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신종 코로나는 메두사급 전파? 속설 검증

[와이파일] 신종 코로나는 메두사급 전파? 속설 검증

2020.02.01.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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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신종 코로나는 메두사급 전파? 속설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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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을 바라봐. 넌 행복해지고~♪ 내 눈을 바라봐. 넌 건강해지고~♪'

10년 전 유행했던 허경영 씨 노래입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내 눈을 바라보다 병이 옮진 않을지, 네 눈을 바라보다 전염되진 않을지 불안해합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죠. 바라만 봐도 옮는다는 속설이 무분별하게 퍼지면서 물안경 끼고 입국하는 사람까지 생겨났습니다. 바이러스가 무슨 메두사냐.. 바라만 봐도 병이 생기게.. 신종 코로나가 블루투스, 와이파이냐 비아냥도 있습니다. 의혹과 사실이 뒤엉킨 현실, 사실은 무엇인지 따져봤습니다.



■ 바라만 봐도 감염?

[와이파일] 신종 코로나는 메두사급 전파? 속설 검증

거짓에 가깝습니다. 거짓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말 그대로 '신종'이기 때문입니다. 연구 결과가 적습니다. 좀 더 많은 임상 결과가 쌓여야 명확히 결론 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근거가 없습니다.

이 주장이 퍼진 건 한 중국 의사 영향입니다. 베이징대학교 호흡기과 과장인 왕광파 씨인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를 치료하다 자신도 감염됐습니다. 그는 1월 22일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내가 감염된 경로는 두 가지 가능성이 높습니다. 첫 번째는 우한의 한 병원에서 진료 도중 밀접한 접촉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접촉 대상자)은 완전히 무장하고 스플래시 스크린을 착용하고 있으며 감염 가능성은 극히 적습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베이징으로 돌아오기 이틀 전 여러 병원에 갔습니다. 그 병원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매우 경계하고 있었고 들어가기 위해 N95 마스크를 썼습니다. 나는 갑자기 보호 안경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베이징에서 돌아온 뒤 가장 먼저 발생한 증상은 왼쪽 눈꺼풀의 경미한 결막염이었습니다. 2~3시간 뒤 결막염과 발열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제가 병례를 본 바로는 결막염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를 근거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았다고 보고 단순 유행성 감기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감기 치료에 효과가 없었고 발열이 지속되어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했더니 양성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저의 결막염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것이며 국부성 결막염이 먼저 나타날 수도 있음을 말해줍니다. 그러므로 바이러스가 먼저 결막을 통해 침투하고 전신으로 퍼진 것으로 의심합니다. 이런 추측이 성립한다면 보호안경을 착용하지 않은 데 맹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보호 안경을 안 쓰고 신종 코로나 환자 진료를 봤는데 며칠 뒤 감염됐다는 추측입니다. 구체적으로 바이러스가 어떻게 눈으로 들어갔는지, 경로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의심 경로는 3개로 추려집니다. 첫째는 환자의 침방울이 의사의 눈에 닿았을 경우입니다. 그러면 눈 안쪽 점막을 통해 바이러스가 침투합니다. 둘째는 환자의 침방울이 의사의 손에 닿았는데, 그 손으로 자기 눈을 비빈 경우입니다. 손이 균을 옮긴 매개체가 되면서 눈을 통해 전염되는 거죠. 셋째는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떠다니다 의사의 눈으로 침투한 경우입니다.

전문가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첫째와 둘째 경우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셋째인 공기 감염은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입을 모읍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영화에 나올 만한 소설 같은 얘기"라며, "환자가 기침, 재채기를 하고 (작은 침방울이) 상대방의 눈이나 코나 점막에 달라붙었을 때 감염되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백순영 가톨릭 의대 교수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호흡기계 바이러스들은 비말 감염으로만 알려져 있고 공기 감염으로는 전염되지 않는 것이 역학적으로 증명됐다고 설명했습니다.

