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죽은 뒤…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문신처럼 남은 시대의 고통

"당신이 죽은 뒤…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문신처럼 남은 시대의 고통

2026.05.15. 오후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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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FM 94.5) [YTN ON-AIR RADIO]

□ 방송일시: 2026년 05월 15일 (금)
□ 진행: AI 챗봇 “에어”
□ 보조진행: 김우성 PD
□ 출연: 최민석 작가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김우성: 네, 금요일을 사랑하는 이유, 여유롭게 책 한 권 읽으면서 시간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오늘은 굉장히 의미 있는 작품을 여러분들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요, 5·18이 가까워 오고 있잖아요. 우리 역사와 시대에서 생각을 빼놓을 수 없는 그런 아픈 비극이기도 했고, 또 우리에게 큰 힘이 되었던 날들이었죠. 오늘은 독서 셰르파 최민석 작가님과 함께 이 주제 다루려고 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 최민석 작가 (이하 최민석) : 네, 안녕하세요. 최민석입니다.

◆ 김우성: 네, '나마스테' 힘차게 시작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정말 전 세계의 유명한 문호들, 또 아주 유명한 작가들의 유명한 작품들을 많이 다뤘는데, 이분도 그 반열에 있는 분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오늘 다룰 겁니다. 일단 작가 소개를요, 인공지능 에어에게 잠깐 듣고 오겠습니다.

★ 에어 : 한강은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난 소설가입니다. 아버지가 소설가 한승원 선생이다 보니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책과 문장 속에서 자랐고, 1993년 시인으로, 이듬해엔 소설가로 등단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합니다. 어느 날 한 식물학 책에서 사람이 나무가 되고 싶어 한다는 구절을 읽다가 오래된 이미지 하나가 떠올랐고, 거기서 『채식주의자』의 영감을 얻었다고 해요. 더 흥미로운 건 광주에서 보낸 유년 시절과 5·18 당시 희생된 이웃들의 기억이 훗날 『소년이 온다』의 뿌리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2016년에 출간된 『채식주의자』는 폭력과 욕망, 그리고 한 여성의 내면을 시적인 문장으로 엮어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았고, 전 세계 30여 개 국어로 번역되며 한국 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습니다. 한강은 이후에도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같은 작품을 통해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의 연약함이라는 주제를 꾸준히 탐구해 왔고, 2024년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 김우성: 예, 워낙에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에어의 설명대로 일단 『소년이 온다』는 말씀드리고 예고드린 대로 5·18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줄거리 한번 들어가 보죠.

◇ 최민석: 네, 이 소설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윤'이라는 인물이 5·18을 주제로 논문을 쓰면서 인터뷰를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거는 추리 소설처럼 나중에 밝혀지죠. 그래서 다 읽고 나야 이런 구조라는 걸 알 수 있고요. 이 소설은 일단은 독립적인 이야기가 6개로 나눠져 있어요. 그게 한 챕터마다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그래서 총 6장으로 구성이 돼 있습니다.

◆ 김우성: 예,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을 거예요. 저도 정말 아껴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2장에서 저장 저장해서 그다음 장 넘어갈 때요, 그 앞장을 자꾸 생각하게 되는 그런 구조도 떠오르더라고요. 일단 1장부터 살펴볼게요.

◇ 최민석: 네, 1장의 제목은 「어린 새」입니다. 때는 1980년 5월 21일, 중학교 3학년생인 동호는 친구인 정대를 잃어버렸습니다.

◆ 김우성: 정대라는 이름의 친구를 잃어버렸습니다. 어떤 친구죠?

◇ 최민석: 정대는 누나 정미와 함께 동호의 집 쪽방에 세 들어 사는 또래 친구입니다. 그런 정대를 찾기 위해서 동호는 상무관으로 갑니다.

◆ 김우성: 상무관이라고 하면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알 겁니다. 이게 특별한 곳이잖아요.

◇ 최민석: 그렇습니다. 상무관은 이날의 항쟁으로 인해서 죽은 사람들의 시신이 보관된 곳입니다.

◆ 김우성: 이게 그냥 사고도 아니고 처참하게 총칼에 의해서 희생되신 분들인데 상황이 처참했을 겁니다.

◇ 최민석: 네, 상무관에 가보니까 시신에서 풍겨 나오는 악취가 지독합니다. 그곳에는 이런 악취를 풍기는 신원 불명의 시신이 총 83구가 있습니다.

◆ 김우성: 우리가 알고 있는 거랑은 당장은 숫자가 다르죠. 83구요?

◇ 최민석: 네,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시신은 계속 실려 옵니다. 그리고 동호는 그곳에서 시신 수습과 유족 응대를 하기 위해서 일하는 3명을 만나게 됩니다.

◆ 김우성: 네, 작품 읽어보신 분은 촛불을 켜두고 그랬던 여러 가지 상황들 기억날 겁니다. 어떤 3명입니까? 만난 분들.

◇ 최민석: 네, 한 명은 김은숙인데요. 광주에 있는 수피아여고 3학년입니다. 수피아여고는 실제로 있는 학교죠.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선주 누나. 선주 누나는 충장로에 있는 양장점의 미싱사입니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진수 형. 이 진수 형은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니다가 휴교령 때문에 광주로 내려왔습니다.

◆ 김우성: 시대가 그러했습니다. 대학교에 "학생들 들어가지 마, 모이지 마" 이렇게 억압하던 시절이었죠. 한 명씩 한 명씩 이 김은숙, 그다음에 양장점 미싱사로 일하고 있는 선주 누나, 진수 형 소개한 걸 보면 이분들이 다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아요.

