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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작년같은 막장 드라마는 끝” 한미 안보협의회(SCM) 막전막후 취재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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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맹의 위기상황을 보여줬던 지난해 SCM
올해는 한미 동맹의 복원을 보여주듯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SCM 진행
한미 양국의 배려와 세심한 준비가 좋은 결과로 이어져
[와이파일] “작년같은 막장 드라마는 끝” 한미 안보협의회(SCM) 막전막후 취재후기
한미 군사 최고위급 연례 협의체에서 드러난 분위기는 작년과 확연하게 달랐습니다.

미국의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바뀐 것이 한미 간의 군사 현안 논의 과정과 결과에서 명백하게 큰 차이를 만들어냈습니다.

좀 길지만 역사적 순간을 목격한 기록을 남긴다는 차원에서 자세히 적어보겠습니다.


1) 한미 동맹의 위기를 보여줬던 트럼프 시대의 지난해 SCM

[와이파일] “작년같은 막장 드라마는 끝” 한미 안보협의회(SCM) 막전막후 취재후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드라마틱한 인물이었습니다. 진영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만 한미동맹의 입장과 국익에서만 볼 때 참 위험한 인물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시각에서는 혈맹이라 칭해지던 한미동맹은 잘 사는 한국의 주한미군 갈취, 한미연합훈련은 돈 낭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자신과 1:1로 만날 수 있는 국가 지도자로 변해버렸습니다. 지난해 10월 열린 Security Consultative Meeting, 한미 안보협의회 혹은 한미 안보협의회의라고 부르는 SCM의 분위기는 정말 엉망이었습니다.

1-1) 마크 에스퍼 당시 미 국방장관은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을 순간 북한(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으로 착각했는지 People's로 읽다가 급히 Republic of Korea로 정정하기도 했습니다.

1-2) 지난해 SCM에선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워싱턴으로 날아온 서욱 국방장관에게 분담금을 더 내라고 대놓고 3번을 얘기했습니다. 올해 SCM의 흐름을 알아보려고 지난해 SCM 영상을 돌려봤을 때 트럼프 행정부 측의 위압적인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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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지난해 SCM이 끝나고 한미 국방장관 공동 기자회견이 갑자기 취소됐습니다. SCM에서 한미 국방장관이 공동기자회견을 취소하기는 매우 이례적입니다. 미국 측은 지난해 SCM 개최 직전인 10월 13일 저녁, 마크 에스퍼 장관이 '8월 이후로는 외국 장관들과 만나도 기자회견은 안 하고 있다'는 내부 사정을 이유로 공동기자회견을 취소하자고 우리 측에 요청했습니다. 국방부는 미국 측이 어떤 사정이 있는지 상세히 설명하며 양해를 구했고, 우리 측도 내부 검토를 거친 뒤 수용했다고 설명했지만 느낌이 찜찜한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1-4) 지난해 SCM에선 2008년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명시된 이후 유지됐던 '주한미군 병력의 현 수준 유지'라는 문구가 공동성명에서 빠졌습니다. 대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라고 지시한 상황에서 우리 측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부분이었고, 주한미군 순환 배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우리 측에선 계속 주한미군 규모 축소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1-5) 게다가 지난해 SCM에선 에스퍼 당시 미 국방장관이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 사령관에게 넘기기 위한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히면서 한국 정부의 애간장을 태우게 만들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지난해 SCM의 암울한 상황이었습니다.


2) 한미 동맹 복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올해 S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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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올해는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랐습니다. 일단 올해 SCM이 열리기 직전 백그라운드 브리핑(이름과 직책을 밝히지 않고 관계자발로 기자들에게 내용을 설명하는 브리핑)에서 지난해와 올해 SCM 실무 협상을 담당한 군 관계자는 “작년과 달리 한미 간에 우호적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 때와 달리 미국 측에서 많이 이해해주고 있다. 지난해와 유사한 문구가 들어가도 대립이 아니라 이해하고 존중하는 톤이다”, “한미 간의 부정적인 톤의 기술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달라진 분위기를 세 차례나 강조했습니다.

