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북한 발사체가 '극초음속 활강체 (HGV)' 초기형? HGV이란 무엇인가?

[와이파일] 북한 발사체가 '극초음속 활강체 (HGV)' 초기형? HGV이란 무엇인가?

2021.09.28. 오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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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GV는 궤적 예측이 가능한 탄도 미사일의 단점을 보강하기 위해 개발돼
러시아, 미국, 중국이 앞장서서 방공망이 요격하기 불가능한 미사일 개발 중
북한이 1월에 개발을 천명한 HGV 프로토타입(초기형)을 이번에 시험 발사했을 가능성 제기돼
[와이파일] 북한 발사체가 '극초음속 활강체 (HGV)' 초기형? HGV이란 무엇인가?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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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동쪽으로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의 정체를 놓고 여러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13일 발사한 순항미사일의 특성과 1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신형 미사일, 특히 지난 1월 북한이 개발을 공표한 극초음속 활강체, HGV (Hypersonic Glide Vehicle)일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이 나왔습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과 함께 HGV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와이파일] 북한 발사체가 '극초음속 활강체 (HGV)' 초기형? HGV이란 무엇인가?

신종우: 지금 탄도미사일의 특성과 글라이더처럼 비행하는 순항 미사일의 특성을 모두 보였다고 하니까 북한이 지난 1월 8차 당 대회 때 언급한 극초음속 활강체를 탑재한 탄도 미사일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탄도 미사일은 정점의 고도에서 내려오는 궤적이 완만하다 보니까 요격을 당하기 쉬운 특성이 있어요.

그런데 이런 극초음속 활강체를 탑재한 탄도 미사일의 경우에는 정점의 고도에서 탄두가 분리되다 보니 음속의 5배 이상의 속도인 극초음속 비행체일 뿐만 아니라 활강하듯이 움직이며 저고도로 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거의 요격이 불가능한 미사일이라고 불려지는 것이지요.

극초음속 활강체 같은 경우에 중국, 러시아가 개발 선두 국가입니다.

러시아의 경우에는 실전 배치를 앞둔 '치르콘'이라는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이 있고 '아방가르드'라는 극초음속 무기도 있습니다.

러시아, 중국, 미국이 이런 극초음속 활강체를 개발하고 배치하려는 이유는 바로 적의 방공망이 요격하기 불가능한 미사일을 만들겠다는 의도입니다.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은 배에서 수직으로 발사되는데 고도가 그리 높이 올라가지 않아요.

일정 고도에서 부스터가 분리되면서 거기서부터 극초음속으로 비행을 하면서 목표까지 날아갑니다.

단지 어느 정도 사거리를 갖느냐가 중요한 것이지요.

사거리에 따라서 순항 미사일 성격으로 대함 미사일로 만들 수도 있고, ICBM, 대륙간 탄도 미사일처럼 만들 수도 있는 것입니다.


●HGV가 순항미사일의 특성과 탄도미사일의 특성을 모두 갖췄다는 의미는?

신종우:

1) HGV가 가진 탄도 미사일의 특성: HGV가 처음 발사됐을 때는 탄도 미사일과 똑같습니다. 정점 고도로 올라가야 되니까요. 정점 고도에 올라가서 극초음속 활강체가 탄두부에서 분리가 되죠.

2) HGV가 가진 순항 미사일의 특성: 분리가 되면서 순항 미사일처럼 비행을 하는 겁니다. 속도가 상당히 빨라지죠. 극초음속이라 하면 음속의 5이상, 마하 5이상 나와야 하고, 요즘 보통 초음속 미사일들은 마하 2.5까지 나오지요. 속도가 군의 탐지 자산으로는 탐지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아마도 합동참모본부가 속도를 탐지해 내기 힘들 정도일 것입니다. HGV는 정점 고도에서 떨어지면서 고도가 확 낮아져 버리니까 레이더에서 잡지 못한 부분도 많았을 겁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당시 우리 군의 피스아이가 출동했다는데?

신종우: 산지 등 지형적 특성이 있으니까 탐지의 음영 지역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런데 북한의 발사체가 그런 지형 사이로 비행한 게 아니라면 우리 군의 피스아이가 전 궤적을 탐지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피스아이 같은 경우에는 하늘 높이에서 보니까 땅에서 탐지하는 것과의 차이가 확실합니다. 하지만 워낙 빠르게 이동하고, 레이더 반사 면적이 작은 비행체다 보니까 피스아이의 성능이 정확하게 북한의 발사체의 궤적을 끝까지 잡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피스아이가 떴다는 건 그 만큼 탐지 여건이 지상에 있는 그린파인 레이더보다는 나았을 것이란 의미로 풀이됩니다.

