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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18] 직구 왕초보 기자의 '블랙프라이데이' 득템기
Posted : 2017-11-29 14:00
[해보니 시리즈 18] 직구 왕초보 기자의 '블랙프라이데이' 득템기
평소 인터넷 쇼핑을 즐기지 않는다. 직접 눈으로 보고 바로 사야 직성이 풀려서다. 주문하고도 2~3일을 기다려야 물건을 받는 게 싫어서 쇼핑할 때면 늘 발품을 팔았다. 그러니 '해외 직구'는 나에게 진정 먼 나라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런 나에게도 난생처음 '해외 직구를 해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이 왔다. 청소기가 말썽이었다. 지금 쓰는 무선 청소기는 올해 초 용산의 전자제품 매장에서 구매한 10만 원대 국내 제품인데, 처음부터 흡입력이 약하다고 생각했었다. 구매할 때 성능을 점검하지 않고 싼 것부터 찾은 죄다.

아니나 다를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저렴이' 청소기의 흡입력은 빠른 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유난히 굵고 잘 빠지는 나의 머리카락을 빨아들이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청소기에 붙은 먼지를 열심히 제거해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구매한 지 몇 달 만에 청소기는 '머리카락 제거'라는 막중한 임무를 해내지 못했다.

머리카락이 잘 빠지는 여성은 공감하겠지만 제때 치우지 않으면 방 전체가 머리카락에 점령당하는 건 순식간이다.

청소엔 영 소질도, 취미도 없지만 그럴수록 도구 탓을 하는 법. 오래오래 내 머리카락을 신속하게 잘 먹어치울 청소기가 필요했다.

[해보니 시리즈 18] 직구 왕초보 기자의 '블랙프라이데이' 득템기

이번에는 무조건 머리카락을 모조리 빨아들일 만큼 강력한 흡입력을 자랑하는 제품을 골라야 했다. 흡입력은 청소기의 생명이다. 무선 청소기 중 흡입력 최강이라는 영국 브랜드 '다이슨'의 최신 모델을 택했다.

하지만 다이슨 코리아 측에 문의한 결과 내가 원하는 모델은 국내에 정식 수입되지 않는 '직구 전용' 상품이었다.

앱솔루트에서 조금 변형된 국내 정식 수입 제품은 80~90만 원대를 호가했다. 너무 비싸고 부담스러웠다. 원하는 엑스트라 모델은 그나마 저렴했지만, 직구해도 65만 원정도였다.

돈의 벽에 부딪혀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블랙프라이데이'(블프)가 다가온다는 뉴스가 나왔다. 미국 최대 할인 쇼핑 축제인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직구를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내가 이 기간에 무언가를 산다는 것은 도전이었다.

특히 다이슨 청소기는 블프 '효자 상품'인지라 더욱 솔깃했다.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블랙프라이데이는 지났지만, 나처럼 직구를 처음 해보는 이들을 위해 아주 기본적이지만 처음엔 매우 까다롭게 느껴지는 직구 과정을 공유한다.

[해보니 시리즈 18] 직구 왕초보 기자의 '블랙프라이데이' 득템기

매년 11월 넷째 주 금요일은 미국 최대 쇼핑 할인 축제인 블랙프라이데이(블프)다. 보통 업체들은 온라인에 그 며칠 전부터 제품을 최소 20%에서 90%까지 할인된 가격에 내놓는다.

내가 사려는 청소기뿐 아니라 TV, 스마트폰, 노트북 등 비교적 고가의 전자제품은 할인 폭이 커 더욱 인기가 많다.

[해보니 시리즈 18] 직구 왕초보 기자의 '블랙프라이데이' 득템기

먼저 직구 좀 한다는 친구에게 연락했다. "배대지는 부피·무게 배송비 면제되고, 규모가 적당한 곳으로 하면 돼."

'배대지? 무게부피? 적당한 규모?'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블랙프라이데이 직구 팁', '미국 직구 초보', '배대지 추천' 등 온갖 키워드를 동원해 폭풍 검색한 뒤 정리하기 시작했다.

[해보니 시리즈 18] 직구 왕초보 기자의 '블랙프라이데이' 득템기

가장 먼저 개인통관 고유부호를 발급받았다. 외국 쇼핑몰이나 배송대행업체에서는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상 법령에 근거가 없으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없다. 이 경우 개인통관 고유부호는 주민등록번호 대신 개인 식별을 가능케 해주는 번호로, 직구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관세청 시스템에서 공인인증서나 휴대폰 인증을 통해 개인통관 고유부호를 한번 발급받으면 계속 같은 번호로 사용한다.

다음은 이름부터 생소한 '배대지'(배송대행지) 정하기. 배대지는 국내까지 배송되지 않는 해외 쇼핑몰 상품들을 현지에서 대신 받아 국내로 배송해주는 업체를 말한다.

특히 배대지에 따라 배송비가 달라져 손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골라야 했다. 직구 카페의 다양한 후기들도 살펴봤다.

그 결과 ▲의류, 신발보다 무겁고 부피도 큰 청소기의 추가 배송비가 반드시 면제되고 ▲한국까지 배송비가 저렴하고 ▲제품 검수를 꼼꼼히 해주면서 ▲미국 오리건주에 물류센터를 두고 있는 배대지를 선정했다.