2-2)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제가 지난 3월 한미 2+2 외교·국방 장관 회의를 취재했을 때도 우리 국방부 측이 제시한 ‘한반도 비핵화’를 모두발언에 담으며 한국 측 입장을 흔쾌히 수용했습니다. 당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각각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를 내세우며 입장차를 보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미국 기자가 공동 기자회견 때 한미 양측의 비핵화 대상이 왜 다른지 질문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올해 SCM 질의 응답에서도 오스틴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며 한미 군사당국 간 이견이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줬습니다. 참고로 지난해 SCM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문구가 들어가 있어 올해 SCM과 확연히 차이가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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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한미연합사령부 이전과 관련해서도 “용산 기지 반환을 포함한 주한미군 기지 이전 및 부지 반환의 신속한 추진이 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식의 추상적인 문구만 늘어놓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내년까지 이전을 완료한다”는 문구가 들어갔고, “내년 초까지 상당한 규모의 용산 기지 토지를 반환하겠다는 입장”을 명시했습니다.

용산 기지는 바로 반환이 이뤄지는 건 아닙니다. 일단 반환지는 5개 구역으로 합의가 됐는데 이 중에 연합사의 통신 시설 등은 보안 울타리를 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연합사 건물이 평택 험프리스 기지로 내년 전반기에 이전이 완료되고 나면 나머지는 점차적으로 반환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국방부 청사 10층에서 주한미군 기지 소프트볼 부지를 내려다본 오스틴 장관은 서욱 국방장관에게 "빨리 용산기지를 반환해 한국 국민에게 돌려주면 좋겠다"고 언급했는데 상대에 대한 배려심으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2-4)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SCM 공동 기자회견 모두발언 말미에 “결과적으로 매우 생산적인 방안이었습니다. 이처럼 생산적이기에 한국 방문 때마다 기대감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라는 덕담을 건넸는데 그 발언이 올해 SCM의 분위기를 제일 잘 대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올해 SCM의 핵심이 된 SPG (Strategic Planning Gui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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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올해 SCM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 국방장관에게 대표로 질문을 던질 한국 측 기자였기 때문에 핵심이 될만한 질문을 뽑아내기 위해 나름 분석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지난해 SCM 공동성명에서 눈에 띄는 문구는 바로 “현재 연합사에 관련된 작전환경 변화를 고려하여 한반도 및 역내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작전계획과 동맹 절차를 최신화하려는 연합사령관의 노력에 지지를 표명하였다”였습니다. 올해 SCM에서 작전계획을 최신화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한 대목이었습니다. 국방부에 문의를 해보니 “작전 계획을 최신화하기 위한 SPG(Strategic Planning Guidance, 전략기획지침)가 의제 안에 들어가 있긴 하지만, 합의에 이를지는 미정이고, 지난해 SCM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 때문에 합의에 이르지 못했는데 협의 내용을 비공개로 할 수도 있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SPG(전략기획지침)는 작전계획의 발전(수정, 보완)을 위해 양국 국방부 차원의 정책적 지침을 한미 합참 간 협의체인 한미 군사위원회 회의(MCM, Military Committee Meeting)에 하달하는 문서를 뜻합니다. 이를 구체화해 내년 초쯤에 한미 합참의장이 SPD(Strategic Planning Directive, 전략기획지시)를 작성하게 됩니다. 이후 한미연합사령부에서 작전계획을 작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작전계획에 대해선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저는 서욱 국방장관에게 당시 국내 언론엔 보도되지 않았던 SPG 협의 내용을 물어보는 것으로 제 질문을 SCM 개최 이틀 전에 확정해 SCM 당일에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질의했습니다:

