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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ON-AI RADIO]
□ 방송일시 : 2026년 07월 03일 (금)
□ 진행 : AI 챗봇 “에어”
□ 보조진행 : 김우성 PD
□ 출연 : 최민석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김우성 : 네, 100년의 시간이 갑자기 주어진다! 여러분, 하고 싶습니까? 100년 정도면요, 하루에 100원씩만 모아도 어마어마한 돈이 모일 것 같죠? 그 시간이 참 궁금해지는 시간이 있는데, '벽돌 책 부수기' 예고해 드린 대로 독서 셰르파 최민석 작가님 모셨는데요. 일단 작가 소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얘기 듣고 와서 인사 나누겠습니다.
◎ 에어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1927년 콜롬비아의 작은 마을 아라카타카에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이 일찍 다른 도시로 떠나면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요. 퇴역 군인이었던 외할아버지는 전쟁 이야기를, 외할머니는 유령과 미신이 뒤섞인 옛이야기를 어린 마르케스에게 들려줬습니다. 현실과 환상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던 그 집이, 훗날 '마술적 사실주의'의 요람이 된 셈이죠. 청년 마르케스는 보고타에서 법학을 공부하다가 문학에 빠져 학교를 그만두고, 기자가 됩니다. 그리고 1967년, 훗날 그의 이름과 함께 기억될 소설 〈백년의 고독〉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이 작품은 전 세계 수십 개 언어로 번역되며 20세기 최고의 소설 중 하나로 꼽혔고, 마르케스는 1982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이후에도 〈콜레라 시대의 사랑〉, 〈예고된 죽음의 이야기〉 같은 걸작을 남긴 그는 2014년, 멕시코시티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 김우성 : 에어의 소개 들어보셨죠? 이분은 언론 활동도 했었고요, 다양한 경험을 했던 분입니다. 이 두꺼운 책 <백년의 고독>, 정말 고독하게 읽어야 될 것 같은데 걱정 마십시오. 이분도 오늘 함께합니다. 최민석 작가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최민석 작가 (이하 최민석) : 안녕하세요. 나마스떼.
◆ 김우성 : 네, 나마스떼! 오늘 의미심장한 작품 골라봤는데, 이 작가 마르케스 이야기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법을 공부하던 사람이었나 봐요.
◇ 최민석 : 원래 법학도였는데,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 김우성 : 한국 사회에서도 화제가 됐었죠.
◇ 최민석 : 네, '사람이 갑자기 바퀴벌레로 변하는 이런 일이 현실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환상적인 이야기에 매료됐다고 해요. 그래서 법학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작가가 될 생각을 하는데, 이 이야기를 김연수 작가가 마르케스에 대한 글을 쓰면서 소개를 했거든요. 김연수 작가는 마르케스가 이렇게 말한 거는 마르케스의 겸손이고, 마르케스가 '아, 이런 이야기라면 카프카보다 내가 훨씬 더 잘 쓸 수 있겠다'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작가가 되기로 한 것 같다고 김연수 작가는 글을 썼었어요.
◆ 김우성 : 오늘의 작품 고르신 이유, 오늘 미리 예고해 드리지만 이 방송이 마지막 날이긴 한데, 그래서 더 의미심장합니다.
◇ 최민석 : 오늘이 마지막이기 때문에 이 소설을 소개 안 하고 이 대단원의 막을 내릴 수가 없다. 대단원이라고 얘기하기에는 그렇지만, 아무튼 대단원이라고 하죠. 그래서 제가 이 코너를 맡을 때 '언제 한번 <백년의 고독>은 꼭 다뤄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오늘이 마지막이라서 꼭 소개를 하려고 결심을 했고요. 그 이유는 뭐냐 하면 이 소설이 우리가 흔히 소설을 떠올릴 때 소설이 구현할 수 있는 것들, 그 모든 걸 다 담아낸 작품 같아요.
◆ 김우성 : 모든 게 다 담겨 있군요.
◇ 최민석 : 예컨대 역사적인 현실, 민중의 고통, 그리고 이걸 극복하는 상상력, 게다가 훌륭한 문체, 주제 의식, 거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무엇보다도 훌륭한 재미입니다.
◆ 김우성 : 재미있어야 돼요. 안 그러면 책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죠.
◇ 최민석 : 소설이 담아낼 수 있는 모든 걸 담아낸 작품이기 때문에 이 작품을 오늘 소개하려고 합니다.
◆ 김우성 : 그리고 최민석 작가님이 여러 차례 여러분들께 아주 재미난 세계를 열어줬잖아요. 마술적 사실주의. 오늘도 그의 얘기가 장르적 특성도 녹아 있습니다. 줄거리로 들어가 볼까요?
◇ 최민석 :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부엔디아 가문의 7대에 걸친 이야기입니다. 보통 스케일이 크다 그러면 3대인데 이건 7대예요. 그리고 마콘도라는 도시의 흥망성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한 남녀의 사랑에서 시작됩니다.
◆ 김우성 : 첫 설명만 들어도 이 도시가 한 남녀의 사랑으로 시작됐구나 이런 느낌도 듭니다. 누구와 누구의 사랑입니까?
◇ 최민석 : 네, 어느 평화로운 마을에서 함께 자라온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술라, 이 두 사람이 원래는 사촌 지간이지만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 김우성 : 사촌끼리 사랑을 나누는 경우도 있긴 하겠지만 특이하네요. 사랑을 나누긴 나눈 겁니까, 둘이?
◇ 최민석 : 사랑을 하죠. 그런데 심지어 두 사람이 아이를 낳게 되면 돼지꼬리를 달고 태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그 우려에도 불구하고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술라는 결혼을 합니다.
◆ 김우성 : 돼지꼬리가 난다는 거 처음 들어봐요. 일종의 콜롬비아에서 떠도는 속설 같은 건가요?
◇ 최민석 : 네, 그 속설 때문인지 둘은 결혼한 지 반년이 넘도록 첫날밤을 치르지 않습니다.
◆ 김우성 : 결혼을 했는데 굉장히 플라토닉 하네요.
◇ 최민석 :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마을에서 투계, 닭싸움을 해요. 그리고 그 닭싸움에서 이기죠. 그런데 이 닭싸움에서 진 사람이 자기가 졌다는 사실이 억울한지 우리의 주인공 부엔디아를 막 놀려대면서 자극을 합니다.
◆ 김우성 : 놀릴 게 뭐가 있을까요? 싸움에 진 사람이 뭐라고 놀립니까?
◇ 최민석 : "결혼을 해 놓고 첫날밤도 안 치르는 겁쟁이다" 이렇게 놀려댄 거예요.
◆ 김우성 : 날카롭네요.
◇ 최민석 : 그래서 화가 잔뜩 난 부엔디아는 그만 그 남자를 죽여버리고 맙니다.
◆ 김우성 : 어이쿠, 그러면 안 되죠. 이거 완전 참사가 벌어졌는데요.
◇ 최민석 : 네, 그리고 부엔디아는 집에 돌아와서 선언을 하죠.
◆ 김우성 : 무슨 선언을 합니까?
◇ 최민석 : "우리는 아이를 가질 것이고, 어떤 아이를 낳게 되든지 상관이 없다."
◆ 김우성 : "돼지꼬리여도 상관없어, 아이를 낳을 거야" 이렇게 얘기를 했네요. 마침내 두 사람은 진짜 부부가 되겠네요.
◇ 최민석 : 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부엔디아에게 기쁜 일상만 다가온 건 아닙니다.
◆ 김우성 : 아내랑 고대하던 너무 서로 조심조심했지만, 사촌 지간이었지만 어쨌든 사랑도 나눴고 아이도 태어날 수 있는데 왜 안 기쁩니까?
