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걷다] (2) "역사 유적 좀 안 보면 어때"...경주 보문호수에서의 휴식](https://image.ytn.co.kr/general/jpg/2021/0109/202101091806267882_d.jpg)
"아무 생각 없이 쉬기에는 경주가 의외로 괜찮은 곳일 지도 모르겠구나"
휴식을 위해 동해안이나 제주도를 향해야 한다는 생각, 고정관념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경주라는 지명을 들었을 때, 수학여행, 문화유적 따위만 떠올리는 것 또한 틀에 박힌 생각 아닌가 싶기도 했다.
느즈막히 잠에서 깨어나 숙소에서 독서, 영화나 좀 즐기다가 산책이나 하는 것. 내가 원하는 휴식은 딱 이 정도다.
호텔이 몰려 있어서 '호캉스' 하기 좋고, 호수를 끼고 있어 산책 하기 적당한 곳. 생각해보니 딱 경주 보문단지다.
내친 김에 경주로 향했다. 자! 이번 여행은 '역사 유적 따위 과감히 생략하는 경주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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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늦잠이라는 호사도 누렸겠다, 배도 고프고 산책도 하고 싶어진다.
간단히 점심부터 한 술 뜨고 보문호수를 한 바퀴 돌기로 한다.
호텔 식사도 좋지만, 경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어야지 싶었다.
"경주까지 와서 김밥이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까. 하지만 반대로 경주까지 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먹는 것. 교리김밥이다. 끼니를 해결한 뒤 호수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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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맑고 호수는 푸른데 사람은 없어 한적하다.
머리 식히며 걷기 최적인, 딱 내가 바라던 호숫가 풍경이다.
"오늘 내로 보문호수 한 바퀴를 다 걷겠다" 이런 목표는 없다.
호수 산책 외에 다른 일정도 없다. 애초에 일정 같은 거 정하지 않고, 그저 쉬러 온 여행이다.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 그저 내키는 곳까지 걷다가 그만둬야지 싶은 생각이 들면 가까운 정류장으로 가서 버스 타고 숙소로 돌아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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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 왔다면 문화유적을 감상해야 한다. 따라서 경주 시내에 인공적으로 조성한 관광단지, 특히 놀이공원은 흉물이다"
여행 관련한 베스트셀러를 쓴 유명 인사가 펼친 이 같은 취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각자 다르고, 여행을 통해 기대하는 것도 모두 다를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여행하며, 원하는 걸 얻으면 된다.
아이들의 웃음 소리로 떠들썩해야 할 놀이공원은 조용하기만 하다.
호숫가에 수줍게 자리잡은 조그마한 놀이공원도, 저 멀리 호수 너머로 보이는 대형 놀이공원도 마찬가지다.
서울에서도 볼 수 있었던 공원 내 운동기구도, 한 때 지역주민과 여행객들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했을 수중공연장도 한산하기만 하다.
코로나가 일상과 여가를 모두 멈춰버린 2021년의 슬픈 풍경이다.
![[다시, 걷다] (2) "역사 유적 좀 안 보면 어때"...경주 보문호수에서의 휴식](https://image.ytn.co.kr/general/jpg/2021/0109/202101091806267882_img_03.jpg)
아무 생각 없이 걷던 중, 갑자기 나타난 표지판 하나.
호수 위에 떠 있는 저 낯선 기계장치가 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안내문이다.
"저게 뭐야?"라는 문구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일상을 떠난, 낯선 곳에서 만난 짧은 유머 하나가 지친 마음을 위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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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걷긴 했지만, 한 시간 넘게 걷다 보니 살짝 지친다.
무리하지 말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만 걸어야지' 생각하는 순간, 눈 앞에 오래된 자동차들이 보인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직접 운전하시던 차종이 특히 눈에 띈다.
코로나 감염 사태가 끝나, 이 자동차들을 좀 더 가까이서 보며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시간... 조만간 올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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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휴식을 취한 뒤 보문의 야경을 보고 싶었지만, 추운 날씨 탓에 다음을 기약한다.
아쉽긴 하지만, 이 또한 나쁘지 않다.
'보문호수의 야경'이라는, 경주를 다시 찾아야 할 이유가 생겼으니까.
대신, 커피 한 잔과 함께 늦은 밤의 여유를 즐긴다.
그래. 이게 바로 휴식이지.
Travel Tip : 경주시내에서 보문단지로 향하는 노선버스는 10번, 11번, 16번, 18번, 100-1번, 150-1번 등이 있다. 각 호텔 인근에서 대기하는 택시도 많고, 콜택시도 잘 잡히는 편이다. 보문단지에서의 휴식이 주 목적이라면, 렌터카를 빌리지 않아도 무방하다.
교리김밥 보문점은 매주 화요일 영업하지 않는다. 평일 밤 시간대에는 대부분의 보문단지 내 음식점이 문을 닫으며, 배달음식을 시킬 경우 배달비가 비싼 편이다. 보문단지 호텔에서의 무계획 휴식을 생각한다면, 이 점을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트래블라이프=선유랑 ssonyurang@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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