“지난 2010년에 한미가 SPG에 합의하고 2015년 사인이 이루어졌던 작전계획이 북한의 핵, 미사일 기술 발전 등 달라진 북한 상황으로 인해서 업데이트가 필요한 상황이라서 이번에 작전계획 보완을 위한 SPG 승인이 있었다고 오스틴 장관께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떤 내용이 어떤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 앞으로 담기게 될지 말씀해 주십시오. 아무래도 종전선언 추진 움직임과 모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문제가 없는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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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미 국방장관 전용기 안에서 미 국방부 측이 SPG 합의를 할 것이란 얘기를 미 국방부 출입기자들한테 누설했고, 미 국방매체 디펜스원 기자가 기사화하는 바람에 살짝 김이 샜지만, SCM 공동성명엔 내용이 ‘SPG를 승인했다’고만 돼 있어서 질의응답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단 SPG의 승인 배경과 작전계획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듯 하여 자세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SPG를 왜 승인했는지는 서욱 장관의 답변에 잘 나와 있습니다:

“한미는 2010년도 SPG가 그대로 유효화되어 있는 상태인데요. 북한의 위협 변화, 또 저희 군 자체적인 국방개혁 2.0으로 인한 변화, 또 이런 연합 지휘 구조에 대한 변화 이런 것 등등을 담고, 또 제반 전략적인 환경 등을 담을 작전계획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 하였고요. 변화된 전략 환경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작전계획 발전의 필요한 지침을 제공할 필요가 있어서 최종안에 합의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종전선언은 정치적·선언적 의미이기 때문에 이 작전계획을 위한 SPG하고 특별한 관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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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북한의 재래식 위협을 기초로 작성된 기존의 작전계획 5015엔 포함되지 않은 부분을 업데이트한다는 것입니다:

●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위협이 바뀌었습니다. 일단 북한이 한미 미사일 방어망을 회피하는 비행을 할 수 있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개발했고, 올해 하반기에는 극초음속 미사일, 북한의 구형 잠수함에서 여러 발을 쏠 수 있는 소형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북한판 토마호크 미사일인 장거리 순항미사일, 열차 발사 탄도미사일도 잇따라 선보였습니다.

● 우리 군의 능력과 여건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인구 감소로 인해 군단이 여러 개 줄어들고, 복무 기간 단축,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따른 지휘 구조 변화, 2019년 지상작전사령부 창설 등이 새로운 작전계획에 반영될 예정입니다.

지금부터는 작전계획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 사실 작전계획 내용을 일부 수정하는 작업은 매년 이뤄진다고 합니다. 작전계획 5015와 작전계획 5027 모두 전면전을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작전계획 5015가 북한의 국지 도발 대응, 북한 수뇌부 제거 작전 등의 내용으로 그동안 잘못 알려져 왔다고 합니다.


●작전계획 5027: 1974년 이후 한미 연합 작전계획으로 수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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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작전계획에 붙는 50은 태평양 지역이고, 27은 상황에 따라 세부 계획을 나누는 순번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미연합사가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기 이전에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 시 미군이 주도하는 작전계획입니다. 북한이 전면전을 걸어오면 일단 방어에 치중하고 미국에서 증원군이 오면 북진하는 내용입니다. 이 대목에서 지난 2003년 육군 27사단에서 훈련을 받을 때 전방의 부대가 육탄 방어를 해주면 ‘이기자 부대’가 북으로 치고 올라간다는 얘기를 들은 게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작전계획 5015: 작전계획 5027을 완전히 ‘대체’

2010년에 한미가 SPG에 합의하고 2015년에 한미 양측의 사인이 이뤄진 작전계획 5015는 작전계획 5027과 번호를 생성하는 룰이 바뀌었습니다. 원래 2015년이 한미가 전작권을 전환받는 해의 작전계획이니까 전작권 전환이 됐을 때를 고려해 ‘5015’로 정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서 2015년 전작권 전환 계획이 무기한 연기됨에 따라 이름의 의미가 살짝 퇴색했는데 북한이 전면전을 걸어오면 증원군 도착 전에 즉시 반격하는 게 5027과 큰 차이점입니다. 이렇다보니 작전계획 5015가 작전계획 5027을 대체했지만 작전계획 5027의 모든 내용을 삭제한 게 아니고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가 임박한 징후가 있을 때 선제 타격하는 등 공격과 방어에 필요한 부분은 작전계획 5015에 반영을 했다고 합니다.

