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이거실화냐] “악마로 보였어요” 20대 입주민 갑질에 경비 노동자 8명 관뒀다

[제보이거실화냐] “악마로 보였어요” 20대 입주민 갑질에 경비 노동자 8명 관뒀다

2021.06.24. 오후 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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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입주민 경비원 갑질'이 이번에는 서울시 마포구 한 아파트에서 일어났습니다.

“멍멍멍멍 짖어 XX, 말 버버거리지말고...”
“아파트 니 있어? 니 돈 있어 XX, XXX야?”
“대가리 처박고 열중쉬엇 하고......내가 입주민이다 개XX야”

26살 이 모 씨가 60대 경비노동자에게 쏟아낸 폭언 중 일부입니다.

아파트 거주민이자 상가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이 씨는 “10분마다 가게 앞을 순찰하며 흡연 단속하라”, “새똥을 치워달라”, “카페 에어컨을 고쳐달라”는 등 경비 노동자들에게 수시로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이 씨 요구에 경비 노동자들이 조금이라도 난색을 표하면 어김없이 이 씨의 막말이 날아들었습니다.

반복되는 괴롭힘에 경비 노동자 A씨가 이 씨를 ‘업무 방해’로 경찰에 신고했고, 이 씨는 관리소로 찾아와 또 한 번 난동을 부렸습니다.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과 협박으로도 모자라, A씨 얼굴에 침까지 뱉은 이 씨는 깔깔거리며 비웃음까지 날렸습니다.

결국 A씨는 직장을 그만뒀습니다. 지난 3년 간, 이 씨 ‘갑질’에 속수무책 시달리다가 일을 그만둔 경비 노동자는 A씨를 비롯해 모두 8명.

하지만, 보복 위협 때문인지 피해자들은 대부분 인터뷰를 꺼렸습니다. 전화 통화에 겨우 응해준 한 피해자는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욕설이 날아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자기를 절대 못 보게 하는데, 어쩌다가 다른 입주민들과 인사하다가 눈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왜 쳐다 봐? 쳐다보지 말라면 쳐다보지 마, 눈구멍을 파버린다’ 이런 식으로 막말을 하고 시비를 걸었어요.”
-경비노동자 OOO씨

이 씨 만행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해당 아파트를 찾았지만, 남아있는 경비 노동자들은 모두 말을 아끼는 눈치였습니다. 입주민들 역시 이 씨가 두렵다며 쉽사리 입을 떼지 못 했습니다.

“다 알죠, 여기 사람들은. 왜 저러나 싶기도 한데, 이 씨가 너무 막무가내니까 (상가) 사람들도 뭐라고 말을 못 해주는 처지라서...(말을) 못 해요. 보복할 수도 있고.”
-입주민 OOO 씨

취재진은 가해자 이 씨에게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아파트 상가 1층에서 마주친 이 씨는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황급히 자신의 커피숍으로 발걸음을 옮기더니, ‘변호사한테 연락해보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이 씨의 변호사는 “사건을 수임한지 이틀째라 자세한 이야기는 해줄 수 없다”고 답했고, 나흘 뒤 재차 연락을 취했지만 “여전히 언론에 입장 표명할 건 딱히 없고,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는 답변뿐이었습니다.

결국,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없었습니다.

현재 보복협박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씨는 반성은커녕, 남아있는 경비 노동자들에게 ‘갑질을 한 적 없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받아내고 있습니다. 또, 피해자와 입주민 등을 상대로 민사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입니다.

권호현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경비 노동자들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 행위를 실질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법규가 미비한 데다, 단기 근로 계약 등 구조적인 문제도 얽혀 있어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이라면서도 "이번 사건의 경우는 가해자가 업무 방해와 보복 폭행, 보복 협박을 했기 때문에 상당한 처벌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일 관두고, 한 일주일 동안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안 오고 그렇더라고요. 맨날 집에만 처박혀있었어요. 살면서 처음으로 그런 욕을 듣다 보니까 그냥 쇼크가 오더라니까요. 제 아들이 마흔이 넘었는데, 아들보다도 한참 아랫사람한테 그런 소릴 들으니 충격이 큽니다.”
-전 경비 노동자 OOO씨

YTN 강승민 (happyjournalist@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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