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시리즈 ⑭] 댕댕이와 함께한 페스티벌 그리고 펫티켓

[해보니 시리즈 ⑭] 댕댕이와 함께한 페스티벌 그리고 펫티켓

2017.11.01. 오후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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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⑭] 댕댕이와 함께한 페스티벌 그리고 펫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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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다음 스토리펀딩 '내가 구해줄개' 화면 캡처)

지난 8월 다음 홈페이지에서 스토리펀딩(일반 독자가 창작자가 생산한 스토리에 펀딩하는 것)을 보게 됐다. 훈련사 '개통령' 강형욱 씨가 참여한 펀딩이었다. '내가 구해줄개'라는 주제의 펀딩은 식용견 농장에 살고 있는 개들을 구조하고 싶다는 내용을 담았고, 강형욱 씨와 국제 동물물보호단체 HSI, 1986프로덕션이 함께한다는 내용이었다.

강형욱 씨 또한 '왜 개만 먹으면 안 돼?'라는 라는 질문에 당당하게 답을 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식용견 농장을 하는 사람들을 악마로 만들거나, 비난하는 것이 아닌 그저 식용견들을 구조하고 싶다는 거였다. 나도 반려인 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뜻에 동참하고 싶어 펀딩을 후원했고 지난 주말에 열린 '댕댕이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됐다.

'댕댕이 페스티벌' 즉 강아지 축제는 강아지들이 얼마나 멋진 친구들인지, 내 반려견이 어떤 아이들이고 개들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것인지, 더불어 반려인들이 고민할 것은 무엇인지 인식 개선에 힘을 더하기 위한 목적의 페스티벌이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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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런 인식 개선에 앞장서는 축제가 열리기 일주일 전, 반려인들은 걱정으로 비 반려인들은 분노로 물들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프렌치 블도그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물었고, 며칠 후 물린 이웃이 패혈증으로 사망한 것이다. 그 반려견의 주인은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이었고, 최시원과 가족을 향한 비난과 함께 '개 안락사', '견주 처벌 강화', '입마개 착용' 등의 문제로 퍼져갔다. 그리고 지난 28일 토요일 비반려인들은 이웃 개가 두렵고, 반려인들은 산책이 두려운 상황 속에 '댕댕이 페스티벌'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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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반려견 '복실이'가 현재는 부모님 집에서 지내고 있는 관계로 친구 반려견 '아디'와 함께 '댕댕이 페스티벌'에 참여했다. '댕댕이 페스티벌'에 입장하기도 전 정말 많은 반려견을 만났다. 그리고 많은 변화도 봤다. 평소보다 입마개를 한 강아지들이 많이 보였고, 반려인들은 반려견 줄을 최대한 짧게 잡고 있었다.

비반려인, 반려인들도 모두 서로에게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당 페스티벌 팸플릿에도 현재 인식과 상황을 반영한 문구가 담긴 안내사항이 적혀 있었다. "페스티벌에는 반려견과 함께 참여 가능하다. 다만, 사람 또는 다른 반려견에게 위협적인 모습이 보일 경우,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반드시 입마개 착용해주시기 바란다. 안전요원의 입마개 착용요청에 응하지 않는다면 페스티벌에서 퇴장될 수 있다. 리드 줄은 필수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렇게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댕댕이 페스티벌'에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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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 장소에 들어서자 계단 곳곳, 무대 앞쪽에는 돗자리가 깔려 있었고, 최소 반려인 한 명에 반려견 한 마리가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가수 김나영 씨의 공연을 시작으로 반려견들과 함께하는 페스티벌이 시작됐다. 그리고 많은 반려인의 응원을 받으며 강형욱 씨가 등장했다.