◇ 최민석 : 그 첫날밤을 치르고 얼마 되지 않아서 부엔디아가 죽인 그 남자 있죠? 그 남자의 환영이 계속 자기 앞에 나타나는 겁니다.
◆ 김우성 : 유령이 나타난 거예요.
◇ 최민석 : 그래서 부엔디아는 도저히 제대로 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너무 괴로워하다가 부엔디아는 결국 아내 우르술라와 함께 이 마을을 떠나버리기로 결정을 하죠.
◆ 김우성 : 정말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만 살인을 저지르면 처벌이 두려워서 밤에 아내와 몰래 도망치는 건데, 유령이 싫어서 떠난다니 뭔가 소설의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그런데 유령은 마을을 떠난다고 안 따라옵니까? 마을 소속 유령인가요?
◇ 최민석 : 그러니까요. 그런 것까지 소설이 설명해 주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호방한 대문호 마르케스는 그런 사소한 디테일쯤은 그냥 시원하게 넘겨버립니다.
◆ 김우성 :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최민석 : 네, 대문호들의 공통점입니다. 아무튼 마을을 떠나는 아르카디오 부엔디아, 그의 곁에는 우르술라만 있는 건 아닙니다.
◆ 김우성 : 두 부부가 유령을 피해서 몰래 떠난 게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이 있는 건가요?
◇ 최민석 : 네, 부엔디아처럼 젊고 모험심이 넘치는 친구들이 함께 따라나섭니다. 그리고 이 일행은 무려 2년 동안 살 곳을 찾아 헤맵니다.
◆ 김우성 : 걸어서 2년이면 대륙을 벗어났을 것 같을 정도로 멀리 간 건데요, 어쨌든 살 곳을 정해놓고 '그쪽으로 가보자' 아니라 무작정 떠난 거군요.
◇ 최민석 : 네, 그 2년간의 무모한 여정 끝에 마침내 정착할 곳을 찾게 되죠.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마콘도'입니다. 바로 이 소설 <백년의 고독>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마을이죠. 마콘도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 김우성 : 지금까지가 도입부였네요. 이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여러분, 역시 대문호 대단합니다. 이렇게 시작하니까 굉장히 시간과 장소가 모호한 듯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도 듭니다.
◇ 최민석 : 그렇죠. 이 방대한 소설은 원래 이렇게 도입부도 긴 거죠. 아무튼 부엔디아가 정성스럽게 개척한 마콘도는 어느새 살기 좋은 마을이 됐습니다. 그리고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술라는 아이들도 낳았죠. 바로 아르카디오와 아우렐리아노 이렇게 두 아들과 아마란타라는 이름의 딸 한 명을 낳았습니다.
◆ 김우성 : 이쯤 되면 저희 청취자들도 생각하실 거예요. "돼지꼬리 달고 태어났어?" 이 걱정이 있었잖아요. 어떻게 됐습니까?
◇ 최민석 : 우려와는 달리 아이들은 모두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은 첫째 아들 아르카디오는 어느새 열정적이고 자유분방한 청년이 됐습니다.
◆ 김우성 : 아이들이야 워낙 청년이 돼가면서 자유분방하고 열정적이긴 한데, 이렇게 굳이 표현한 걸 보면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네요.
◇ 최민석 : 어느 날 갑자기 그 마을에 찾아온 집시들이 있는데, 이 집시들한테 매혹돼서 아르카디오는 그만 그 집시들을 따라가 버리고 말죠.
◆ 김우성 : 떠돌이라고도 부르잖아요. 정체 없이 떠다니는 사람들인데 집을 나가버렸네요.
◇ 최민석 : 네, 아예 집을 떠나버린 겁니다. 출가를 한 거죠. 반면 둘째 아우렐리아노는 온종일 실험에만 몰두하는 굉장히 진중한 청년이었습니다.
◆ 김우성 : 이것만 들어도요, 한 엄마 아빠 안에서 전혀 다른 두 아들이 나왔습니다. 성격이 완전 다르네요.
◇ 최민석 : 네. 이렇게 남자 형제들끼리 다른 성격을 보여주는 소설들이 많아요. 근데 결국 둘째도 형처럼 그 피는 못 속이는지 집을 떠나버리고 맙니다.
◆ 김우성 : 집시를 보자마자 열정에 따라나선 형이야 그렇다 치고, 둘째는 뭔가 방콕하며 실험 좋아하는 친구인 줄 알았는데 결국 떠났어요. 무슨 일이 생겼나요?
◇ 최민석 : 그 시대적 배경 때문입니다. 이 마콘도가 굉장히 평화로운 마을이었거든요. 그런데 여기에 보수당으로 꾸려진 정부가 압박을 가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결국은 이 소설 속에서 내전이 발생하는데, 이 둘째 아들인 아우렐리아노는 이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서, 즉 참전하기 위해서 집을 떠난 겁니다. 그렇게 그는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되죠. 그리고 보수당에 맞서서 수십 년 동안 전쟁터를 떠돕니다.
◆ 김우성 : 부엔디아가 처음에 이 마을에 정착했을 때와는 완전 달라진 모습 같기도 하고요, 뭔가 그 시대의 남미 배경의 상황 같기도 하고, 여러분들도 그렇게 느끼실 것 같습니다. 어쨌든 두 아들이 다 집을 떠났어요.
◇ 최민석 : 근데 우리가 살다 보면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는 법이잖아요. 그것처럼 떠난 사람이 있으면 돌아오는 사람이 있는 법입니다. 둘째가 전쟁터로 떠나자 집시를 따라다녔던 형 아르카디오가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 김우성 : 바통 터치했네요.
◇ 최민석 : 근데 그냥 온 게 아니에요. 아르카디오는 어느새 3명의 아이를 낳아서 돌아왔는데, 그중 쌍둥이로 태어난 남자아이 둘한테 각각 아르카디오와 아우렐리아노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 김우성 : 아르카디오가 원래 아버지 이름 아니에요? 그래서 아들 이름이 아르카디오...
◇ 최민석 : 그렇죠. 아르카디오는 원래 아버지 이름이자 동시에 자기의 이름인데 이걸 또 아들한테 붙인 거예요. 그리고 아우렐리아노는 동생의 이름인데 그걸 또 아들의 이름으로 붙인 거죠. 이 이유는 뭐냐 하면, 이 소설의 모티프가 순환의 고리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이름이 반복되는 겁니다. 그건 이따가 설명을 할게요. 아무튼 벌써부터 이름이 헷갈리면 안됩니다.
◆ 김우성 : 헷갈려요, 어려워요. 안 그래도 어려운데 같은 이름이 또 나오나요?
◇ 최민석 : 당연하죠. 이 둘째 아들인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전쟁터를 떠돌며 무려 17명의 아이를 두게 됩니다.
◆ 김우성 : 불안해지는데요.
◇ 최민석 : 이 아이들 모두 아버지와 이름이 같은 '아우렐리아노'입니다.
◆ 김우성 : 와, 특이하다. 결국 죄다 아우렐리아노들이네요.
◇ 최민석 : 네, 근데 이름만 같은 게 아닙니다. 두 아들을 포함한 자식들은 그들의 부모가 그랬듯이 또 떠나고 돌아오기를 반복합니다.
◆ 김우성 : 이거 보면요, 세포들이 모여서 어떤 작은 씨앗이 모여서 막 군락, 숲이 되는 것처럼 모두가 다른 듯 같은 듯, 같은 운명 같은 삶을 사는 것 같아요.
◇ 최민석 : 그렇죠. 그래서 모두가 운명처럼 같은 삶을 산다, 이걸 보여주는 거고요. 그리고 이렇게 사는 동안 마콘도에는 그 어느 때보다 큰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습니다.
◆ 김우성 : 변화의 바람, '윈드 오브 체인지'도 아닐 테고 어떤 변화의 바람입니까?
