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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 훈련장 발데베바스를 가다
Posted : 2019-05-24 14:09
레알 마드리드 훈련장 발데베바스를 가다
까다롭게 보이는 보안을 통과해 레알 마드리드 훈련장 발데베바스에 들어서면 아주 예쁘게 조경된 구단 이름과 만나게 됩니다. 관목인지, 어린 나무인지 모르겠지만, 나무를 다듬어서 저렇게 완벽한 알파벳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훈련장 발데베바스를 가다

훈련장에 도착했을 때 직원 두 명이 나무로 조경된 이 ‘레알 마드리드’ 글씨 바로 앞에 있는 잔디밭에 물을 주고 있었는데, 휴대폰으로 기념사진을 찍다가 잔디 가장자리를 살짝 밟자, 큰소리로 밟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마음대로 밟거나 앉아서 쉬라고 만든 것은 아니고, 보기에 좋으라고 만든 관상용 잔디인 셈입니다. ‘양잔디’로 된 골프장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켄터키블루(그린보다는 페어웨이에 많이 심겨지는 품종)라는 잔디처럼 보였는데, 그 균일한 키와 빽빽한 밀도가 정말 양탄자 같아서 맨발로 한번 걸어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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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입구 안내데스크로 들어가기 전에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예스테’의 동상이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유망주였지만 지금은 지도자와 스카우터로 일하고 있는 레알마드리드 재단 파코 감독이 베르나베우 동상 옆에서 포즈를 취합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라면 그 레알 마드리드 홈 경기장? 대부분 이렇게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바르셀로나 홈 경기장은 ‘캄프 누’, 레알 마드리드 홈 경기장은 ‘베르나베우’, 라리가 축구 팬이라면 이렇게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베르나베우는 레알 홈 경기장의 대명사가 되었으니까요. 맞습니다. 레알 홈 경기장 이름은 바로 이 사람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기에 경기장 이름으로까지 쓸 정도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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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베우 경기장 위쪽에서 찍은 사진인데 경사가 가팔라서 조금 어지러운 느낌도 듭니다. 레알 팬이라면 베르나베우 투어는 해보셔야 합니다. 레알 팬이 아니라도 아마도 축구가 이렇게 다양하게 상품화될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이 놀라실 것입니다.

레알 홈구장 이름의 실제 주인공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예스테’는 레알 마드리드의 역사입니다. 레알 구단에서 일생의 대부분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유소년 때부터 레알 선수로 뛰었고, 선수생활을 끝내고는 감독과 단장으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역대 최장 기간인 35년간 회장을 맡았습니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회장직을 맡고 있었다고 합니다. 스페인 내전에 이은 프란시스코 프랑코 집권 이후 암흑기를 겪던 레알 마드리드에서 큰 성공을 이끌어냈습니다. 올드 축구팬이라면 낯설지 않을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 디 스테파노도 베르베나우 예스테가 회장일 때 영입한 선수입니다. 그의 영입으로 레알 마드리드는 전성기를 구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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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데스크 옆 큰 모니터에는 오늘 각 훈련장에서 어떤 훈련이 있는지, 연령별 팀들의 훈련 시작 시간이 자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아쉽게도 리그 순위가 확정된 1군의 연습은 없는 날입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만일 레알 마드리드가 올라갔다면, 아마도 1군의 연습 장면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만일 손흥민 선수가 뛰는 토트넘이 스페인 팀과 격돌했다면 스페인 현지에서는 아마도 훨씬 더 뜨거운 분위기를 연출했을 것입니다. 마드리드에서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열리는데, 레알 마드리드도 없고 바르셀로나도 없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없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두 팀이 올라왔다는 것에 스페인 사람들도 낯설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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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 출신의 베테랑 프란시스코 라미레즈 라미레즈(애칭, 파코)가 자신의 유니폼을 들고 사진을 찍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었던 베테랑들의 축구화와 유니폼을 모아놓은 것을 보면 베테랑에 대한 예우도 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파코는 한국 선수들로 구성된 디아블리토 선수단에서 감독을 하고 있습니다. UEFA 축구 지도자 자격 연수를 주관하고 자격증을 수여하는 스페인 회사(INSTEDE)의 임원이자 총책임자이기도 하며 좋은 축구 선수들을 스카우트하는 일까지 병행하고 있고 레알 마드리드 재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와는 레알마드리드 유소년 캠프 사업으로 인사하게 됐고, 제가 발데베바스를 직접 보고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유소년 캠프 참가자가 묵을 숙소와 훈련할 장소 정도만 확인하면 되는데, 거의 훈련장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어서 저는 그날 1만5천보 이상을 걸어야 했습니다. 훈련장을 보고 베르나베우 경기장 투어도 소화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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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공기와 조금은 따가운 햇빛 아래에서 훈련장을 둘러보기 시작합니다. 잔디는 한눈에 봐도 아주 꼼꼼하게 잘 관리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훈련장 발데베바스를 가다