미국은 주별로 상품에 붙는 소비세가 다른데, 오리건주와 델라웨어주는 전 품목 세금을 면제해주는 대표적인 주다. 의류, 장난감, 전자제품 등 자신이 주문할 품목에 따라 소비세가 면제되는 주를 고르는 것이 좋다.

[해보니 시리즈 18] 직구 왕초보 기자의 '블랙프라이데이' 득템기

배대지 회원가입을 마치고 나면 본격적인 쇼핑에 돌입한다. 세상 모든 것을 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에 접속했다.

다이슨 V8 앱솔루트 모델이 있었다. 최저 가격은 449달러(한화 약 49만 원). 기존 가격에서 25% 할인된 금액이다. 블랙프라이데이가 아닐 때는 직구로도 60만 원이 넘는 걸 생각하면, 10~15만 원은 이득인 셈이었다. 무상보증 2년에 220V용 어댑터도 지급하는 조건이다.

'어머 이건 사야 해'

[해보니 시리즈 18] 직구 왕초보 기자의 '블랙프라이데이' 득템기

우선 배송지를 입력해야 하는데, 이때 주소란에 한국 주소가 아닌 배대지 물류 센터 주소와 연락처를 입력해야 한다.

배대지 사이트마다 각 물류센터 주소가 꼼꼼히 나와 있으니 복사·붙여넣기를 하면 된다. 오리건주로 배송지를 설정했더니 실제로 세금이 추가되지 않았다.

결제 시엔 해외에서 결제 가능한 카드 정보를 입력하면 되는데, 주의할 점은 결제 통화를 원화가 아닌 '달러'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화로 결제할 경우 환전 수수료가 더 붙는다.

혹시라도 환불받아야 할 경우, 체크카드에서 돈이 빠지고 나면 적게는 2주에서 한 달의 시간이 걸릴 수 있어 신용카드를 이용했다. 소액이라면 체크카드를 사용해도 상관없지만 자칫 50만 원 가까운 큰돈이 묶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주문할 때는 특별히 무료로 이틀 만에 배송해주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라 이를 이용했다. 그 결과 지난 24일 주문한 제품이 3일 만인 27일 배대지인 오리건주 물류 센터까지 배송됐다.

[해보니 시리즈 18] 직구 왕초보 기자의 '블랙프라이데이' 득템기

아마존에서 주문을 마치면 배대지 사이트로 가서 배송 대행 신청서를 작성한다. 제품 정보, 한국 주소와 연락처 등을 입력하면 된다. 현재 내가 주문한 물품은 배대지에서 출고된 상태다.

이제 남은 건 나의 소중하고 비싼 청소기가 배대지에서 서울 우리 집까지 무사히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일뿐이다.

[해보니 시리즈 18] 직구 왕초보 기자의 '블랙프라이데이' 득템기

'직구족(族)'에겐 '이것도 몰랐단 말이야?'라고 놀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처음 해보는 초보자로서는 공부할 것이 꽤 많았다.

하지만 그 덕에 약 15만 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국내 정식 수입되는 모델과 비교하면 이번 직구로 3~40만 원 아낀 셈이다. 적지 않은 돈이다. 관세와 부가세가 약 10만 원 정도 붙어도 이득이다. 그동안 발품 파는 것만이 쇼핑의 미덕이라고 여겼던 나의 소비 패턴은 정말 '스튜핏'이었던 걸까.

꼭 블랙프라이데이 때가 아니더라도 전자제품, 의류, 신발 등을 해외 직구하면 국내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 가능하다. 해외 직구 캐시백 사이트를 이용하면 더 많이 할인받을 수도 있다.

배송 기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지만, 당장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면 해외 직구는 꽤 합리적이다.

그래서인지 국내 최대 배대지 몰테일 조사 결과 실제 2017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한국 시간 24~25일)에 국내 소비자들의 직구는 지난해보다 31%가량 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보니 시리즈 18] 직구 왕초보 기자의 '블랙프라이데이' 득템기

이렇게 국내 소비자들의 직구가 급증하는 것은, 국내로 수입되는 제품 가격이 꾸준히 높게 책정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수입 상품이 공식 수입 업체, 판매 대리점 등을 통하면서 중간 유통 마진이 붙어 가격이 높아지는 것이다.

지난 9월 말에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코리아세일페스타'가 한 달여간 진행됐지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1%로 소폭 상승했을 뿐이다. 할인 폭과 할인 상품 종류가 소비자 기대에 못 미친 탓에 부진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렇게 국내 상품 가격 거품이 빠지지 않으면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 직구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직구를 즐겨 하는 회사원 김 모(26) 씨는 "옷 같은 경우 한국 매장이 있으면 입어보고 맞는 사이즈를 체크한 뒤 해외 직구로 산다"며 "LG나 삼성의 제품마저 국내보다 해외가 싸서 전자제품은 무조건 직구"라고 말할 정도다.

나 역시 이번 계기로 '직구족'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많은 일이 그렇듯 처음이 어렵지, 한 번 하고 나면 해외 직구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YTN PLUS 문지영 기자
(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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