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시리즈 33] "집에서 하면 엄마한테 혼나겠지?" 맥주 양조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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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9.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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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33] "집에서 하면 엄마한테 혼나겠지?" 맥주 양조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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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목마름으로"
바야흐로 맥주의 계절이다. 뜨거운 햇살과 함께 시원한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한강. 여기에 맥주 한 잔이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순간이 완성된다. 그 맥주가 내가 직접 만든 맥주라면 더 즐겁지 않을까?

작은 로망을 행동으로 옮겨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발걸음은 이미 맥주 공방을 향하고 있었다.

"앗! 신발은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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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동에 위치한 공방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나를 반긴 것은 형형색색의 슬리퍼였다. 이날 양조 교육을 담당한 손승현 씨는 양조 과정 중 신발에 묻은 흙이나 먼지가 들어가 오염될 수 있기 때문에 슬리퍼 착용을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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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시작될 수업을 앞두고 분주함이 느껴졌다. 커다란 스테인리스 통 안에는 7kg 분량의 몰트(맥아)가 담겨있었고, 가열기는 열심히 물을 끓이고 있었다. 벽 한쪽에는 이날 양조 될 세 종류의 맥주. IPA와 페일 에일, 벨지안 페일 에일을 만드는 레시피가 눈에 띄었다.

"어서 와, 맥주 양조는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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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시간이 되자 양조 체험을 위해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나를 포함해 남자는 8명, 여자는 7명. 혼자 온 사람부터 커플, 부부, 회사 동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 맥주 종류에 따라 5명씩 3조로 나뉘었지만 왠지 모를 유대감이 느껴졌다. 맥주에 대한 사랑에서 나오는 아우라랄까.

맥주를 향한 6시간 동안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라면도, 맥주도 물 끓이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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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라면을 끓일 때와 마찬가지로 맛있는 맥주 역시 물을 끓이는 것에서 출발했다. 통 한가득 약 21L의 물을 끓이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30분. 때문에 양조장에 도착하는 순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물부터 끓여야 한다.

물을 끓이는 사이, 앞으로 사용할 통을 세척하고 필터를 끼우는 작업을 진행했다. 분쇄된 몰트 가루가 섞여 나오지 않도록 거름망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물을 74도까지 맞춰야 했지만, 우리 조는 물의 온도가 96도까지 올라가 차가운 물을 3번 정도 섞어 온도를 맞췄다.

"꼭꼭 밥을 씹어먹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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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뿌연 가루가 일며 몰트가 갈리고 있었다. 몰트를 분쇄하는 것은 진정한 양조의 시작이었다. 몰트는 보리가 싹이 나기 직전에 가열·건조해 성장을 멈추게 만든 상태로 맥주를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재료다.

몰트는 효모를 위한 식사와 다름없다. 효모는 몰트에서 나오는 달콤한 당을 먹고 탄산과 알코올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 탄산과 알코올이 바로 맥주다.

몰트로 당을 만드는 과정은 우리가 쌀을 씹을수록 단맛을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가 몰트를 직접 씹을 수는 없기 때문에 분쇄기를 사용한다. 분쇄기는 우리의 치아, 통은 우리의 입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몰트의 탄수화물을 당으로 바꾸는 이 과정은 '당화'라고 한다.

적당히 갈린 몰트를 먹어봤다. 살짝은 까칠한 식감에 고소한 맛. "이러다 만들기도 전에 전부 다 드시겠어요" 선생님의 외침에도 호기심은 우리의 손과 입을 바쁘게 만들었다.

"온도 확인하세요! 온도! 온도! 온도!"

물을 끓이며, 몰트를 갈았고, 새로운 통을 씻었다.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데 35분 정도가 지나있었다. 이제 갈린 몰트에 74도 정도의 뜨거운 물을 부어 효모가 먹을 당을 만들어야 한다. 선생님은 계속해서 온도 유지를 강조했다. 적절한 온도는 당화를 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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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2조는 물을 얼마나 넣어야 하죠?" 선생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모두 계산기를 두들겼다.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몰트양의 3배 정도 되는 물을 넣는다고 한다. 몰트가 7kg이니 우리가 넣을 물의 양은 21L. 아까 끓인 물을 몰트가 담긴 통에 옮기며 계속해서 국자로 저어줘야만 한다.