●작전계획(X) 개념계획(O) 5029

참고로 5029도 있는데 이건 실제 실시하는 작전계획이 아니라 북한 급변 사태에 대비해 작전계획에 가까운 수준이지만 개념으로만 존재하는 ‘개념계획’이라고 합니다.

군 관계자는 새로운 작전계획이 기존의 작전계획을 완전히 대체할지, 수정·보완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에 작전계획이 새로 작성되는 시점에선 변경되는 부분도 있지만 변경되지 않는 부분도 존재한다는 겁니다. 어느 정도로 수정될지는 좀 더 논의가 돼봐야 알 수 있을 듯 하지만 완전 대체보다는 대폭 수정 보완시켜 나간다는 성격이 강하다고 합니다. 한미 양국은 1~2년 동안 새로운 무기 체계와 작전개념을 이용해 북한의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는 작전계획을 6년 만에 새로 작성하게 될 전망입니다. 이번 작전계획의 번호에도 연도가 붙을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4) 여러 차례 바뀐 오스틴 장관 맞춤형 질문

서욱 장관에게 던질 질문을 SPG로 확정한 이상, 이제 오스틴 장관에게 던질 질문을 결정해야 할 차례였는데 고민이 됐습니다. 3월 한미 2+2 국방·외교 장관 회의 때 “현 한미 원자력 협정이 한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핵 추진 잠수함 건조를 제약하고 있는데 미국 정부가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해서 우리 정부가 핵 추진 항모와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길을 열어줄 수 있느냐”를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오스틴 미 국방장관에게 동시에 물어보고 싶었는데 여러 선배들의 조언을 참고해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은 빼고 질문을 던졌다가 오스틴 장관의 “그 질문은 서욱 장관이 즐겁게 답변할 수 있도록 기회를 드리고 싶다”는 답변에 격퇴당한 쓰라린 기억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난다면 꼭 그 부분을 물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습니다만, 일단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은 기본적으로 미국 대통령이 결정을 내려야 할 사안이라 오스틴 장관에게 물어봐도 의미있는 답변을 얻어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a) 호주처럼 핵잠수함 건조 지원할 생각 없는지
b) 한일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c) 과거 팀스피리트나 키리졸브, 폴이글 같은 대규모 연합 기동 훈련을 부활시킬 것인가
정도를 생각했는데 SCM 공동 기자회견 전에 한미 기자들과 질문이 겹치지 않게 조율을 해보는 과정에서 송상호 연합뉴스 영문 기자가 a번을 질문할 예정이고 (아쉽게도 송 기자의 핵추진 잠수함 질문에 오스틴 장관은 아예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Tara Corp 미 국방매체 디펜스원 기자가 c번은 질문할 예정이라고 들어서 아래와 같이 재조정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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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한 대북정책 공조
나)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추진
다) 포괄적/호혜적 한미동맹 발전을 위한 현안
라)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 한국군 주도 미래연합사령부의 역량 검증을 위한 '완전운용능력'FOC(Full Operational Capability) 평가 및 전작권 전환 시기/가속화 방향
마) 주한미군 주둔 여건
바) 연합사 이전 시기/주한미군기지 조속한 반환
사) 한미일 3국 안보

이 가운데 미국 국방부 대변인실 마틴 메이너스 중위한테 오스틴 장관이 시원하게 답을 내놓을만한 내용을 슬쩍 타진해 보니 썩 반응이 좋지 않았습니다. 실질적인 답변을 이끌어낼 수 있을 질문을 고민한 끝에 다시 뽑아본 질문 후보는 아래와 같습니다:

