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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51] 대박을 꿈꿨지만...이모티콘 직접 제작해보니
Posted : 2018-10-13 08:00
[해보니 시리즈 51] 대박을 꿈꿨지만...이모티콘 직접 제작해보니
'해보니 시리즈 20 – 강호동까스 만들기' 기사를 쓰면서 분명 다짐했었다. 다시는 무언가를 만드는 기사는 절대 쓰지 않겠노라고. 하지만 난 강호동까스의 고통을 잊고 이모티콘 제작 기사를 발제했다. 그래 누굴 탓하겠나.

솔직히 다들 한 번쯤 생각해 보지 않았나. 최근 '이게 판매되는 이모티콘이라고?'라는 생각이 드는 일명 ‘병맛티콘’이라고 불리는 B급 감성의 이모티콘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오직 그림판만 사용했을 것 같은 색감에 그저 선 몇 개 그었을 뿐인데 이모티콘이라고 판매가 되고 있으니 말이다.

주변 친구들 또한 재밌다는 반응을 보이며 B급 감성의 이모티콘을 쓰면서도 "이 정도는 나도 만들 수 있겠다"는 말을 하곤 한다. 나 또한 '이 정도쯤은 할 수 있을 거 같은데?'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이모티콘 제작을 하겠다며 감히 마음을 먹었다.

"대박 나도 퇴사하지 않기"

처음 이모티콘 제작 아이템을 발제하자 팀장은 나의 퇴사 걱정부터 해주셨다. 지난해 카카오에 따르면 이모티콘으로 인기를 누리며 스타작가로 활약하는 창작자가 많아지고 연 10억 원 이상 거래액을 기록하는 작가들이 작년 기준 24명에 달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로또 1등 당첨 뒤 '퇴직금은 회식비로 쓰라'며 팀장에게 던지고 갔다는 '전설의 쿨녀' 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꾸지 않을까? 팀장의 걱정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내심 0.0000001%의 기대를 품은 채 이모티콘 제작에 돌입했다.

[해보니 시리즈 51] 대박을 꿈꿨지만...이모티콘 직접 제작해보니


요즘 이모티콘은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을 만한 아이디어, 스토리가 더 우선시되고 있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직장인들을 위한 이모티콘을 생각하며 검색해보니 생각보다 흔하고 많은 이모티콘이 나와 있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결국, 고민하다 결정한 이모티콘 주제는 바로 '덕후'(어떤 분야, 사람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다.

최근 축구에 관심이 많아 지면서 지인들과 축구 관련 이야기를 하는 일이 잦았다. 축구 이야기를 하면서 주로 하트가 남발하는 이모티콘을 많이 사용했는데, 기존 출시되어있는 이모티콘들은 덕후들의 넘치는 마음을 대변하기에는 부족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축구에 국한되지 않고 '이 세상 모든 덕후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이모티콘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덕후 이모티콘 제작이 시작됐다.

[해보니 시리즈 51] 대박을 꿈꿨지만...이모티콘 직접 제작해보니


이모티콘 제안 과정은 다음과 같다.

①이모티콘 시안 제작
②이모티콘(24개) 이미지 제안
③이모티콘 심사 (약 2주 소요)
④심사 결과 확인 (제안 승인 / 미승인)
⑤이모티콘 상품화
⑥이모티콘 출시

[해보니 시리즈 51] 대박을 꿈꿨지만...이모티콘 직접 제작해보니


첫 단계부터 고난이었다. 나는 디자이너도 아니고 B급 감성 이모티콘이 아무리 유행 중이라고 해도 막상 펜을 드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24개 제출이라니, 막막했다. 고정된 이미지로 글자만 바뀐 기존 이모티콘들을 보면서 ‘정말 대충 만들었다’고 생각했던 나는 제작에 대한 고민에 들어가자마자 그것 또한 아이디어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만든 캐릭터는 곰 같은 사람이다. 덕후를 나쁘게 보면 한없이 나쁘게 볼 수도 있지만, 무언가 하나에 집중하고 덕질의 대상을 좋아하고 응원하는 모습은 그 어떤 모습보다 귀엽고 순수하다고 생각했기에 귀여움에 초점을 맞춰 캐릭터를 설정했다. 이 캐릭터는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귀가 있다. 약간 귀여워 보이려고 노력한 사람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하지만 처음 이 캐릭터를 본 분들은 대부분 “판다야?”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분명 나는 귀여운 곰의 탈을 쓴 사람을 그렸다.