협업의 과정. 누군가는 물을 넣고 누군가는 열심히 젓는다.

물이 모두 들어가면 뚜껑을 덮고 1시간가량을 기다려야 한다. 앞선 표현처럼 따뜻한 물이 들어있는 통 속 분쇄된 몰트는 입안에 들어간 쌀과 같다. 이제 당이 만들어질 것이다.

"시원한 맥주를 위해선 뜨거운 물이 필요하다"

기다리는 사이 또 물을 끓여야 한다. 이 물은 몰트에서 미처 빼내지 못한 당분을 회수하는데 사용될 것이다. 맥주는 시원하게 마시는 것이 제맛이지만 맥주 양조에는 뜨거운 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70~80도에 가까운 뜨거운 물이 오가기 때문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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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쯤 지나 뚜껑을 열자 기분 좋은 달달함이 코끝을 찔렀다. "식혜 냄새나는 것 같은데요?" "진짜 달콤한 향이 확 올라오네" 여기저기서 작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달큰한 몰트액인 맥즙이 만들어진 것이다. 맥아즙에는 분쇄된 몰트 찌꺼기가 섞여 있기 때문에 여과 작업을 거쳐야 한다.

"몰트야 남아있는 당을 내놓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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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쇄기에 갈리고 뜨거운 물에 불리며 수난을 겪은 몰트지만 역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몰트가 품고 있는 당분을 더 뽑아내기 위해 다시금 뜨거운 물세례가 시작됐다. '스파징' 과정마저 끝나고 나면 몰트 찌꺼기에서 단맛은 느껴지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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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이 전부 추출된 몰트를 먹어봤다. 뻥튀기 같은 식감에 혀끝에선 미세한 단맛이 느껴졌다.

이렇게 맥즙을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굉장히 번거롭고 귀찮은 과정이었다. 게다가 집에서는 무거운 몰트를 옮기고 분쇄까지 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곡물에서 추출하여 이미 분말이나 액상 형태로 만들어진 발효 당을 사용하여 맥주를 양조한다.

"중요한 건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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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즙 속 잡균을 소독하고 불순물을 한데 모으기 위해 1시간 가까이 펄펄 끓여야 했다. 이때 홉을 넣어준다. 홉은 문자 그대로 홉이다. 홉을 일상생활에서 본 기억은 없어 백과사전을 찾아봤다. 삼과 한삼덩굴속의 식물이라고 나와 있었는데 마치 용과라는 과일처럼 그 모양새도 독특했다.

맥주 양조에는 수분을 제거하여 압축된 펠렛 타입의 홉을 사용했다. 보관이나 유통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마치 고양이나 강아지 사료가 떠오르는 모양새였다. 독특한 생김새만큼이나 향도 독특했다. 흔히 IPA에서 느낄 수 있는 그 특유의 향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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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을 넣는 데는 타이밍이 생명이었다. 어떤 홉을 언제, 얼마나 넣는지에 따라 맥주의 향과 풍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여기에 방부제 역할과 맥주를 깨끗하게 하는 청정 작용은 덤. 우리 조는 씨트라와 모자익이라는 홉을 총 4번에 걸쳐 나눠 넣었다.

"뜨거운 물과 싸움은 끝이 났다"

이제 팔팔 끓인 맥즙을 최대한 빠르게 냉각시킬 시간. 온도를 낮춰야 맥즙의 산화와 변질을 막을 수 있다. 온도가 떨어지면 맥즙 속 부유물도 응고된다고 한다. 냉각을 위해 양쪽에 호스가 연결된 '칠러'라는 기구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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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게 세척한 칠러를 맥즙 속에 퐁당 빠뜨리고, 한쪽 호스에서는 수도꼭지를 연결했다. 여기서 나오는 차가운 물이 칠러를 통과하며 뜨거운 맥즙을 식히는 원리다. 칠러를 통과해 뜨거워진 물은 반대편 호스에 연결된 통으로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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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장 중요한 순간"

어느덧 5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고지가 눈앞이었고 어쩌면 가장 중요한 단계가 남아있었다. 소독. 선생님은 "잠깐이라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공들여 만든 맥주가 상하거나 제맛을 잃게 된다"며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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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즙과 효모를 함께 담아 숙성시킬 통을 소독해야 하는데 이때 락스나 요오드 등 다양한 살균제가 사용된다. 이날 양조 과정에는 '스타산'이라는 살균제가 사용됐는데 먹어도 될 정도로 인체에 무해하다고했다.

