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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걷다] (2) "역사 유적 좀 안 보면 어때"...경주 보문호수에서의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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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걷다] (2) "역사 유적 좀 안 보면 어때"...경주 보문호수에서의 휴식

2021년 01월 09일 17시 55분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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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걷다] (2) "역사 유적 좀 안 보면 어때"...경주 보문호수에서의 휴식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휴식이 절실히 필요하던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쉬기에는 경주가 의외로 괜찮은 곳일 지도 모르겠구나"

휴식을 위해 동해안이나 제주도를 향해야 한다는 생각, 고정관념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경주라는 지명을 들었을 때, 수학여행, 문화유적 따위만 떠올리는 것 또한 틀에 박힌 생각 아닌가 싶기도 했다.

느즈막히 잠에서 깨어나 숙소에서 독서, 영화나 좀 즐기다가 산책이나 하는 것. 내가 원하는 휴식은 딱 이 정도다.

호텔이 몰려 있어서 '호캉스' 하기 좋고, 호수를 끼고 있어 산책 하기 적당한 곳. 생각해보니 딱 경주 보문단지다.

내친 김에 경주로 향했다. 자! 이번 여행은 '역사 유적 따위 과감히 생략하는 경주 여행'이다.

[다시, 걷다] (2) "역사 유적 좀 안 보면 어때"...경주 보문호수에서의 휴식

평일 늦잠이라는 호사도 누렸겠다, 배도 고프고 산책도 하고 싶어진다.

간단히 점심부터 한 술 뜨고 보문호수를 한 바퀴 돌기로 한다.

호텔 식사도 좋지만, 경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어야지 싶었다.

"경주까지 와서 김밥이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까. 하지만 반대로 경주까지 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먹는 것. 교리김밥이다. 끼니를 해결한 뒤 호수로 향한다.

[다시, 걷다] (2) "역사 유적 좀 안 보면 어때"...경주 보문호수에서의 휴식

하늘은 맑고 호수는 푸른데 사람은 없어 한적하다.

머리 식히며 걷기 최적인, 딱 내가 바라던 호숫가 풍경이다.

"오늘 내로 보문호수 한 바퀴를 다 걷겠다" 이런 목표는 없다.

호수 산책 외에 다른 일정도 없다. 애초에 일정 같은 거 정하지 않고, 그저 쉬러 온 여행이다.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 그저 내키는 곳까지 걷다가 그만둬야지 싶은 생각이 들면 가까운 정류장으로 가서 버스 타고 숙소로 돌아오면 된다.

[다시, 걷다] (2) "역사 유적 좀 안 보면 어때"...경주 보문호수에서의 휴식

"경주에 왔다면 문화유적을 감상해야 한다. 따라서 경주 시내에 인공적으로 조성한 관광단지, 특히 놀이공원은 흉물이다"

여행 관련한 베스트셀러를 쓴 유명 인사가 펼친 이 같은 취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각자 다르고, 여행을 통해 기대하는 것도 모두 다를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여행하며, 원하는 걸 얻으면 된다.

아이들의 웃음 소리로 떠들썩해야 할 놀이공원은 조용하기만 하다.

호숫가에 수줍게 자리잡은 조그마한 놀이공원도, 저 멀리 호수 너머로 보이는 대형 놀이공원도 마찬가지다.

서울에서도 볼 수 있었던 공원 내 운동기구도, 한 때 지역주민과 여행객들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했을 수중공연장도 한산하기만 하다.

코로나가 일상과 여가를 모두 멈춰버린 2021년의 슬픈 풍경이다.

[다시, 걷다] (2) "역사 유적 좀 안 보면 어때"...경주 보문호수에서의 휴식

아무 생각 없이 걷던 중, 갑자기 나타난 표지판 하나.

호수 위에 떠 있는 저 낯선 기계장치가 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안내문이다.

"저게 뭐야?"라는 문구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일상을 떠난, 낯선 곳에서 만난 짧은 유머 하나가 지친 마음을 위로해준다.

[다시, 걷다] (2) "역사 유적 좀 안 보면 어때"...경주 보문호수에서의 휴식

천천히 걷긴 했지만, 한 시간 넘게 걷다 보니 살짝 지친다.

무리하지 말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만 걸어야지' 생각하는 순간, 눈 앞에 오래된 자동차들이 보인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직접 운전하시던 차종이 특히 눈에 띈다.

코로나 감염 사태가 끝나, 이 자동차들을 좀 더 가까이서 보며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시간... 조만간 올 것으로 믿는다.

[다시, 걷다] (2) "역사 유적 좀 안 보면 어때"...경주 보문호수에서의 휴식

숙소에서 휴식을 취한 뒤 보문의 야경을 보고 싶었지만, 추운 날씨 탓에 다음을 기약한다.

아쉽긴 하지만, 이 또한 나쁘지 않다.

'보문호수의 야경'이라는, 경주를 다시 찾아야 할 이유가 생겼으니까.

대신, 커피 한 잔과 함께 늦은 밤의 여유를 즐긴다.

그래. 이게 바로 휴식이지.

Travel Tip : 경주시내에서 보문단지로 향하는 노선버스는 10번, 11번, 16번, 18번, 100-1번, 150-1번 등이 있다. 각 호텔 인근에서 대기하는 택시도 많고, 콜택시도 잘 잡히는 편이다. 보문단지에서의 휴식이 주 목적이라면, 렌터카를 빌리지 않아도 무방하다.

교리김밥 보문점은 매주 화요일 영업하지 않는다. 평일 밤 시간대에는 대부분의 보문단지 내 음식점이 문을 닫으며, 배달음식을 시킬 경우 배달비가 비싼 편이다. 보문단지 호텔에서의 무계획 휴식을 생각한다면, 이 점을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트래블라이프=선유랑 ssonyurang@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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