◇ 최민석 : '윈드 오브 체인지'죠, 변화의 바람. 아무튼 그게 뭐였냐 하면 소설에서는 미국 자본이 흘러 들어와서 바나나 농장이 세워지고 기차와 전화, 축음기 같은 것들도 들어옵니다.
◆ 김우성 : 냉전이 없어진 '윈드 오브 체인지'가 아니라 이거 플랜테이션...
◇ 최민석 : 맞습니다. 정확히 플랜테이션이라고 해요. 그래서 마을은 번성해졌지만 그만큼 혼란스러워졌고, 자본의 횡포에 노동자들의 불만은 날로 거세집니다. 그래서 파업을 하게 되는데요, 이 파업으로 인해서 끔찍한 일이 벌어집니다.
◆ 김우성 : 신화를 바탕으로 한 것 같은 느낌도 들죠. 아마 세계 지리 시간에 플랜테이션 배운 분들도 있을 텐데, 어쨌든 끔찍한 일이요? 느낌이 안 좋은데요.
◇ 최민석 :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죠. 정부가 파업을 진압하기 위해서 군대를 보내요. 그래서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학살당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죽은 일도 슬픈 건데, 이것만큼 슬픈 일이 있습니다.
◆ 김우성 : 우리도 아픈 역사를 겪었잖아요. 진짜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이렇게 3,000명 자기 나라 군대... 내가 세금을 내서 운영되는 군대에서 학살당한 것도 슬픈데 더 슬픈 일이라니요? 그게 뭔가요?
◇ 최민석 : 그 사람들이 자기 이웃들이 죽은 일을 모르거나 모른 척합니다. 그리고 난 후에는 마콘도에 아주 긴 홍수가 찾아오죠.
◆ 김우성 : 세상의 멸망인가 끝인가 이런 기분이 들었을 것 같아요. 홍수라고 하니까 마치 멸망할 것처럼 노아의 방주 때처럼 내리는 비 같았을 것 같습니다.
◇ 최민석 : 정말 잘 말씀하셨어요. 이 소설에는 구약 성경의 서사가 양념처럼 깃들여져 있거든요. 말 나온 김에 얘기를 해보자면,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가 일행을 이끌고 2년 동안 헤매다가 마콘도에 도착하잖아요. 마치 모세의 출애굽기와 비슷하죠.
◆ 김우성 : 이제야 알겠네요.
◇ 최민석 : 성경에서는 모세가 40년 동안 광야 생활을 하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 오늘날 이 팔레스타인에 도착을 하지만, 그렇게 너무 오랫동안 이야기를 끌어버리면 결국은 부엔디아가 죽어버리잖아요. 그래서 2년으로 짧게 처리했다는 점 빼고는 비슷합니다.
◆ 김우성 : 대문호인데 사람들한테 익숙한 서사가 들어가 있었군요. 저도 왠지 그렇게 낯설지 않더라고요. 어쨌든 홍수는 영원한 게 아니잖아요. 끝나지 않나요?
◇ 최민석 : 이 긴 홍수도 노아의 방주 때 그 홍수를 상징하는 거고요. 아무튼 그 긴 홍수가 끝나죠. 끝나고 나니까 마콘도는 완전히 황폐해졌습니다.
◆ 김우성 : 노아의 방주 때처럼 새 한 마리, 비둘기 한 마리를 날려도 나뭇가지 하나 물어오지 않는 상황같이 조금은 다른 면도 있겠습니다. 이 정도 재앙이면 사람들도 많이 죽었겠어요.
◇ 최민석 : 네, 거의 다 죽었죠. 거의 다 죽었는데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 있었습니다. 누구냐 하면 바로 140살을 넘긴 우르슬라입니다.
◆ 김우성 : 140살요? 우르슬라는 처음에 2년 동안 찾아 나섰던 그 아내...
◇ 최민석 : 그렇죠. 부엔디아의 사촌이자 부엔디아의 아내인 그 사람이 증조할머니가 돼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거죠. 그리고 마침내 그녀마저도 세상을 떠나버리자 집은 완전히 황폐해지고 맙니다. 모두 떠난 집에 홀로 남은 건 부엔디아 가문의 6대손이자, 이 7대에 걸친 이야기잖아요, 6대손이자 마지막 아우렐리아노입니다.
◆ 김우성 : 아우렐리아노가 많이 반복되니까...
◇ 최민석 : 여기도 아우렐리아노예요. 어떻게 구분하냐면, 6대손 아우렐리아노는 이름이 정확히는 '아우렐리아노 바빌로니아'입니다.
◆ 김우성 : 바빌로니아... 설마 바벨탑은 아니겠죠.
◇ 최민석 : 그런 느낌을 주죠, 최종적인 멸망.
◆ 김우성 : 아버지의 이름, 아버지의 이름, 아버지의 이름... 이렇게 운명도 반복되는 것 같고 이름도 비슷한 것 같지만 아우렐리아노 바빌로니아 6대손만 살아남았습니다.
◇ 최민석 : 그리고 이 집에 홀로 남아 있었는데, 이 집에 아주 예전에 비가 오기 전에 떠났던 가족이 한 명 있는데 그 가족이 돌아와요. 이 사람이 누구냐. 바로 옛날에 유학을 떠났던 6대손 아우렐리아노의 이모인 '아마란타 우르슬라'입니다.
◆ 김우성 : 우르슬라의 딸이 아마란타...
◇ 최민석 : 이름이 다 붙은 거죠. 여기서도 우르슬라인데, 참고로 이모이긴 한데 둘은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추정을 해보자면, 남은 6대손이 아우렐리아노, 제일 처음에 시작한 그 최초의 그 할아버지 이름과 같고, 이 돌아온 이모의 이름이 우르슬라, 제일 처음에 할머니 시작했던 할머니의 이름과 같죠. 조금 감이 오죠? 1대손 아우렐리아노와 우르슬라가 결혼을 했듯이 이 둘도 사랑을 나누고 아이를 낳았습니다.
◆ 김우성 : 정말 돌고 도네요.
◇ 최민석 : 그리고 결국은 두 사람에게서 태어난 아이에게 돼지꼬리가 달려 있죠.
◆ 김우성 : 속설이 아니네요. '사촌끼리 결혼하면 돼지꼬리 안 달려' 이렇게 생각했는데, 돌고 돌아 6대손이 낳은 아이에게서 드디어 돼지꼬리가 달려 나오는군요.
◇ 최민석 :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예언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죠. 이렇게 부엔디아 가문이 100년 동안 써 내려온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 김우성 : 와, 아우렐리아노와 우르슬라를 따라가다 보면 시대, 역사, 삶, 고통, 모든 이야기들을 다 겪고 정말 한 편의 여행을 본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 순간에 일대가 서로 결혼했을 때는 아이를 못 낳았잖아요, 무서워서 돼지꼬리 날까 봐. 결국은 돼지꼬리가 나와요. 대단합니다. 작품 이야기 쪽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일단은 두꺼워요. 재미는 있는데 두껍고 이름이 반복돼서 어려울 것 같아요.
◇ 최민석 : 그렇죠. 그래서 계속 앞에 가계도로 돌아가는데, 책 간지라고 하죠. 제목 첫 표지 넘기면 속지에 가계도가 있어요. 그걸 계속 보면서 읽는데, 그게 너무 반복되니까 지친다, 힘들다 이렇게 말하는 독자들이 많아요. 근데 이거는 소개를 해서 아시겠지만 마르케스가 의도한 겁니다. 바로 이것이 끊임없이 반복되어 온 콜롬비아 민중들의 고통의 역사를 상징하는 거라고 했어요.
◆ 김우성 : 그렇군요. 고통이 한 번에 끝나지 않고 반복되는 거다.
