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탁구계의 수퍼맨' "6월에 만나요, 꼭이요~"

[와이파일] '탁구계의 수퍼맨' "6월에 만나요, 꼭이요~"

2020.03.02. 오후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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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탁구계의 수퍼맨' "6월에 만나요, 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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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는 스포츠계에도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프로농구 축구 배구가 거의 중단됐고, 야구 등도 대세를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추어 스포츠도 예외는 아니어서,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릴 예정이었던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도 석 달 연기돼 6월 개최가 결정됐습니다. 우리나라 탁구팬들이 직관을 고대했던 탁구계의 수퍼맨, 그리고 '마녀'(본인에게는 미안하지만, 플레이 스타일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도 초여름에나 만나게 됐습니다.

'복식의 신'을 넘어 단식 1위..화려한 쇼맨

쉬신, 한자로는 許昕인데 영어표기가 XUXIN이어서 세계탁구연맹 ITTF 등에서는 이 선수의 플레이스타일을 빗대 'XUPERMAN'(XUPER와 SUPER는 발음 흡사)라고 하거나, 마치 구름 속을 걷는 듯한 풋웍을 가리켜 'CLOWD WALKER'라고 부릅니다. 왼손 특유의 회전 많은 부챗살 포핸드 드라이브와 이른바 '스네이크 샷', 빠른 발을 이용한 엄청난 코트 커버, 그리고 로빙 수비까지 해내기 때문인데, 90년대 유남규 현 삼성생명 감독의 최전성기에나 가능한 수준의 경기를 거의 매게임 해내는 상황이라 어떻게 보면 '화려한 쇼맨'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탁구계의 엔터테이너...이것이 탁구다!

2월 현재 단식 세계랭킹 1위, 같은 중국의 마룽, 판전둥과 더불어 '빅3'라고 할 만한데 사실 쉬신은 복식에서는 세계선수권 포함 우승 모든 업적을 이뤘지만 단식은 '최강' 마룽에 뒤지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재 세계랭킹이 말해주듯 30이 넘은 적지 않은 나이에 백핸드 카운터드라이브 보강 등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중국 선수 중 2명만 뛸 수 있는 올림픽 단식 출전도 바라보는 상황입니다. 6월로 연기된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도쿄올림픽 전초전이기도 하지만 쉬신의 진가를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이니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특시 쉬신은 한국에서는 유난히 성적이 좋아서 지난해를 포함해 코리아오픈에서만 3번 우승할 정도로 우리 팬들과 인연이 깊습니다. 최근 우여곡절 끝에 여자탁구대표팀을 맡은 왕년의 스타 추교성 감독(아시안게임 복식금메달, 역시 왼손잡이 펜홀더입니다)은 "우리 선수 중에서는 백핸드 공격과 수비, 그리고 포핸드 공격이 좋은 안재현 정도가 쉬신의 무시무시한 스핀을 견뎌낼 만하다"라고 평가했는데, 과연 그런 매치업이 성사될 지도 관심입니다.

'제2의 탁구마녀 덩야핑' 이토 미마

이제 갓 스무살을 넘긴 숙녀에게는 좀 그렇습니다만, 이토 미마(일본, 세계3위)의 플레이를 보고 있자면 90년대 여자탁구를 평정했던 '중국의 마녀' 덩야핑이 떠오릅니다. 150cm라는 작은 키, 까다로운 핌플러버의 변칙 백핸드, 그리고 일격필살의 포핸드 스매시까지 닮은 점이 너무 많습니다. 이토 본인도 2018년 인천 투어파이널스에서 기자와 만났을 때 덩야핑에 비교되는 걸 영광이라고 하더군요. 추교성 감독은 이렇게 분석하더군요. "이토를 이기려면 일단 까다로운 백핸드 랠리를 견뎌내야 하고, 상대적으로 범실이 많은 이토의 포핸드 쪽으로 랠리를 이어가 좌우로 흔든 뒤, 강력한 한방으로 끝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말이 쉽지, 아마추어 동호인들도 핌플이라면 사파(邪派)라며 치를 떠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까?

'중국 킬러' 이토 미마..."금메달 따고 은퇴할래요"

실제로 만나본 이토는 한류를 좋아해 한국말도 곧잘 하는, 여드름 자국도 조금 보이는 소녀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경기에서는 무서운 몰입감과 승부욕, 정신력을 발휘하죠. 15살에 리우올림픽 동메달을 따는 등 각종 최연소 기록을 경신해온 이토. 특히 2018년 스웨덴 오픈에서 중국의 세계 톱10 선수 3명을 잇달아 제압하던 장면은 마치 무협지에나 나오는 도장깨기를 연상시켰습니다. 변화무쌍한 'shovel serve'는 중국선수들도 손쉽게 무장해제 시키더군요. 이토의 목표가 홈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은퇴하는 것이라는데, 실제 그렇게 된다면 이번 부산세계선수권대회가 이토를 직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되지 않겠습니까. 코로나 사태가 빨리 종식돼 부산에서 '탁구계 수퍼맨', 그리고 '마녀'의 경기를 볼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서봉국[bksu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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