강형욱 씨는 인사말과 함께 '댕댕이 페스티벌'을 열게 된 계기를 설명한 후, 페스티벌에 참가한 반려인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최근 최시원 씨 반려견 사건을 언급하며 "요즘에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있었다. 실제로 몇몇 분들은 산책하다가 봉변도 당했다고 하더라. 너무 슬픈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강형욱 씨는 '최근 이런 상황들을 체감하고 있는 분 손 들어달라'고 말했고, 많은 사람이 손을 들었다. 많은 반려인이 손을 들자 강형욱 씨는 "실제로 제가 아는 보호자님은 오토바이 탄 사람이 갑자기 일부러 다가와 위협을 준 상황도 있었고, 그냥 지나가다가 '어? 쟤가 나 물면 어떻게?'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아진 거 같다"라며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가(반려인들끼리) 서로 예절을 지키고 그런 것들이 사회 전반적으로 퍼지면 훨씬 더 좋은 현상들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오늘 많이 걱정했는데, 여기 젠틀한 강아지가 참 많다. 주변 곳곳에 훈련사님들을 배치 하는 등 안전에 최대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우리 보호자님들도 줄 잘 매고 다니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형욱 씨의 말을 들은 반려인들은 반려견의 목줄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해당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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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댕이 페스티벌'에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페스티벌인 만큼 특별한 규칙이 있었다. 무대에 가수가 등장해도 박수가 아닌 '반짝반짝' 모양을 형상하는 손짓이 대신했으며, 길을 갈 때도 뛰지 않고 걷는 것. 강아지는 소리와 행동에 쉽게 흥분하기 때문이다. 등장하는 연예인도 박수 소리 하나 없는 조용한 환영에 당황하긴 했지만, 덕분에 강아지들도 큰 사고 없이 차분히 페스티벌에 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종종 열창하는 가수의 노래와 함께 들려오는 귀여운 '멍멍' 화음은 막을 수 없었다)

'댕댕이 페스티벌'에 많은 순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서는 바로 개그우먼 송은이 씨의 순서였다. 송은이 씨는 비 반려인이라고 말하며 "강아지 알레르기가 있다"고 밝혔다. '비 반려인에 강아지 알레르기까지 있는 송은이 씨가 강아지 페스티벌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라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송은이 씨는 강아지 알레르기약을 먹고 참석했으며, 평소에도 강아지를 너무 좋아하고 주변 사람들도 많이 키워서 그 강아지들을 만날 때마다 알레르기약을 먹는다고 말했다.

또 현재는 침을 맞으며 체질개선을 하고 있으며, 반려견을 책임질 수 있는 몸 상태가 되면 다음번 '댕댕이 페스티벌'에는 반려견과 함께 오고 싶다고 밝혔다.

그리고 페스티벌에 참여한 다른 반려인 중에서도 알레르기약을 먹으며 반려견을 키우는 분들이 있었다. 정말 많은 사람이 조금 힘든 상황에도, 자신의 반려견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반려인이 아니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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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이 어느 정도 무르익어 갈 때쯤 무대 옆 전광판에는 "SNS 스타견 '달리'와의 포토존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문구가 나왔다. 달리는 다양한 화보, 행사, 뮤직비디오, 인천공항 명예홍보견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 중인 스타견이다. 특히 SNS에서 달리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정말 뜨겁다. 유모차를 타고 등장한 새하얀 털의 분홍 옷을 곱게 입은 달리의 인기는 엄청났다. 강형욱 씨가 달리의 인기를 언급하며 "나와 셀카를 찍던 사람들이 모두 달리에게 갔다"고 질투 섞인 말을 할 정도였다.

그런데 달리에게는 반전이 있었다. 사람에게 천사 같던 달리가 강아지만 보면 짖어대서 반려견이 빠지고 달리와 반려인만 사진을 찍는 상황이 이어졌다. 강아지가 주인 공인 페스티벌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해프닝이라는 생각에 그저 웃음이 났다. 같이 그 상황을 지켜보는 다른 반려인들도 귀여운 해프닝에 핸드폰을 들고 순간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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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댕이 페스티벌'에는 연예인을 초청한 메인 무대뿐만 아니라 반려인, 반려견들을 위한 부스도 있었다. 그곳에는 '수의사 무료상담' 부스, '반려견 장례식 상담' 부스, 개농장 VR 체험, 식용견에 대한 인식 변화 촉구 메시지를 전하는 부스 등 반려견을 향한 도움, 슬픔, 즐거움이 모두 담겨 있는 공간이었다.

'댕댕이 페스티벌'은 단순히 '반려견과 함께 공연을 보고 놀다 간다'는 의미를 넘어 조금 더 좋은 반려인이 되기 위해, 비 반려인과 반려인 모두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열린 페스티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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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려견이 목줄은 했어도 주인이 잘 잡고 있지 않아 비 반려인이 있는 돗자리로 넘어가는 경우, 반려인에게 묻지 않고 모르는 사람의 반려견을 무조건 만지고 보는 비 반려인들 등 페스티벌 내 작은 불쾌함은 여전히 존재했다.

모두의 인식 개선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펫티켓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책임과 배려가 가장 정확한 해결 방법이 아닐까?

나 또한 내년에는 더 나은 반려인이 되어 내 댕댕이와 다시 한번 이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싶다.

YTN PLUS 이은비 기자
(eunbi@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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