[해보니 시리즈 51] 대박을 꿈꿨지만...이모티콘 직접 제작해보니


가장 먼저 최근 A매치 경기에 가기 위해 피켓팅에 참여했지만, '이선좌'(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라는 글자만 반복해서 마주했던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선좌' 이모티콘을 만들었다. '이선좌' 이모티콘은 티켓팅 전쟁에 참전해 포도알(좌석)이 사라지는 걸 뜬 눈으로 한 번이라도 본 분들이라며 정말 공감하는 이모티콘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첫 번째로 제작했다.

[해보니 시리즈 51] 대박을 꿈꿨지만...이모티콘 직접 제작해보니


그 외에도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선수 이름을 해시태그로 검색하는 덕후의 일상부터 최애, 차애, 짤줍, 그저 빛 등 최근에 많이 쓰이는 덕후 용어와 주변 각 분야의 덕후들에게 직접 물어가며 공감할 만한 덕후티콘을 제작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이모티콘 제작에 포토샵과 태블릿을 사용했다. 평소 태블릿을 전혀 써본 적이 없어 최대한 마우스로 그려 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태블릿을 연결해 3일 내내 사용하며 손에 익힌 뒤 겨우 그림 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 만약 이모티콘 제작을 해보고 싶지만, 집에 태블릿이 없다면 손 그림을 그려서 스캔하거나 포토샵이 익숙하지 않다면 최근 유행 중인 공주티콘 처럼 그림판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이모티콘을 제작하는 내내 얼굴·몸통·표정 어느 하나도 내 마음처럼 그려지지 않았다. 삭제와 지우기를 거듭 반복하던 나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그리자'라는 생각과 함께 '내 그림만의 개성'이라고 여기며 이모티콘 제작을 이어갔다.

사실 대부분의 이모티콘 작가분들은 아이디어 구상·제작 시간에 아무리 짧아도 일주일 이상은 투자하겠지만, 나는 기사 제작 일정 때문에 3일 만에 그림을 완성하고 제안하게 됐다. 비록 평소 써본 적 없는 태블릿을 포토샵에 굴려 가며 그림판 퀄리티를 뽑았으나 24개의 이모티콘을 완성하는 데 주력했다.

'드디어 완성'

움직이는 이모티콘을 제안하려면 이미지 3개는 24프레임 이하의 GIF 제작이 필요하지만, 움직이는 이모티콘은 엄두가 나지 않아 멈춰있는 이모티콘으로 24개를 완성했다. 애초에 기대 없이 도전에 의의를 둔 제작이었지만, 막상 모아 놓고 보니 뿌듯했다.

[해보니 시리즈 51] 대박을 꿈꿨지만...이모티콘 직접 제작해보니


이모티콘 제작에 도전하면서 많은 궁금증이 생겼다. B급 감성의 이모티콘이 많이 출시되고 있는데 막 그리는 수준이 어디까지 용인되는지, 승인 기준이 따로 있는지, 작가가 아닌 사람들의 참여가 정말 많은지, 유명 작가와 일반인이 같은 기준으로 심사를 받는지 등 말이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 이모티콘 상품 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을 전반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디지털아이템팀 강길주 차장과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카카오 디지털아이템팀 강길주 차장 인터뷰]

Q. '나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모티콘이 많아졌다. 일명 '병맛티콘'이라고 불리는데. 실제로도 그런 이모티콘이 많이 제안·판매가 되고 있나?


이모티콘은 텍스트를 대신해서 감정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대화 수단이다. 따라서 이모티콘의 트렌드도 자주 바뀌는 편이다. 최근엔 정교하진 않지만, 감정을 유머러스하게 잘 표현한 형식이 인기를 끈다. 예시로 범고래 작가의 대충하는 답장 등이 있다.

Q. 이모티콘 심사 과정은 정확히 어떻게 이뤄지나?

이모티콘 스튜디오에 이모티콘을 제안하면 2주간의 심사를 거치게 된다. 이후 승인을 받으면 3개월가량 상품화 과정을 거친다.