▶ 결론: 바라만 봐도 감염된다는 건 현재로선 근거 없음. 다만 손이 바이러스의 매개체가 되지 않도록 손을 잘 씻을 것

[와이파일] 신종 코로나는 메두사급 전파? 속설 검증



■ 신체 접촉만으로 감염?

입증되지 않은 주장입니다. 이 주장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건 중국 관영 매체인 인민일보에서였습니다. 신체 접촉으로 감염될 수 있다는 경고의 글을 트위터에 남겼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감염되는지 설명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코나 입, 눈의 점막을 통해 침투합니다. 이 경로가 아닌 신체 접촉은 대표적으로 손을 잡는 건데요. 손을 잡는 것만으로 감염되려면 손에 닿은 바이러스가 피부를 뚫고 안쪽까지 들어와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견해입니다. 박소연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환자의 침이 피부에 튄 것만으로는 피부를 뚫고 감염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전 세계 어떤 임상 사례에서도 저런 가능성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단, 이 역시 손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바이러스의 경우 "손을 통해서 매개가 되기 때문에 손 씻기를 철저히 하는 등 정도의 기본적인 예방수칙을 지키시는 게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결론: 신체 접촉만으로 감염된다는 건 현재로선 근거 없음



■ 바이러스 진원지는 우한 수산시장?

거짓에 가깝습니다. 지난달 중국 연구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들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우한에서 초기 발병자 41명을 조사하고 결과를 분석한 건데요. 조사 대상자 66%는 수산시장에 비교적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하지만 34%인 14명은 아예 시장에 간 적이 없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최초 발병자도 우한 수산 시장에 가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2월 1일 증상이 최초로 나타난 것으로 보고된 환자입니다. 이 2가지 사실을 종합하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한 수산시장에서 빠르게 퍼졌다고 추측할 순 있지만, 우한 시장에서 처음 시작됐다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이) 최초 진원지를 잘못 선택했거나, 이 환자들의 발생 시점이 중국 당국이 예측한 것보다 훨씬 전"일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 결론: 바이러스 진원지가 우한 수산시장이라고 단정할 순 없음. 최초 발병자는 시장에 가지 않음



■ '괴담' 게시글 삭제는 중국 사대주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거짓 정보를 무분별하게 유포하면 삭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틀 뒤 실제로 일부 게시글에 대해 삭제를 의결했습니다. 중국 국기가 그려진 채 피가 묻어 있는 마스크 사진과 함께 '마트 화장실에 피 묻은 마스크가 있다, 어디에 신고하면 좋냐'는 내용 등을 담고 있는 글 4건이었습니다. 방심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관련 가짜뉴스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을 크게 해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정보"라며,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시키는 정보는 심의 규정에 따라 시정요구 대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치인 이준석 씨는 이런 정부 대응을 비판했습니다. 지난달 28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린 건데요. 원문은 이렇습니다.

"중국몽의 완성은 인터넷 검열과 삭제입니다"
"광우병 선동이나 민주당 의원들이 노래까지 부르고 집단으로 춤춘 사드 전자파 튀김 선동에 비하면 우한 폐렴 선동은 나는 인지하지도 못하는데 슬그머니 검열/삭제 들어가려는 것을 보니 중국 사대가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과거 정부에서도 허위사실은 꾸준히 제재해왔습니다. 2016년 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체계 '사드' 때문에 꿀벌이 멸종한다는 내용 등 전자파 유해성을 과장한 게시글 10여 건을 삭제했고요. 2015년에는 메르스가 미군의 실험이라는 글을 삭제했습니다. 물론 정부가 시민의 게시물을 삭제하는 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정부의 대응이 과거와 비교해 과도하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주장일 뿐입니다.

▶ 결론: '괴담' 게시글 삭제가 중국 사대주의라는 건 근거가 없다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이런 의혹이 떠돈다, 이런 주장은 검증해줬으면 좋겠다는 게 있으시면 이메일로 보내주세요. hdo86@ytn.co.kr

취재기자 한동오
촬영기자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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