(참고로 피스아이는 다기능 전자식 위상배열 레이더가 장착돼 북한 지역 단거리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도 포착할 수 있는 공군의 항공 통제기입니다.)


●우리 군의 피스아이가 출동했다는 건 발사 징후를 포착했다는 의미?

신종우: 그렇습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시간대 특성을 보면, 신형 무기 체계가 맞긴 맞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위성을 피해서 야간에 준비를 하고 이어서 북한도 군사력을 선전해야 하니까 해뜰 무렵, 일출 전에 발사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실제로 이번 단거리 미사일은 오전 6시 40분에 발사) 오늘도 마찬가지로 야간에 심야에 발사 준비를 하고, 해가 뜨자마자 발사한 것 같습니다. 위성에는 뭔지 포착은 못했지만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준비 할 때는 여러 가지 신호들이 나와요. 아마 그런 신호들을 보고 사전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고 군이 예측을 하고, 피스아이를 띄운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합참이 '동해상으로 발사체 발사'에서 '동쪽으로 발사된 미사일을 포착'했다고 설명을 바꿨는데?

신종우: 사거리는 멀리 날아간 것 같진 않는데 우리 군의 피스아이나 이지스함이나 그린파인 레이더든 레이더 탐지 자산들이 놓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거리를 정확히 판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북한 발사체가 HGV라면 글라이더처럼 내려가며 기동을 합니다. 사실 탄도 미사일을 쏠 때도 일정 고도에 올라갈 때까지는 레이더에 탐지가 안 되고, 떨어지더라도 레이더 사각지대에서 밑으로 떨어지는 건 탐지가 안 됩니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발생하는 곡면 현상이 있잖아요. 곡면 현상 때문에 지평선 너머로 레이더 탐지가 안 되는 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계산을 합니다. 탐지한 제원을 갖고 여기서 저기까지 날아갔을 것이라고 시뮬레이션으로 계산을 하는데, 극초음속 활강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요. 탄도 미사일처럼 계산할 수는 없는 겁니다. 속도도 하강할 때까지 좀 변할 것이고, 고도도 상당히 불규칙적일 것입니다. 만약 북한 발사체가 HGV라서 순항 미사일처럼 날아갔으면 일반적인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는 계산이 안 되는 거죠.


●만약 북한이 HGV를 발사했다면 발사 장비는 무엇일까? 이번에도 열차?

신종우: HGV도 보통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합니다. 하지만 극초음속 활강체라고 북한이 완벽하게 실전 배치한 모델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게 풍동 시험을 거쳐서 정말 극초음속 비행을 하는지 테스트를 해봐야 합니다. 오늘이 첫 번째 시험이라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게 완벽하게 실전 배치용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단 프로토타입(초기형)이라 부르는 걸 가지고 응용하는 것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걸로 앞으로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도 만들 수 있고, 극초음속 탄도 미사일도 만들 수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이 폭격기 같은 데 탑재할 수 있게 공대지 미사일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일단 이번에 발사한 건 극초음속 활강체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이번에 포착된 게 처음이니까 북한 관영 매체가 극초음속 활강체라고 외형을 공개하면 이게 어느 정도 실전 배치용인지, 개발이 아직 초기인지 판단이 가능할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보여준 게 없으니까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북한이 HGV 관련 기술을 중국에서, 아니면 러시아에서 이전 받았을까?

신종우: 극초음속 활강체 같은 경우에는 극초음속 날개에서 공기 저항을 줄여주는 설계가 돼야 하는데 공기 저항이란 게 아무리 활강체를 유선형으로 잘 깎는다고 해도 열은 못 버팁니다. 그 열을 버티는 내열 기술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북한이 내열 기술을 어디서 확보했겠습니까? 지금까지 발사한 수많은 탄도 미사일들을 통해 내열 기술을 습득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북한이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응용해서 극초음속 미사일을 못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굳이 외국에서 가져오지 않아도 북한이 그동안 수십년간 개발해온 탄도미사일 기술을 응용해서 극초음속 활강체까지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왜 이 시점에 신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공개했을까?

