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승이 부러운 진짜 이유….’가로’가 아닌 ‘세로’로 지배하다 [와이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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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승이 부러운 진짜 이유….’가로’가 아닌 ‘세로’로 지배하다 [와이파일]

2026.06.22. 오전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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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승이 부러운 진짜 이유….’가로’가 아닌 ‘세로’로 지배하다 [와이파일]
튀니지전에서 4-0 대승을 거둔 일본 축구대표팀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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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21일(한국 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튀니지를 4-0으로 완파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경기는 1930년 우루과이 대회에서 시작된 FIFA 월드컵의 통산 1000번째 경기였습니다. 역사적인 무대에서 일본은 단순한 승리를 넘어 기록까지 세웠습니다. 일본의 4골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역대 아시아팀 가운데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으로, 그동안 아시아 팀들이 번번이 막혔던 '한 경기 3골'의 벽을 일본이 처음으로 넘어선 순간이었습니다.

네덜란드와 2-2로 비긴 1차전에 이어 대회 첫 승을 챙긴 일본은, 승점 4로 네덜란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조 선두 경쟁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이번 대회 목표를 아예 '우승'으로 못박은 팀다운 출발이었습니다. 게다가 이 승리로 일본은 월드컵 본선 통산 8승에 올라, 그동안 한국이 홀로 지켜 온 '아시아 국가 월드컵 최다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습니다. 일본의 상승세가 한국 축구의 자존심까지 바짝 따라붙은 셈입니다

#4-0, 숫자가 말하는 완성도

전반 4분 가마다 다이치의 선제골로 일찌감치 균형을 깬 일본은, 전반 31분 우에다 아야세의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격차를 벌렸습니다. 후반에도 고삐를 늦추지 않으며 후반 24분 이토 준야가 쐐기를 박았고, 후반 38분 우에다가 헤더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우에다는 2골 1도움으로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공식 기록은 일본의 지배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일본은 슈팅 11개 가운데 5개를 유효슈팅으로 연결했고, 기대득점(xG)은 2.07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튀니지는 90분 내내 슈팅 2개, 유효슈팅 0개에 묶였고 xG는 0.05에 그쳤습니다. 일본의 4골이 측면 침투, 중거리, 빠른 연계 일대일, 크로스 헤더로 고르게 분산됐다는 점도 공격 옵션의 두께를 말해 줍니다. 2.07의 xG로 4골을 넣은 마무리의 순도까지, 빈틈을 찾기 어려운 경기였습니다.
일본-튀니지 경기 기록 <자료: Opta>

#점유율의 질…현대 축구의 트렌드를 입다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이번 경기의 진짜 메시지는 점유율 숫자 너머에 있다는 점이 보입니다. 일본은 62%의 점유율로 공을 더 오래 소유했습니다. 그러나 핵심은 점유 비율 자체가 아니라 점유의 '질'입니다. 같은 공 소유라도 일본의 점유는 공이 횡으로 돌지 않고, 공간이 열리는 순간 곧장 전방으로 찔러 들어가는 수직적 점유였습니다. 그 결과가 11개의 슈팅과 2.07의 xG입니다. 반대로 튀니지는 38%의 점유 속에서 슈팅 2개, xG 0.05에 묶였습니다. 공을 잡고도 위협으로 잇지 못한 점유와, 공을 잡는 즉시 골문을 겨냥한 점유. 그 차이가 0-4라는 스코어로 드러난 셈입니다.

첫 골 장면이 상징적입니다. 골키퍼부터 시작된 빌드업이 짧은 패스로 미드필드를 거쳐 순식간에 전방까지 도달했고,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낮게 깔린 볼이 가마다의 마무리로 연결됐습니다. 공을 안전하게 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열린 순간을 곧바로 수직으로 공략한 장면입니다. 패스맵을 보면 단 한번의 백패스나 횡패스 없이 7번의 패스로 득점을 만들어냈습니다.
일본 선취골 패스맵 <자료:Opta>

이는 현대 축구의 큰 흐름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한때 '점유율이 곧 지배'라는 공식이 통하던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의 무게추는 '얼마나 빠르고 수직적으로 전환하느냐'로 옮겨 갔습니다. 점유율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자체가 위협적인 득점 기회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관건은 공을 잡은 뒤의 속도와 방향입니다. 일본 축구는 안정적인 패스와 점유율 확보에 무게를 뒀던 과거와 달리, 공간이 열리는 순간 곧장 전방으로 침투하는 수직적인 공격을 장착했습니다. 일본의 점유율 62%가 단순한 점유 우위가 아니라 전환 속도가 실린 '생산적 점유'였던 이유입니다.