A) FOC 평가 시기나 방법 등 협의 내용 관련 내년도 연합 훈련 시기, 방법 등 협의 내용
B)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협의 내용
C) 북핵 대응방안 협의 내용
D) 핵우산정책/확장억제정책에서 한국 측 관련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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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A는 ‘내년’이라고 나오지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을 듯 했고, 실병 기동 훈련이 FOC의 전제 조건이 아니란 점입니다. B는 국민 관심사에서 좀 먼 듯 했고, C와 D를 보다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게 맞겠다는 결론을 얻어 사실 사회과학 연구방법론에서는 굉장히 좋지 않은 질문의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하는 복합적 질문(double-barrelled question)을 준비했습니다: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전술 핵무기 도입, 나토식 핵공유,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이 과거 언급했던 사드 능력 강화 혹은 미사일 방어 강화에 나설 계획이 있는지?
(To counter pacing threats of China and North Korea, does the United States have a plan to bring ‘tactical nuclear weapons’ to South Korea and share them with South Korea like NATO or reinforce specific capabilities of THAAD the former USFK commander Abrams earlier mentioned or military capabilities related to ballistic missile defense in Korea?)

이에 오스틴 장관은 복합적 답변으로 응수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라는 점에 대해서 변함이 없습니다.”

=> 전술 핵무기 도입, 나토식 핵공유는 안 할 것

저희는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신중하고 실용적인 접근법을 계속 택하겠지만, 이는 물론 강한 억제력과 강한 군사 준비태세로 뒷받침될 것입니다. 이를 추진해 나가면서 계속 우리의 동맹국들, 미국과 한국, 일본 등의 그런 동맹국들과 계속 협의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사드 능력 강화 혹은 미사일 방어 강화는 한미일 협의를 통해 추진

서욱 장관은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해 실효적인 억제와 대응을 위한 한미전략억제위원회(DSC, Deterrence Strategy Committee)가 활동을 하고 있고, 주요 지휘관 훈련인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TTX, Table Top Exercise)을 통해 한미 동맹이 노력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충분히 준비돼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추가적으로 군 관계자는 북핵에 대해선 한미가 맞춤형 억제 전략으로 실행력을 제고하고 있다며 한미 간에 계속 협의하고 있고, 훈련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엿습니다.

DSC는 2015년 7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Korea-US Integrated Defense Dialogue)에서 북한의 핵미사일과 대량파괴무기 위협에 포괄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맞춤형 억제의 개념과 원칙, 로드맵을 논의하기 위해 공식 출범시킨 위원회를 뜻합니다. TTX는 한미 간 맞춤형 대북 억제 전략과 4D(북한이 도발했을 경우 한·미가 탐지·교란·파괴·방어) 작전 개념을 적용해 구체화하는 연례적 전술 토의입니다.


5) 한미 양측의 배려가 돋보였던 윈윈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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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측의 배려) 타이완 해협 문제 언급은 지난해 SCM 공동성명엔 아예 안 들어갔고, 실제로 올해 SCM에서도 전혀 언급되지 않았지만, 실무 차원의 공동성명 작성 과정에서 이 정도 문구는 들어가야 한다는 미국 측 제안을 우리가 받아들여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한국 측의 배려) SPG 승인도 한미 양측의 공감대가 먼저 형성됐고 미국 측 요청을 우리가 받아들여 이뤄지게 됐습니다.

미국 측의 배려) 한미 양측은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 한국군 주도 미래연합사령부의 역량 검증을 위한 '완전운용능력'(FOC, Full Operational Capability) 평가를 우리 측에서 원했던대로 내년에 실시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이를 SPG 승인과 맞바꿨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미국 측의 배려) 다만 FOC 평가 시기를 놓고 우리 측은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이었지만 대선과 SPG라는 변수가 있는 만큼, 기본적으로 내년에 시행한다고 합의를 했는데 오스틴 장관이 한미 SCM 공동 기자회견 때 슬쩍 모두 발언에 ‘내년 후반기’라고 시기를 확정지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오스틴 장관은 청와대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 FOC 평가 시기에 대해 내년 후반기보다 앞당겨 실시하는 방안을 라캐머라 연합사령관과 더 논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신경전을 벌이기보단 슬그머니 속내를 드러내고, 우리 측 입장을 고려해 추가 조정을 여지를 열어둔 배려가 돋보이는 대목이었습니다.