◇ 최민석 : 사람은 새로 태어나지만 이전에 죽어간 사람과 사실상 다를 것 없는 삶을 살아간다, 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마르케스가 콜롬비아에서 끊임없이 반복되어 온 그 실수의 역사를 문학적으로 상기하기 위해서 이름이 같은 사람을 계속 등장시킨 겁니다. 결국 콜롬비아 국민은 시간이 흘러도 같은 삶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이걸 보여주는 장치인 거죠.
◆ 김우성 : 맞습니다. 예를 들면 전봉준의 아들이 전봉준을 낳았는데 전봉준은 전봉준을 낳고 이러다가... 그런데 계속 똑같이 죽어요. 마술적 리얼리즘이에요. 일단은 우르슬라 1대 할머니가 140살인 것도 놀랍지만 다양한 마술적 장치들이 일어납니다. 사실 넷플릭스에도 드러나 있거든요. 여기 시리즈로 나와 있는데 거기서도 보면 마술 같은 게 많이 벌어지더라고요.
◇ 최민석 : 재밌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죠. 연기가 사람한테 말을 걸거나, 스멀스멀 올라오는 연기가 갑자기 사람 얼굴을 하고 말을 막 걸어요. 그리고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막 공중으로 솟아오릅니다. 그리고 죽은 사람이 계속 환영이 되어서 주인공을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는 등 이런 황당한 일이 많이 벌어지는 거죠. 그런데 이것도 마르케스가 의도한 거예요.
◆ 김우성 : 의도한 거예요?
◇ 최민석 : 원래 마르케스는 이 작품 속에 라틴아메리카가 억압받은 역사를 담아내고 싶었어요. 예전에는 스페인한테 식민 지배를 당했고, 이 작품을 쓸 당시에는 콜롬비아 정권이 부패했는데 이 부패 세력들이 미국과 손을 잡아서 민중을 억압했거든요. 그래서 이거를 원래 사실적으로 쓰고 싶었는데, 이거를 리얼리즘으로 쓰려고 하니까 이 라틴아메리카의 역사가 너무 슬프기만 한 거예요.
◆ 김우성 : 처참하기만 한 거죠.
◇ 최민석 : 그래서 이걸 재미있게 읽고 우리가 문학으로 승화시키려면, 환상적인 상상력으로 역사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여긴 거죠. 그래서 마르케스는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이 마술적 상상력을 택하게 된 겁니다. 이렇게 해서 훗날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불려지는 기법이 이 작품에서 최초로 사용되게 된 거죠.
◆ 김우성 : <영혼의 집>이나 이런 것들을 봤을 때 어떻게 보면 원조라고 볼 수도 있는 거네요.
◇ 최민석 : 이 <백년의 고독>의 후예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김우성 : 그만큼 이 작품이 준 영향이 컸고요. 실제로 작가 마르케스는 쿠바 혁명과도 연관이 있고요, 유럽과 미국에서 리포터, 기자 생활도 하고 많은 인생의 경험이 있습니다. 마르케스가 흥미로운 독자 편지를 받기도 했다면서요?
◇ 최민석 : 이 소설이 친족 간의 사랑을 다루잖아요. 소설 속에서 근친하면 돼지꼬리가 달린 아이가 태어난다는, 그런 콜롬비아 당시에 있던 소문을 소설이 소개를 하는데, 이 책이 발표되고 진짜 유명한 베스트셀러가 되니까 마르케스가 독자들한테 편지를 엄청나게 많이 받았는데, 그 많은 편지들이 자기 엉덩이에 돼지꼬리가 달려 있다고 주장을 했다는 거예요. 자기가 근친의 결과로 태어나서 그렇다고. 물론 확인된 건 없지만 마르케스가 이런 편지를 진짜 많이 받았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 김우성 : 여러분, 이런 생각 들지 않으세요? ‘그 작가의 그 독자...’ 재밌습니다. 번역으로 접하는데 스페인어로 쓰여졌잖아요. 앞서 제가 오프닝에서도 일어와 영어 중역본들이 우리나라에 꽤 오래전부터 알려졌다고 했고 스페인어 소설본도 있는 것 같고 다양해요.
◇ 최민석 : 대표적인 번역본이 2개입니다. 조구호 선생이 한 번역판은 직역한 거예요, 스페인어를 직접 번역한 거고. 안종효 선생은 스페인어를 하시는 분이 아니라 원래 코리아타임스 기자 출신이고 영어를 하시는 분이라서 중역을 한 거예요. 스페인어 원어 소설을 영어로 번역한 거를 가지고 그걸 갖고 한국어로 번역을 한 거죠. 그래서 독자들 중에 원문의 정확성을 알고 싶다 하시는 분은 조구호 선생의 번역본을 보는 게 좋고요, 다소 의역을 했더라도 더 매끄럽고 가독성이 뛰어난 번역을 원한다 하시는 분은 안종효 선생의 번역본을 보는 게 좋습니다.
◆ 김우성 : 네, 책 서점에 가셔서 책 사시고 검색해 보시고 이 두 번역가의 어떤 차이 잘 아시니까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이 이거 읽으면 좋을까요?
◇ 최민석 : 일단 소설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백년의 고독>은 한번 꼭 읽어야 될 작품이다. 저는 소설의 정수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분께 추천을 하고요. 긴 이야기를 사랑하는 분, 장대 서사를 좋아하시는 분...
◆ 김우성 :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찾아보십시오.
◇ 최민석 : 그런 분들은 이 소설 빼놓을 수 없고, 아직도 마술적 사실주의의 참맛을 못 봤다 하시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고요. 그리고 이거는 어디 가서 "아, 나 이런 소설도 읽어봤어" 자랑하고 싶은 분은 <백년의 고독>을 안 읽고 자랑을 할 수는 없습니다.
◆ 김우성 : 비속어로 어디 가서 소설 방귀 낀다 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이 작품 읽으셔야 돼요.
◇ 최민석 : 그렇죠, 이 소설은 읽어야 되는 겁니다.
◆ 김우성 : 저는 이 코너를 하면서 마술적 사실주의 작품을 소개할 때마다 최민석 작가의 눈이 더 반짝반짝 거렸는데요. 특히 AI와 최신 기술, 정치 시사를 주로 다루는 이 프로그램이 금요일 날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정말 마술적 사실주의 같았고요. 특히 팬들이 많아서 실제로 많은 분들이 좋아하셨거든요.
◇ 최민석 : 오늘이 마지막이라서 이 작품을 소개할 수 있어서 저도 기뻤고, 뿐만이 아니라 제가 25번 여기 출연해서 이런저런 책들을 소개를 했는데 그 시간이 저도 즐거웠어요. 그러면서 저도 예전에 읽어봤던 책들 다시 보면서 '아, 이런 의미가 있었고 이런 재미가 있었지' 되새기는 시간도 좋았고요. 무엇보다 진행자님이 잘 해주셔서 감사했고, 제작진 PD님도 너무나 감사했고, 해외에서까지 들으시는 이 청취자분들이 진짜... 시사 프로에서 문학을 다룬다는 게 안 어울릴 수도 있는데 그걸 잘 받아들여 주시고, 이 시간을 기다려 주시고 메시지도 보내주시고 격려도 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께 가장 큰 감사를 올립니다.
◆ 김우성 : 너무 아쉬워하지 마시고요. 저희가 최민석 작가님 모실 기회가 있을 수도 있고요. YTN 라디오뿐만 아니라 여러 매체, 유튜브에서도 활약할 겁니다. 재미난 이야기, 무엇보다 최민석 작가의 작품. 마르케스의 책도 <동유럽 일기> 이런 책도 있는데 다양한 글들을 쓰셨거든요. 그거 즐기시면서 와이티엔 라디오에서 못 만나는 아쉬움 달래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얘기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최민석 작가였습니다.