신종우: 북한은 끊임없이 군사력 과시를 통해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만들어야 하는 입장입니다. 지금 북한이 비핵화 의지는 전혀 없다는 전제 하에 강대강, 힘으로써 상대를 굴복시켜야 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북한이 극초음속 활강체를 등장시켜도 이상하지 않은 게, 북한은 이미 1월에 극초음속 활강체를 만들어 내겠다고 예고를 했습니다.

물론 그때 만들겠다던 무기 체계가 그날 시작한 게 아니라 이미 기반을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앞으로 이런 것들을 만들겠다고 언급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8차 당대회 시점에서 개발하겠다고 언급한 게 아니라 이미 기본적으로 다 만들어놓고 이제 시작하겠다는 뜻이죠.

다시 말하면, 이런 극초음속 활강체나 다탄두 ICBM이나 북한이 8차 당 대회에서 언급했던 신형 무기 체계가 앞으로 나와도 이상할 게 없는 건 북한이 예고를 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이런 무기 체계를 계속 등장시키면서 계속 강대강, 힘으로 계속 자기네들이 협상에서 우위를 서겠다는 걸 보여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에서 북한 미사일이 즉각적 위협이 안 된다고 지적한 이유는?

신종우: 만약 북한 발사체가 HGV라면 지금 북한 무기 체계 개발에서 초기 개발의 순간인데 한미 정보당국은 지금 정확한 제원을 파악한 게 아닙니다. 미국 입장에선 북한이 사거리를 짧게 한 초창기 시험을 가지고 굳이 북한의 기를 살려줄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일단 평가절하하겠다는 의도로 보이고, 만약 북한이 극초음속 활강체의 사거리가 1,000km, 2,000km를 날아가게 테스트를 했다면 당연히 미국에서도 다른 반응이 나올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거리가 짧고 아직 북한의 극초음속 활강체 기술 개발이 완벽하지 않은 건 분명하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서 미국 정부가 위협적이라고 북한의 기를 살려줄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HGV 관련 기술 수준은?

신종우: 탄도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국가라면 기본적으로 HGV까지 개발할 수 있습니다. 중국, 미국, 러시아가 일단 선두에 서 있다고 봐야겠지요. 우리나라에선 HGV를 공개한 건 없습니다. 러시아는 조금 앞서가있는데 극초음속 지대함 미사일, 함대함 미사일을 실전 배치시켰고, 옛날 푸틴이 국정 연설에서 슈퍼 무기라고 부르는 게 있습니다. 아방가르드라고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급 극초음속 미사일도 있는 만큼, 러시아가 앞서 있는데 미국이 곧 추월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미 국방부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지난주 공군과 시행한 '극초음속 공기흡입 무기 체계' (HAWC) 시험을 통해 음속보다 5배 빠른 극초음속 무기 시험에 성공했다고 오늘 발표했습니다. 발표 시점이 참 공교롭습니다. 러시아는 지난 7월 '치르콘' 시험 성공을 발표한 만큼 앞으로 개발 경쟁이 격화될 전망입니다.)


●아직 속단은 금물

오늘 발사된 북한 미사일 관련 추정 내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아직 추정이다 보니 '알려졌습니다, 전해졌습니다'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걸 양해 부탁드립니다.

일단 이번에 포착된 북한 미사일의 제원, 비행거리, 속도, 고도가 기존 미사일과 달라서 좀 더 분석을 필요로 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포착된 제원을 갖고 단거리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은 바다에 떨어졌는지, 육지에 떨어졌는지 조차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3월과 9월에 있었던 미사일 발사 때는 참관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초대형 방사포는 아닌 것으로 추정되고, 극초음속 활강체 등 북한이 1월에 개발을 공표한 신형 무기 체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일단 순항미사일보다는 빠른데 극초음속 수준으로 빠른 것도 아니라 HGV의 초기형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러시아의 극초음속 순항 무기, 중국의 극초음속 활강 무기와의 유사성도 아직은 결론내리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와이파일] 북한 발사체가 '극초음속 활강체 (HGV)' 초기형? HGV이란 무엇인가?

분명한 건 우리 군의 SLBM 발사 성공에 발끈한 북한이 발사 수단의 다변화, 신형 발사체 시험을 꾀하며 한반도의 긴장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나오는지 눈여겨 봐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 국방부에서 북한 군 동향 관련해서 계속 신속하고 정확하게 소식을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PS.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축약하지 않고 최대한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전달해 드렸습니다.

##이승윤[risungyoon@ytn.co.kr]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
YTN 통일외교부 차장
국방부 출입 기자
美 Syracuse 대학 신방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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