참고로 주방세제는 살균 효과가 없고 단순 청결 효과만 있는 제품이 많기 때문에 양조를 위해서는 반드시 살균 작용이 있는 것을 선택해야 했다.

"효모야! 잘 부탁해"

살균이 끝난 용기에 맥즙을 옮겨 담고 가루로 된 효모를 투하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효모는 분말 타입과 액상 타입이 있었는데, 우리는 분말 형태의 효모를 사용했다. 효모의 종류에 따라 맥주의 종류가 결정되므로 만들고자 하는 맥주의 스타일에 따라 효모를 선택해야 한다.

제빵에 사용되는 효모와 맥주에 사용되는 효모가 다른 것처럼 IPA 맥주 전용 효모와 페일 에일 전용 효모가 따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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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효모들은 이 달큰한 맥즙을 먹고 알코올과 탄산을 뱉어낼 것이다. 맥주로 태어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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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위에는 '에어락'이라는 장치를 부착했다. 발효 과정에서 생긴 탄산이 밀폐된 용기를 터뜨릴 수 있기 때문에 이 탄산을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빠져나간 탄산은 일주일 뒤에 발효당을 넣어 다시 만들어줘야 한다.

흔히 설탕을 사용하는데 꿀이나 유자청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다시 일주일을 더 기다려야 청량감을 더하는 탄산을 얻을 수 있다. 기다림의 연속.

"혼자 하기는 어렵겠는데?"

이제 온도가 20도로 유지되는 숙성고로 향했다. 남자 둘이 힘을 합쳐도 벅찰 정도로 무게가 상당했다. "생각보다 노동 집약적이다" "너무 힘들었다" "과정 생각하면 사 먹는 게 나은 것 같다" 여기저기서 지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힘든 와중에도 다들 얼굴에 웃음기는 여전했다. 이른 시일 내에 다시 한번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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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삼아 양조 체험을 하러 왔다는 커플인 신재영(34) 씨와 이주연(28) 씨는 "우리가 먹는 맥주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몸소 체험하고 직접 만든 맥주도 마실 수 있어 뿌듯하고 보람찼다"며 "데이트 코스로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뿌듯하죠. 사서 먹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잖아요. 우리 손을 타서 만들어지니까 맥주에 대한 애정도 남다른 것 같아요. 물론 폭탄일지 아닌지는 마셔봐야 알겠지만..." 부부인 최홍구(34) 씨와 김하진(34) 씨는 양조 과정은 너무 즐거웠다며 한 번쯤 더 도전할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다.

"끝난 줄 알았지?"

그렇게 2주가 지나고 양조장을 다시 찾았다. 병에 맥주를 담아 나눠 갖는 시간. 그동안 효모는 열심히 일했을까? 도수는 있지만, 탄산은 없는 '영비어'와 처음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모두 잔을 돌려 마시며 맥주 맛을 봤다. "나쁘지 않은데?" "김빠진 맥주 맛이야" "발효가 잘된 것 같아" 다들 '우리의 맥주'에 만족스러운 듯했다. 하지만 다들 다음에는 못할 것 같다고 손사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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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맥주에 다시 탄산이 생길 수 있도록 설탕을 넣어주고 병에 넣는 과정이 이어졌다. 각 페트병에 7.5g 정도의 설탕을 넣어주고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서 7~10일 정도 탄산화를 시켜주면 된다. 이후 다시 냉장고에 넣어 효모가 활동을 멈출 수 있도록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병에 넣을 때는 병을 비틀어 맥주를 담아야 했다. 맥주가 산소와 만나 산화하지 않도록 최대한 빈 공간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안에서 탄산이 만들어져도 내압 페트병이기 때문에 터질 위험은 없었다.