◇ 최민석 :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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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26년 07월 03일 (금)
□ 진행 : AI 챗봇 “에어”
□ 보조진행 : 김우성 PD
□ 출연 : 최민석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김우성 : 네, 100년의 시간이 갑자기 주어진다! 여러분, 하고 싶습니까? 100년 정도면요, 하루에 100원씩만 모아도 어마어마한 돈이 모일 것 같죠? 그 시간이 참 궁금해지는 시간이 있는데, '벽돌 책 부수기' 예고해 드린 대로 독서 셰르파 최민석 작가님 모셨는데요. 일단 작가 소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얘기 듣고 와서 인사 나누겠습니다.
◎ 에어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1927년 콜롬비아의 작은 마을 아라카타카에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이 일찍 다른 도시로 떠나면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요. 퇴역 군인이었던 외할아버지는 전쟁 이야기를, 외할머니는 유령과 미신이 뒤섞인 옛이야기를 어린 마르케스에게 들려줬습니다. 현실과 환상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던 그 집이, 훗날 '마술적 사실주의'의 요람이 된 셈이죠. 청년 마르케스는 보고타에서 법학을 공부하다가 문학에 빠져 학교를 그만두고, 기자가 됩니다. 그리고 1967년, 훗날 그의 이름과 함께 기억될 소설 〈백년의 고독〉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이 작품은 전 세계 수십 개 언어로 번역되며 20세기 최고의 소설 중 하나로 꼽혔고, 마르케스는 1982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이후에도 〈콜레라 시대의 사랑〉, 〈예고된 죽음의 이야기〉 같은 걸작을 남긴 그는 2014년, 멕시코시티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 김우성 : 에어의 소개 들어보셨죠? 이분은 언론 활동도 했었고요, 다양한 경험을 했던 분입니다. 이 두꺼운 책 <백년의 고독>, 정말 고독하게 읽어야 될 것 같은데 걱정 마십시오. 이분도 오늘 함께합니다. 최민석 작가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최민석 작가 (이하 최민석) : 안녕하세요. 나마스떼.
◆ 김우성 : 네, 나마스떼! 오늘 의미심장한 작품 골라봤는데, 이 작가 마르케스 이야기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법을 공부하던 사람이었나 봐요.
◇ 최민석 : 원래 법학도였는데,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 김우성 : 한국 사회에서도 화제가 됐었죠.
◇ 최민석 : 네, '사람이 갑자기 바퀴벌레로 변하는 이런 일이 현실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환상적인 이야기에 매료됐다고 해요. 그래서 법학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작가가 될 생각을 하는데, 이 이야기를 김연수 작가가 마르케스에 대한 글을 쓰면서 소개를 했거든요. 김연수 작가는 마르케스가 이렇게 말한 거는 마르케스의 겸손이고, 마르케스가 '아, 이런 이야기라면 카프카보다 내가 훨씬 더 잘 쓸 수 있겠다'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작가가 되기로 한 것 같다고 김연수 작가는 글을 썼었어요.
◆ 김우성 : 오늘의 작품 고르신 이유, 오늘 미리 예고해 드리지만 이 방송이 마지막 날이긴 한데, 그래서 더 의미심장합니다.
◇ 최민석 : 오늘이 마지막이기 때문에 이 소설을 소개 안 하고 이 대단원의 막을 내릴 수가 없다. 대단원이라고 얘기하기에는 그렇지만, 아무튼 대단원이라고 하죠. 그래서 제가 이 코너를 맡을 때 '언제 한번 <백년의 고독>은 꼭 다뤄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오늘이 마지막이라서 꼭 소개를 하려고 결심을 했고요. 그 이유는 뭐냐 하면 이 소설이 우리가 흔히 소설을 떠올릴 때 소설이 구현할 수 있는 것들, 그 모든 걸 다 담아낸 작품 같아요.
◆ 김우성 : 모든 게 다 담겨 있군요.
◇ 최민석 : 예컨대 역사적인 현실, 민중의 고통, 그리고 이걸 극복하는 상상력, 게다가 훌륭한 문체, 주제 의식, 거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무엇보다도 훌륭한 재미입니다.
◆ 김우성 : 재미있어야 돼요. 안 그러면 책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죠.
◇ 최민석 : 소설이 담아낼 수 있는 모든 걸 담아낸 작품이기 때문에 이 작품을 오늘 소개하려고 합니다.
◆ 김우성 : 그리고 최민석 작가님이 여러 차례 여러분들께 아주 재미난 세계를 열어줬잖아요. 마술적 사실주의. 오늘도 그의 얘기가 장르적 특성도 녹아 있습니다. 줄거리로 들어가 볼까요?
◇ 최민석 :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부엔디아 가문의 7대에 걸친 이야기입니다. 보통 스케일이 크다 그러면 3대인데 이건 7대예요. 그리고 마콘도라는 도시의 흥망성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한 남녀의 사랑에서 시작됩니다.
◆ 김우성 : 첫 설명만 들어도 이 도시가 한 남녀의 사랑으로 시작됐구나 이런 느낌도 듭니다. 누구와 누구의 사랑입니까?
◇ 최민석 : 네, 어느 평화로운 마을에서 함께 자라온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술라, 이 두 사람이 원래는 사촌 지간이지만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 김우성 : 사촌끼리 사랑을 나누는 경우도 있긴 하겠지만 특이하네요. 사랑을 나누긴 나눈 겁니까, 둘이?
◇ 최민석 : 사랑을 하죠. 그런데 심지어 두 사람이 아이를 낳게 되면 돼지꼬리를 달고 태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그 우려에도 불구하고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술라는 결혼을 합니다.
◆ 김우성 : 돼지꼬리가 난다는 거 처음 들어봐요. 일종의 콜롬비아에서 떠도는 속설 같은 건가요?
◇ 최민석 : 네, 그 속설 때문인지 둘은 결혼한 지 반년이 넘도록 첫날밤을 치르지 않습니다.
◆ 김우성 : 결혼을 했는데 굉장히 플라토닉 하네요.
◇ 최민석 :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마을에서 투계, 닭싸움을 해요. 그리고 그 닭싸움에서 이기죠. 그런데 이 닭싸움에서 진 사람이 자기가 졌다는 사실이 억울한지 우리의 주인공 부엔디아를 막 놀려대면서 자극을 합니다.
◆ 김우성 : 놀릴 게 뭐가 있을까요? 싸움에 진 사람이 뭐라고 놀립니까?
◇ 최민석 : "결혼을 해 놓고 첫날밤도 안 치르는 겁쟁이다" 이렇게 놀려댄 거예요.
◆ 김우성 : 날카롭네요.
◇ 최민석 : 그래서 화가 잔뜩 난 부엔디아는 그만 그 남자를 죽여버리고 맙니다.
◆ 김우성 : 어이쿠, 그러면 안 되죠. 이거 완전 참사가 벌어졌는데요.
◇ 최민석 : 네, 그리고 부엔디아는 집에 돌아와서 선언을 하죠.
◆ 김우성 : 무슨 선언을 합니까?
◇ 최민석 : "우리는 아이를 가질 것이고, 어떤 아이를 낳게 되든지 상관이 없다."
◆ 김우성 : "돼지꼬리여도 상관없어, 아이를 낳을 거야" 이렇게 얘기를 했네요. 마침내 두 사람은 진짜 부부가 되겠네요.
◇ 최민석 : 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부엔디아에게 기쁜 일상만 다가온 건 아닙니다.
◆ 김우성 : 아내랑 고대하던 너무 서로 조심조심했지만, 사촌 지간이었지만 어쨌든 사랑도 나눴고 아이도 태어날 수 있는데 왜 안 기쁩니까?
