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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63] 연말에 만난 미아동 천사들...'아름다운 가게'에서의 하루
Posted : 2019-01-05 08:00
[해보니 시리즈 63] 연말에 만난 미아동 천사들...'아름다운 가게'에서의 하루
한파에 기부 온도계가 얼어붙었다. 지난 2018년 사랑의 온도탑 모금 목표액은 4,105억 원이었지만 연말까지 모금액의 절반 정도밖에 채워지지 않았다.

사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남을 돕는 마음이 우러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막상 소액이나마 기부할 마음을 먹어도 마땅히 기부할 곳이 보이지 않는다면 이를 실천하기도 어렵다.

기부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 가운데 하나는 전국 100여 개의 매장이 있는 '아름다운 가게'에 물품을 기증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가게는 '기증천사'들의 기부 활동과 '활동천사'들의 봉사활동으로 운영된다. (물건을 사는 고객님들은 '구매 천사'다. 아름다운 가게 안에서 우리는 모두 천사다)

[해보니 시리즈 63] 연말에 만난 미아동 천사들...'아름다운 가게'에서의 하루

지난달 28일, 옷가지 등 한 보따리의 물품을 싸 들고 서울 미아동 '아름다운 가게'를 찾았다. 매장 운영법과 현장 분위기를 알기 위해 4시간의 봉사활동에도 참여했다. 교육을 받고 곧바로 현장에 투입됐다. 첫 임무는 기증 물품을 확인하고 기부 증서를 발행하는 일이었다. 일단 직접 가져온 물품부터 검증에 들어갔다.

[해보니 시리즈 63] 연말에 만난 미아동 천사들...'아름다운 가게'에서의 하루

"다 기부 가능한데...이건 좀 어렵겠네요"

가져간 물건은 다행히 거의 통과됐지만 단 하나, 보풀과 오염이 있는 니트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정받았다. 기증된 옷은 별도로 세탁이나 수선도 들어가지 않으므로 기증 전 반드시 세탁해야 한다. 돈을 받고 판매할 물건이기 때문에 반드시 누군가가 구입할 만한 물품을 기증해야 한다.

[해보니 시리즈 63] 연말에 만난 미아동 천사들...'아름다운 가게'에서의 하루

더러운 물건 외에도 제기류, 블라인드, 카펫, 병풍, 전신거울처럼 지나치게 크고 잘 깨지는 물건이나 제조연도가 7년을 초과한 가전제품은 기증할 수 없다. 유통기한이 있는 물품은 새것이더라도 기한이 지나면 받지 않는다.

기증 물품은 그때그때 시세에 따라 품목별로 개당 300원~1500원 정도를 기부한 것으로 처리돼 연말정산 '기부금'항목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해보니 시리즈 63] 연말에 만난 미아동 천사들...'아름다운 가게'에서의 하루

강추위를 뚫고 기부 천사님들이 줄이어 매장을 찾았다. 거의 새 책인 책 80여 권을 손수레에 넣고 온 할머님도 계셨고, 똑같은 아기 옷 두 벌씩 50여 벌을 가져온 쌍둥이 어머님도 방문했다. '이런 좋은 물건도 기부하네' 싶은 물건들도 줄지어 들어왔다. 중X나라에 팔면 10만 원은 거뜬히 받을 듯 했다.

[해보니 시리즈 63] 연말에 만난 미아동 천사들...'아름다운 가게'에서의 하루

"진짜 많이들 기부하시네요" 내 감탄사에 미아점 양경애 매니저는 "오늘은 너무 추워서 기부하는 분들이 매우 적은 편"이라며 "크리스마스 다음 날은 우리 매장에만 기부 물품과 선물 등 천여 점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무관심한 사람만 몰랐을 뿐, 세상에는 나눔을 실천하는 따뜻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후 카운터로 자리를 옮겨 어떤 물건이 많이 판매되는지 지켜봤다. 가장 많이 판매되는 물품은 옷과 생활용품이었다. 이날은 특히 모 업체에서 기부한 재고 샴푸와 바디워시가 불티나게 팔렸다.


[해보니 시리즈 63] 연말에 만난 미아동 천사들...'아름다운 가게'에서의 하루

아름다운 가게는 매니저 1~2명을 제외하면 모두 자원봉사자로 운영된다. 미아점에만 1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활동천사)가 활동중이다. 봉사활동 내역이 필요한 학생들과 낮 시간을 보람있게 보내고 싶은 주부님들이 대부분이다.

1년이 넘게 자원봉사를 계속하고 있다는 이은빈 학생(동구마케팅고등학교·17)은 "저를 시작으로 학교에 소문이 나서 우리학교에서만 수십 명이 봉사했다"며 "아르바이트와는 또 다른 보람이 있다"고 밝혔다.

양경애 매니저는 "직장 다니면서 했던 봉사활동이 아름다운 가게로 이어졌다"며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마음만 있지 행동하기 쉽지 않은데 여러사람이 모여서 좋은 일을 한다는 점이 기분좋다"고 밝혔다. 이어 "매장만 운영하는 게 아니라 매장을 운영하면서 지역사회 네트워크로 연결돼 지역사회를 도울 수 있는 일을 포착한다. 매장 운영으로 지역사회를 도울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해보니 시리즈 63] 연말에 만난 미아동 천사들...'아름다운 가게'에서의 하루

아름다운 가게는 훈훈한 공간이었지만 그렇다고 모든 모습이 아름답지는 않았다. 최근 매장에서 유달리 도난 사건이 자주 일어난다고 했다. 연말과 한파가 겹치다 보니 봉사활동을 오는 사람들의 수가 적어졌고, 보는 눈이 적어지면서 도난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

[해보니 시리즈 63] 연말에 만난 미아동 천사들...'아름다운 가게'에서의 하루

그뿐만 아니라 영수증도 없이 막무가내로 찾아와 교환과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도 있었다. '중고 물품'이기 때문에 함부로 해도 된다는 의식이 반영된 듯 보였다. 그러나 매장 내 물건은 엄연히 판매되는 제품이다. 일반 상점의 물건과 '아름다운 가게' 물품을 똑같은 시선으로 봐 주기를 일부 고객에게 당부하고 싶다.

[해보니 시리즈 63] 연말에 만난 미아동 천사들...'아름다운 가게'에서의 하루

그럼에도 아름다운 가게에서 보낸 하루는 그 어느 연말보다 따뜻한 겨울이었다. 조만간 이삿짐을 정리한 뒤 선별된 기증품을 들고 다시 한번 '아름다운 가게'를 찾을 예정이다. 아름다운 가게에서는 방문 수거 기증 및 택배 기증도 가능하다. 택배로 물건을 보낼 때는 본인의 물건이 '기증 조건'을 충족하는지, 다른사람들이 돈을 주고도 살만한 물건인지 숙고해야 한다.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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