구장을 따라 연보라색의 예쁜 꽃들이 피어 있었는데 독특한 향이 났습니다. 진한 이국적인 향기라 구글 검색으로 꽃 이름을 찾아보니 여러해살이풀인 ‘툴바기아 비올라세아’였습니다. 화초부추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는데, 데이비드 베컴의 아내 빅토리아 베컴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 어디선가 마늘 냄새 같은 게 난다고 했는데 그 냄새가 바로 이 꽃에서 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꽃의 영어 이름에 ‘garlic'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고, 손상되면 마늘 냄새가 난다는데, 저에게는 마늘 냄새 같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주 진한 라일락 향기가 섞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제가 보기에는 참 예쁜데 향기도 좋은데, 이곳 정원사들은 꽃이 예쁘지 않다고 예초기로 꽃대를 잘라버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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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이 참 축구스러웠습니다. 경기장 옆을 따라 심어진 나무도 11그루였습니다. 일부로 그렇게 심어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유머인지 위트인지 아니면 진지함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무도 열한 그루로 맞춰서 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그들을 통해 스페인 사람들에게 축구가 얼마나 깊이 뿌리 내린 것인가를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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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군 선수들이 주로 연습하는 구장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훈련장 소개는 레알 마드리드 재단의 총책임자인 라파엘 가르시아 코르테스 씨(사진 맨 오른쪽)가 해줬습니다. 라파엘은 1958년생으로 19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 레알 마드리드 왼쪽 수비수로 뛰던 선수입니다. 구글에서 ‘Rafael Garcia Cortes’를 쳐보면 선수 소개가 나옵니다. 지금은 레알 마드리드 재단 총책임자로 이곳 발데베바스의 책임자이기도 합니다. 또 한 분은 파코 감독(사진 가운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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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레알 1군이 훈련할 때 미디어 공개는 15분 정도만 한다고 합니다. 15분이 지나면 사진 오른쪽 건물 가운데 한 곳에서 커튼 같은 것이 내려와서 훈련장을 볼 수 없게 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대표팀은 15분 훈련 공개할 때, 미디어 담당관이 철수해달라고 일일이 기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이 말을 듣고 나서 촬영기자들이 삼각대를 정리하며 이동하기 시작하는데, 시간 되면 그냥 커튼이 내려와 버린다니 정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시간 약속 정한 대로 하는 것이니 양쪽 다 편하기는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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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 ‘디 스테파노’의 이름을 딴 경기장으로 이동하는데 중간에 있는 훈련장 가운데 부엉이 한 마리가 앉아 있습니다. 잔디의 습도와 온도 등을 체크하는 기기들이 있는 것은 당연한데, 부엉이 한 마리가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는 것이 좀 이상했는데 알고 보니, 가짜였습니다. 부엉이의 존재 이유가 있었습니다. 작은 새들이 날아와 잔디 밑 벌레를 잡아먹게 되면 잔디가 손상되기 때문에 부엉이를 갖다 놓았는데, 효과가 제법 좋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새들이 오지 않았습니다. 부엉이가 괜히 먹이사슬의 위쪽에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을철 추수할 들판에 허수아비를 놓는 것처럼 스페인에선 부엉이가 새들을 쫓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훈련장 발데베바스를 가다

레알 마드리드 산하의 성인 리저브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 카스티야의 홈 구장입니다. 2군팀의 홈 구장이 바로 발데베바스에 있습니다. 1년에 한 번, 크리스마스 때 팬들 5000여 명 정도를 초청해 행사를 하는데, 보통 이 구장에서 한다고 합니다.

