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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영화 제작사 마블은 자사 시리즈의 캐릭터들을 상호 교류시키며 고유의 세계관인 ‘마블 유니버스’를 창조했다. 최근 예능에서도 여러 프로그램 간 패러디나 멤버들의 변칙 조합으로, 혹은 ‘부캐’(부가 캐릭터)를 활용한 방식 등으로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내 눈길을 끈다.
김태호 PD는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고정 출연자 유재석을 중심으로 확장하는 세계관을 구축했다. 유재석은 ‘놀면 뭐하니?’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유고스타-유산슬-라섹-유르페우스-유DJ뽕디스파뤼-닭터유-유두래곤-지미유 등 새로운 분신들을 선보였다.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을 비롯해 다양한 부캐가 공존하는 상상의 세계, ‘유(YOO)니버스’를 탄생시켰다.
이 같은 성과는 운도, 우연도 아니다. 김 PD는 새 프로그램 구상 단계부터 고유한 세계관의 구축을 기본으로 삼았다. ‘무한도전’이 막을 내리던 2018년 3월,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그 계획을 귀띔한 바 있다.
당시 김 PD는 “최근 영화 제작사 마블 스튜디오가 10주년을 맞이했는데 마블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게 있다. 각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들이 모두 큰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되지 않나. 제가 새 프로그램을 하게 된다면 특집마다 각자 연출하지만, 전체적으로 큰 틀을 함께 하는 그런 시스템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미 ‘놀면 뭐하니?’에 대한 큰 그림이 그려져 있던 셈이다.
예능 최초로 부캐를 생성하고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놀면 뭐하니?'만의 무기는 드럼부터, 요리, 트로트, 하프, 치킨, 혼성 댄스 그룹 등 예측 불가한 방향으로 무한 확장하고 변주할 수 있는 유연성이다. 여기에 '방구석 콘서트'처럼 시의적절한 아이템을 선보이는 제작진의 참신한 기획력과 대중과의 쌍방향 소통, 그 안에 담긴 휴머니즘이 시청자들을 '놀면 뭐하니?'의 유(YOO)니버스로 인도하고 있다.
이처럼 인물의 변주를 통해 만들어진 예능 세계가 있다면, 여러 프로그램이 분할하고 연결되면서 이뤄진 예능 세계도 있다. 나영석 사단으로 불리는 제작팀의 프로그램이 그런 예다.
나영석 PD는 CJ ENM으로 이적하면서 앞서 지상파 시절에는 시도하기 어려웠던 시즌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끝나는 시점이 정해져 있는 시즌제 덕분에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 진행할 수 있었고, 해당 프로그램들은 ‘나영석’이라는 이름으로 연결점을 갖게 됐다. 시청자에게 자연스럽게 세트처럼 인식될 수 있었다.
웹 세상과 만남은 나영석 사단 유니버스의 ‘빅뱅’이 됐다. '신서유기'를 통해 일찌감치 웹 예능의 가능성을 실험한 나 PD는 유튜브 채널 '십오야'를 통해 기존 TV와 다른 형태의 예능 시리즈를 시도할 수 있었다. 은지원의 '삼시세끼 : 아이슬란드로 간 세끼', 젝스키스 합숙 예능 '삼시세네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모두 '삼시세끼' 포맷을 차용했다. ‘삼시네세끼’의 경우 ‘삼시세끼’ 산촌 편과 같은 배경에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그런가 하면 차승원과 유해진이 출연하는 ‘삼시세끼’ 어촌 편에 ‘삼시세끼’ 산촌 편의 이서진이 게스트로 출연하며 시리즈 애청자들만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윤식당'의 스핀오프인 '강식당', 또 ‘강식당’의 스핀오프인 ‘이수근의 나홀로 이식당'을 제작해 끝없는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예능 프로그램의 세계관은 제작자가 의도한다고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러 개의 성공한 케이스, 프로그램이든 캐릭터든 동등하게 연결될 수 있는 개체가 여럿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유재석이란 인물로 여러 부캐 제조에 성공한 김태호 PD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성공시킨 나영석 PD이기에 가능한 시도”라고 평했다.