1시간 동안의 병입 작업이 끝나고 설거지까지 마치면 비로소 맥주 양조의 긴 여정은 끝이 났다.

"덕질의 끝"

친구들 사이에서 맥주 좋아하는 사람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맥주를 사랑했지만, 맥주를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함께 양조했던 팀원들도 비슷했다. 누군가는 맥주 양조를 '덕질의 끝'이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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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빡할 새 마실 수 있는 맥주 한 잔을 위해 곡물을 가는 것에서 시작하여 오매불망 몇 주간의 기다림까지. 수없이 마셔본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토록 자세히 지켜본 것은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막연히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이론을 접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

힘든 만큼 뿌듯한 것은 물론이고 보리가 맥주가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신비롭기까지 했다.

이번 주말에는 직접 만든 맥주에 프라이드 반, 양념 반은 어떨까? 로망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아래는 맥주 양조 수업을 진행했던 손승현 조합원과의 일문일답

Q. 맥주 양조를 하는데 재료 수급 방법이나 가격은 어떻게 되는가?
◆ A. 맥주 양조의 필수 재료인 몰트와 홉, 효모 모두 집에서 직접 재배하는 것은 어렵다. 대부분 수입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국내 농장에서도 재배하는 경우가 많아 점점 재료를 국산화하려는 움직임이 있기도 하다. 집에서 맥주를 양조하는 홈브루잉의 경우, 다양한 제조사에서 '키트'를 내놓고 있다. 가격은 2만 원대에서 20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이 경우 만들 수 있는 종류가 한정적이긴 하다. 전문 양조장의 경우 장비 하나에 몇백만 원대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Q. 맥주 양조를 하며 가장 유의할 사항은 무엇이 있나?
◆ A. 일단 꼼꼼함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소독, 온도, 타이밍까지. 맛있는 맥주 양조를 위해서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딱 하나만 꼽자면 소독이다. 잠깐이라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맥주는 바로 상하거나 제맛을 잃게 된다.

Q. 온도나 시간은 왜 그렇게 중요한 건가?
◆ A. 쉽게 말해 재료 고유의 맛을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1시간 끓여야 하는데 50분만 끓이면 확실히 맛이 달라진다. 각 재료가 최적의 맛과 향을 내는 온도와 타이밍이 있다.

Q. 직접 만든 맥주를 잘 보관하는 방법이 있는가?
◆ A. 신선한 맥주는 빨리 마시는 것도 방법이지만 맥주 종류에 따라 숙성이 중요한 경우도 있다. 때문에 양조한 맥주의 종류에 따라 적정온도에서 급격한 온도 변화 없이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Q. 맥주 양조 어떤 재료까지 허용되나? 소주나 아메리카노를 넣어도 되나?
◆ A. 크래프트비어는 실험 정신, 도전 정신을 중요한 요소로 삼는다. 실제로 시중에 딸기나 오렌지, 고수, 고추, 커피콩 등을 넣은 맥주는 꽤 있다. 예전에 안동소주를 넣어 맥주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경우 맥주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Q. 효모를 자주 만질 텐데 혹시 다른 사람보다 피부가 부드럽지는 않나?
◆ A. (웃음) 손은 잘 모르겠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건 아니고 효모 향을 많이 맡으면 머리숱이 풍성해진다는 소문이 있긴 하다.

Q. 양조 체험 참가자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
◆ A. 노후생활 대비를 위해 맥주 양조를 배우러 오신 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회사나 학교 동아리는 기본이고 창업준비자도 많이 온다. 예전에는 마니아들이 주로 왔는데 최근에는 보통 취미생활로 일반인들도 많이 오는 편이다.

Q. 맥주 양조를 처음 오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A. 맥주 양조는 굉장히 좋은 취미라고 생각한다. 특히 양조를 같이하는 과정에 기다리는 시간 동안 서로 대화할 기회가 많아지고 직접 만드는 데서 오는 성취감도 있다. 맥주를 좋아한다면 도전할만 하다.

YTN PLUS 김성현 기자 (jamkim@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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