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시리즈 83] '과태료가 100만 원?' 한강 텐트 단속 동행해보니

[해보니 시리즈 83] '과태료가 100만 원?' 한강 텐트 단속 동행해보니

2019.06.15.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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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83] '과태료가 100만 원?' 한강 텐트 단속 동행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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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서 텐트를 닫아 놓으면 100만 원?'

한강공원 텐트 단속으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보도가 쏟아지자 온라인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공공장소에서 당연한 규제", "공원에서 텐트 이용은 일반적이지 않다. 아예 없애자"라는 긍정적인 반응, 반대로 "사생활 침해다", "텐트 이용 구역이 너무 제한적이다", "100만 원은 과하다" 등의 반발 여론도 나왔다.

지난 4월 21일부터 서울시는 한강공원에서 텐트를 ▲허용 구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2개면 이상을 반드시 열어두어야 하며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사이에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어길 시 '서울특별시 한강공원 보전 및 이용에 관한 조례'에 따라 1회 적발 100만 원, 2회 적발 200만 원, 3회 적발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 조례는 각 시·도지사가 지정한 하천 지역에서 야영 및 취사 행위를 금지한 하천법 제46조의 적용을 받는다.

[해보니 시리즈 83] '과태료가 100만 원?' 한강 텐트 단속 동행해보니

한강 텐트 사용을 규제하는 이유는 과도한 쓰레기 배출을 막고 공원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기존에는 텐트 사용 지역과 시간이 제한되지 않아 한강 인근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배출됐다. 이뿐 아니라 문 닫힌 텐트 안에서 과한 애정행각이나 부적절한 행위 등이 일어난다는 민원이 수차례 제기되기도 했다.

과태료 규정이 시행된 지 한 달 반.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토요일(8일), 여의도 한강공원 단속반의 도움을 받아 단속 현장을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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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한강공원에는 텐트 설치 허용 구역이 두 곳 마련돼 있었다. 주말 오후였기 때문에 연인, 친구, 가족 단위 이용객들의 텐트가 구역을 빽빽이 채웠다. 날씨가 좋은 주말엔 이곳에 1000여 개의 텐트가 들어선다.

단속반 직원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공원 안을 돌아다니며 텐트 금지 구역에 설치된 텐트를 옮겨달라고 요청하고, 텐트 허용 구역 내 2면 이상 개방이 안 된 텐트에 개방을 요구했다.

여의도 한강공원은 단속반 직원 10명이 텐트, 불법 노점, 전단 배포, 불법 주정차, 반려견 목줄 미착용, 오토바이, 전동 킥보드 이용 등을 동시에 단속하기 때문에 텐트 구역을 늘 지키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신 공원 곳곳 현수막에 텐트 이용 방법과 위반 시 과태료 부과 내용이 적혀 있고, 금지 구역 표시도 잘 돼 있어서 이용객들이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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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계십니까? 텐트 내부가 보이도록 2면 개방 하셔야 합니다. 법 규정입니다. 어기시면 과태료 100만 원 납부하셔야 합니다."

여의도 한강공원 단속반 노병권 반장은 텐트 2면 개방을 하지 않은 텐트 이용객들에게 다가가 새로 시행되는 단속 규정을 설명하고 직접 텐트 개방을 도왔다.

단속반 직원들은 텐트 문을 닫고 비워둔 채 놀러 나간 이용객들의 텐트도 직접 개방해두었다. 다른 이용객들과의 형평성을 위해서다.

이곳을 처음 방문했다는 한 가족 단위 이용객은 텐트 한 면만을 개방해 단속반의 지적을 받자 "뉴스에서 보긴 했는데 텐트 안에 아이가 자고 있어요"라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에 단속반 직원은 단속 규정과 과태료에 관해 설명했고, 그에 따라 이용객들은 텐트 2면 개방을 해야 했다.

또 텐트 4면을 모두 닫고 쉬고 있던 연인 이용객은 단속반 직원의 개방 요구에 밖으로 나와 텐트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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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동안 이렇게 2면 이상 개방을 안 한 텐트는 8개밖에 발견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3팀은 단속반의 요구에 텐트를 개방했고, 나머지는 비어있는 텐트였다.

금지 구역에 설치된 텐트는 한 건도 없었다. 금지 구역 이용객들은 돗자리를 깔고 휴식을 취했다.

단속 시행 한 달 반 만에 한강 텐트 이용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모양새였다.

