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트 고장' 알렸는데...식물인간된 25살 하청 노동자

'리프트 고장' 알렸는데...식물인간된 25살 하청 노동자

2019.01.13. 오후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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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박유라 앵커
■ 출연 : 박 모 씨, 사고당한 20대 하청 노동자 어머니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부산의 한 공장에서 사고를 당해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20대 하청 노동자의 안타까운 소식, 지난주 YTN에서 단독으로 보도해 드렸는데요.

원청업체의 과실로 벌어진 사고인데도 보상은커녕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회사에서는 지난 10일에도 안전사고가 발생해 40대 하청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는데요.

사고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아들을 돌보고 계신 어머니가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어머니, 나와 계십니까?

[인터뷰]
네, 안녕하세요.

[앵커]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드실 텐데 오늘 전화 연결에 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인터뷰]
네.

[앵커]
여쭙기 송구하지만 지금 아드님 상태는 좀 어떠신가요?

[인터뷰]
머리를 심하게 다쳐서 지금 5개월째 전혀 의식 없이 아직도 병상에 누워 있고요.

또 팔, 다리랑 전신마비가 되어서 아직 의사의 진단에 의하면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하고 있습니다.

매일 가서 제가 주물러보지만 돌처럼 굳어 있어서 제 힘으로 옮길 수 없는 상태입니다.

[앵커]
당시 기억을 떠올리기 많이 힘드시겠지만 처음에 사고를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인터뷰]
일하다가 연락을 받게 된 거고요. 저는 지금 그때 생각하면 지나가는 앰뷸런스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무너지고 그때 아이가 저 앰뷸런스를 타고 가면서 얼마나 사투를 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집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어떤 여자분이 전화하셨는데 누구인지는 모르겠고 병원으로 가라고, 빨리 가라고 얘기를 해서 조금 다쳤다기에 조금 다친 줄 알고 갔는데 그 후에 여기저기 응급실에서 전화 왔고 또 제가 운전을 하고 가는 도중에 계속 수술실에서... 지금 생각하면 집도의 교수님이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빨리 와야 수술에 들어간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얼마나 의식이 있느냐 저는 좀 너무 궁금해서 물어보니까 대답을 아무도 안 해 주는 거예요.

그래서 사태가 너무 심각한 것 같아서 죄송하지만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지만 지금 수술이 필요하다면 빨리 수술부터 진행해 주시면 제가 지금 가고 있다고 그렇게 말씀드리고 저는 그때부터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라이트 켜고 신호등 위반한 채로 막 달려서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수술동의서를 쓰고 아이는 보지 못한 상태에서 수술은 진행이 되었고요. 그다음에 1차 수술을 마치고 나왔는데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었습니다, 아이를. 너무 처참해서요.

그래서 그때도 의사가 수술을 다 못 마치고 나온 상태라고 하였습니다. 너무 위급해서 계속 진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고요.

그다음에 CT를 급하게 찍고 다시 수술실, 2차로 수술을 진행해야 된다고 반대 뇌를 또 열어야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동의서를 쓰는 과정에서 주치의 선생님께서 아이가 수술하다가 사망할 수 있다고 준비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 순간부터 눈을 뜰 수가 없었어요. 살려달라고 하나님 앞에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가는 내내 동안 제발 살려달라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면서 수술을 끝나기만을 기다렸는데 수술이 끝났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수면치료에 들어가서 15일이 지나야만 아이가 뇌사 판정을 받을지 사망할지 또 아니면 의식을 찾을지 그때 경과를 봐야 된다더라고요.

피를 말리는 그 순간순간은 지금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무너집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아이가 힘을 내줘서 이렇게 자가호흡까지는 할 수 있도록, 지금 4개월 동안 중환자실에 있다가 일반실에 지금 올라온 지 한 한 달 조금 넘었거든요.

그래도 희망은 보이지 않고 날마다 날마다 아들을 살려보겠다고 애를 쓰고 있는 과정에 있습니다.

