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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되는 한끼] 국수와 찐빵, 단팥죽...구룡포의 '옛날 패스트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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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되는 한끼] 국수와 찐빵, 단팥죽...구룡포의 '옛날 패스트푸드'

2020년 07월 18일 16시 59분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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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되는 한끼] 국수와 찐빵, 단팥죽...구룡포의 '옛날 패스트푸드'
늦은 오후, 구룡포 '국민학교'가 파할 시간.

교문을 박차고 나온 소년은 배가 고팠다.

소년의 뜀박질이 향한 곳은 학교 건너편 작은 분식집, 철규분식.

무엇을 먹을 것인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소년이 앉은 자리엔 찐빵과 단팥죽, 국수가 차려졌다.

선생님께 혼이 나도, 친구들과 다투어도, 찐빵 몇 개에 단팥죽 몇 숟갈, 국수 한 그릇이면 마음이 풀렸다.

신나게 찐빵과 국수를 먹던 소년은 어느 새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됐다.

[힘이 되는 한끼] 국수와 찐빵, 단팥죽...구룡포의 '옛날 패스트푸드'

소년의 허기와 마음을 달랬을 이 음식.

어쩌면 몇십년을 이어 온 구룡포만의 '옛날 패스트푸드' 아닐지.

[힘이 되는 한끼] 국수와 찐빵, 단팥죽...구룡포의 '옛날 패스트푸드'

철규분식에 들어가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으니, 국수와 찐빵, 단팥죽이 나온다. 수십년 간 그래왔듯이.

찐빵과 단팥죽은 도회지에서 먹던 것보다 인위적인 단 맛이 덜하다. 대신 구수한 풍미가 빈 자리를 채웠다.

별다른 고명을 넣지 않은 잔치국수가 진한 맛을 자랑한다. 해풍에 말린 면발 덕분이라나.

곱배기로 시켰건만 젓가락질 두세번에 국수는 사라진다.

[힘이 되는 한끼] 국수와 찐빵, 단팥죽...구룡포의 '옛날 패스트푸드'

"창밖엔 눈 내리고 / 찐빵 위에도 눈이 내리고
언 손 호호 불며 / 난로가에 둘러앉은 아이들
탁자너머 / 김 모락모락 오르는 눈사람
철규는 어디로 갔을까
단팥죽에 찍어먹으면 / 혀 끝에 사르르 / 녹아내리는 어린 시절
창 밖엔 펄펄 눈 내리고 / 찐빵에도 펄펄 눈이 내리고"
- 김영식 <철규분식>

찐빵을 먹던 시인이 문득 철규를 찾는다.

가게가 생긴 지 70여 년.

이 집을 개업한 주인 아주머니의 아들이 '철규'였을까. 당시 나이가 대여섯살이었다 치면, '철규'의 나이는 대략 70대 중반.

철규... 아니, '철규옹'은 어디 계실까.

트래블라이프=진영택 ever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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