미국 측의 배려) 오스틴 장관은 대규모 한미 연합 실병 기동 훈련을 하느냐는 질문에 “개인적으로는 41년간의 군 생활 끝에 제가 알게 된 것은 우리 장병들은 훈련받은 대로 실전에서도 싸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훈련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인 것 같습니다. 모든 연합훈련에 대한 결정은 항상 한미가 연합으로 공동으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연합훈련과 관련해서 말씀드릴 사안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는데 훈련에 대한 욕심은 숨김없이 드러냈지만, 우리 측을 배려해 한미가 공동으로 결정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국 측의 배려) 서욱 장관은 미국 디펜스원 기자의 “중국의 타이완 공격 때 일본 아베 전 총리가 말한 것처럼 타이완을 지원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양국은 우선 특정국의 위협을 상정해 놓고 논의하기보다는 우리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간의 상호 협력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라며 일단 선을 긋긴 했습니다. 하지만 VOA(미국의 소리, Voice of America: 미국 해외정보국이 운영하는 국제방송) 기자가 "대한민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더 큰 역할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양국이 글로벌 파트너로서 전 세계 평화 ·안정 유지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 위한 공조 방안을 모색하기로 한 것이고, 그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는 추후에 계속하겠다"며 여지를 남겨 대중 공조를 강조하는 미국 측의 입장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보통 미국 기자들이 한국에서 열리는 한미 공동 기자회견에 참여하면 우리 측 인사는 무시한 채 미국 측 인사에게만 한국과 관련 없는 엉뚱한 질문을 던져 빈축을 사기도 하는데 VOA, 디펜스원 기자 모두 서욱 국방장관에게 심도있는 질문을 던지며 우리 측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흐뭇했던 장면이었습니다.


6) 세심한 준비

만화 <미생>에 보면 ‘잘된 발표는 발표 내용 말고 다른 건 생각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한미 국방장관이 발표에만 집중할 수 있게 국방부 대변인실 직원들의 숨은 노력을 지켜보면서 이번 발표가 잘 될 것이란 좋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조명 밝기는 물론이고, 단상에 섰을 때 양국 장관의 머리 위치에 맞는 마이크 높이 조절도 세심하게 이뤄졌습니다.

오스틴 장관이 기자회견 중 생수를 마시고 싶다고 하면서 돌발변수가 발생했는데 국방부 기자회견장의 단상은 외교부의 기자회견장 단상과 달리 평평한 게 아니라 기울어져 있어서 펜이나 종이를 놓을 수는 있어도 물병을 놓기엔 부적합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외교부에서 평평한 기자회견장 단상을 공수해야 하는지 검토도 이뤄졌는데 결국 물병을 놓을 탁자를 한미 장관 사이에 배치하는 것으로 1차 결론이 났습니다. 그런데 사진 앵글에 양국 장관 사이에 떡하니 물병이 나오는 게 이상해보인다는 지적에 따라 결국 문제의 탁자는 정면으로 봤을 때 오스틴 장관의 왼편에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SCM 공동 기자회견이 열리던 날 추위 속에 정성껏 준비한 태권도 공연이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고, 한미 SCM 확대 회담 때 서욱 장관이 선물한 넥타이를 오스틴 장관이 착용하면서 한미 국방장관이 같은 넥타이를 매고 확대 회담에 나타난 모습도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대목이었습니다.


