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 대자보 '전대협' 풍자로 정부 비판

만우절 대자보 '전대협' 풍자로 정부 비판

2019.04.02. 오후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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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00개 가까운 대학가에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신 형태의 대자보가 붙는 소동이 있었습니다.

자칭 '전대협'이라는 이름을 가진 단체의 소행으로 밝혀졌는데요.

만우절을 맞아 정부의 잘못을 풍자를 통해 알리기 위해 대자보를 붙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오태인 기자!

먼저 어떻게 된 일인지 경위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대자보는 만우절을 앞둔 지난 주말부터 전국 대학가에 붙었습니다.

학내외를 가리지 않았는데요. 대자보는 2가지 형태였습니다.

하나는 붉은 글씨로 '남조선 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됩니다.

대부분 정부의 정책을 비난하는 내용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남조선 인민의 태양'이라고 표현하면서 소득주도 성장정책과 탈원전 정책, 대북 정책 등을 비꼬기도 합니다.

글 제일 아래쪽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서명까지 담겼고, 배경으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때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이 이용됐습니다.

또 다른 한 장에는 남조선 체제를 전복하자고 내용과 함께 오는 6일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촛불집회를 연다는 문구가 포함됐습니다.

이런 대자보들이 국회나 전국 대학교 등 수십 곳에서 확인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대자보를 붙인 단체가 '전대협'이라면서요?

과거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그 단체와 같은 이름인데 어떻게 된 건가요?

[기자]
이 단체의 정체는 전혀 밝혀진 게 없지만 80년대 활동했던 '전대협'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최근에 만들어진 단체일 수도 있고 실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청년들이 모여 기부금을 모아 조직을 운영한다고 주장하는데요.

저희가 이 단체, 전대협 관계자와 통화를 해봤습니다.

자신들은 보수 단체가 아니고 과거 촛불집회에 참석했고 현 정부 지지자들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를 조금이라도 비판하면 '수구'세력으로 몰린다면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만든 단체다'라고 얘기했습니다.

어제 만우절에 벌인 일도 풍자와 해학을 통해 정부정책을 비판하려고 대자보를 붙였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대자보를 전국 곳곳에 붙여서 관심을 끈 거라고 볼 수 있겠는데, 경찰 수사 얘기도 있다면서요?

[기자]
네, 경찰도 수사에 나섰습니다.

경찰은 전국 80여 곳에 대자보가 붙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가운데 대부분은 대학교입니다.

경찰은 일단 대자보가 이적 표현물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만큼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붙인 사람이 확인되면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 문제 등이 있어서 경찰 수사 상황은 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전국부에서 YTN 오태인[otaei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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