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YTN이 '김학의 원본 동영상' 공개한 이유는?

[와이파일] YTN이 '김학의 원본 동영상' 공개한 이유는?

2019.04.13.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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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YTN이 '김학의 원본 동영상' 공개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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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검찰 재수사 불기소 결정문

▶당시 검찰이 말하지 않은 것

2013년과 2014년 김학의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동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 전 차관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YTN이 확보한 동영상을 당시에 봤을 테니 어쩌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에도, 그리고 이후에도 "동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 전 차관이 맞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분명하게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불기소 결정문에는 '불상의 남자'라고 표현해 김 전 차관을 슬쩍 숨겨줬습니다.

검찰이 말하지 않은 것. YTN 취재진은 이게 어쩌면 여론을 왜곡했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사건의 본질이 이른바 '물타기' 됐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영상을 보지 못한 국민은 뉴스를 통해 결론만 직관적으로 접하게 됩니다. '김학의 전 차관에게 혐의가 없어서 기소하지 않았구나', 무의식적으로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인 게 확인되지 않은 것 같다고 인식할 수 있는 겁니다. 이미 당시에 확보된 영상이고 이제 와서 달라진 게 없는데도 YTN이 보도한 동영상 원본을 본 시청자들이 "누가 봐도 김학의"라며 검찰의 부실 수사에 분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와이파일] YTN이 '김학의 원본 동영상' 공개한 이유는?

▶김학의 전 차관의 애매한 진술

물론 검찰이 김학의 전 차관을 기소하지 않은 이유는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 아니라서가 아닙니다. 동영상 속 여성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피해를 봤다는 여성들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는 게 이유입니다. 법리상으로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이런 법리로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는 걸 검사 출신 김 전 차관이 몰랐을까요?

불기소 결정문에 나오는 김학의 전 차관의 진술입니다.

"고소인과 성관계를 갖거나 동영상을 촬영한 적이 없다"

이 화법은 은근히 '고소인'과 영상 속 '여성'을 분리하고 있습니다. 고소인과는 성관계를 안 했지만, 다른 누군가와는 했다는 건지, 동영상을 촬영한 적은 없지만 다른 누군가가 촬영했을 수 있다는 건지 애매합니다. 정작 동영상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동영상 속 인물이 자신이 아니라는 건지, 상대 여성을 모른다는 건지, 동영상을 누가 찍었는지를 모른다는 건지 아주 애매한 답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당사자들이 말을 안 하는데 더 이상 어떻게 수사를 하느냐고 합니다. 그럼 지금까지 검찰은 다른 사건을 다루며, 피의자들의 진술에만 기대서 기소했을까요? '이 사건은 왜 이리 특별했나'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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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검찰에 부여한 수사권

동영상을 봤다면 당연히 궁금해해야 할 부분, 이걸 누가 왜 찍었고, 동영상 속 장면은 어떤 상황인가에 대한 '진실'입니다. 피해 여성이 영상 속 등장인물이 자신이라면서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했다고 말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취재진은 검찰이 수사하지 않은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영상 속 장소는 윤중천 씨의 원주 별장이 분명한데, 이 영상이 언제 왜 어떤 의도로 찍혔는지 등은 왜 수사하지 않았을까?

검찰은 경찰이 넘긴 수사 자체가 부실했고, 올라온 혐의 이외의 다른 것들은 수사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검찰이 지휘합니다. 왜 이렇게 지휘했는지 지금이라도 담당 검사를 찾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과정에 혹시 어떤 외압이 있었는지도 밝혀야겠죠.

국민이 검찰에게 수사권을 준 건 일반인이 할 수 없는 부분을 강제 수사를 통해서라도 진실을 밝혀달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진술만 듣고 법리만 따져달라는 게 아닙니다. '성 인지 감수성' 을 이해한다면 피해자의 진술은 충분히 흔들릴 수 있습니다. 정말 누구의 인권을 보호하는 수사를 해야 했는지 검찰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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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가 본 김학의 사건

저는 2013년 김학의 사건을 취재했던 '여성' 기자입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공교롭게도 또 김학의 사건을 취재하는 팀에 있습니다. 기자이기 전에 여성으로서 동영상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함께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동영상 속 인물의 얼굴을 확인한 이상, 국민에게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도 '물타기'가 된다면 피해 여성은 더 큰 피해를 안고 살아가야 할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그럼에도 2차 피해는 막아야 했기에 내부 논의를 거쳐 김학의 전 차관의 얼굴이 식별되는 부분만 최소한으로 방송에 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오랜 기간 고통받으신 분들, 동영상 공개로 또 상처를 받게 됐다면 정말 죄송스런 마음입니다. 다만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정미[smiling37@ytn.co.kr]

※ YTN은 김학의 전 차관과 윤중천 씨의 성범죄 의혹 등에 대해 당시 상황을 잘 알고 계신 분, 피해 여성과 내부 관계자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한동오 기자 [hdo86@ytn.co.kr] 010-3434-1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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