 한데요.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는 대표적 국가,
바로 러시아와 이란이기 때문이죠.

시리아의 타르투스, 이곳에 러시아 해외 유일한 '군항'이 설치돼 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 시리아, 놓칠 수 없는 중동의 교두보인데요.

1. 주요 무기의 판매 시장
2. 무기 성능시험의 장
3. 러시아 용병 실전 경험까지 높일 수 있다는 거죠.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서 정부군 편에 서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이유기도 합니다.

여기에 시리아, 이란과는
1. 같은 시아파
2. 반이스라엘-친러시아
3. 미국으로부터의 경제제재
라는 공통분모로 묶여있죠.

시리아 정부를 향한
미국 포함 서방세계의 시선이 곱지 않은 요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서방이 시리아 반군을 밀어주기도 애매한데요.

여전히 반군 중 이슬람 극단주의 비중 높은 상황,
자칫 서방의 물적, 인적 자원 소모해서 서구 세계에 반대하는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 만드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이를 틈타 영향력 확대하는 국가, 바로 튀르키예입니다.

시리아에 병력 파견해서 특정 반군 지원하면서 자국과 붙어 있는 시리아 영토에 장악력 높이고,
여기에 시리아에 있는 쿠르드족과 튀르키예 내 쿠르드족이 손을 잡는 걸 막는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죠.

그러면서 자연히 쿠르드족 반군과 튀르키예 지원받는 반군 사이 전투로 이어지는,
점점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발생한, 미사일보다 더 무서운 지진.

내진 설계는커녕 거듭된 포격으로 약해질 대로 약해진 건물.
여기에 현지시각 새벽에 발생한 지진,
구호활동 쉽지 않게 반복되는 여진에다 굶주림과 추위까지 덤으로 따라오고 있는데요.

특히 시리아 반군 지역은 제대로 된 피해 집계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미 병상은 포화상태,
산소호흡기까지 돌려써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인데요.

그리고 지진보다 더 무서운 문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리아를 향해 구호물자 보낼 수 있는 유일한 길목, 튀르키예와의 도로가 이번 지진으로 막힌 상황"

지진 전에도 각종 구호물자에 기대야 했던 반군 지배 지역, 즉 지원 물품의 재고가 곧 동나고 말 거라는 분석인데요.

13년째 이어진 내전, 각 종파 간의 이익을 위해, 또 각국이 서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종파와 열강의 이른바 체스판이 되고만 시리아.

평화의 길은 여전히 흐린 상황에서 고통은 평범한 사람들, 피란민의 몫.

진정한 재앙은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방이슈 박광렬이었습니다.



기획 : 박광렬(parkkr0824@ytn.co.kr)
촬영 : 안용준(dragonjun@ytn.co.kr)
편집 : 이형근(yihan3054@ytn.co.kr)
그래픽 : 김현수(kimhs4364@ytn.co.kr)
총괄 : 김재형(jhkim03@ytn.co.kr)



YTN 박광렬 (parkkr082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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