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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새 주인 맞는 이스타항공·이베이코리아…'승자의 저주'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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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새 주인 맞는 이스타항공·이베이코리아…'승자의 저주' 우려도

2021년 06월 19일 07시 00분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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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새 주인에 종합 부동산업체 '성정' 사실상 확정
기업 규모 작고 항공업 경험 없어 '승자의 저주' 우려
"오랜 기간 준비해 단기적 문제 없을 것…경영 능력이 중요"
이스타항공은 사업가이자 정치인인 이상직 의원이(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지만, 각종 의혹이 불거진 뒤에는 탈당해 현재 무소속입니다.) 지난 2007년 설립한 저비용 항공사입니다. '동방의 별'이라는 뜻으로 회사 이름을 지었다고 하죠.

설립 초창기에는 상당히 주목받던 회사였습니다. 2009년부터 운항을 시작했는데요, 서울에서 제주로 가는 항공권을 2만 원이 채 되지 않는 금액으로 파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주목을 받았죠. 연간 여객 수는 매년 증가하며 저비용 항공사 가운데 입지를 굳혀가고 있었습니다.

2013년에는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했고, 주식시장에 상장도 노리고 있었습니다.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면서 퇴출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2017년 이후론 취약한 재무구조도 조금씩이나마 개선해 나갔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습니다. 2019년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수출통제 조치가 국민감정을 자극하면서, 대대적인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이 시작됐거든요. 일본 여행에 나서는 여객 수요가 줄면서 이스타항공은 큰 상처를 입게 됐습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죠.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졌습니다. 결국, 직원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지도 못했고, 사실상 모든 노선의 운항을 중단하게 됐습니다. 제주항공으로의 매각을 추진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여파에 창업주 이상직 의원의 각종 비리 의혹까지 불거져 나오면서 없던 일이 됐습니다.

이처럼 장래가 어두웠던 이스타항공에 새로운 빛이 찾아들었습니다. 우선 매수권을 부여한 뒤 공개 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 매각에서 부동산 업체인 '성정'이 우선 매수권자로 선정됐고, 공개 입찰에선 쌍방울그룹도 도전장을 내민 것이죠. 결국, 인수전의 승자는 사실상 성정으로 정리됐습니다.

[와이파일] 새 주인 맞는 이스타항공·이베이코리아…'승자의 저주' 우려도

하지만 나빠질 대로 나빠진 이스타항공의 재무 구조를 들어 인수 기업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 승자의 저주라는 것이 대체 뭘까요?

◆ 미국에서 시작한 저비용 항공사…국내 영업 '만만치 않네'

승자의 저주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에 저비용 항공사가 무엇인지를 간단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이스타항공이 위기에 빠진 건 저비용 항공사의 특징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니까요.(이상직 의원이라는 '오너 리스크' 문제는 대단히 심각한 사안이지만, 여기에선 논외로 하겠습니다.)

저비용 항공사는 말 그대로 비용을 줄여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항공권을 파는 회사를 말합니다. 특히 미국같이 영토가 넓어 항공 수요가 많은 나라에서 활성화돼 있죠. 일반적으로 1967년 설립한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을 첫 저비용 항공사로 봅니다. 이 회사는 전 세계 저비용 항공사의 경영 전략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는데요, 이는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들을 저가 항공사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원문이 'Low-Cost Carrier'인 만큼, 저비용 항공사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이들은 기종의 최소화와 단거리 노선 집중, 기내 서비스 최소화 등을 통해 비용을 줄입니다. 국내에선 지금은 티웨이항공이 된 한성항공이 첫 저비용 항공사였는데요, 국내 저비용 항공사는 단일 항로로는 세계적으로도 손꼽을 정도로 이용객이 많은 서울-제주 노선과 거리가 가까운 일본 노선 등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여 왔습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합니다. 국토가 크지 않아 국내에선 굳이 항공편을 이용하지 않아도 이동이 비교적 수월하다 보니, 서울-제주처럼 같은 노선 내에서의 경쟁이 심해지는 것이죠. 거기에 저비용 항공사를 위한 기반 시설(예를 들면 전용 터미널 같은)도 부족한 편입니다. 기반이 부족하고 경쟁이 심하니 사업하기가 쉽지 않겠죠. 우리나라 저비용 항공사의 영업이익률(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뒤 100을 곱한 값)은 외국 기업보다 크게 낮은 편입니다.

몇 개 안 되는 노선에 집중하는 건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옵니다. 일본 상품 불매나 코로나19 같은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된다는 거죠. 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여객 대신 화물에 집중하면서 피해 최소화에 나섰지만, 저비용 항공사는 이게 어려웠던 셈입니다. 운항을 사실상 중단한 이스타항공 말고 다른 저비용 항공사의 실적도 크게 악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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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만 석유 시추권에서 시작된 '승자의 저주'

이스타항공 인수전에서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는 말이 등장하는 배경도 이러한 저비용 항공사의 특징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경영 악화가 이어지다 보니 기업을 사들였을 때 인수자가 부담해야 할 부분이 커진 것이죠.

승자의 저주라는 말 자체는 멕시코만 사례를 연구한 정유사 기술자들이 1970년대에 쓴 논문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널리 알려지게 된 건 201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탈러(Richard H.Thaler)가 1990년대에 쓴 '승자의 저주'라는 책을 통해서였습니다.