◇ 최민석 : 그 첫날밤을 치르고 얼마 되지 않아서 부엔디아가 죽인 그 남자 있죠? 그 남자의 환영이 계속 자기 앞에 나타나는 겁니다.
◆ 김우성 : 유령이 나타난 거예요.
◇ 최민석 : 그래서 부엔디아는 도저히 제대로 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너무 괴로워하다가 부엔디아는 결국 아내 우르술라와 함께 이 마을을 떠나버리기로 결정을 하죠.
◆ 김우성 : 정말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만 살인을 저지르면 처벌이 두려워서 밤에 아내와 몰래 도망치는 건데, 유령이 싫어서 떠난다니 뭔가 소설의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그런데 유령은 마을을 떠난다고 안 따라옵니까? 마을 소속 유령인가요?
◇ 최민석 : 그러니까요. 그런 것까지 소설이 설명해 주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호방한 대문호 마르케스는 그런 사소한 디테일쯤은 그냥 시원하게 넘겨버립니다.
◆ 김우성 :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최민석 : 네, 대문호들의 공통점입니다. 아무튼 마을을 떠나는 아르카디오 부엔디아, 그의 곁에는 우르술라만 있는 건 아닙니다.
◆ 김우성 : 두 부부가 유령을 피해서 몰래 떠난 게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이 있는 건가요?
◇ 최민석 : 네, 부엔디아처럼 젊고 모험심이 넘치는 친구들이 함께 따라나섭니다. 그리고 이 일행은 무려 2년 동안 살 곳을 찾아 헤맵니다.
◆ 김우성 : 걸어서 2년이면 대륙을 벗어났을 것 같을 정도로 멀리 간 건데요, 어쨌든 살 곳을 정해놓고 '그쪽으로 가보자' 아니라 무작정 떠난 거군요.
◇ 최민석 : 네, 그 2년간의 무모한 여정 끝에 마침내 정착할 곳을 찾게 되죠.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마콘도'입니다. 바로 이 소설 <백년의 고독>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마을이죠. 마콘도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 김우성 : 지금까지가 도입부였네요. 이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여러분, 역시 대문호 대단합니다. 이렇게 시작하니까 굉장히 시간과 장소가 모호한 듯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도 듭니다.
◇ 최민석 : 그렇죠. 이 방대한 소설은 원래 이렇게 도입부도 긴 거죠. 아무튼 부엔디아가 정성스럽게 개척한 마콘도는 어느새 살기 좋은 마을이 됐습니다. 그리고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술라는 아이들도 낳았죠. 바로 아르카디오와 아우렐리아노 이렇게 두 아들과 아마란타라는 이름의 딸 한 명을 낳았습니다.
◆ 김우성 : 이쯤 되면 저희 청취자들도 생각하실 거예요. "돼지꼬리 달고 태어났어?" 이 걱정이 있었잖아요. 어떻게 됐습니까?
◇ 최민석 : 우려와는 달리 아이들은 모두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은 첫째 아들 아르카디오는 어느새 열정적이고 자유분방한 청년이 됐습니다.
◆ 김우성 : 아이들이야 워낙 청년이 돼가면서 자유분방하고 열정적이긴 한데, 이렇게 굳이 표현한 걸 보면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네요.
◇ 최민석 : 어느 날 갑자기 그 마을에 찾아온 집시들이 있는데, 이 집시들한테 매혹돼서 아르카디오는 그만 그 집시들을 따라가 버리고 말죠.
◆ 김우성 : 떠돌이라고도 부르잖아요. 정체 없이 떠다니는 사람들인데 집을 나가버렸네요.
◇ 최민석 : 네, 아예 집을 떠나버린 겁니다. 출가를 한 거죠. 반면 둘째 아우렐리아노는 온종일 실험에만 몰두하는 굉장히 진중한 청년이었습니다.
◆ 김우성 : 이것만 들어도요, 한 엄마 아빠 안에서 전혀 다른 두 아들이 나왔습니다. 성격이 완전 다르네요.
◇ 최민석 : 네. 이렇게 남자 형제들끼리 다른 성격을 보여주는 소설들이 많아요. 근데 결국 둘째도 형처럼 그 피는 못 속이는지 집을 떠나버리고 맙니다.
◆ 김우성 : 집시를 보자마자 열정에 따라나선 형이야 그렇다 치고, 둘째는 뭔가 방콕하며 실험 좋아하는 친구인 줄 알았는데 결국 떠났어요. 무슨 일이 생겼나요?
◇ 최민석 : 그 시대적 배경 때문입니다. 이 마콘도가 굉장히 평화로운 마을이었거든요. 그런데 여기에 보수당으로 꾸려진 정부가 압박을 가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결국은 이 소설 속에서 내전이 발생하는데, 이 둘째 아들인 아우렐리아노는 이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서, 즉 참전하기 위해서 집을 떠난 겁니다. 그렇게 그는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되죠. 그리고 보수당에 맞서서 수십 년 동안 전쟁터를 떠돕니다.
◆ 김우성 : 부엔디아가 처음에 이 마을에 정착했을 때와는 완전 달라진 모습 같기도 하고요, 뭔가 그 시대의 남미 배경의 상황 같기도 하고, 여러분들도 그렇게 느끼실 것 같습니다. 어쨌든 두 아들이 다 집을 떠났어요.
◇ 최민석 : 근데 우리가 살다 보면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는 법이잖아요. 그것처럼 떠난 사람이 있으면 돌아오는 사람이 있는 법입니다. 둘째가 전쟁터로 떠나자 집시를 따라다녔던 형 아르카디오가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 김우성 : 바통 터치했네요.
◇ 최민석 : 근데 그냥 온 게 아니에요. 아르카디오는 어느새 3명의 아이를 낳아서 돌아왔는데, 그중 쌍둥이로 태어난 남자아이 둘한테 각각 아르카디오와 아우렐리아노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 김우성 : 아르카디오가 원래 아버지 이름 아니에요? 그래서 아들 이름이 아르카디오...
◇ 최민석 : 그렇죠. 아르카디오는 원래 아버지 이름이자 동시에 자기의 이름인데 이걸 또 아들한테 붙인 거예요. 그리고 아우렐리아노는 동생의 이름인데 그걸 또 아들의 이름으로 붙인 거죠. 이 이유는 뭐냐 하면, 이 소설의 모티프가 순환의 고리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이름이 반복되는 겁니다. 그건 이따가 설명을 할게요. 아무튼 벌써부터 이름이 헷갈리면 안됩니다.
◆ 김우성 : 헷갈려요, 어려워요. 안 그래도 어려운데 같은 이름이 또 나오나요?
◇ 최민석 : 당연하죠. 이 둘째 아들인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전쟁터를 떠돌며 무려 17명의 아이를 두게 됩니다.
◆ 김우성 : 불안해지는데요.
◇ 최민석 : 이 아이들 모두 아버지와 이름이 같은 '아우렐리아노'입니다.
◆ 김우성 : 와, 특이하다. 결국 죄다 아우렐리아노들이네요.
◇ 최민석 : 네, 근데 이름만 같은 게 아닙니다. 두 아들을 포함한 자식들은 그들의 부모가 그랬듯이 또 떠나고 돌아오기를 반복합니다.
◆ 김우성 : 이거 보면요, 세포들이 모여서 어떤 작은 씨앗이 모여서 막 군락, 숲이 되는 것처럼 모두가 다른 듯 같은 듯, 같은 운명 같은 삶을 사는 것 같아요.
◇ 최민석 : 그렇죠. 그래서 모두가 운명처럼 같은 삶을 산다, 이걸 보여주는 거고요. 그리고 이렇게 사는 동안 마콘도에는 그 어느 때보다 큰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습니다.
◆ 김우성 : 변화의 바람, '윈드 오브 체인지'도 아닐 테고 어떤 변화의 바람입니까?