Q. 누구나 이모티콘을 제안할 수 있게 되면서 승인 기준에 대해 궁금증이 많아졌다. 승인 기준이 따로 있는가?

이모티콘 스튜디오를 통해 이모티콘을 제안할 수 있고, 심사에 통과하면 상품화 과정을 거쳐 이용자들에게 판매된다. 대중성, 차별성, 기획력, 표현력 위주로 내부 기준에 따라 심사하며 창작자의 크리에이티브를 존중하며 다양한 제안을 수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심사 기준을 별도로 공개하고 있지는 않다. 유명 캐릭터 및 일반 작가 이모티콘 모두 동일 기준에서 평가된다.

Q. 상품화 과정에서는 어떤 절차들을 거치나?

승인 심사 이후 전문가들과 함께 디자인, 메시지 명료화 작업 등을 마친 후 출시일을 결정하고 상품화에 들어간다.

Q. 많은 사람이 유료 이모티콘을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수익 구조도 궁금한데. 작가와 카카오 간의 수익 배분은 어떻게 이뤄지나?

이모티콘은 디지털 아이템으로 매출의 30%를 애플과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에서 수수료로 가져가고, 그 외 수익을 카카오와 작가가 분배하는 구조다. 작가가 직접 입점한 경우, 에이전시를 통해 입점한 경우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작가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다르기 때문에 얼마라고 말씀드리기 어렵다.

Q. 가장 많이 팔린 이모티콘은 어떤 이모티콘인가? 혹시 하나도 팔리지 않은 이모티콘도 있나?

프렌즈를 제외하고 1020과 3040의 차이가 뚜렷한 편이다. 1020세대에서는 오늘의 짤, 옴팡이, 대학일기, 에비츄, 바쁘냥 바쁘개 시리즈가,3040세대에서는 요하, 쥐방울, 나애미, 오니기리 등이 많은 사랑을 받고있다.

매일 선별된 3~5개의 상품만을 오픈하는 현재 스토어에서는 판매가 저조한 상품은 있어도 하나도 판매되지 않은 이모티콘은 없다.

Q. 디자이너가 아니지만 이모티콘 작가가 되고싶은 이들에게 해줄 조언이나 팁이 있다면?

본인이 제안하고 싶은 이모티콘을 누가 어떤 상황에서 쓸 것인지 고민을 하고 제안해달라.그림은 못 그려도 된다. 요즘은 그림은 못 그려도 기획력이 뛰어나거나, 자꾸 보면 정감 가는 캐릭터들도 인기가 있다.

[해보니 시리즈 51] 대박을 꿈꿨지만...이모티콘 직접 제작해보니


휴일 내내 고난의 과정을 거쳐 지난 10월 10일 이모티콘 이미지를 완성해 '덕후의 일상'이라는 제목과 '이걸 내가 왜'라는 시리즈 명으로 최종 이모티콘 시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기사를 작성하던 도중 새롭게 출시된 이모티콘에 나와 비슷한 덕질 컨셉의 이모티콘이 나와 솔직히 좀 좌절했다. 기대를 안하고 도전했다고 했지만, 아쉬운 마음이 좀 들었다.

[해보니 시리즈 51] 대박을 꿈꿨지만...이모티콘 직접 제작해보니


심사에 2주라는 시간이 걸리고 미승인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혹시나 승인이 돼서 이 이모티콘이 출시하게 된다면 꼭 후속 기사를 쓰겠다. 만약 다른 주제의 '해보니 시리즈'를 작성했다면 이모티콘 제안에 실패한 거로 알아주시면 되겠다.

전혀 그림에 소질도 없고 막연하게 시작한 '이모티콘 제작 도전기'였지만 나름 뿌듯하고 의미도 있었기에 앞서 카카오 측 조언을 잘 참고해서 나와 같은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이모티콘 제작과 출시가 많아지길 바라본다.

YTN PLUS 이은비 기자
(eunbi@ytnplus.co.kr)





[해보니 시리즈 20] 멋모르고 시작했다 후회만 남긴 '강호동까스'만들기 ▶기사 링크 (http://reurl.kr/3F4FA01K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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