2부리그에서 카스티야가 우승해도, 규정상 1부리그인 라리가로 승격할 수 없습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레알 마드리드가 1부리그에서 강등된다면, 카스티야는 2부가 아니라 3부리그로 강등됩니다. 규정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컵대회에서는 같이 만날 수도 있습니다. 1980년 코파 델 레이로 불리는 스페인국왕컵 결승에서 레알 마드리드 2군인 카스티야는 결승까지 올라서 레알 마드리드 1군과 대결했고, 1대 6으로 졌지만 국왕컵 준우승까지 일궈냈습니다. 말 그대로 레알 마드리드의 날이겠지요.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경기장은 2006년 5월에 세워졌습니다. 앞서도 이야기한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를 기리며 이런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1군 경기장 이름이 산티아고 베르베나우, 2군 경기장 이름이 디 스테파노, 이 둘의 존재가 그만큼 레알 마드리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디 스테파노 경기장은 계획적으로 지어진 경기장입니다. 골대 뒤에는 관중석이 아직 없습니다. 나중에 필요하면 증축할 수 있도록 공간만 마련해 잔디를 깔아놓은 상태입니다. 지금은 양쪽 면 관중석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겠지요. 여기 구장에도 습도와 온도 등을 체크하는 기기들이 잔디 위에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비가 거의 안 오는 때니 스프링클러가 좀 바쁠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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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단이 묵는 숙소와 휴게 공간입니다. 발데베바스 안에서 이동할 수 있는 수단 중에 하나인 카트도 있는데, 카트 앞에 새겨진 레알 로고가 귀엽게 느껴졌습니다. 이 카트에 어린이를 태우고 발데베바스를 구경시켜주면 엄청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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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보안 요원과 인사한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레전드들의 옛날 사진과 선수등록증, 축구 용품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을 많이 찍을 시간이 없었는데, 운 좋게도 선수등록증 하나를 찍은 사진 중에 레이몽 코파가 있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더로, 1958년 프랑스 선수 가운데 최초로 발롱도르를 받았던 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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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단 숙소에는 당구장도 있고 탁구장도 있고 수영장도 있었습니다. 선수들은 그러나 보통 여기에서 잠을 자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훈련 끝나면 집으로 퇴근하기 때문이지요. 자기 집에 있는 시설이 여기보다 훨씬 더 좋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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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시설은 보통 누가 쓰는지 물어봤더니, 선수가 다른 구단에서 이적해서 왔는데 아직 집을 못 구했을 때 임시로 묵는 곳으로 많이 활용된다고 합니다. 또 늦은 시간에 경기를 마치고 귀가할 여유가 없을 때 휴식을 취하는 장소로도 활용된다고 합니다. 스페인의 여름은 해가 길고 뜨거워서, 밤 10시 이후에 경기가 시작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자정 넘어서 새벽에 집에 들어가느니 숙소에서 쉬고 다음날 집에 가는 것을 선호하는 선수도 많다는 이야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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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퀴를 다 도니, 다시 입구로 돌아왔습니다. 출구에는 현재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을 다 모아놓은 액자가 걸려 있습니다. 1군부터 시작해 각 연령별 소속 선수들이 모두 들어가 있습니다. 한국 선수가 한 명쯤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레알 마드리드 유스 시스템이 얼마나 잘 갖춰졌는지는 건물만 쭉 둘러봐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어린 팀이 상위 연령의 팀으로 들어가면 건물 안쪽으로 더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실제 경사로 봐도 가장 높이 올라가게 되면, 그곳에는 바로 성인 1군팀이 쓰는 공간들이 있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건물 초입에는 가장 나이 어린 팀들이 이론과 실제를 배우고, 건물 초입과 멀어질수록 연령이 올라간 팀들이 그 공간을 사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설계도 그런 의도를 갖고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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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데베바스는 현재 전체 면적의 40% 정도만 사용하고 있고 나머지 60%의 공간은 아직 빈 땅으로 남아 있습니다. 내일을 위한 장소인 셈입니다. 축구 훈련장을 그렇게 계획적으로 지을 수 있다는 사실에 축구 선진국에 온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레알 마드리드 1군이 훈련하는 날, 동영상으로 발데베바스를 촬영해 레알 마드리드의 과거와 현재를 재미있게 전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김동민 YTN 디지털센터장 kdongmi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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