#같은 멕시코 땅에서…한국 축구가 마주한 차이

이 지점에서 우리 대표팀을 들여다봅니다. 한국은 체코를 2-1로 꺾은 뒤 공동 개최국 멕시코에 0-1로 졌습니다. 멕시코전에서는 점유율과 슈팅, 기대득점에서 모두 앞서고도 패했습니다.

한국과 일본, 두 팀 모두 60% 안팎의 점유율로 공은 충분히 소유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점유율을 2.07의 xG와 4골로 바꾸는 동안, 한국은 비슷한 점유율(멕시코전 58%)을 0.69의 xG, 0골로 흘려보냈습니다. 공을 많이 소유하고도 결과가 갈린 지점, 그 한가운데에 전환의 속도와 마무리의 순도, 그리고 전술적 유연성이 있습니다.

격차는 특히 '유연성'에서 두드러집니다. 모리야스 감독은 선수들이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싸울 수 있게 됐다며, 상황에 따라 스스로 최적의 답을 고르고 흐트러졌을 때도 무너지지 않는 유연함을 강조해 왔습니다. 반면 한국은 정반대였습니다. 공격 자원을 연이어 투입하고도 쓰리백 빌드업과 문전으로 공을 띄우는 방식 자체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전 국가대표 주장 박지성 해설위원은 수비 준비는 잘했지만 공격에서의 준비가 부족했다며, 공격 인원을 넣고도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 자체가 바뀌지 않은 점을 근본 문제로 지목했습니다. 사람은 바뀌었지만 패턴은 반복됐다는 의미입니다. 한 마디로 점유를 위협으로 바꾸는 수직성도, 막혔을 때 길을 바꾸는 유연성도 부족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AP/연합뉴스>

#우승이라는 목표를 말할 수 있는 일본

일본은 이런 흐름을 등에 업고 큰 목표를 공언했습니다. FIFA 랭킹 18위로 아시아 최고 순위인 일본은 이번 대회 목표를 ‘월드컵 우승'으로 천명했고, 모리야스 감독이 직접 우승 도전을 선언했습니다. 근거도 있습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연파했고, 지난해 브라질을 3-2로 꺾으며 A매치 6연승을 달렸으며, 올해 4월 런던 원정에서 잉글랜드마저 1-0으로 제압해 '유럽 킬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다만 데이터는 일본의 우승 가능성에 신중합니다. 옵타가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산출한 일본의 우승 확률은 0.9%로 전체 17위에 그쳤습니다. 아직 진지한 우승후보로 분류하기는 이르다는 의미이지만, 한국의 0.3%보다는 세 배 높은 수치입니다. 변수도 있습니다. 대회 직전 윙어 미토마 가오루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주장 엔도 와타루가 발 부상으로 이탈했습니다. 그럼에도 일본은 세계 무대에서 하고 싶은 축구를 마음껏 하고 있습니다.
일본 축구대표팀 응원단 <사진:AP/연합뉴스>

#마치며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언젠가부터 일본 축구가 부럽습니다. 일본은 '원하는 축구'를 특정 선수에게 기대지 않습니다. 대신 그것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쌓아 올리고 있습니다. 모리야스 감독의 말처럼 선수들은 많은 선택지 속에서 스스로 답을 고르고, 이상이 흐트러진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일본의 경기를 관심있게 지켜본 카타르월드컵부터 이번 대회까지 치른 모든 경기들이 그 증거입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윙어 미토마와 주장 엔도라는 공수의 핵심이 빠졌는데도, 일본 축구는 색깔을 잃지 않았습니다. 누가 빠져도 굴러가는 구조, 그것이 일본이 도달한 자리입니다.

스타 한 명의 컨디션에 팀의 운명이 출렁이는 축구와, 누가 들어와도 같은 그림을 그려내는 축구. 그 차이는 결국 한 선수의 기량이 아니라, 그 기량을 담아내는 시스템의 완성도에서 갈립니다. 일본의 4-0이 부러운 진짜 이유는 4골이 아니라, 그 골을 만들어 낸 '구조'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을 키우는 데서 멈출 것인가, 아니면 사람을 담아낼 시스템까지 만들어 갈 것인가. 일본이 던진 질문은, 어쩌면 한국 축구를 향한 것일지 모릅니다.

*데이터 출처:Opta


YTN digital 김재형 (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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