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 결과는 동의하는데, 출산하지는 않았다?

유전자 검사 결과는 동의하는데, 출산하지는 않았다?

2021.05.12. 오후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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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북 구미의 한 원룸에서 숨진 3살 여아의 친모가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유전자 검사 결과를 처음으로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가 출산 사실을 증명할 수 없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는데요.

취재기자 연결해서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허성준 기자!

유전자 검사 결과를 인정했다는 건 자기 딸이 맞는다는 얘긴데, 출산은 하지 않았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요?

[기자]
매우 모순된 주장입니다.

어제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숨진 구미 여아의 친모로 밝혀진 48살 석 모 씨에 대한 2차 공판이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석 씨는 숨진 아이가 자신의 친자라는 유전자 검사 결과를 처음으로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가 출산 사실을 증명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는데요.

바꿔 말하면 출산한 적이 없는 아이와 DNA만 일치한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한 겁니다.

DNA 검사는 과학적인 증거고, 오류가 날 확률도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이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3번,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에서 1번 등 4번을 분석했는데 모두 같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석 씨가 DNA 검사 결과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석 씨가 DNA 검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면, 나머지 진술의 신빙성도 떨어질 수 있는 겁니다.

다시 말해 '재판에서 전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앵커]
터무니없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건가요?

[기자]
문제는 검찰이 출산과 관련한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유전자 검사는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과학적인 방법입니다.

숨진 아이의 혈액형을 봤을 때도 큰딸 김 모 씨와 숨진 아이의 모녀 관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석 씨 입장에서는 딸이라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겁니다.

문제는 딸이려면 출산을 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검찰은 석 씨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출산했는지 정황 증거들만 내세우고 있습니다.

석 씨 측은 이걸 파고들며 '검찰의 공소사실 가운데 추정한 부분'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출산과 아이 바꿔치기는 검찰의 주장일 뿐이라는 겁니다.

결국, 딸을 출산한 적이 없고, DNA 검사 결과는 왜 그렇게 나왔는지 모르니 검찰이 밝혀내라고 주장하는 겁니다.

[앵커]
그럼 검찰은 석 씨의 주장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기자]
검찰은 추가 증거를 제출하며 석 씨를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석 씨가 아이를 낳은 것으로 추정하는 시기의 5, 6개월 전에 출산과 관련한 영상을 시청한 것을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또 채팅을 통해 만난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적이 있다는 진술과 임신부 애플리케이션을 휴대전화에 설치한 후 삭제한 점도 밝혀냈습니다.

검찰은 또 숨진 아이의 몸무게가 출산 나흘째 되는 날 갑자기 200g 정도 줄어든 산부인과 관찰 기록지도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신생아의 경우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만큼 바꿔치기의 확실한 증거라 된다는 겁니다.

아이의 오른쪽 발목에 채워진 인식표가 다음 날 분리된 사진도 증거로 제출됐습니다.

[앵커]
양측의 주장이 맞서면서 사건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군요.

[기자]
석 씨의 국선변호인은 석 씨가 범행을 저지른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는 물론 범행동기마저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석 씨가 바꿔치기하기까지 아이를 어디에 뒀는지, 어떻게 양육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석 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바꿔치기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석 씨의 출산 전력에 비춰 2018년 3월에 아이를 낳을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석 씨의 출산이 인정되는 이상 바꿔치기에 대해 석 씨가 몰랐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석 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7일에 열릴 예정입니다.

앞서 지난 7일 검찰은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석 씨의 딸 김 모 씨에게 징역 25년형을 구형했습니다.

지금까지 대구경북취재본부에서 YTN 허성준[hsjk23@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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