◇ 최민석 : '윈드 오브 체인지'죠, 변화의 바람. 아무튼 그게 뭐였냐 하면 소설에서는 미국 자본이 흘러 들어와서 바나나 농장이 세워지고 기차와 전화, 축음기 같은 것들도 들어옵니다.
◆ 김우성 : 냉전이 없어진 '윈드 오브 체인지'가 아니라 이거 플랜테이션...
◇ 최민석 : 맞습니다. 정확히 플랜테이션이라고 해요. 그래서 마을은 번성해졌지만 그만큼 혼란스러워졌고, 자본의 횡포에 노동자들의 불만은 날로 거세집니다. 그래서 파업을 하게 되는데요, 이 파업으로 인해서 끔찍한 일이 벌어집니다.
◆ 김우성 : 신화를 바탕으로 한 것 같은 느낌도 들죠. 아마 세계 지리 시간에 플랜테이션 배운 분들도 있을 텐데, 어쨌든 끔찍한 일이요? 느낌이 안 좋은데요.
◇ 최민석 :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죠. 정부가 파업을 진압하기 위해서 군대를 보내요. 그래서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학살당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죽은 일도 슬픈 건데, 이것만큼 슬픈 일이 있습니다.
◆ 김우성 : 우리도 아픈 역사를 겪었잖아요. 진짜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이렇게 3,000명 자기 나라 군대... 내가 세금을 내서 운영되는 군대에서 학살당한 것도 슬픈데 더 슬픈 일이라니요? 그게 뭔가요?
◇ 최민석 : 그 사람들이 자기 이웃들이 죽은 일을 모르거나 모른 척합니다. 그리고 난 후에는 마콘도에 아주 긴 홍수가 찾아오죠.
◆ 김우성 : 세상의 멸망인가 끝인가 이런 기분이 들었을 것 같아요. 홍수라고 하니까 마치 멸망할 것처럼 노아의 방주 때처럼 내리는 비 같았을 것 같습니다.
◇ 최민석 : 정말 잘 말씀하셨어요. 이 소설에는 구약 성경의 서사가 양념처럼 깃들여져 있거든요. 말 나온 김에 얘기를 해보자면,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가 일행을 이끌고 2년 동안 헤매다가 마콘도에 도착하잖아요. 마치 모세의 출애굽기와 비슷하죠.
◆ 김우성 : 이제야 알겠네요.
◇ 최민석 : 성경에서는 모세가 40년 동안 광야 생활을 하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 오늘날 이 팔레스타인에 도착을 하지만, 그렇게 너무 오랫동안 이야기를 끌어버리면 결국은 부엔디아가 죽어버리잖아요. 그래서 2년으로 짧게 처리했다는 점 빼고는 비슷합니다.
◆ 김우성 : 대문호인데 사람들한테 익숙한 서사가 들어가 있었군요. 저도 왠지 그렇게 낯설지 않더라고요. 어쨌든 홍수는 영원한 게 아니잖아요. 끝나지 않나요?
◇ 최민석 : 이 긴 홍수도 노아의 방주 때 그 홍수를 상징하는 거고요. 아무튼 그 긴 홍수가 끝나죠. 끝나고 나니까 마콘도는 완전히 황폐해졌습니다.
◆ 김우성 : 노아의 방주 때처럼 새 한 마리, 비둘기 한 마리를 날려도 나뭇가지 하나 물어오지 않는 상황같이 조금은 다른 면도 있겠습니다. 이 정도 재앙이면 사람들도 많이 죽었겠어요.
◇ 최민석 : 네, 거의 다 죽었죠. 거의 다 죽었는데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 있었습니다. 누구냐 하면 바로 140살을 넘긴 우르슬라입니다.
◆ 김우성 : 140살요? 우르슬라는 처음에 2년 동안 찾아 나섰던 그 아내...
◇ 최민석 : 그렇죠. 부엔디아의 사촌이자 부엔디아의 아내인 그 사람이 증조할머니가 돼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거죠. 그리고 마침내 그녀마저도 세상을 떠나버리자 집은 완전히 황폐해지고 맙니다. 모두 떠난 집에 홀로 남은 건 부엔디아 가문의 6대손이자, 이 7대에 걸친 이야기잖아요, 6대손이자 마지막 아우렐리아노입니다.
◆ 김우성 : 아우렐리아노가 많이 반복되니까...
◇ 최민석 : 여기도 아우렐리아노예요. 어떻게 구분하냐면, 6대손 아우렐리아노는 이름이 정확히는 '아우렐리아노 바빌로니아'입니다.
◆ 김우성 : 바빌로니아... 설마 바벨탑은 아니겠죠.
◇ 최민석 : 그런 느낌을 주죠, 최종적인 멸망.
◆ 김우성 : 아버지의 이름, 아버지의 이름, 아버지의 이름... 이렇게 운명도 반복되는 것 같고 이름도 비슷한 것 같지만 아우렐리아노 바빌로니아 6대손만 살아남았습니다.
◇ 최민석 : 그리고 이 집에 홀로 남아 있었는데, 이 집에 아주 예전에 비가 오기 전에 떠났던 가족이 한 명 있는데 그 가족이 돌아와요. 이 사람이 누구냐. 바로 옛날에 유학을 떠났던 6대손 아우렐리아노의 이모인 '아마란타 우르슬라'입니다.
◆ 김우성 : 우르슬라의 딸이 아마란타...
◇ 최민석 : 이름이 다 붙은 거죠. 여기서도 우르슬라인데, 참고로 이모이긴 한데 둘은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추정을 해보자면, 남은 6대손이 아우렐리아노, 제일 처음에 시작한 그 최초의 그 할아버지 이름과 같고, 이 돌아온 이모의 이름이 우르슬라, 제일 처음에 할머니 시작했던 할머니의 이름과 같죠. 조금 감이 오죠? 1대손 아우렐리아노와 우르슬라가 결혼을 했듯이 이 둘도 사랑을 나누고 아이를 낳았습니다.
◆ 김우성 : 정말 돌고 도네요.
◇ 최민석 : 그리고 결국은 두 사람에게서 태어난 아이에게 돼지꼬리가 달려 있죠.
◆ 김우성 : 속설이 아니네요. '사촌끼리 결혼하면 돼지꼬리 안 달려' 이렇게 생각했는데, 돌고 돌아 6대손이 낳은 아이에게서 드디어 돼지꼬리가 달려 나오는군요.
◇ 최민석 :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예언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죠. 이렇게 부엔디아 가문이 100년 동안 써 내려온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 김우성 : 와, 아우렐리아노와 우르슬라를 따라가다 보면 시대, 역사, 삶, 고통, 모든 이야기들을 다 겪고 정말 한 편의 여행을 본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 순간에 일대가 서로 결혼했을 때는 아이를 못 낳았잖아요, 무서워서 돼지꼬리 날까 봐. 결국은 돼지꼬리가 나와요. 대단합니다. 작품 이야기 쪽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일단은 두꺼워요. 재미는 있는데 두껍고 이름이 반복돼서 어려울 것 같아요.
◇ 최민석 : 그렇죠. 그래서 계속 앞에 가계도로 돌아가는데, 책 간지라고 하죠. 제목 첫 표지 넘기면 속지에 가계도가 있어요. 그걸 계속 보면서 읽는데, 그게 너무 반복되니까 지친다, 힘들다 이렇게 말하는 독자들이 많아요. 근데 이거는 소개를 해서 아시겠지만 마르케스가 의도한 겁니다. 바로 이것이 끊임없이 반복되어 온 콜롬비아 민중들의 고통의 역사를 상징하는 거라고 했어요.
◆ 김우성 : 그렇군요. 고통이 한 번에 끝나지 않고 반복되는 거다.