한 개의 성공한 프로그램, 한 명의 인기 캐릭터만으로 ‘세계’가 구축될 수 없다. 많은 시도와 도전이 필요하고, 시청자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하나의 세계로 이어질 만큼 큰 가능성을 품은 프로그램과 캐릭터가 더 많이 만들어져, 예능이란 우주에 더욱 다양한 유니버스가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사진제공 = MBC, CJ ENM]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김태호 PD는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고정 출연자 유재석을 중심으로 확장하는 세계관을 구축했다. 유재석은 ‘놀면 뭐하니?’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유고스타-유산슬-라섹-유르페우스-유DJ뽕디스파뤼-닭터유-유두래곤-지미유 등 새로운 분신들을 선보였다.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을 비롯해 다양한 부캐가 공존하는 상상의 세계, ‘유(YOO)니버스’를 탄생시켰다.
이 같은 성과는 운도, 우연도 아니다. 김 PD는 새 프로그램 구상 단계부터 고유한 세계관의 구축을 기본으로 삼았다. ‘무한도전’이 막을 내리던 2018년 3월,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그 계획을 귀띔한 바 있다.
당시 김 PD는 “최근 영화 제작사 마블 스튜디오가 10주년을 맞이했는데 마블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게 있다. 각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들이 모두 큰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되지 않나. 제가 새 프로그램을 하게 된다면 특집마다 각자 연출하지만, 전체적으로 큰 틀을 함께 하는 그런 시스템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미 ‘놀면 뭐하니?’에 대한 큰 그림이 그려져 있던 셈이다.
예능 최초로 부캐를 생성하고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놀면 뭐하니?'만의 무기는 드럼부터, 요리, 트로트, 하프, 치킨, 혼성 댄스 그룹 등 예측 불가한 방향으로 무한 확장하고 변주할 수 있는 유연성이다. 여기에 '방구석 콘서트'처럼 시의적절한 아이템을 선보이는 제작진의 참신한 기획력과 대중과의 쌍방향 소통, 그 안에 담긴 휴머니즘이 시청자들을 '놀면 뭐하니?'의 유(YOO)니버스로 인도하고 있다.
이처럼 인물의 변주를 통해 만들어진 예능 세계가 있다면, 여러 프로그램이 분할하고 연결되면서 이뤄진 예능 세계도 있다. 나영석 사단으로 불리는 제작팀의 프로그램이 그런 예다.
나영석 PD는 CJ ENM으로 이적하면서 앞서 지상파 시절에는 시도하기 어려웠던 시즌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끝나는 시점이 정해져 있는 시즌제 덕분에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 진행할 수 있었고, 해당 프로그램들은 ‘나영석’이라는 이름으로 연결점을 갖게 됐다. 시청자에게 자연스럽게 세트처럼 인식될 수 있었다.
웹 세상과 만남은 나영석 사단 유니버스의 ‘빅뱅’이 됐다. '신서유기'를 통해 일찌감치 웹 예능의 가능성을 실험한 나 PD는 유튜브 채널 '십오야'를 통해 기존 TV와 다른 형태의 예능 시리즈를 시도할 수 있었다. 은지원의 '삼시세끼 : 아이슬란드로 간 세끼', 젝스키스 합숙 예능 '삼시세네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모두 '삼시세끼' 포맷을 차용했다. ‘삼시네세끼’의 경우 ‘삼시세끼’ 산촌 편과 같은 배경에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그런가 하면 차승원과 유해진이 출연하는 ‘삼시세끼’ 어촌 편에 ‘삼시세끼’ 산촌 편의 이서진이 게스트로 출연하며 시리즈 애청자들만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윤식당'의 스핀오프인 '강식당', 또 ‘강식당’의 스핀오프인 ‘이수근의 나홀로 이식당'을 제작해 끝없는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예능 프로그램의 세계관은 제작자가 의도한다고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러 개의 성공한 케이스, 프로그램이든 캐릭터든 동등하게 연결될 수 있는 개체가 여럿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유재석이란 인물로 여러 부캐 제조에 성공한 김태호 PD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성공시킨 나영석 PD이기에 가능한 시도”라고 평했다.
한 개의 성공한 프로그램, 한 명의 인기 캐릭터만으로 ‘세계’가 구축될 수 없다. 많은 시도와 도전이 필요하고, 시청자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하나의 세계로 이어질 만큼 큰 가능성을 품은 프로그램과 캐릭터가 더 많이 만들어져, 예능이란 우주에 더욱 다양한 유니버스가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사진제공 = MBC,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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