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관광불모지에 감춰진 ‘성모당’

대구, 관광불모지에 감춰진 ‘성모당’

2019.04.18. 오전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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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관광불모지에 감춰진 ‘성모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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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아마도 팔공산의 '갓바위'가 아닐까.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말이 입소문을 타면서, 해마다 입시철 학부모들의 간절한 모습을 담는 방송자료로 쓰일 정도다.

팔공산이 대구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라면, 그곳에 대단위 리조트 시설이나 그럴듯한 호텔이라도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다.
아마도 경건하게 소원을 빌어야할 곳에 어울리지 않는 시설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팔공산에 숱하게 깔린 모텔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주변에 이야기를 듣다보면 팔공산과 갓바위를 찾는 외지인들은 대구 시내로는 들어오지 않고 갓바위에서 바로 고속도로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마디로 대구 시내 쪽에는 가볼만한 데가 없다는 것이리라.
최근 식도락과 관련해 대구 관광이 기지개를 켠다고 말들 하지만, 호텔만 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쉽게 말해 제대로 구색을 갖춘 5성급호텔조차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건 다른 말로 바꾸면 수요자가 없다는 뜻이므로 동어반복이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그 나라의 수도를 제외하고 유명한 도시들은, 바다나 강 그리고 호수나 명산을 품고 있다.
미국의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일본의 오사카, 한국의 부산과 인천도 마찬가지다.
분지면서 교육 도시의 이미지가 강한 대구가 관광에서 열악한 건 어쩌면 불가항력이다.

하지만 현대의 관광 산업은 있는 걸 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없는 것도 만들어 내야 하는 것.
예를 들면 오사카의 유니버셜 스튜디오나 홍콩의 디즈니랜드는 단순한 오락시설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그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대구, 관광불모지에 감춰진 ‘성모당’

이번에 소개할 성모당도 충분히 대구 관광 자원으로서 활용의 가치가 있지만, 열악한 주변 인프라 덕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대구에 사는 사람에게도 "성모당 가봤어?" 라고 물으면 고개를 저을 가능성이 크다.

전국적인 명성을 가진 갓바위에 비해, 100년이 훌쩍 넘은 성모당의 위상은 초라할 정도다.

하지만 천주교 신자가 아님에도 성모당과 부근에 대구 가톨릭 선구자들의 묘지를 보고 있으면 숙연한 마음이 절로 든다.

인근의 계산성당까지 도보로 걷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최근 화재로 전 세계인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낸 노트르담도 처음부터 유명했던 건 아니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스토리가 덧붙여지면서 신화는 만들어진다.

자, 포털에서 대구 가볼만한 곳으로 검색해보라.
놀이 공원과 스포츠 경기장, 고만고만한 유원지들이 거의 전부다.
시민들을 위한 문화 공간과 휴식의 장이 되겠지만, 여긴 반드시 가봐야 한다는 위시리스트가 없다.
없다면 만들어 내야 하지 않겠는가. 신공항에 열을 올리지만 나가는 사람들만 있고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면 멋쩍지 않은가.

성모당은 언젠가 홍콩의 빅버스처럼, 오사카의 주유패스처럼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대구 여행상품이 개발된다면 그 한자리를 차지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양혁진 dwhhh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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