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 물폭탄...태풍 지난 자리 초토화

개천절 물폭탄...태풍 지난 자리 초토화

2019.10.04. 오전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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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농작물 피해 극심…양식장 초토화
경북, 인명 피해 가장 커…6명 사망·1명 실종
포항 편도 3차선 도로에 대형 싱크홀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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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하늘 문 열린 개천절에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미탁'으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훑고 지나는 길목마다 엄청난 비를 뿌리며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고, 재산 피해는 집계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취재 기자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지환 기자!

18호 태풍 미탁, 피해가 너무 컸습니다.

왜 이렇게 피해가 큰 겁니까?

[기자]
수도권이 아니라 남부지방에 피해가 집중되다 보니 아무래도 실감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태풍 '미탁'은 제주를 거쳐 전남 해남 부근에 상륙한 뒤 경북 울진 부근으로 빠져나와 울릉도 부근에서 소멸했습니다.

밤부터 새벽 사이 내륙을 관통했는데요.

비·바람 피해가 큰 태풍의 오른쪽 반경에 남부지역이 들면서 강풍을 동반했고 많은 곳은 최대 500mm가 넘는 폭우를 쏟아부었습니다.

일단 제주 지역은 태풍이 오기 15시간 전에 불어 닥친 국지적 돌풍과 폭우에 피해가 집중됐습니다.

바람 피해가 컸는데요.

이후 태풍은 전남 지역으로 들어갔습니다.

요새 본격적인 가을걷이 철이죠.

농작물 피해가 컸습니다.

다 익은 벼가 쓰러지고 출하를 앞둔 과일이 떨어졌습니다.

양식장도 초토화됐습니다.

이후 부산, 경남, 경북지역, 그리고 마지막으로 통로인 강원 동해안에서는 엄청난 비를 뿌리며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냈습니다.

현재까지 사망·실종자는 14명으로 잠정 집계됐는데, 부산 산사태 실종 등을 고려하면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민은 400세대 700여 명, 주택 천2백여 곳과 상가·공장 135곳, 농경지 1천8백여 곳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물론 이건 현재까지 집계된 최소 수치입니다.

[앵커]
일단 피해가 컸던 지역을 하나하나 따져 보죠.

경북 지역은 인명 피해가 컸죠?

[기자]
네. 태풍이 관통한 지역이죠.

산사태와 열차 탈선, 침수 등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경북지역에서는 특히 인명 피해가 가장 컸습니다.

주택이 무너지거나 배수로 작업 중 물살에 휩쓸리는 사고가 특히 많았습니다.

현재까지 6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습니다.

인명뿐 아니라 재산 피해도 어마어마합니다.

영덕군과 포항시, 경주시, 울진군 등에서 침수피해가 잇따랐고 주민 대피도 계속됐습니다.

관광 열차가 탈선하고 KTX 선로가 침수됐습니다.

봉화군에서 정동진으로 향하던 관광 열차가 산사태 여파로 탈선했습니다.

낙동강 김천교 지점과 형산강 형산교, 강동대교 지점에 홍수특보가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앵커]
경북 지역엔 싱크홀도 발생했죠?

[기자]
맞습니다. 포항입니다.

비바람이 그친 뒤 대형 싱크홀도 발생했는데요.

지금 화면이 바로 YTN에 시청자가 보내주신 현장 모습인데요.

편도 3차로 도로의 가운데 차로에 한 차선보다 더 큰 크기로 구멍이 뚫린 걸 볼 수 있습니다.

싱크홀은 가로, 세로 각각 5m이고 깊이도 약 5m입니다.

운전자가 땅이 물컹하다며 신고했는데, 출동한 경찰이 현장을 확인하는 사이 땅이 꺼졌다고 합니다.

땅 아래에는 대형 하수관이 있는데요.

현재 통행을 제한하고 복구공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앵커]
앞서 봤지만 부산 산사태 상황도 다시 알아보죠.

