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퇴근길 20대 여성 참변...가해 운전자, '엿새 전' 마약 투약?

[와이파일]퇴근길 20대 여성 참변...가해 운전자, '엿새 전' 마약 투약?

2021.03.08. 오전 06:0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와이파일]퇴근길 20대 여성 참변...가해 운전자, '엿새 전' 마약 투약?
▲ 사고 당시 CCTV 화면
AD
확보한 CCTV 보기가 버거웠습니다.
몇 초짜리 짧은 화면이지만 억 소리가 절로 났습니다.

'제발 건너지 마라. 고개 돌려 옆을 봐라.'
영상을 처음 볼 때 들었던 생각입니다.



[와이파일]퇴근길 20대 여성 참변...가해 운전자, '엿새 전' 마약 투약?


안타깝고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 건 지난해 12월 21일 저녁 7시 40분쯤입니다.
강원도 춘천 근화동에 있는 왕복 6차선 도로, 횡단 보도 위였습니다.

달리던 승합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을 그대로 들이받았습니다.
사고가 날 때까지 차량은 속도를 조금도 줄이지 않았습니다.
퇴근 후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파란 불에 길을 건너던 27살 임 모 씨.
경찰 조서에는 임 씨가 사고 충격으로 무려 27m를 날아가 쓰러졌다고 적혀 있습니다.
중증 뇌 손상, 꿈 많던 20대 청춘은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 50대 남성 운전자 조사하니 '필로폰 양성'

[와이파일]퇴근길 20대 여성 참변...가해 운전자, '엿새 전' 마약 투약?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경우 대부분 언론에 다뤄지지 않습니다.
이 사건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난 후 단순 교통 사고와는 좀 다른 소식이 들렸습니다.

마약이었습니다.

현장에서 검거된 승합차 운전자는 53살 남성 장 모 씨였습니다.
그런데 사고 현장에서도, 이후 경찰 조사에서도 영 이상했습니다.
횡설수설에 소리를 지르고 술 취한 행동이 이어졌습니다.
사망 사고를 낸 직후 이뤄진 조사에서 장 씨는 꾸벅꾸벅 졸기까지 했습니다.

[와이파일]퇴근길 20대 여성 참변...가해 운전자, '엿새 전' 마약 투약?

음주 운전 검사를 진행했지만 수치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의심된 건 마약이었습니다.
장 씨는 지난 2017년에도 마약 투약으로 2년 6개월 실형을 받고 출소한 적이 있습니다.
역시나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필로폰이었습니다.
양성 반응이 나온 뒤 뒤늦게 필로폰 투약을 자백한 장 씨는 구속됐고, 춘천교도소 구치소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또 있었습니다. 바로 장 씨에게 적용된 범죄 혐의였습니다.



▶특가법 위험운전 치사 빠진 이유...투약 시점 특정 못 해

[와이파일]퇴근길 20대 여성 참변...가해 운전자, '엿새 전' 마약 투약?

여러 사건을 취재하다 보니 마약 사건 역시 심심치 않게 보게 됩니다.
통상 필로폰 같은 마약이나 약물에 취해 운전하면 특정범죄가중법 적용을 받습니다.
제5조의 11, 위험 운전 치사상 혐의입니다.
만약 사람이 죽으면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로 구분됩니다.
그런데 재판을 앞둔 장 씨에게는 위험 운전 치사 혐의가 빠져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처음 경찰이 장 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크게 2가지였습니다.

1.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필로폰 소지와 투약)
2.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 운전 치사)


경찰은 혐의를 적용해 넘겼는데, 혐의가 빠졌다면?
맞습니다. 검찰입니다.

알아본 결과 검찰이 위험 운전 치사 혐의를 뺀 이유는 투약 시점 때문이었습니다.

[와이파일]퇴근길 20대 여성 참변...가해 운전자, '엿새 전' 마약 투약?

마약(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온 이후 추궁 끝에 장 씨가 필로폰을 했다고 자백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이 12월 15일 밤.
교통 사고가 12월 21일 저녁에 났으니까 사고 엿새 전이었습니다.

바로 그 엿새가 문제였습니다.
그러니까 마약을 한 것도 맞고 운전하다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한 것도 맞지만
사고 당시 약에 취해 운전했다고 확신할 증거는 찾지 못했다는 겁니다.


[와이파일]퇴근길 20대 여성 참변...가해 운전자, '엿새 전' 마약 투약?

최근 연예인 마약 사건 등으로 많이 알려지다시피
현재 이뤄지는 마약 검사의 경우 시약을 통한 소변 검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체모, 혈액 검사 등으로 이뤄집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소변의 경우 일주일 전까지,
체모나 혈액은 더욱 오래전까지도 거의 100%, 투약 여부를 잡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약을 언제 했느냐 즉, 투약 시점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현재 이뤄지는 검사를 통해 알 수 없습니다.
피의자가 자백하는 진술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형편입니다.

보도가 나간 이후 검찰이 입장을 밝혔습니다.

혐의을 뺀 이유에 대해서는 "마약 투약 날과 교통사고 날이 차이가 있다.
위험 운전 치사는 약물로 인해 정상적 운전이 곤란한 상태가 됐다는 게 엄격히 증명되어야 하는데,
단정 짓기 어렵다"는 내용과 함께,

공판을 앞두고 수사는 마무리됐지만
공판검사가 위험운전치사 부분을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해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운전자 장 씨, 위험 운전 치사 처벌 가능할까?

[와이파일]퇴근길 20대 여성 참변...가해 운전자, '엿새 전' 마약 투약?

위험 운전 치사 혐의가 빠지고 마약 투약및 단순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로만 기소된
장 씨의 1심 첫 재판은 오는 3월 17일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립니다.

과연 장 씨에게 위험 운전 치사 혐의를 적용하고, 처벌할 수 있을까요?
사고 직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소리를 지르고, 꾸벅꾸벅 졸며 이상한 행동을 보였던 장 씨지만
지금은 운전 중 휴대 전화를 보다가 사고를 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자신의 필로폰 투약일은 사고 '엿새 전'이라고 일관되고 분명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마 재판에서도 그의 주장은 다르지 않을 겁니다.

장 씨 진술에 혹 거짓이 있더라도 재판을 통해 이를 입증하는 게 참으로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지환[haji@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