7) 한미 SCM의 자투리 성과들

[와이파일] “작년같은 막장 드라마는 끝” 한미 안보협의회(SCM) 막전막후 취재후기

한미 연합 우주 훈련은 흥미롭게도 분위기가 최악이었던 지난해 SCM 때도 언급됐습니다. 올해 SCM에선 미 전략사령부가 매년 가을에 주관하는 우주 상황 인식 연합 훈련으로 18개국이 참여하는 ‘글로벌 센티널’ 훈련을 비롯해 한미가 우주 센터에서 하는 우주 연습에 더 많이 참여하기로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미군이 레이저 무기에 관심을 많이 뒀던 걸 반영해 SCM 공동성명에 지향성 에너지 부문 협력이 들어가 있었는데 그건 올해 SCM 공동성명에서 빠지고, 대신 지난해 SCM 공동성명엔 빠졌던 5G, 6G 부문 협력이 올해 SCM에 들어갔습니다. 아무래도 중국 견제에 레이저보단 5G, 6G 협력이 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듯 합니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 영국, 호주 3자 외교 안보 협의체인 ‘오커스(AUKUS)’에 한국을 포함시킬 것이냐는 질문에 “한국과 미국의 동맹은 매우 강력한 동맹입니다. 오늘 논의됐던 사항 중 대부분은 이 동맹을 어떻게 하면 더 강화시킬 것인가와 관련된 그런 논의들이었는데, 그 논의에 오커스 또는 서커스에 대해서는 언급된 바가 없었습니다”라고 답변했는데 ‘서커스’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설마 South Korea를 끼워넣어 'SAUKUS'라고 한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만약 그게 맞다면 쿼드 플러스처럼 한국을 염두에 둔 기존 외교 안보 협의체의 확장판이 등장하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통 우리나라를 부를 때 미국에선 Korea 혹은 ROK(Republic of Korea)라고 부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희박한 것 같습니다. 당시 오스틴 장관이 이 대목에서 웃으면서 말했다면 ‘오커스’와 발음이 비슷한 ‘서커스’를 언급한 언어유희라고 받아들였을텐데 시종일관 표정이 진지해서 무슨 의미였는지는 아직도 감이 잡히지 않는데 좀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와이파일] “작년같은 막장 드라마는 끝” 한미 안보협의회(SCM) 막전막후 취재후기

일단 제가 직접 공동 기자회견에 참가했던 지난 9월 한-호주 2+2 국방·외교 장관 회의에서 과거 국방장관도 역임한 마리스 페인 호주 외교장관은 한국과는 한-호주 2+2 국방·외교 장관 회의로 협력이 충분하며, 굳이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력체)나 오커스에 한국이 낄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쿼드나 파이브아이즈 소속 국가들이 인도 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양자 혹은 다자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쿼드나 파이브 아이즈가 굳이 확대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I don't think they necessarily need to be extended because every participant has its own bilateral and multilateral relationships around the region.)"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협력 파트너로서 호주의 역할이 중요하게 드러나는 외교안보협의체에 한국이 들어오는 게 호주 입장에선 그렇게 달갑지 않다는 의미로 읽혔는데 그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오커스나 파이브아이즈(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간 기밀정보 공유동맹), 쿼드에 들어가는 건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힘들지만, 호주도 그다지 환영하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와이파일] “작년같은 막장 드라마는 끝” 한미 안보협의회(SCM) 막전막후 취재후기

군 관계자는 올해 SCM은 분위기도 좋았고, 성과도 많았다고 총평했습니다. 지난해 SCM이 한미 동맹의 위기를 보여준 막장 드라마라서 지대한 관심을 받은 반면, 올해 SCM은 너무 한미 간에 분위기가 좋아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편입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이 원하는 건 한미 간 갈등이 불거지는 막장 드라마보다는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다큐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한미 군사 외교의 현장에서 평소 방송 분량상 다룰 수 없었던 이면의 이야기들을 자세히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역대 쓴 와이파일 기사 중 가장 길었던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댓글로 질문을 보내주시면 꼭 답변드리겠습니다.

##이승윤[risungyoon@ytn.co.kr]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
YTN 통일외교안보부 차장
국방부 출입 기자
美 시라큐스 대학 신방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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