위에 언급한 멕시코만 사례는 무엇일까요? 1950년대에 있었던 멕시코만의 석유 시추권 공개입찰을 말합니다. 당시 멕시코만에는 많은 석유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매장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기술은 부족했습니다. 미국 석유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입찰에 참여하면서 입찰 가격이 치솟았죠. 결국, 한 업체가 2천만 달러에 시추권을 얻었는데요, 측량 결과 매장량은 천만 달러어치에 불과했습니다. 이처럼 경쟁에선 이겼지만,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을 승자의 저주라고 부릅니다. 전쟁에선 이겼지만, 막대한 손해만 남은 '피로스의 승리'도 비슷한 맥락으로 쓰는 말입니다.

◆ 국내 대표적 승자의 저주 사례, 금호아시아나그룹

이런 사례는 사회나 정치 분야 등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습니다. 4·7 재보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하자, 지난해 총선에서의 압승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뜻으로 승자의 저주가 언급되기도 했죠. 여기에서는 경제 분야만 다룰 건데요, 국내에서도 상당히 많은 사례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지금은 사실상 해체된 금호아시아나그룹이죠.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성기는 200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2002년 박삼구 전 회장이 취임한 뒤 기업 규모를 빠르게 키워냈거든요. 건설업계의 강자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대우건설을 2006년에 인수했고요, 기세를 몰아 2008년에는 대한통운까지 사들였죠. 자산 기준 재계 순위는 단숨에 7위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영광은 겉보기에 불과했습니다. 대우건설을 무려 6조 4,000억 원에, 대한통운을 4조 1,000억 원에 사들인 게 화근이었습니다. 당시 대우건설의 적정 인수 가격은 3조 원가량으로 추산됐는데, 이를 훨씬 뛰어넘는 돈을 쓴 겁니다. 인수금액 가운데 상당 부분은 빌린 돈이었고요.

결국, 배탈이 났습니다. 2008년에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발생하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결국 2009년 6월에 대우건설을 다시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몰락이 시작된 거죠.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룹명에도 적힌 아시아나항공에서까지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지경이 됐습니다. 반면 대우건설 인수를 두고 마찰을 빚다 독립한 박삼구 전 회장의 동생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그룹은 건실한 성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 성정-이스타항공 결합에도 승자의 저주 우려

경제계에서 승자의 저주 예시는 너무나 많은데요, 공통점을 보면 대략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됩니다. 하나는 인수 과정 자체에서 너무 많은 돈을 쓴 경우이고요, 또 하나는 인수 대상이 되는 기업의 부실이 심해서 인수 뒤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경우죠.

이스타항공의 경우는 어디에 해당할까요? 두 경우 모두에 해당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스타항공의 유력 인수 후보는 앞서 언급한 성정인데요, 성정의 지난해 말 기준 유동자산(짧은 기간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은 46억 원에 불과합니다. 관계사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백제컨트리클럽의 총자산은 963억 원이죠. 형남순 회장 일가의 개인 자산이 투입된다곤 하지만, 인수 금액이 기업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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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인수 금액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성정이 오래전부터 항공업에 관심을 가져왔고, 이미 인수 뒤 임원진 구성에 대한 계획까지 짜놓은 상태"라며 "인수를 위해 차입금을 사용하지도 않아 단기간에 승자의 저주를 경험할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습니다.

오히려 인수가 끝난 뒤의 과제가 대단히 많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승자의 저주 가운데 두 번째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우선 재무 상황이 너무 나쁩니다.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확인되는 이스타항공의 부채는 지난해 1분기 말 기준으로 2,200억 원이 조금 안 됩니다. 반면 자본은 마이너스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죠. 운항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재무 구조는 더욱 악화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인수 비용보다 훨씬 많은 돈을 써야 기업이 정상화될 것으로 봐야 한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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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체불 임금과 퇴직금은 물론이고, 운항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항공기를 빌리는 돈, 항공운항증명 취득, 조종사 교육 등 막대한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불명확한 데다, 새로운 저비용 항공사인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도 시장에 뛰어들어 국내선 항공편은 그야말로 포화상태죠. 허희영 교수는 "단기적인 승자의 저주 가능성과 별개로 이스타항공이 재도약하는 건 결국 성정의 경영 능력과 추가적인 자금 조달 능력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 "승자의 저주 피하려면 결국 경영 능력 보여야"

공교롭게도 또 다른 인수합병 사례도 나왔죠. 바로 이베이코리아입니다. 새 주인으로 신세계그룹의 이마트와 네이버가 유력하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지분 80%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4조 원이 넘는 금액을 써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수에 성공한다면 신세계그룹은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의 부진을 단숨에 만회하게 되겠죠.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쿠팡을 제치고 네이버에 이은 전자상거래 2위 업체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도 승자의 저주라는 단어가 등장했죠. 4조 원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죠. 여기에 이베이코리아가 가진 G마켓이나 옥션, G9을 사용하는 이용자와 SSG닷컴을 쓰는 계층이 상당 부분 중복됩니다. 최근 들어 G마켓이나 옥션의 성장세가 주춤하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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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부담을 줄이긴 했지만, 신세계가 이번 인수를 위해 대략 1조 원가량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결국 최종 인수 가격이 얼마인지와 이베이 운영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 중요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입니다만, 이미 인수를 확정했다면 승자의 저주를 피하는 길은 사실 경영 능력밖에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 무리한 인수도 인수였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경영자의 판단이 회사를 나락으로 밀어 넣은 부분이 크거든요. 부디 이번에는 인수자가 뛰어난 경영 능력을 보여줘, 견실한 저비용 항공사, 전자상거래의 강자로 거듭나길 바라보겠습니다.

조태현[chot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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