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학살...군경이 죽인 유골은 방치"

"두 개의 학살...군경이 죽인 유골은 방치"

2018.01.06. 오전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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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전쟁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사망했지만, 그 중에도 대한민국 군경과 북한 인민군의 재소자 학살은 양측 정부가 이미 법적 판단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저지른 일이라 정부의 책임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라북도 전주 형무소에서는 1950년 7월부터 9월 사이 각각 천여 명의 재소자가 희생됐는데 군경이 학살한 희생자는 아직 유골 수습도 안 된 상태입니다.

송태엽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한국전쟁 때 경찰로 전주에 처음 입성한 이인철 씨가 전주시 외곽의 황방산을 찾았습니다.

이 씨는 자신이 본 처참한 죽음의 기억을 잊지 못해 자발적으로 위령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1950년 10월 1일 북한 인민군이 철수하고 난 전주형무소의 모습은 이른바 킬링필드, 지옥도와 다름없었습니다.

[이인철 (89세) / 6.25 민간인 학살연구회 대표 : 하이고 사람이 다 죽어 있어. 가봤더니 그냥. 사람이 죽고 냄새나고 파리 끼고 구더기 끼고…. 그걸 전 목격을 했거든. 그때부터, 아이고 이거 큰일 났구나. 더러더러 사람 찾는 사람도 보이고, 꽉 차있고 그냥 사람이….]

미처 수습하기도 전에 폭격에 흩어져버린 유해 175구를 임시로 매장했다가 1966년 이곳으로 옮겨왔지만 정부의 역할은 그뿐이었습니다.

2009년이 돼서야 진실과 화해위원회가 북한 인민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조사결과를 내놓았습니다.

1950년 9월 26일과 27일 천여 명이 학살됐다는 사실이 확정되자 민간의 위령 사업이 활기를 띠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 묘역이 곧 주택단지로 개발될 예정이어서 이장 문제가 코앞에 닥쳐 있습니다.

[이인철 (89세) / 6.25 민간인 학살연구회 대표 : 주인을 만들어 놓으려고 하는 겁니다. 주인이 없으니까…. 제가 주인 아녜요. 지금 현재. '내가 주인이다'하고 괜히 나온 놈이지, 여기서 인정된 주인은 아닙니다. 제가…. 나라 대신 우리가 하는 거지. 나라가 주인이죠, 이거는….]

근처의 또 다른 죽음은 아직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습니다.

1950년 7월 퇴각을 앞둔 대한민국 군경이 저지른 학살인데 이곳 황방산에만 4백여 구가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한민국 군경에 의해서 전주형무소에 있던 민간인들이 희생된 곳입니다. 인민군이 살해하고 떠난 지역인사들의 묘와 불과 2~3백 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학살 현장은 2003년 YTN이 한 유족의 발굴 현장을 단독촬영하면서 잠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당시만 해도 풀숲을 헤치면 사람 뼈가 나올 정도였는데 시신들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해 유해수습이나 조사절차도 없이 도로 파묻었습니다.

[홍성덕 / 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명백하게 학살지로 정해진 곳, 확실하게 밝혀진 곳에 대해서는 제 생각에는 유해 발굴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유해에 의해서 학살의 현장을 밝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군경에 의한 희생자가 최대 천4백 명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교훈으로 삼아야 할 역사의 흔적이 하나씩 지워지고 있습니다.

YTN 송태엽[tayso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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