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포인트] 연인산과 명지산에서 가을을 맞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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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5. 오후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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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포인트] 연인산과 명지산에서 가을을 맞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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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인산 정상석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분다. 계절이 바뀌어서 완연한 가을이다. 사람들은 언제 무더웠고, 큰비가 내렸는지 기억에서 금방 사라진다. 기온이 내려가면 겨울 준비를 하려고 사람들의 마음은 조금씩 바빠진다. 동물들이나 식물들도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모처럼 날씨가 좋다. 우리의 가을하늘이 이리도 예쁜지 새삼 하늘을 올려다본다. 나그네의 발걸음이 가을 산으로 향한다. 서울을 출발한 버스는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비좁은 도로를 헤집으면서 백둔리에 있는 연인산 캠핑장에 도착한다.
오늘은 연인산(H=1,068m)과 명지산(H=1,267m)을 연계 산행하기로 한다. 이곳 연인산에는 이루지 못한 두 남녀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곳이다. 세월이 지나고 두 남녀가 죽은 자리에 붉은 철쭉이 서럽도록 피었다. 그렇지만 그런 전설과는 달리 후세사람들은 이곳을 사랑이 이루어지는 산이라고 불렀다. 원래 이 산은 우목봉이라고 불렸는데 가평군이 산이름 공모를 하면서 새로 지어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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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망능선 잣나무 군락지

사랑이 이루어지는 산으로 가려면 여러 등산길이 있지만, 오늘은 가평군 백둔리에 있는 연인산 캠핑장에서 소망 능선으로 오르는 길로 가기로 한다. 이곳 마을 이름이 백둔리(栢屯里)이다. 이름에 걸맞게 잣나무 숲이 빽빽하게 우거져 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올라가는 등산길에는 잣송이들이 떨어져 있다. 그윽한 잣송이 송진 냄새를 맡으니 기운이 솟는다. 그 냄새에 취하면서 등산길을 올라간다.
능선 삼거리가 나온다. 숨을 고르면서 조금 더 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연인산이다. 매년 봄이면 철쭉이 흐드러지게 핀다. 오늘 같은 맑은 날이면 눈이 더 이상 다가갈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보인다. 가까이는 운악산과 화악산이 손에 잡힐 듯이 보이고, 운악산 왼쪽으로 북한산이 아련하게 보인다. 남쪽으로 용문산도 보인다. 이만하면 흘린 땀방울에 대한 보상이 충분히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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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지산으로 가는 이정표

명지산으로 발길을 향한다. 아재비고개까지 평탄한 내리막길이다. 지난여름 태풍에 덩치 큰 나무들이 제 한 몸 이기지 못하고 뿌리째 쓰러진 나무가 있는가 하면 중간 허리가 부러진 나무도 보인다. 이것이 자연의 힘이다. 인간이 아무리 위대하다고 하지만 자연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고 조화롭게 순응해야하는 상대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재비고개에서 연인산까지 2.5km이고, 명지산까지 3.5km이다. 이 고개는 과거 화전민들이 거처하던 곳이지만 지금은 그런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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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는 계절을 아쉬워하는 구절초

아재비고개에서 명지3봉까지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나무 아래로 걷기 때문에 햇빛은 따갑지 않지만,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는다. 그래도 곳곳에 피어있는 구절초, 쑥부쟁이, 투구꽃이 오가는 산객을 맞이하고 있다. 진한 색으로 마지막 열정을 내 뿜고 있다. 빨리 열매를 맺어야 제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따가운 가을 햇살을 맞으면서 튼실한 후손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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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악산 너머로 아스라이 보이는 북한산

명지3봉이다. 이곳 역시 사방에 막힘이 없다. 오늘 점심은 여기서 먹기로 한다. 세상이 내 발 아래에 있는 듯 모든 근심을 내려놓고 준비한 식사를 한다. 연인산과 명지산 연계 산행 중에서 여기가 제일 좋은 전망대라고 자신한다. 넋 놓고 쉬다 보니 너무 쉬었다. 후다닥 배낭을 둘러메고 명지산으로 발길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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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지3봉 능선으로 단풍이 물들고 있다

해발이 일천 미터가 넘는 곳이다 보니 능선에는 단풍이 물들고 있다. 한여름 엄청난 수분을 빨아올리던 나무들이 겨울 채비를 한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저 자신이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가을이 되어 나무가 더 이상 수분을 공급하지 않으니 나뭇잎은 스스로 나무를 떠날 날을 안다. 그러면서 나뭇잎은 감사한 마음으로 화려한 단풍을 선물로 남긴다. 나무도 마지막을 이렇게 아름답게 마무리 한다. 모든 것은 떠난 자리가 아름다워야 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식물에게 배울 점이 많다. 그것을 깨달으려면 많은 시간과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나 알면서도 실천으로 옮기기는 더욱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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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지산 정상석 (해발 1,267m)

오늘의 최고봉인 명지산이다. 경기도에서 화악산(H=1,468m)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모든 산의 정상은 인기가 많다. 명석산 역시 그렇다. 가파른 바위로 이루어진 정상은 여러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다. 산객들이 많으면 줄을 서서 인증사진을 찍어야할 정도로 좁다. 사방을 조망하려면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므로 빨리 자리를 피해야 한다. 아쉽지만 더는 지체하기가 어렵다.

이제 하산길이다. 가파른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조심하지 않으면 부상을 입기 쉽다. 하산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인산에서 명지산으로 연계산행을 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그 정도로 경사도가 심하다. 명지폭포까지 내려와야 가파른 산길은 평탄한 임도로 바뀐다. 흔들리는 다리를 손으로 위로해 주면서 명지폭포를 보러 다시 내려간다. 일부 산객은 힘들다고 그냥 스쳐 지나간다. 명지폭포로 내려가는 길도 경사도가 만만치 않다. 명지산에서 내려 온 산객이 명지폭포를 한 번이라도 다녀갔다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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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지폭포, 명지계곡의 대표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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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지계곡의 검은 바위들

명지산은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이다. 그 정도로 원시림 상태로 산림자원이 우수하고 계곡이 깊다. 그래서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그런 연유로 여름철에는 피서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지역이다. 그리고 가을이면 단풍으로 유명한 계곡이기도 하다. 계곡에서 청아한 물소리가 들린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말 같지 않은 말들을 너무 많이 들어온 터라 세파(世波)에 오염된 귀를 이 물에 깨끗이 씻고 가야겠다. 또한, 시원한 계곡물에 오늘 수고한 발과 다리도 씻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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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지산 입구 승천사

우리의 신체는 모두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다리가 참 중요한 것 같다. 다리만 건강하면 남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걸어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휴일이면 배낭을 둘러메고 산으로 가는가 보다. 따스한 햇살이지만 늦은 오후의 깊은 계곡은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가을 해는 짧다. 서둘러 하산한다. 승천사(昇天寺)를 지나면 익근리에 있는 명지산 군립공원 생태탐방학습원을 만날 수 있다. 긴 그림자를 남기면서 오늘 하루를 마감한다.


제공 = 국내유일 산 전문채널, 마운틴TV (명예기자 김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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