[앵커]
어머니, 얼마나 마음이 무너지셨을지 제가 감히 짐작하기도 어려운데요. 사고가 난 문제의 리프트가 평소에도 오작동을 했다고 아드님이 말씀하신 적이 있다고요?

[인터뷰]
네, 그랬습니다. 아이와 저는 평소에 얘기를 자주 나누는 편이거든요. 그날도 대화 중에 엄마, 리프트가 오작동이 있어. 조심해야 되겠더라 그래요. 그래서 그래, 조심해라 말했어요.

이렇게 아이를 잃을 뻔한 사고가 날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좀 더 귀담아 듣지 못한 게 너무 후회스럽고 또 회사가 이런 안전을 책임져 줄 거라고 보내는 것이 이렇게 큰 고통이 될 줄 몰랐습니다.

[앵커]
그러면 혹시 아드님께서 사고가 나기 전에 회사에 리프트가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제기를 하셨을까요?

[인터뷰]
제가 지금 아이가 의식이 없으니까 물어볼 수는 없는데 아마 앞에 다른 사람이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얘기를 한 것 같았어요, 본인이 리프트 사용한 건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아마 다른 사람도 오작동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지 않을까 생각을 해서 회사가 너무 방관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을 합니다.

[앵커]
그 사고가 원청업체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들었는데요. 사고 이후에 회사에서 사과라든가 보상이 전혀 없었다고요?

[인터뷰]
네, 없었습니다. 아이를 다치게 만든 원청에서는 5개월이 지나도록 보상은커녕 사과의 말 한마디도 제대로 듣지 못했습니다.

[앵커]
벌써 5개월이 지났으니까 병원비나 간병비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보상이 없다면 경제적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계신지...

[인터뷰]
당연히 있습니다. 너무 힘들고 간병비만 보더라도 지금 아이는 24시간 전문 간병인이 필요한데 한 달에 400만 원 이상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공단지원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제가 간병을 하면 생계를 포기해야 되는 지경에 있습니다. 그래서 물론 간병비가 들어가는 것은 돈의 일부일 뿐이고요.

그래서 식물인간인 아이를 데리고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 앞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막막합니다.

[앵커]
한 달에 400만 원 이상이 든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럼 어머니께서는 원청업체를 상대로 법적 대응도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인터뷰]
그러게요. 원청에서 책임지고 대책을 마련해 준다면 법적 대응이 왜 필요하겠습니까? 사실 저는 홀로 두 아이를 키워온 아이 엄마로써 거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병상에 누워 있는 아이를 챙기는 것만으로도 너무 벅차고 또 아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제가 어떠한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난주에 아드님이 다치신 회사의 다른 공장에서도 40대 하청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났는데 혹시 알고 계셨나요?

[인터뷰]
네, 알고 있었습니다. 바로 듣고 너무나도 제가 안타깝고 또 저도 남달리 너무 다시 한 번 가슴이 무너지는 아픔을, 고통을 느꼈습니다.

5개월 전 제 아이의 사고를 통해서 회사에서 심각성을 깨닫고 안전을 철저히 보강했었다면 이런 일이 추가로 발생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사고자가 하청업체 직원이라는 이유로 책임지지 않고 회피만 하던 모습이 결국 이렇게 큰 사태를 만들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원청에서는 그에 대한 합당한 책임과 처벌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되고요. 그다음에 기관에서도 왜 이런 일이 연달아 같은 회사에서 일어났는지 그 이유를 상세히 설명해야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원청의 직원도 하청의 직원도 누군가에게는 정말 소중한 아들이며 가족이지 않습니까.

[앵커]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숨진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이렇게 세상은 아직 바뀌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제2, 제3의 김용균 씨를 지켜봐야 하는지 이른바 김용균 법이 시행되면 조금은 달아질지 답답한 마음인데요.

이번 사고도 그 원인과 책임을 명백하게 가려야겠습니다. 어머님, 오늘 어렵게 전화 연결해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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