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피플] 문성우 법무법인 바른 총괄대표, “법조인에게 필요한 것은 똘레랑스 정신"

[피플앤피플] 문성우 법무법인 바른 총괄대표, “법조인에게 필요한 것은 똘레랑스 정신"

2016.03.15. 오후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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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앤피플] 문성우 법무법인 바른 총괄대표, “법조인에게 필요한 것은 똘레랑스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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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 생각만으로 변호사하면 안 됩니다.”

법무부 차관과 대검찰청 차장검사 등 검찰 주요 보직을 두루 지낸 문성우(60) 법무법인 ‘바른’ 신임 총괄대표의 말이다.

그는 “법조인들은 언변과 필력, 상대에 대한 예의 등 3가지 ‘품격’을 우선 갖춰야 하고, 그런 자세라면 수입은 일에 대한 반대급부로 저절로 따라온다”는 평소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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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표는 “법조인들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의뢰인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태도를 갖는 게 가장 중요하며, 사회의 병을 치료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의사라는 직업의식이 투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돈만 벌고자 하는 변호사는 참된 법조인의 자격이 없다는 말이다.

특히 문 대표가 가장 강조한 것은 ‘똘레랑스’ 정신이다. 프랑스어로 ‘관용’을 뜻하는 ‘똘레랑스’는 무조건적인 용서나 화해를 의미하지 않는다. 타인의 의견에 백 퍼센트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각의 개성을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는 이른바 관용의 정신이 함축됐다.

한-EU FTA와 오는 2017년 한미 FTA에 따른 법률시장 개방에 대해 묻자, 문 대표는 “우수한 인력과 거대 자본을 가진 해외 로펌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선진화된 시스템을 받아들여 노하우를 공유하고 전략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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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문성우 대표와 일문일답.

Q. 법무법인 ‘바른’ 신임 대표로서의 소감은?

‘바른’은 IMF때 국민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소위 '의정부 사건'으로 법조인에 대한 신뢰가 실추되던 때 바르게 해보자는 의미로 창립됐다. 이후 지속 성장을 일궈 대형로펌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법률시장 환경은 로펌의 위기라고 불릴 만큼 어렵다. 이제 법률시장은 무한경쟁 환경이다. 달라진 시대에 맞춰 체질을 바꿔야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 전임 대표들이 혁신을 위한 바탕을 마련해 놓았고, 가까이에서 그 과정을 지켜봤다. 실효성 있는 실행안을 마련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


Q. 바른은 ‘전관(前官) 출신 변호사들의 로펌’ 이미지를 갖고 있다. 퇴직공직자 취업 제한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앞으로도 종래와 같은 인물 영입이 최선의 경영 방침이라고 보는가?

우리는 단순한 고위 법조인이 아니라 재조에서 실력과 덕망을 갖춘 분을 원했고, 영입할 때 많은 토론과 심사를 거쳐 한 분, 한 분 영입했다. 지금도 마찬가지 방침인데 10년 이상 법원과 검찰에서 근무하시고 퇴직 공직자 취업제한과 관계없는 분들 가운데 경륜과 실력을 갖추신 분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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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바른’의 입사시험은 어떠한가?

로펌은 ‘법조계의 육사’라고 생각하기에 채용절차가 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공평한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므로 필기시험과 법률토론 등 자체적인 ‘바른’ 시험을 시행한다. 응시자들은 수험번호만 달고 면접에 임하고, 평가자들은 응시자의 인적사항을 알지 못한다. 말 그대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진짜 실력 있는 인재가 학벌이나 인맥 등의 이유로 기회를 얻지 못하는 상황을 막아준다고 생각한다.


