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1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정책 재검토할 때"

[와이파일] 1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정책 재검토할 때"

2021.04.17.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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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궐 참패' 더불어민주당 앞에 놓인 정책 과제
"부동산 등 경제 정책 전반에 문제점 산적"
"이념 아닌 실용…시장 기능도 인정해야"
[와이파일] 1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정책 재검토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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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선출한 4·7 재보궐 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조금 더 지났습니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참패였죠. 서울에선 거의 20%포인트 가까운 득표율 차이로, 부산에선 거의 '더블스코어'로 각각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했습니다.

그리고 10일 동안 정치권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국민의힘을 이끌었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을 떠났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총사퇴라는 칼날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혼란에 빠진 당을 추스르며 차기 전당대회를 이끌 신임 원내대표로는 '친문' 4선 윤호중 의원이 선출됐습니다.

불과 1년 전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집권여당이 압승을 거뒀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 같은 일입니다. 왜 이렇게 민심이 차갑게 식어버린 걸까요?


◆ 민심에 결정타, 실패한 부동산 정책

민심이 변한 이유, 많은 원인이 있을 겁니다. 애초에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성 추문으로 치러진 선거라는 점, 여당의 이른바 '내로남불' 적인 태도 등을 포함해서요. LH 직원의 투기로 촉발된 부동산 민심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겠죠. 그 결과가 서울 425개 동 가운데 여당이 단 5곳에서만 승리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뜻이죠.

저는 많은 이유 가운데에서도 정책적인 문제가 가장 눈에 띕니다. 정치란 세상의 질서를 만드는 일이죠. 여기에는 가치를 배분하는 과제도 포함됩니다. 결국, 정책적인 실패가 민심의 이반으로 이어졌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부동산일 겁니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를 보인다고는 하지만, 이미 집값은 오를 대로 오른 상태죠. 정부의 공급 대책이 효과를 본 측면도 있겠지만, 자산 가격 급등 뒤에 찾아오는 조정 내지는 소강 국면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부동산 정책은 왜 이렇게 크게 실패했을까요? 지난번 기사에서 규제 위주로,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한 것이 패착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와이파일] '25번' 찍은 부동산 대책…전세난은 언제까지? https://www.ytn.co.kr/_ln/0134_202102270900018102) 공급으로 정책 기조를 일부 전환하자, 시장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이를 반증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부작용만 눈에 띈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정책만큼 큰 비판을 받은 정책은 또 있습니다. 이제는 추억이 돼버린 소득주도성장이지요.

대체 소득주도성장이란 무엇일까요? 아직 명맥을 유지하는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의 설명을 살펴볼까요? 소득주도성장이란 가계소득 증대와 가계지출 경감, 안전망과 복지 강화를 기반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동시에 소득분배를 개선하는 경제성장이라고 하네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가계 소득을 늘리고, 문재인 캐어 등의 수단으로 가계 지출은 줄이되, 고용 안전망과 복지를 강화하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가운데 역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최저임금 인상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뒤 2018년 최저임금을 무려 16.4%나 올렸습니다. 역대 최대 인상 폭이었죠. 이듬해에도 최저임금을 다시 두 자릿수인 10.9% 인상했습니다.

정책 대부분은 선의를 갖고 추진됩니다만,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부작용은 반드시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이것이 급진적인 정책이라면 부작용의 폭도 훨씬 커질 수밖에 없죠. 최저임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18년 초부터 취업자 수가 급감하기 시작했거든요. 2018년 8월에는 취업자 수가 3천 명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고용 참사'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고용 상황이 나빠지니 경제에도 직격탄이 불가피하겠죠. 일자리는 모든 경제 선순환의 시작점이니까요. 아래 그래프는 최근 8개 분기 경제성장률을 나타낸 건데요, 성장률을 구성하는 항목 가운데 정부 소비 증감률은 대체로 성장률보다 높은 반면, 민간 소비는 부진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민간 부문의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기대했던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커지다 보니 최저임금을 더는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2019년에는 2020년 최저임금을 2.9%밖에 인상하지 못했고,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진 지난해에는 올해 최저임금을 1.5% 올리는 데 그쳤습니다. 역대 최저 인상률입니다.

코로나19라는 변수가 크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문재인 정부의 평균 최저임금 상승률은 박근혜 정부 당시 7.4%보다 소폭 높은 7.9%에 그치고 있습니다. 내년 최저임금까지 고려한다면 이 수치는 아마 더 낮아지게 되겠죠.



◆ "소득주도성장, 성장론 자체가 아니다"

여기까지 보시면 의문이 하나 생길 겁니다. 바로 과연 소득주도성장은 성장론인가, 아니면 분배론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이지요. 사실 이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책이 등장했을 때부터 논란거리였던 부분입니다. 당시에도 학자나 연구자 대부분은 성장론이라고 볼 수 없는 '부두 경제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었죠.

