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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서브와 멘탈에 발목...정현을 위한 변명
Posted : 2019-01-04 18:40
[와이파일] 서브와 멘탈에 발목...정현을 위한 변명

[와이파일] 서브와 멘탈에 발목...정현을 위한 변명

세계 6위 앤더슨과 선전을 펼치고, 8위 팀을 꺾었던 정현이 2일 새해 첫 매치에서 불과(!) 세계 95위에게 덜미를 잡혔습니다.

태국 전지훈련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 피부는 건강하게 그을렸고, 훨씬 두꺼워진 허벅지, 향상된 서브와 스크로크로 2019시즌의 기대를 부풀렸던게 불과 지난주였는데 말이죠.

결과론이지만 걸비스와의 1세트 6대5에서 걸비스의 '트위너' 를 무난하게 발리로 잡아냈더라면 첫 세트를 가져오고, 또 2세트도 이길 확률이 높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상대 걸비스가 한때 톱10에 들었고, 페더러까지 꺾었던 복병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말입니다.

정현의 패인에 대해 서브 기술 부족이라는 분석들이 많습니다. 테니스의 'serve'는 말 그대로 상대에게 공을 넘겨준다, 봉사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그 자체로도 가장 강력한 무기이면서 공격의 출발점입니다. 하지만 위력이 센 만큼 스토크로 등에 비해 난이도가 높고, 그래서 구기 종목으로는 유일하게 테니스에서는 서브권을 두 개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테니스에서 서브권을 하나만 준다면 선수들도 곧 적응해 첫 서브부터 확률 높은 스핀서브 위주로 넣겠지만, '광속서버' 들이 팡팡 때려넣는 강력한 플랫서브가 보기 힘들어지면서 테니스 관전의 맛도 현저히 줄어들겠죠.

첫서브가 시속 200km 이상을 넘나들고, 간간히 세컨서브 에이스까지 기록했던 상대 걸비스에 비해 분명 정현의 서브는 위력 면에서 부족했습니다. 첫 서브가 150km 전후에 머물렀던 경우도 종종 잡혔고, 세컨서브는 심지어 130km까지 떨어졌으니까요. 좀 무리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90년대 140km대 직구로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매덕스나, 130km 아리랑볼 수준 직구로 10승 이상을 거두는 '느림의 미학' 두산 유희관을 보며 테니스 서브 역시 속도 못지 않게 구질과 코스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조코비치나 나달이, 속도보다는 서비스 박스 구석구석 꽂히는 다양한 구질과 코스로 빅서버들을 농락하는 장면도 떠오릅니다.




▲ 89년 프랑스오픈 마이클 창 경기과 이반 렌들의 경기 장면. 2분 32초쯤 전설의 마이클 창 언더서브를 보실 수 있습니다.


테니스 동영상 중에 89년 프랑스오픈 이반 렌들의 멘탈붕괴를 몰고온 마이클 창의 언더서브는 지금도 '레전드급 짤'로 회자됩니다. (아무리 쥐가 나고, 탈수까지 왔다해도 메이저대회 16강전 5세트에서 누가
당시 세계최강 랜들을 상대로 이런 기상천외한 발상을 할 수 있었을까요...)

정현도 첫 서브로 쓰는 슬라이스서브의 각도를 좀더 예리하고 끌어올리고, 몬스터 킥서브로 불리는 페더러의 전성기 세컨서브 만큼은 아니어도 세컨서브 톱스핀의 질을 더 올린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쉽게 서브게임을 지킬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페더러의 몬스터 킥 서브

보통 kick서브(톱스핀을 먹어 튀어오른다고 해서 'kick'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톱스핀 스트로크의 경우도 바운스 후 격렬하게 튀어오른다면 "kick이 많다"고 할 수 있죠)는 톱스핀과 함께 리시버의 왼쪽으로 휘는 사이드 스핀이 많이 먹는데, 이정도 스핀이라면 말 그대로 'monster급'이겠죠. twist서브와 혼용해서 쓰기도 합니다.

서브 얘기가 두서없이 길어졌는데, 다시 정현 - 걸비스 경기로 돌아가 1세트 5대 1 리드 상황에서 역전패를 당한다는 건, 특히 서브게임을 대부분 지키는 남자 선수로서는 다시 생각해보기 힘든 경험일 겁니다.

( 저같은) 동호인의 경우에도 게임 스코어 5대 1 리드, 더구나 매치 포인트에서 역전패를 당했을 때 데미지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야심찬 새해 첫 경기, 첫 세트 승리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경기 양상이 180도 뒤바뀌는 걸 보면서 정현은 얼마나 속으로 당황했을까요. 심리적인 위축이 계속 부정확한 서브로 이어지고, 강점이던 스트로크까지 오그라들면서(?) 경기는 허무한 역전패로 끝나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에이전트 취재 결과, 정현의 등 테이핑은 통증 때문은 아니고 밸런스 유지, 부상 방지 목적이라는게 그나마 다행이랄까요.

[와이파일] 서브와 멘탈에 발목...정현을 위한 변명

▲ 2016년 5월 프랑스 오픈 직후 정현과 함께 찍은 사진

지난해 말 정현 선수가 한창 발바닥 부상 트라우마에 시달렸을때 일각에서는 체중 감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여담이지만 저도 당시 정현 선수 어머니와 비슷한 애기를 나눴던 적이 있습니다. 저와 비슷한 정현 선수의 몸무게를 거론하며 '과체중이 아닌가' 운운하다 혼이 났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때는 'Y브랜드' 등 새 신발도 시험삼아 신어보던 시기였는데, 경기화면에는 다시 'N 브랜드'로 돌아왔더군요. 각설하고, 불과 1년전, 놀라운 투혼과 끈질긴 플레이로 호주오픈 4강의 신화를 썼던 정현.

'멘탈갑 청년'으로 알려진 정현이 다음 경기 장소인 뉴질랜드에서는 충격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스포츠부 서봉국 기자[bksu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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