Q. 평소 가치관은?

’세상의 억울한 사람에는 남녀노소, 빈부귀천이 없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억울함을 느끼는 사람이 줄어들수록 사회 분노와 갈등이 줄어든다. 이런 불평등이나 억울함을 해소하는 것이 법률가의 임무라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검사로서 지난 25년 동안 봉직하면서도 ‘내 방에 억울한 사람은 없다’는 생각을 늘 했다. 그런 소신으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었다고 자부한다. 결정문에 찍힌 도장을 세월이 흐른 후 발견했을 때 아마 억울한 이를 위해 최선을 다 했다는 보람과 행복을 느끼고자 더 그리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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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국내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법률시장이 완전 개방되는 단계라 우려를 많이 한다. 하지만 입법을 통해 합작법인에서 외국법인이 49%의 지분만 갖도록 제한하고, 합작법인이 취급할 수 없는 업무가 많기 때문에 현재 한국에 진출한 외국 로펌 중 합작법인을 설립해 한국 업무까지 하겠다고 하는 곳이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또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겠다고 하더라도 규모가 작은 외국로펌일 확률이 높은데 그들과 합작을 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결국 업무에서 일부는 협조하고 일부는 경쟁하는 구도가 될 것인데 우리 ‘바른’은 이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려 한다. 특히 ‘바른’의 비교 우위 순위인 송무 역량을 고도화하고 그간 취약했던 자문영역에서 전문성을 제고해 대응하고자 한다.


Q. ‘송무’ 능력을 중시하시는 이유는?

송무는 변호사들에게 기본 업무다. 송무 경험이 많은 변호사들은 쟁점을 빨리 파악하고 예측력도 뛰어나다. 결국 가장 기본에 충실하고자 한 전략이 적중했다.

송무 경쟁력은 대법원 상고심 파기율로 확인된다.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최근 4년간 ‘바른’의 대법원 상고심 파기율은 725건 중 94건인 13%에 달한다. 평균치인 5%를 넘는 것이다. 앞으로도 ‘송무 능력 최고’라는 우리의 명성이 유지되고자 노력할 것이고, 자문분야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Q. 앞으로 한국의 법률시장이 어떻게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올해는 어렵고도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본다. 시장 규모는 몇 년째 2조원 남짓한데 변호사는 매년 2천 명 씩 배출되고 현재 약 1만8천 명으로 증가했다. 시장개방까지 맞물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다. 법률시장이 크게 성장했던 과거는 잊어야 한다. 위기일수록 기회라는 생각으로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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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리 로펌의 현안에 대해 조언한다면?

우선 전체 법률시장 규모의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몇 년째 매년 2조원 남짓의 시장 규모로는 세계와 경쟁할 수 없다. 영국의 1개 로펌 연매출액보다 시장 규모가 작다는 것은 큰 문제다.

또한 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아 매출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 같지가 않은데, 변호사 수는 계속 늘어나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또한 덤핑 수주나 출혈 수주 같은 비합리적인 경쟁 방식까지 나타나고 있다. 합리적인 경쟁을 추구할 수 있는 자성과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Q. 신임대표로서 앞으로의 비전과 포부는?

올해는 두 자릿수 성장이 경영목표이다. 의뢰인이 믿고 맡기는 로펌을 만들겠다.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더 이상 같은 이야기 듣지 않도록 하겠다. 우리 사회가 법률 전문가 집단에 교구하는 기대를 헤아려 사회적 책임을 다 하겠다. 또한 ‘프로보노’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지원할 것이다.

특히 요즘 대형로펌들이 봉사활동 부서를 따로 두는 등 프로보노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도 사회갈등과 문제를 해소하는 책임과 더불어 탈북자, 다문화 가정 등 법률 서비스로부터 소외된 계층을 위한 활동에 주력할 것이다.


Q. 후배 법조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변호사들에게 사명감이 없다면 법률지식만 파는 단순한 일꾼에 불과하다. 스스로 자긍심과 정의감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성장한 후배들이 법원이나 검찰 등 공직은 물론 사내 변호사 등으로 진출하면 공직사회는 몰론 법조계 전반에 새로운 기풍을 진작할 수 있다.


[YTN PLUS] 취재 공영주, 사진 정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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