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인터뷰]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 ‘금융혁신, 인문학에서 답을 찾다’

[리더스인터뷰]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 ‘금융혁신, 인문학에서 답을 찾다’

2016.02.02. 오전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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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인터뷰]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 ‘금융혁신, 인문학에서 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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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와 금융당국, 정부 사이에서 ‘소통’하는 싱크탱크(Think Tank)가 되겠습니다.”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의 새해 각오가 남다르다.

그의 집무실에 들어서자 서재에 쌓인 책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소문난 독서광인 그는 지인들에게도 책을 자주 선물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인문학 르네상스’를 열성적으로 주창하는 그는 “사람과 사회 등 다분야의 안목을 키워 주는 인문학이야 말로 소통의 보고(寶庫)”라며 “인문학이 빠진 금융업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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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는 현대인의 필수품이 됐지만, 정보유출사건이나 카드대란 등으로 신뢰에 손상이 간 것이 사실이다.

김 회장은 “협회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는 소비자를 지향하는 금융혁신이 관건”이라며 “이 시대가 인문 지식을 갖춘 금융인, 즉 전인(全人)을 필요로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회장은 최근 불거진 ‘수수료 전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카드업계의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는 연일 뜨거운 감자다.

지난 달 31일부터 적용된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는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수료 논란에 대해 항간에서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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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적격비용 기준을 따랐지만, 일부 가맹점의 수수료는 인상된 것과 관련해 “일률적인 수수료 인하는 사회적 합의를 깨는 것으로, 인상 통보 철회는 없다”고 못 박았다.

다음은 김근수 회장과의 일문일답.

- ‘여신금융협회’는 어떤 곳인가?

여신금융협회는 70여개 여신금융회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금융협회다. 외환위기 이후인 여신전문금융업법의 제정과 함께 설립됐다.

협회는 여신금융회사가 중소기업과 서민층을 대상으로 원활한 금융지원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금융당국과의 금융정책에 대한 조율을 한다. 또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상품의 비교공시, 표준약관 제정, 약관심사, 신용카드 불법모집 점검반 운영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 이른바 ‘경제인’들에게 인문학을 강조하는 이유는?

요즘은 일반 지식 그 이상의 것이 요구된다. 인문학이란 ‘자아의 발견’이다. 나아가 ‘우리의 발견’이고 ‘인간의 발견’이다. 삶의 크고 작은 일들은 사람에게서 비롯되므로, 인문학적 사고가 반드시 뒷받침 되어야 한다.

금융업의 어려운 현실도 이와 같다. 우리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터넷은행, 핀테크 등 경쟁자인지 협력자인지도 모를 낯선 실체와 마주서 있다. 또한 국제간 금융업 경쟁력 순위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비슷한 전례도 없어 먼저 경험한 누군가가 가르쳐 줄 수도 없는 시대다. 이것이 바로 금융업에 사람, 조직, 사회에 대한 본질적 이해를 탐구하는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러한 이해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기술이 변화를 일으키지만 결국은 그 기술을 활용하여 소비자에게 무엇을 제공할 것인지는 금융인의 노력과 상상력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금융사의 경쟁력 강화는 새로운 제도나 기술의 도입과 함께 창의적인 금융인 육성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 신입사원을 뽑을 때 인문학적 소양을 많이 보는가?

인문 지식이 합격의 최우선 순위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기본 내공이 있는 친구들은 습득력, 이해력, 발전 속도 등이 빠르다고 본다. 신입직원들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지만 인문학 책을 가까이 하면 할수록 인생과 사회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키울 수 있다.

‘취업부터 하고 인문학은 나중에 하자’는 생각은 좋지 않은 것 같다. 많은 청년들이 그저 좋은 직장에 다니기 위해 스펙을 높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올바른 판단력을 키울 수 있는 철학이나 역사, 문화, 예술 등 인문학 독서를 통한 간접경험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리더스인터뷰]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 ‘금융혁신, 인문학에서 답을 찾다’

-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게 다가온 책은?

노자의 ‘도덕경’이다. 노자는 인간 삶의 목적을 무위자연으로 보았다. 평상심을 잃지 않는 허정(虛靜)이 노자철학의 궁극적인 목표다. 나의 오랜 스승인 노선생(노자)은 인생에서 굴곡을 맞이했을 때 내 삶에 좌표가 됐고 나아갈 길을 제시해 줬다.

현재 읽고 있는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남한강편’ 역시 추천하고 싶다. 영월에서 시작해 단양, 제천, 충주, 원주, 여주를 거쳐 한강으로 뻗어나가는 유 교수의 이 답사기는 남한강 유역에 산재한 수려한 경관과 평화로운 강변 마을의 풍경, 각지의 문화유산에 얽힌 풍성한 이야기로 우리를 또다시 감탄하게 한다.


- ‘상선약수(上善若水)’를 가장 좋아하는 글귀로 꼽았다.

흐르는 물은 가장 낮으며 모든 것을 포용한다는 말로 노자 철학의 가장 백미다. 노자 사상에서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아니하는 이 세상에서 으뜸가는 선의 표본으로 여기어 이르던 말이다. 즉, 오늘날 소통과 화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준다고 할 수 있다.


-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는데, 어떤 상황인가?