현재 구조작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석탄재 산이 일가족을 덮친 거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기자]
네. 부산 사하구 구평동의 한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일가족 3명과 식당에 머물던 1명이 토사에 매몰되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2명은 숨진 채 발견됐고 2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로 현재 구조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경찰과 소방은 어제부터 천여 명을 투입해 구조 작업을 벌였는데,

사고 6시간 만에 일가족의 아버지 권 씨와 식당 주인 배 씨를 발견했지만 이미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앞서 차상은 기자 중계에서 지금 현재 사고 현장을 보셨는데요.

보시면 검고 회색빛이 도는 흙이 현장 주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습니다.

이 흙은 빗물에 취약한 석탄재 성분으로 추정됩니다.

산사태 발생 지점 위, 그러니까 능선에 있는 예비군훈련장 아래에 매립된 건데요.

석탄재는 점착력이 약해 산사태와 집중호우에 특히 취약합니다.

결국, 제대로 된 지질 조사와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더구나 이곳은 산사태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았고,

지자체도 '산사태 위험예보'를 검토하지 않았습니다.

태풍 피해이긴 하지만 인재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인데, 문제는 석탄재 매립이 80년대, 40년 전에 이뤄졌다는 겁니다.

너무 오래됐죠.

당시 기준을 적용해 최근처럼 태풍이 자주 오거나 집중호우가 잦아진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추후 정밀 조사가 필요하고 전국 비슷한 매립지역에 대한 조사도 시급해 보입니다.

[앵커]
이번에 강원 동해안으로 가보죠.

태풍의 마지막 길목이었는데, 피해가 역시 어마어마했습니다.

[기자]
강원 동해안은 태풍의 중심부가 아닌 가장자리에 들었지만 말 그대로 역대급 피해를 입었습니다.

가장 피해가 큰 건 삼척시이었고, 강릉시도 피해가 컸습니다.

삼척, 강릉에서 각각 1명씩 사망자가 나왔는데요.

조금 전 송세혁 기자 중계에서 보시다시피 비가 그치고 드러난 삼척은 마을 전체가 전쟁터입니다.

주택의 경우 지붕까지 토사가 들어차고 마을 길은 하천으로 변했습니다.

전기, 수도 등 기반 시설도 모두 끊겼습니다.

강릉의 경우에는 무엇보다 경포호 범람이 컸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경포대해수욕장 인근.

횟집 상가, 진안상가라는 곳인데요.

2002년 태풍 루사 이후 17년 만에 또 물에 잠겼습니다.

주민들은 몸만 빠져나왔고요.

경포호 주변 차수벽은 임시방편에 불과했습니다.

동해안 14개 학교의 건물도 붕괴, 누수가 발생해 이 중 경포대 초등학교는 오늘 휴업을 결정했고 나머지 학교도 학사일정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동해안 지역 피해가 컸던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무엇보다 비의 집중도, 시간당 강수량 때문입니다.

삼척 궁촌지역에서는 그제였죠.

2일 밤 10시 16분부터 11시 15분까지, 1시간 동안 129mm의 물벼락이 쏟아졌습니다.

시간당 129mm는 1998년 전남 순천 지역에 이은 역대 2위입니다. 태풍 루사 때 시간당 100mm보다 더 많습니다.

게다가 주민들이 잠들어 있는 새벽에 밤과 새벽에 비가 집중됐습니다.

여기에 백두대간과 바다 사이에 놓인 지형적 특성도 있습니다.

가파른 산줄기 따라 동해로 흐르는 하천은 대부분 경사가 급하고 폭도 좁습니다.

집중 호우시 순식간에 불어나 마을을 덮칩니다.

특히 강릉 경포 피해에서는 태풍 북상 시기와 만조 시기가 겹쳤습니다.

바다에 인접한 경포호에 유입된 빗물이 빠지지 못해 저지대 침수가 난 겁니다.

물론 우수관과 오수관도 워낙 오래돼 배수 용량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결국, 새벽에 들이닥친 기록적인 강수, 그리고 낡은 배수 시스템이 겹쳐 피해를 키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네. 안타까운 일입니다.

어서 복구가 이뤄져야 할 텐데, 19호 태풍 가능성도 있다고 하니 걱정이 더 큽니다.

지환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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