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지기 친구의 무차별 폭행...속초 20대 청년의 죽음

10년 지기 친구의 무차별 폭행...속초 20대 청년의 죽음

2022.02.09. 오후 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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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지기 친구의 무차별 폭행...속초 20대 청년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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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동갑내기 친구를 이유 없이 골프채로 때리고 옷을 벗겨 촬영하며 조롱한 20대가 법정에 섰습니다.

장난이라는 이유로 무자비한 폭행을 당한 피해자 24살 황 모 씨는 결국 뇌출혈로 숨졌습니다.

가해 친구들은 친구가 숨진 뒤 폭행 사실을 은닉하려 했고 결국,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에 전모를 들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주범 최 모 씨는 구속된 이후에야 100여 장의 반성문을 제출하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강원도 속초, 중학교 동창으로 10년 동안 알고 지낸 친구들 사이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

그 시작은 지난 2020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새벽 시간, 최 모 씨는 중학교 동창으로 연초에 군에서 전역한 동갑내기 황 씨를 만난 자리에서 황 씨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주먹으로 수차례 때렸습니다.

석 달 뒤, 이번엔 차에서 자고 있던 황 씨를 끌고 나온 후 골프채로 수십 회 때렸습니다.

그저 친구들끼리의 장난, 폭행의 이유는 따로 없었습니다.

연이어 계속된 무차별적인 폭행은 결국, 20대 청년 황 씨의 죽음으로 이어졌습니다.

2020년 12월 12일 새벽 3시.

강원도 속초에 있는 PC방 앞.

친구 생일 파티를 겸한 술자리에서 최 씨는 또다시 골프채를 들었습니다.

황 씨의 팔과 다리 등 전신을 구타하고 바닥에 넘어진 황 씨가 일어나려 하자 발로 가슴을 걷어찼습니다.

폭행은 집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얼굴을 수십 차례 때리고 계단에서 굴러 넘어뜨렸습니다.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황 씨 속옷을 벗긴 후 얼굴에 소변을 누는 듯한 행동을 하며 조롱했습니다.

주변에 있던 다른 친구들도 말리기는커녕 범죄를 도왔습니다.

가위바위보를 하다 졌다며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황 씨 나체를 찍어 공유했으며 SNS에 올리기까지 했습니다.

무차별 폭행 뒤 한나절 동안 방치된 황 씨는 밤 9시가 돼서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은 뇌 경막하 출혈이었습니다.

황 씨가 숨진 뒤에도 이들은 반성하지 않았습니다.

차량 블랙박스를 치우고 말을 맞추며 범행을 축소·은폐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수사 과정에서 모든 범행이 들통 났습니다.

상해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주범 최 씨는 뒤늦게 반성의 기미를 보였습니다.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1심, 서울고등법원 2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100여 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하며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검찰은 주범 최 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습니다.

하지만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 역시 최 씨에게 검찰 구형의 절반인 징역 10년을 선고했습니다.

공범인 가해자들은 1심에서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상태입니다.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는 "피해자를 여러 차례 폭행한 뒤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고, 피해자 유족으로부터도 용서받지 못했다"며 밝혔습니다.

다만 "살인의 고의는 없었고, 범행을 인정하고 있으며, 원심 형량이 권고형 범위 내에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짧은 항소심 재판이 끝나고 법정을 나오는 황 씨의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속초에서 춘천에 있는 재판장까지 찾아온 어머니는 친구들로부터 얼굴이 피범벅이 될 정도로 맞은 아들 생각에 억울해하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살인죄로 기소되길, 엄벌이 내려지길 탄원했는데, 역시나 소용이 없었다고 말입니다.


YTN 지환 (haj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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