지난달 31일부터 연매출 2억 원 이하 ‘영세가맹점’은 1.5%에서 0.8%로, 연매출 2억~3억 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2.0%에서 1.3%로 각각 0.7%포인트씩 인하됐다. 영세가맹점과 중소가맹점 등 약 196만 가맹점이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그러나 일부 가맹점은 수수료율이 인상되는데, 주로 연 매출액이 늘어나 영세·중소가맹점 범위를 벗어난 곳이나 원가 상승으로 수수료가 상승한 곳 등이다. 문제는 이번 조치로 카드사들의 연간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6700억 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 카드업계는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우선 민생경제 안정을 위해 중소상공인의 지원을 확대코자 하는 금융당국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이번 조치가 내수경기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상공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비용절감과 조직효율화와 같은 자구적인 노력이 불가피한 상태다. 카드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규제개혁이 결실을 맺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업계의 자율성과 시장원리가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금융감독당국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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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사 손실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카드사들의 수익감소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카드사는 인력이나 부가서비스 혜택 축소, 포인트 할인을 없애기 등 비용절감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더불어 기준금리 인상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소비자 보호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충분한 고지와 설명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기존의 것은 그대로 가고, 새로 나오는 상품에 대한 부가서비스 기간을 축소한다든지 하는 여러 대안책을 신축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 수수료가 인상된 일부 가맹점들의 반발이 있는 것으로 안다.

가맹점수수료는 일률적 또는 인위적으로 인하하면 ‘적정원가’라는 사회적 합의를 깨는 것이다. 시장경제 원리에도 맞지 않으므로 카드사가 자율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일반가맹점 일부는 수수료율 인상 통지를 받았고 카드업계는 '가맹점 애로 신고센터' 운영을 통해 민원에 응대할 것이다. 현재 사안별로 수수료율의 적정성 여부를 재검토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


-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지원 활동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협회장 취임 이후 회원사에 ‘지속적인 사회공헌활동’을 강조했다. 일회성이나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활동이 중요하다고 본다.

최근에는 신용카드사회공헌위원회를 통해 농산어촌섬마을 유학협동조합과 완도군청에서 ‘섬 지역 초등학교 통학차량’ 지원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IC결제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영세가맹점의 IC단말기 교체를 위해 총 1,000억원 규모로 IC단말기 전환기금을 조성했다. 금융소외자를 대상으로 한 소액금융 지원사업(신용카드사랑론)과 더불어 영세 소상공인 자녀의 학자금을 지원하거나 저소득계층 창업자금 지원 등에도 기금을 활용했다.

[리더스인터뷰]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 ‘금융혁신, 인문학에서 답을 찾다’

- 인터넷 전문은행, 페이서비스 등 ‘핀테크(Fin-Tech)’ 산업이 뜨고 있다. 카드업계 입장에서는 새로운 도전이 아닌가.

카드업계의 핀테크 관련 사업은 모바일 등을 통한 간편결제와 빅 데이터 산업으로 볼 수 있다. 최근 각종 페이들이 간편결제 시장에 출현했다. 카드사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모바일 결제 환경을 살펴보면 모바일 결제 앱이 각 사별로 제공되고 있다. 새로운 카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매번 다시 앱을 설치하고, 카드를 등록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카드사들이 여러 카드를 한 번에 등록할 수 있는 ‘공동 모바일 플랫폼’을 만든다면 모바일 앱 개발과 유지 등에 투입되는 중복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소비자들의 결제 편의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


- 글로벌 기준에 비추어 개선돼야 할 금융규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금융회사가 핀테크 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려면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일정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신용카드업계 숙원사업이었던 부수업무가 ‘네거티브’로 열렸으니 카드사들은 작년부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규 사업모델을 다각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

‘네거티브’란 법 규정이나 법규에서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다 할 수 있게 터주는 것이다. 앞서 말했던 핀테크 관련 상품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포지티브’는 반대로 정한 것만 할 수 있는 제한적인 것이다.

또한 카드사가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데이터 가공과 활용범위가 확대되도록 제도가 바뀐다면 소비자 후생과 관련 부가가치가 제고 될 것이다.

[리더스인터뷰]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 ‘금융혁신, 인문학에서 답을 찾다’

- 좌우명은 무엇인가?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즉, 인생은 뿌린 대로 거둔다는 뜻이다. 사람한데 사랑받는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면 본인이 먼저 마음을 잘 써서 타인에게 잘해야 한다. 성공을 하고 싶으면 그에 맞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덕은 닦은 대로 가고, 죄는 지은대로 간다는 이치처럼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 이런 신념을 바탕으로 매사에 노력하는 것이 삶의 기본자세다.


- 올해 중점을 두는 사업은?

우선 자율규제 기능 활성화가 가장 큰 사안이다. 사후보고 대상 약관심사 업무 등 금융당국의 위임 업무 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다. 현재 금융당국이 신규로 협회 위임을 추진하고 있는 광고심의나 리스, 할부 모집인 등록 업무에 대해서도 업무이관 등 원활한 업무처리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대외협력 기능 강화가 목표다. 협회는 올해 초 대외협력 강화를 위해 대외협력실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정부나 입법기관 및 회원사 등과의 소통을 확대한다.

더불어 협회와 회원사, 금융소비자 모두의 동반 성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YTN PLUS] 취재 공영주 기자, 사진 정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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