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거리로 나온 불법금융 피해자 "우리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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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7. 오전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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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거리로 나온 불법금융 피해자 "우리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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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S홀딩스 피해자만 수십명이 자살하거나 화병으로 죽었다. 이런 피해는 우리로 끝내야 한다" (A씨, 60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던 지난달 29일 오후. 트럼프 방한 찬반 집회로 떠들석했던 서울시청 광장한 켠에 A씨를 비롯해 200명의 사람들이 모여 '금융사기 척결'을 목소리 높여 외쳤다. 200여 개 금융사기 피해자들이 모여 결성한 '전국 불법금융피해자 연합회'의 첫 집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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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 나온 A 씨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A 씨는 '제2의 조희팔 사건'으로 불리는 1조원대 다단계 금융사기 'IDS 홀딩스 사건' 피해자다.

IDS홀딩스는 2011년 11월부터 2016년 8월까지 환율 변동을 통해 수익을 내는 홍콩 FX마진 거래에 투자하면 원금 보장에 최대 10%까지 이자를 준다고 선전해 투자자를 모았다. 대표 김 모 씨는 1만여 명에게 1조 960억원에 육박하는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돼 2017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의 확정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다.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기도 한 A 씨는 재산 8억원을 털어 IDS 홀딩스에 투자했지만, 대부분을 날렸다고 하소연했다. "변호사가 강연에 나와서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고 계약서도 이상없다고 해서 믿었다"는 A 씨. 원금보장 각서도 받았지만 무용지물이 됐고, 억대 수당을 챙긴 모집책은 사건이 터지자 '나 몰라라' 외면했다고 한다. 현재 모집책을 고소해 1심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그가 구속된다 해도 A 씨가 투자금을 되찾을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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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씨는 모집책을 상대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지만, 피해 회복이 쉽지는 않은 상태다.

IDS홀딩스 외에도 에이블인베스트먼트코리아 (검찰 추산 피해자 약 1000명, 피해금액 460억 원), 성광월드 (법원 추산피해자 3천여 명, 피해액 3,600억 원) 등에 사기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이 직접 나와 불법금융 피해사례를 증언했다. 연합회 집회 참가자들은 그동안 수집한 200여 개 사기 업체의 행태와 피해의 심각성을 토로하며 사기범죄자와 불법 모집책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이어 "불법 모집책까지 처벌 범위를 확대하고, 모집 수당의 3~5배 징벌 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회 계류 중인 '부패재산몰수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이 개정안은 '유사수신, 다단계 판매 사기' 범죄 수익금을 몰수해 형사 재판 후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내용이 골자지만, 반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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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9일, 전국 불법금융피해자 연합회가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기범죄의 강력 처벌을 촉구했다.

배은정 전국 불법금융피해자 연합회 간사는 "사기 피해를 회복하려면 현재는 개인이 민사소송을 해야하는데, 소송은 비용과 법정 다툼 등 피해자들이 견디기 어려운 싸움"이라며 "승소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이미 돈을 빼돌리고 '배째라' 식으로 나오는 경우도 많다"며 '부패재산몰수법 개정안'이 하루라도 빨리 시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간사는 또 "유사수신과 불법 금융다단계는 사기 피해자는 물론 그 가정 모두를 죽음으로 내모는 악질적 범죄"지만 "현재 사기 형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인데 형량이 너무 낮아 재범 우려가 크다"며 사기 형량을 대폭 올려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5년간 대법원에서 유사수신행위법 위반으로 1,300명 넘게 형이 선고됐지만 실형 선고는 17.2%에 그쳤다"면서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이 "제2, 제3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결성된 전국 불법금융피해자 연합회는 200여 개 불법금융사기 피해자들이 모인 대규모 피해자 연합회다. 이번 집회를 시작으로 이번 달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에서 궐기 대회를 여는 등 주요사건의 수사와 판결을 맡고 있는 검찰청과 법원 앞에서 잇따라 집회를 열 예정이다. 또, 금융사기 피해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을 진행하고 불법금융사기 추방 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온·오프라인상에서 불법금융사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촉구하는 캠페인과 사기 피해 예방법에 대한 홍보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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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한 사람이 문제지' 이런 말 들으면 솔직히 속상하고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우리 아들, 딸도 언제가 또 다른 금융사기 피해자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느냐" 생업까지 제쳐두고 상경해 집회에 나왔다는 A 씨의 마지막 말이다. 대검찰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사기 범죄 건수는 278,380건으로 역대 최대다.

윤현숙 기자 [psyche@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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