노 반장은 "단속 시행 초기에는 반발도 많았지만, 보도를 통해 제도가 많이 알려졌고 안내문도 붙어있어서인지 이용객들이 많이 협조해주시는 편이라 과태료 부과 사례가 없다"라며 "간혹 처음 방문한 이용객들이 규정을 모르는 경우가 있어 설명해 드리는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단속 초기에는 문이 닫혀 있는 텐트에 개방을 요구했을 때 다소 민망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는 게 단속반 직원의 전언이다. 그럼에도 결국은 단속에 응하기 때문에 100만 원 과태료를 무리하게 부과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이용객들이 대부분 협조를 하고 있기 때문에 텐트 단속 적발로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서울시내 한강공원 11곳 통틀어 '0건'이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텐트 단속 사항을 크게 위반하지 않고, 이것으로 서울시 세외 수입을 확충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단, 단속에 불응, 거부하고 만취난동을 부리거나 실제 야영행위를 하는 등의 경우에는 단속반이 당연히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텐트 단속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쓰레기 감소를 통한 식수 보존이고, 실제 저녁 시간 단속을 통해 한강 쓰레기 배출량이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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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반발 여론이 있었지만 현장의 이용객들은 단속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천에서 온 30세 여성 이용객은 "한강을 가끔 오는데 텐트를 2면 개방 해야 한다고 해서 열어놓았다"라고 말했다.

이 이용객은 "텐트 단속은 필요한 규제라고 생각한다"며 "텐트가 밀폐돼 있으면 공공장소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할 수도 있고 그 행동은 이곳을 방문하는 10대 청소년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기 때문에 문제를 미리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연인과 함께 한강을 방문한 20대 남성은 "텐트를 개방해야 한다는 뉴스도 봤고 공원 여기저기 많이 쓰여 있어서 규정대로 이용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과태료 100만 원 부과에 대한 물음에 "그래도 단속이 있는 게 낫다고 본다. 규제가 없으면 너무 무질서해지지 않을까 싶다"라는 소신을 밝혔다.

한강공원에 처음으로 텐트를 쳐봤다는 한 30대 여성 이용객은 "뉴스를 보고 한강 텐트 규정을 한 번 검색해보고 왔다"라며 "텐트 간격이 조금 빽빽하긴 하지만 아무 데나, 또 밤 늦게까지 텐트를 설치하게 하는 것보다는 관리가 편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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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막, 텐트 이용시간은 저녁 7시까지입니다. 잠시 후 7시부터 텐트 단속을 실시할 예정이오니 현재 텐트를 치고 휴식을 취하는 시민께서는 7시까지 텐트를 모두 철거해주시기 바랍니다. 단속에 적발돼 과태료 부과처분을 받지 않도록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텐트 허용 시간이 끝나기 10분 전인 오후 6시 50분이 되면 텐트를 철수하라는 안내 방송이 여러 번 나온다.

그러면 마치 파티가 끝난 것처럼 이용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텐트를 접는다. 한강공원에서 저녁 시간을 더 보내고 싶은 이들은 텐트 대신 돗자리를 펴서 이용할 수 있다.

이때도 단속반 직원들이 돌아다니면서 텐트 철수를 단속하는데, 텐트 정리를 어려워하는 시민들을 직접 돕기도 한다.

[해보니 시리즈 83] '과태료가 100만 원?' 한강 텐트 단속 동행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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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대부분 시민이 텐트를 바로 철거했으나, 한 취객이 텐트 안에서 잠을 자는 바람에 단속반 직원들이 호루라기로 2~3번 깨운 뒤 텐트 정리를 돕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여한 텐트를 철거하지 않은 채 맥주 캔과 비닐봉지만 남겨두고 간 사례도 발견됐다. 단속반 인력이 빈 텐트를 접고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해야 하는 상황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어쨌든 저녁 7시가 넘으면 여의도 한강 공원의 모든 텐트가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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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서울시가 발표한 텐트 단속 정책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여전히 다른 문제들이 남아있다.

우선 한강 공원에서 텐트 대여를 하는 불법 노점 문제다. 이 노점상들은 공원 입구에 가판대를 펴고 텐트, 돗자리를 빌려준다. 대체로 텐트는 1만 원, 돗자리는 2~4천 원, 간이 테이블도 1만 원에 대여한다.

이 노점상들의 상행위는 불법이지만 생계 유지를 명목으로 단속반과 대립한다.

주말이면 각 상점들은 일당 5~60만 원쯤 벌어들인다는 게 단속반의 설명이다. 불법 영업을 해도 과태료가 7만 원뿐이라, 자릿세 개념으로 과태료를 내고서라도 영업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때로는 과태료를 피하기 위해 신분증 제시를 거부하거나, 단속반과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상인들도 있다. 구청, 경찰이 함께 단속에 나서면 잠깐 사라졌다가 다시 장사를 시작한다.

오히려 이곳에서 텐트, 돗자리, 간이 테이블 등을 대여하는 한 노점상은 "7시 이후 텐트 규제를 시작하고 일정 구역만 사용하게 해놓아서 텐트 대여량이 이전보다 70% 정도 줄었다"라고 호소했다.

이뿐 아니라 텐트가 정리된 뒤에도 한강 공원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는 각종 전단지들과 쓰레기, 여전히 공원 안에서 흡연을 일삼는 사람들은 서울시의 또 다른 과제로 남아있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nt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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