◇ 최민석 : 사람은 새로 태어나지만 이전에 죽어간 사람과 사실상 다를 것 없는 삶을 살아간다, 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마르케스가 콜롬비아에서 끊임없이 반복되어 온 그 실수의 역사를 문학적으로 상기하기 위해서 이름이 같은 사람을 계속 등장시킨 겁니다. 결국 콜롬비아 국민은 시간이 흘러도 같은 삶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이걸 보여주는 장치인 거죠.
◆ 김우성 : 맞습니다. 예를 들면 전봉준의 아들이 전봉준을 낳았는데 전봉준은 전봉준을 낳고 이러다가... 그런데 계속 똑같이 죽어요. 마술적 리얼리즘이에요. 일단은 우르슬라 1대 할머니가 140살인 것도 놀랍지만 다양한 마술적 장치들이 일어납니다. 사실 넷플릭스에도 드러나 있거든요. 여기 시리즈로 나와 있는데 거기서도 보면 마술 같은 게 많이 벌어지더라고요.
◇ 최민석 : 재밌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죠. 연기가 사람한테 말을 걸거나, 스멀스멀 올라오는 연기가 갑자기 사람 얼굴을 하고 말을 막 걸어요. 그리고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막 공중으로 솟아오릅니다. 그리고 죽은 사람이 계속 환영이 되어서 주인공을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는 등 이런 황당한 일이 많이 벌어지는 거죠. 그런데 이것도 마르케스가 의도한 거예요.
◆ 김우성 : 의도한 거예요?
◇ 최민석 : 원래 마르케스는 이 작품 속에 라틴아메리카가 억압받은 역사를 담아내고 싶었어요. 예전에는 스페인한테 식민 지배를 당했고, 이 작품을 쓸 당시에는 콜롬비아 정권이 부패했는데 이 부패 세력들이 미국과 손을 잡아서 민중을 억압했거든요. 그래서 이거를 원래 사실적으로 쓰고 싶었는데, 이거를 리얼리즘으로 쓰려고 하니까 이 라틴아메리카의 역사가 너무 슬프기만 한 거예요.
◆ 김우성 : 처참하기만 한 거죠.
◇ 최민석 : 그래서 이걸 재미있게 읽고 우리가 문학으로 승화시키려면, 환상적인 상상력으로 역사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여긴 거죠. 그래서 마르케스는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이 마술적 상상력을 택하게 된 겁니다. 이렇게 해서 훗날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불려지는 기법이 이 작품에서 최초로 사용되게 된 거죠.
◆ 김우성 : <영혼의 집>이나 이런 것들을 봤을 때 어떻게 보면 원조라고 볼 수도 있는 거네요.
◇ 최민석 : 이 <백년의 고독>의 후예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김우성 : 그만큼 이 작품이 준 영향이 컸고요. 실제로 작가 마르케스는 쿠바 혁명과도 연관이 있고요, 유럽과 미국에서 리포터, 기자 생활도 하고 많은 인생의 경험이 있습니다. 마르케스가 흥미로운 독자 편지를 받기도 했다면서요?
◇ 최민석 : 이 소설이 친족 간의 사랑을 다루잖아요. 소설 속에서 근친하면 돼지꼬리가 달린 아이가 태어난다는, 그런 콜롬비아 당시에 있던 소문을 소설이 소개를 하는데, 이 책이 발표되고 진짜 유명한 베스트셀러가 되니까 마르케스가 독자들한테 편지를 엄청나게 많이 받았는데, 그 많은 편지들이 자기 엉덩이에 돼지꼬리가 달려 있다고 주장을 했다는 거예요. 자기가 근친의 결과로 태어나서 그렇다고. 물론 확인된 건 없지만 마르케스가 이런 편지를 진짜 많이 받았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 김우성 : 여러분, 이런 생각 들지 않으세요? ‘그 작가의 그 독자...’ 재밌습니다. 번역으로 접하는데 스페인어로 쓰여졌잖아요. 앞서 제가 오프닝에서도 일어와 영어 중역본들이 우리나라에 꽤 오래전부터 알려졌다고 했고 스페인어 소설본도 있는 것 같고 다양해요.
◇ 최민석 : 대표적인 번역본이 2개입니다. 조구호 선생이 한 번역판은 직역한 거예요, 스페인어를 직접 번역한 거고. 안종효 선생은 스페인어를 하시는 분이 아니라 원래 코리아타임스 기자 출신이고 영어를 하시는 분이라서 중역을 한 거예요. 스페인어 원어 소설을 영어로 번역한 거를 가지고 그걸 갖고 한국어로 번역을 한 거죠. 그래서 독자들 중에 원문의 정확성을 알고 싶다 하시는 분은 조구호 선생의 번역본을 보는 게 좋고요, 다소 의역을 했더라도 더 매끄럽고 가독성이 뛰어난 번역을 원한다 하시는 분은 안종효 선생의 번역본을 보는 게 좋습니다.
◆ 김우성 : 네, 책 서점에 가셔서 책 사시고 검색해 보시고 이 두 번역가의 어떤 차이 잘 아시니까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이 이거 읽으면 좋을까요?
◇ 최민석 : 일단 소설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백년의 고독>은 한번 꼭 읽어야 될 작품이다. 저는 소설의 정수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분께 추천을 하고요. 긴 이야기를 사랑하는 분, 장대 서사를 좋아하시는 분...
◆ 김우성 :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찾아보십시오.
◇ 최민석 : 그런 분들은 이 소설 빼놓을 수 없고, 아직도 마술적 사실주의의 참맛을 못 봤다 하시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고요. 그리고 이거는 어디 가서 "아, 나 이런 소설도 읽어봤어" 자랑하고 싶은 분은 <백년의 고독>을 안 읽고 자랑을 할 수는 없습니다.
◆ 김우성 : 비속어로 어디 가서 소설 방귀 낀다 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이 작품 읽으셔야 돼요.
◇ 최민석 : 그렇죠, 이 소설은 읽어야 되는 겁니다.
◆ 김우성 : 저는 이 코너를 하면서 마술적 사실주의 작품을 소개할 때마다 최민석 작가의 눈이 더 반짝반짝 거렸는데요. 특히 AI와 최신 기술, 정치 시사를 주로 다루는 이 프로그램이 금요일 날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정말 마술적 사실주의 같았고요. 특히 팬들이 많아서 실제로 많은 분들이 좋아하셨거든요.
◇ 최민석 : 오늘이 마지막이라서 이 작품을 소개할 수 있어서 저도 기뻤고, 뿐만이 아니라 제가 25번 여기 출연해서 이런저런 책들을 소개를 했는데 그 시간이 저도 즐거웠어요. 그러면서 저도 예전에 읽어봤던 책들 다시 보면서 '아, 이런 의미가 있었고 이런 재미가 있었지' 되새기는 시간도 좋았고요. 무엇보다 진행자님이 잘 해주셔서 감사했고, 제작진 PD님도 너무나 감사했고, 해외에서까지 들으시는 이 청취자분들이 진짜... 시사 프로에서 문학을 다룬다는 게 안 어울릴 수도 있는데 그걸 잘 받아들여 주시고, 이 시간을 기다려 주시고 메시지도 보내주시고 격려도 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께 가장 큰 감사를 올립니다.
◆ 김우성 : 너무 아쉬워하지 마시고요. 저희가 최민석 작가님 모실 기회가 있을 수도 있고요. YTN 라디오뿐만 아니라 여러 매체, 유튜브에서도 활약할 겁니다. 재미난 이야기, 무엇보다 최민석 작가의 작품. 마르케스의 책도 <동유럽 일기> 이런 책도 있는데 다양한 글들을 쓰셨거든요. 그거 즐기시면서 와이티엔 라디오에서 못 만나는 아쉬움 달래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얘기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최민석 작가였습니다.
◇ 최민석 :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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