결과적으로 소득주도성장은 실패한 정책 실험이 됐습니다. 실험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소득주도성장이 국가적 정책으로 채택된 사실상의 세계 첫 사례가 문재인 정부이기 때문이죠. 실패라는 점은 정부의 공식 문서에서도 확인됩니다. 아래 그림에서 왼쪽은 2018년 경제정책방향이고 오른쪽은 2021년 경제정책방향인데요, 소득주도성장이 큰 비중을 차지했던 2018년과 달리, 2021년에는 이 단어가 아예 사라졌습니다. 대신 한국판 뉴딜이 그 자리를 차지했죠.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박성준 강사와 함께 쓴 '소득주도성장 정책 쟁점과 분석 및 평가: 임금주도성장 논의 중심으로'라는 논문에서 "소득주도성장의 유효성은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나 확인하기 어렵다"며 "다만 복지와 재분배 논의로서의 의미는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소득주도성장론은 이름과 달리 성장론이 아닌 분배론이란 뜻이죠.(또 다른 문제는 그렇다고 분배가 개선되지도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어 "내수 소비를 확대하는 정책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에선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역시 고용과 관련한 다양한 지표에 충격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진단했습니다. 경제정책에서 소득주도성장은 사라졌지만, 그 여파는 아직 남아있다는 것이죠.


이와 함께 박근혜 정부의 '창조 경제'와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실체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온 '혁신 성장'도 정부의 정책 기조에서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됐죠.

◆ "관치를 넘어선 '정치금융'"

하나만 더 짚어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다른 정책보단 다소 협소한 문제인데요,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도 성과보단 부작용이 더 많았습니다. 관치 금융이 아니라 정치 금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문재인 대통령은 출범 초기였던 지난 2017년 7월 여야 대표와 오찬 자리에서 낙하산이나 보은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죠. 하지만 적어도 금융계만 봤을 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주요 금융기관장을 이른바 '관피아' 출신이 싹쓸이했거든요. 해당 기관들이 어떤 정책적인 판단을 했을지는 쉽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금융 정책을 정할 때도 정치적인 판단이 지나치게 개입됐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식 시장의 공매도 금지와 재개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주가 폭락이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해 3월 공매도 거래를 한시적으로 중단했습니다. 이후 한 차례 금지 조치를 연장했죠.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집권 여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이 금융 당국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결국 한 차례 더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했습니다.

5월 3일부터 공매도가 재개되는데, 전면 재개는 아닙니다. 대형주를 중심으로 다시 시작하기로 했거든요. 공매도가 좋은 제도인지, 나쁜 제도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텐데요(공매도에 대해선 이전 기사를 참고해주십시오. [와이파일] 공매도 재개하면 주가가 내려갈까요? https://www.ytn.co.kr/_ln/0134_202101141400017040) 이와 별개로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정책적인 판단이 아니라, 지나치게 정치적인 판단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이렇게 결정한 금융 정책이 한 두건에 그치는 것도 아니고요.


◆ 이념 앞세우다 '망국'의 길 들어선 조선

정책에 대해 짚어볼 부분은 더 많지만 여기서 줄이겠습니다.(국가 재정, 물가, 투자 부진, 분배, 조세 등등. 사실 총체적인 난국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전반적인 정책의 문제점을 살펴볼게요.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공통점은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실용보다는 대의, 그러니까 이념이 앞섰다는 점이 하나고요, 또 다른 하나는 시장의 역할을 지나치게 무시했다는 점입니다.

시선을 과거로 돌려서 아주 유명한 지도를 두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지도 가운데 왼쪽은 조선 초, 그러니까 태종 2년에 제작된 세계 지도입니다. 이름은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고요, 이 지도에는 놀라운 점이 있습니다. 중화사상의 영향으로 중국이 엄청나게 크게 그려져 있긴 하지만, 유럽은 물론이고 아프리카까지 표기돼 있습니다. 킬리만자로 산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오렌지 강까지 나오니까요.

오른쪽에 있는 지도는 조선 후기에 등장하는 '천하도'라는 지도입니다. 이상하죠? 세상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고, 듣지도 보지도 못한 희한한 나라 이름이 나열돼 있습니다.(중국의 고대 지리서 '산해경'에 등장하는 가상 국가들입니다.) 물론 당대의 사람들도 이 지도가 현실과 다른 관념적인 지도라는 점은 알았을 겁니다. 하지만 아프리카까지 표기된 지도를 보던 조선 초기의 모습과 다르게, 조선 후기에는 실제적인 현상보다 관념에 치우쳤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명청 교체기 이후 조선이 보여준 '조선중화주의' 등 이념적인 모습을 고려한다면, 조선 성리학이 퇴행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할 수 있죠. 그리고 결국 조선은 망국의 길을 걷게 됩니다. 실용보다 이념과 대의에 집중하는 것이 왜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시장과 정부의 절묘한 균형 잡아야"

다시 현재로 돌아와 보죠. 시장의 역할을 무시한 점도 문제로 꼽힙니다. 시장은 물론 만능이 아닙니다. 지나친 시장 만능주의는 엄청난 부작용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우린 이미 경험도 했고 목격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도 만능은 물론 아닙니다. 오히려 80년대 이후론 순발력과 효율성 측면 모두에서 민간에 뒤처지고 있습니다. 시장의 자율과 개입의 절묘한 균형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이른바 'J 노믹스'의 설계자로 통하는 김광두 서강대학교 석좌교수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상이 달라졌는데 정부가 여전히 과거 운동권의 눈으로 공정을 말하고 있다"며 "부동산에 눈을 돌리지 않고 열심히 일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지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타났다"고 지적했습니다.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했지만, 대선까진 아직 시간이 남았습니다. 마침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정책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죠. 순탄하지는 않아 보입니다만, 남은 기간 지금까지의 경제 정책 기조를 철저하게 되짚어보고, 완전히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재집권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서요.

조태현[chot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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