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인터뷰] “집단지성의 힘, 착한 댓글이 세상을 바꾼다” 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

[리더스인터뷰] “집단지성의 힘, 착한 댓글이 세상을 바꾼다” 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

2016.10.13. 오후 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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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인터뷰] “집단지성의 힘, 착한 댓글이 세상을 바꾼다” 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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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앓던 김 씨(38)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죽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가 절실하게 필요했지만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댓글들이 많이 달렸다. 김 씨는 더 심한 충격을 받았다.

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은 “누리꾼들이 생각 없이 단 댓글은 누군가의 삶을 좌우할 수 있는 위험한 무기가 된다”며 “사이버 상에서 소리 없는 공격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민병철 생활영어’를 통해 실용영어 교육자로 알려진 민 이사장은 악성 댓글 추방 캠페인인 ‘선플 운동’을 이끄는 선플 전도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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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이사장은 "첨단을 걷는 IT기술에 비해 사이버 윤리 수준은 아직 답보 상태"라며 "특히 비방 댓글은 세치 혀보다 위협적"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청소년 대상 ‘선플 인성교육’을 주도하며 초·중·고·대학교는 물론 국회, 기업, 육·해·공군 등 다양한 곳에 선플 운동을 알려왔다.

민 이사장은 “10여 년간 추진해 온 선플 운동이 서서히 빛을 보고 있다”며 “지금까지 전국 청소년들이 올린 선플은 7백만 개에 이르며 선플 자원봉사단도 62만 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민 이사장은 최근 중국에서도 선플 운동을 시작했다.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에서는 수많은 해외 가입자들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리더스인터뷰] “집단지성의 힘, 착한 댓글이 세상을 바꾼다” 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

다음은 민병철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Q. ‘선플 운동’이란?

선플은 ‘악플’의 반대말로 착하고 좋은 댓글을 뜻한다. 특히 악성댓글이 달린 글에 칭찬과 응원의 댓글을 달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악플을 다는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는 인터넷 진흥원의 설문조사에서 ‘장난삼아’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옛말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는데 우스갯소리일지 몰라도 악플을 정당화 시키는 잘못된 사회풍조라고 생각한다. 특히 서로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인터넷상에 허위사실을 퍼뜨리지 말고 악플로 인해 상처 받는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자는 것이다.

[리더스인터뷰] “집단지성의 힘, 착한 댓글이 세상을 바꾼다” 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

Q. '선플 운동'을 2007년에 시작했다. 계기는?

그 당시에 근거 없는 악플 때문에 자살한 한 연예인 사건에 충격을 받았다. 그 때 중앙대 부교수였는데 학생 570여 명에게 과제를 하나 내줬다. 학생 1명이 연예인 10명의 홍보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에 가서 악플을 찾아 비판이 아닌 비방의 글을 단 악플에 대해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를 적고, 피해자에게는 용기와 희망을 주는 선플을 달아주라는 내용이었다.

학생 중에는 악플을 달아본 학생도 있었고 댓글 자체를 달아본 적 없는 학생도 있었다. 하지만 악플 때문에 생명을 뺏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자체가 좋은 교육이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대개 청소년들이 악플을 많이 달았다. 하지만 지난해 사이버 폭력 피의자 분석 결과 20대가 22.4%로 가장 많았다. 또한 30대가 17.7%, 40대 13%, 10대 11.3%, 50대가 9.3%로 전 연령대에서 악플을 다는 것으로 드러났다.


Q. ‘카톡감옥’, ‘떼카’ 등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사이버 폭력이 심각하다. ‘선플 운동’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선플’은 소통의 기본이다. SNS에서도 동료를 집단 따돌림 시키거나 폭언하는 행위가 존재한다.

채팅 방을 나가도 상대를 계속 초대해 괴롭히는 '카톡감옥', 단체 대화 방에 특정인을 초대한 뒤 단체로 욕설을 하는 '떼카', 특정 학생을 초대한 뒤 한꺼번에 채팅 방을 나가버리는 '방폭' 등 다양하다. 청소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유의 하나라고 생각하며 정말 안타깝다.

이를 위해 ‘선플 인성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을 많이 쓰는 청소년들이 이 교육을 받을수록 효과가 크다. 특히 ‘선플 운동’을 적용한 울산교육청은 전과 비교해 학교폭력 발생 건수가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초등학생 94%, 중학생 74%, 고등학생 33% 정도가 줄었다.

[리더스인터뷰] “집단지성의 힘, 착한 댓글이 세상을 바꾼다” 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

Q. 온라인 댓글뿐만 아니라 평소 대화에서도 칭찬이 중요한데 막상 실행은 어렵다. 효율적인 방안은?

‘선플’은 타인 물론 자신까지 생각하는 말과 글, 행동이다. 우선 자신을 먼저 응원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가까운 지인들에게 선플 운동을 실천한다. 한 번 시작하고 나면 그 다음은 쉽다. 저는 가족에게 ‘사랑해요’라는 문자를 자주 보낸다. 그러면 가족에게서도 ‘사랑해요’라는 답이 온다. 그렇게 점점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처음엔 쑥스러워서 말이 잘 안 나오지만 바른 언어 습관이나 사고에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선플’ 개념이 머릿속에 제대로 자리 잡으면 우리 사회에 좋은 에너지가 넘칠 것이다.


Q.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본다.

인성 교육, 캠페인뿐만 아니라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선 포털 기업에서 선플 운동에 참여해야 한다. 댓글들로 수익을 얻는 포털 측에 지원 요청을 했지만 반응이 약해서 실망했다.

또한 교통법규 위반자들에게 벌금이 매겨지듯이 심각한 악플을 다는 사람들에게도 유사한 제재가 필요하다. 물론 인터넷상에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악플로 상처받지 않을 권리’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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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는 11월에 열리는 ‘소망을 말해봐’ 캠페인은?

청소년들이 악플 대신 자신의 소망을 적고 서로 응원하는 선플을 다는 캠페인이다. 목표는 자연스럽게 선플 인성교육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준에 따라 선발된 청소년(커넥티, Connectee) 참가자들은 모임을 통해 각 분야 전문가(커넥터, Connector)와 연예인을 만난다. 커텍너와 멘토의 차이점은, 멘토는 자문역할을 하는데 커넥터는 커넥티가 소망하는 바를 이루도록 실제로 연결시켜 주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진로 탐색은 물론 응원의 힘과 희망을 느끼게 해주는 행사이다.


Q.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된다.

지금까지 영어 교육으로 대중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내게는 선플운동으로 봉사하겠다는 신념이 있다.

선플운동본부에서는 청소년 인성교육 강화를 위해 일선 학교의 교사들과 청소년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선플 강사 양성교육’을 확대할 예정이다.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선플 거리 캠페인’도 전국적으로 연다.

또한 오는 15일 오후 3시에 신촌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서는 대전 우송중학교에서 수학여행 도중 버스 전복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인 임재윤 학생의 쾌유를 기원하는 선플 행사를 진행한다. 많은 분들의 진심어린 응원과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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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영어 선생님이자 실용영어 교육자이다. 중앙대를 졸업하고 미국 노던일리노이대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 건국대에서 글로벌융합대학 국제학부 정교수로 커뮤니케이션을 강의하며 중국 베이징 어언대학교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YTN PLUS] 취재 공영주 기자, 사진 정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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