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닷가 산책] 제주, 걸어야만 혹은 멈춰야만 보이는 것들

[가을 바닷가 산책] 제주, 걸어야만 혹은 멈춰야만 보이는 것들

2016.10.21. 오후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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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닷가 산책] 제주, 걸어야만 혹은 멈춰야만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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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날들이다. 온난화 영향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봄, 가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특히 가을이 그렇다.

걸어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 급변하는 세상에 걷는다는 건 뒤처지겠다고 작정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가을 바닷가 산책] 제주, 걸어야만 혹은 멈춰야만 보이는 것들

그런데 여행은 조금 다르다.

영화 ‘레옹’에서 진짜 프로 킬러가 되는 길은 먼 거리에서 목표물을 저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가까이 가는 것이라고 하듯이, 그저 보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느끼려면 걸어야 한다.

[가을 바닷가 산책] 제주, 걸어야만 혹은 멈춰야만 보이는 것들

이동수단으로 말하자면 산책, 스쿠터, 자동차, 비행기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반대로 내려오는 것이다. 걷는다는 건 어쩌면 여행의 프로가 되어가는 길인지도 모른다.

[가을 바닷가 산책] 제주, 걸어야만 혹은 멈춰야만 보이는 것들

해변을 걷는다는 것, 그리고 멈춰 선다는 건 그래서 시선을 내린다는 것이다.

그곳엔 풀과 꽃이 있고, 갯바위의 생물들이 있다.

[가을 바닷가 산책] 제주, 걸어야만 혹은 멈춰야만 보이는 것들

올레길이 나침반 역할을 하지만, 어디를 가야 하나 별로 망설이지 않아도 좋은 곳이 제주다.

하지만 자전거 도로가 해안도로를 따라 잘 정비되어 있는 반면 걷는 이에겐 이곳의 바닷가를 들어가도 되는지 큰 길을 따라 우회해야 하는지 헷갈리는 곳들이 많다.

[가을 바닷가 산책] 제주, 걸어야만 혹은 멈춰야만 보이는 것들

뭐 일단 들어가고 봐도 된다. 울퉁불퉁한 바위와 돌들에 발목을 삔다거나 하는 것만 조심하면 해변은 길이 연결되어 있지 않을 리 없다.

사람들의 왕래가 끊겨 갈대를 헤치며 가야 하는 곳이 있을 뿐.

[가을 바닷가 산책] 제주, 걸어야만 혹은 멈춰야만 보이는 것들

제주 서쪽 이호테우 해변을 지난 시점에서 애월 입구까지 8킬로미터 정도 해변을 걸었다.

태풍이 할퀸 흔적들이 바닷가 곳곳에 전쟁의 상흔처럼 흩어져 있고, 그 비바람에 어찌 무사했을지 이해가 되지 않는 들꽃들도 무수히 피어 있다.

[가을 바닷가 산책] 제주, 걸어야만 혹은 멈춰야만 보이는 것들

이 작은 어선은 마치 태풍이 방파제 위로 올려놓은 듯 하다.

[가을 바닷가 산책] 제주, 걸어야만 혹은 멈춰야만 보이는 것들

독살 혹은 개맥이 라고 부르는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한 물고기잡이 바위들도 이채롭다.

고기가 들지 않아 버려지고 허물어져 가는 모습도 보인다.

산책로를 조성했지만 관리가 되지 않아 풀들이 무성한 곳들도 많다.

제주가 무엇을 보존하고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지는 어쩌면 해안가를 걸어서 일주해보면 답이 나올지도 모른다.

[가을 바닷가 산책] 제주, 걸어야만 혹은 멈춰야만 보이는 것들

배낭에 물과 수건은 필수. 식사는 해변을 걷다 만나는 식당에서 해결해도 된다.

걸을 때 짐은 항상 가볍게 하는게 좋다.

이날 식사는 어느 해녀의 집에서 먹은 전복죽, 문어 한 접시와 함께라면 이보다 더한 사치를 찾기 어렵다.

렌트카 등이 없는 배낭여행이라면 걷다가 멈춘 곳이 숙소지만, 차로 이동해 온 것이라면 결국 세워둔 곳으로 택시등을 타고 돌아가야 한다.

앱과 콜센터를 모두 활용해도 제주시 외곽에서 택시를 잡는 게 쉽지 않으니 미리 체크해 두는게 좋다.

트레블라이프=양혁진 an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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