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 년 만에 가족 품에"...유족 채혈로 되찾은 4·3 희생자

"70여 년 만에 가족 품에"...유족 채혈로 되찾은 4·3 희생자

2024.02.24. 오전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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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3 당시 제주공항에서 학살된 희생자 두 명의 신원이 70여 년 만에 확인됐습니다.

채혈에 참여했던 유족과 수습된 유해의 유전자 정보가 일치하면서 기적처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자녀와 손자, 여자 형제 등 유족 9명이 채혈에 참여하면서 신원을 확인할 수 있게 돼 채혈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강조되고 있습니다.

KCTV 제주방송 김용원 기자입니다.

[기자]
4.3 희생자 2명이 70여 년 만에 가족을 만났습니다.

1949년 불법 군법회의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공항에서 희생된 당시 26살의 이한성, 1950년 예비검속 때 학살된 41살 강문후 희생자입니다.

지난 2007년과 2009년 발굴된 유해와 최근 채혈에 참여한 유족들의 유전자 정보가 일치하면서 70여 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되찾았습니다.

강문후 희생자의 경우 자녀와 여자 형제, 손자까지 대를 이어 채혈에 참여했고, 이처럼 유족 9명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당시 한 살 간난 아들은 75살이 돼서야 아버지를 품에 안게 됐습니다.

[강기수 / 강문후 희생자 아들(75세) : 2월 7일에 유전자 분석 자료를 집에서 보여주니 이제야 강문후 아버지를 찾았구나, 하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4.3 당시 서북청년단의 만행으로 어머니와 누나를 잃고 형 두 명의 생사조차 모른 채 연좌제 불안에 떨었던 13살 아이는 미국에서 반평생을 일구면서도 희생된 가족을 잊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재심을 통해 형님의 억울함을 풀었고, 마지막으로 기댔던 채혈 검사에서 작은 형을 기적적으로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이한진 / 이한성 희생자 동생·현 재미제주도민회장 : 축하해 주시니 이제 모든 짐을 내려놓으시고 편안히 쉬셨으면 합니다. 가족 품에 안기지 못한 영령들, 가족을 만나는 날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이로써 도내 유해 발굴 희생자 410여 명 가운데 34%인 140여 명의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270명은 자신의 이름과 가족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숭덕 / 서울대학교 법의학교실 교수 : 저희가 지금 가지고 있는 유해, 신원 확인이 안 된 유해도 아, 이 정도면 유가족 정보만 있으면 확인할 수 있겠다는 분이 아직도 꽤 됩니다. 그런데 그런 분들에 대해서도 아직 신원 확인이 안 된 건 유가족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까지 채혈에 참여한 유족은 2천 1백여 명.

시간이 갈수록 유해 보존 상태가 나빠지면서 더 많은 양의 표본과 유전자 정보가 필요한 만큼 보다 적극적인 채혈 참여가 절실합니다.

KCTV뉴스 김용원입니다.


촬영기자 : 현광훈



YTN 김용원 kctv (yhk55522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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