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매트릭스: 리저렉션’, 난해하지만 눈길이 가는 기묘한 매력

[Y리뷰] ‘매트릭스: 리저렉션’, 난해하지만 눈길이 가는 기묘한 매력

2021.12.22.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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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기사는 영화의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매트릭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자, 전작인 ‘매트릭스 3 – 레볼루션’ 개봉 이후 18년 만의 후속작인 ‘매트릭스: 리저렉션’이 공개됐다.

SF 영화계에서 걸작으로 손꼽히는 매트릭스 시리즈는 미래 세계에서 인간의 뇌를 지배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자 가상현실 공간인 매트릭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계들과 전쟁을 벌이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2003년 ‘레볼루션’에서 네오(키아누 리브스)는 기계 도시의 지도자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만나 인류와의 평화를 조건으로 죽음을 택하며 ‘매트릭스’ 시리즈는 마무리됐다. 그러나 18년 만에 돌아온 속편은 앞선 모든 시리즈가 단지 토머스 앤더슨(키아누 리브스)가 창조한 가상의 게임일 뿐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며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간다.


‘매트릭스: 리저렉션’가 보여주는 세계 속에서 앞선 ‘매트릭스’ 1,2,3편의 이야기는 천재적인 게임 디자이너 토머스 앤더슨이 만든 가상의 게임일 뿐이다. ‘너무 완벽해서 가짜 같다’는 그 게임은 영화가 현실에서 개봉했던 1999년 ‘올해의 게임상’을 받은 명작이기도 하다.

이 세계에서 게임의 제작사 ‘워너브라더스’는 토마스 앤더슨에게 속편 제작을 요구하고, 그는 게임을 개발할수록 점차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혼란을 느끼며 자신이 미쳐간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일정 부분을 지나기 전까지 관객은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 지 혼란을 겪게 된다. 감독 역시 마치 스크린 밖으로 나온 듯, 관객을 향해 끊임없이 진실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곳곳에 ‘매트릭스’ 시리즈 1,2,3편에 나왔던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며 혼란을 가중시킨다. 오마쥬나 단순한 재연을 넘어 토마스 앤더슨이 네오로 활약했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모습들은 실로 기이하다. 18년 만에 과거 자신의 행동을 바라보는 주인공을 다시 스크린에서 만나는 관객 역시 주인공처럼 기묘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앞선 매트릭스 시리즈가 그러했듯 이번 영화 역시 관객 앞에 숱한 상징을 늘어놓고 다양한 철학적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그러나 ‘매트릭스: 리저렉션’이 흥미로우면서도 독특한 지점은 감독의 태도에 있다.

작중 게임 회사 직원은 대놓고 ‘독창적이면서도 신선한 ‘매트릭스4’를 만들자’고 선언한다. 또 다른 직원은 ‘매트릭스4’를 통해 ‘이게 뭔 소리야?’라는 반응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누군가는 ‘매트릭스’가 액션 게임이라고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철학적 이론 놀이’ 혹은 ‘총싸움’일 뿐이라고 말한다.


프랜차이즈, 속편, 리부트를 언급하며 ‘리부트가 잘 팔린다’는 이야기는 또 하나의 농담처럼 느껴진다.

이처럼 감독은 작중 인물들을 통해 스스로를 향한 자아 성찰 혹은 자기 비판적인 모습을 보인다. 때로는 관객 또는 평단을 향해 조소 짓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감독은 개봉 이후 수많은 이들이 셀 수 없이 많은 해석과 주석을 달았던 지난 역사에 대해 슬며시 웃어 보이는 듯하다. 이 웃음의 의미가 기쁨인지 조소인지는 관객마다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노스텔지어 만큼 위안이 되는 것은 없다’는 영화 속 대사처럼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지난 과거를 떠올리고 추억하게 한다.

하지만 그 수많은 질문들과 끊임없이 몰아치는 상징 속에서도 스토리의 허술함은 막을 수가 없다.

전작에서 모습을 보였던 사티가 등장해 도움을 주고, 네오가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를 구출하는 과정을 다룬 작품의 중후반부는 어떻게든 영화를 끌어 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서사의 연결 고리가 탄탄하지 못하게 느껴진다.

지난 ‘매트릭스’ 3부작이 각각 탄생, 삶, 죽음을 다뤘다면 이번 작품에서 감독이 내세운 키워드는 ‘사랑’이다. 마지막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며 ‘사랑은 모든 것의 근원(Love is the genesis of everything)’이라는 메시지처럼, 이번 작품은 감독이 사랑의 위대함을 전하기 위해 ‘매트릭스’라는 SF 영화 시리즈를 활용한 것 처럼 느껴질 정도다.

철학과 사상, 종교와 이념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메시지를 담았다고 알려진 ‘매트릭스’ 시리즈이지만, 감독은 ‘사실 진정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결국 사랑이었노라’라고 나지막이 읊조리는 듯하다.

라나 워쇼스키 연출. 키아누 리브스, 캐리 앤 모스, 제시카 헨윅, 닐 패트릭 해리스, 야히아 압둘 마틴 2세 등 출연. 쿠키 영상 1개. 15세 관람가. 12월 22일 개봉.

YTN star 김성현 (jamkim@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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