◇ 최민석: 1장에서 이렇게 소개가 되고 3장에 가면 이들이 주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무튼 지금 우리는 1장 얘기를 하고 있으니까 1장으로 돌아와서, 이 누나와 형들이 "친구를 찾으려면 적십자 병원에 가 봐라" 이렇게 얘기를 하지만 동호는 한사코 가지 않습니다.

◆ 김우성: 병원에 가면은 아이들이나 부상자, 혹은 사람 찾으러 모여들인 사람들이 있을 것 같은데 왜 안 갑니까?

◇ 최민석: 동호는 이 친구인 정대를 찾기 위해서 자꾸 구청과 상무관처럼 시체들이 안치된 곳에만 갑니다. 동호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지만 정대가 이미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 김우성: 죽은 정대를 찾기 위해서 상무관으로 간 거네요.

◇ 최민석: 네. 동호는 정대가 죽었다는 것을 직감했는데요. 그 이유는 광장에서 군인들이 쏜 총성이 울렸을 때 아수라장에서 정대의 손을 놓쳤고, 그때 동호는 정대를 뒤로하고 달렸습니다. 그리고 옥상에서 무차별 사격이 행해졌을 때 동호는 전자제품점 옆 담벼락에 숨을 죽인 채 아저씨 셋과 함께 붙어 서 있었습니다. 이때 숨소리도 죽인 채 어떤 아저씨가 손바닥으로 눈을 가려주면서 "지금 나가면 개죽음이여" 이런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동호는 친구 정대가 죽었다고 생각을 하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동호가 옆구리에 총을 맞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렇게 이 소설의 1장은 끝이 납니다.

◆ 김우성: 결국 정대를 두고 왔고 본인은 살아남았고 정대는 죽었다. 이게 5·18을 바라보는 많은 분들의 시대의 마음이었었는데요. 이렇게 1장이 끝이 납니다. 트라우마와 같은 상처와 함께 끝이 나는 것 같아요. 2장은 어떻게 됩니까?

◇ 최민석: 2장의 제목은 「검은 숨」입니다. 이번에는 정대가 주인공입니다.

◆ 김우성: 네, 이런 식으로 구성이 되는군요.

◇ 최민석: 네, 그런데 정대의 몸은 다른 시신들과 함께 열십자로 포개어져서 탑처럼 쌓여 있습니다.

◆ 김우성: 이 부분을 읽을 때 저도 신기했어요.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죽은 정대의 입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 같은데 정말 죽어 있었던 거군요.

◇ 최민석: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2장에서 동호가 정대를 찾을 수 없었던 이유가 밝혀집니다.

◆ 김우성: 왜 못 찾은 겁니까?

◇ 최민석: 그건 바로 정대의 시신을 군인들이 군용 트럭에 던져서 은밀한 공터로 끌고 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조금 전에 말씀드린 대로 정대의 몸은 다른 시신들과 함께 열십자로 포개져 있습니다. 그곳에서 정대의 영혼이 자신의 육체와 자신과 함께 죽어 나간 사람들의 시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 김우성: 즉, 죽은 정대의 혼령이 서술자인 거군요.

◇ 최민석: 그렇습니다. 그리고 정대는 군인들이 자신의 시신 위에 휘발유를 부은 다음에 그걸 불태우는 것을 봅니다. 이렇게 소설은 또 3장으로 넘어갑니다.

◆ 김우성: 자, 일단은 저희가 이 줄거리를 다 읽은 뒤에 또 의미를 하나씩 보겠습니다. 3장 제목은 뭡니까?

◇ 최민석: 제목은 「7개의 뺨」입니다. 이 챕터는 남산에서 시작을 해요.

◆ 김우성: 남산, 그러면 그 시절에 "야, 너 남산 끌려간다" 이런 말 하던 그 남산이잖아요.

◇ 최민석: 그렇죠. 남산의 취조실에서 한 편집자가 뺨을 맞고 있습니다. 한 대, 두 대, 세 대, 일곱 대까지 맞죠? 이때 정보부 직원은 이 편집자한테 뺨을 때리면서 번역자의 행방을 대라고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 편집자는 일단은 풀려나죠. 그리고 하루에 뺨 한 대씩 잊기로 합니다.

◆ 김우성: 맞은 뺨을 잊어버리는 것.

◇ 최민석: 네. 하지만 그녀는 그럴수록 자꾸 과거의 일이 떠오르는 거죠.

◆ 김우성: 자, 중앙정보부였다가 안기부였다가 했던 곳이 바로 이곳인데, 그 편집자 뺨 맞은 분 누군가요?

◇ 최민석: 이 편집자는 바로 5년 전에 광주 상무관에 있었던 김은숙입니다.

◆ 김우성: 우리 처음 1장에 나왔던 주인공과 함께 있었던 그분이군요.

◇ 최민석: 그렇죠. 그 수피아여고 3학년 그 학생이 편집자가 된 거죠. 김은숙은 5년 전의 일을 떠올립니다. 진수 오빠가 총을 들고, 선주 언니 역시 총을 메고, 자기는 도망간 그날의 일을요. 그리고 거리에서 동호 역시 총을 멘 것을 본 장면을 떠올립니다. 김은숙은 이렇게 살아남은 자의 고통을 겪으면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광주를 잊기 위해서 서울로 올라와서 대학생이 되었지만 결국은 운동권 학생이 되었고, 그러다 학교를 2년 만에 그만두고 교수 추천으로 편집자가 된 겁니다. 그리고 출판사에서 내는 책은 사상 검열을 당하고 있습니다.

◆ 김우성: 자, 그 시절은 검열과 또 무시무시한, 뭐랄까요? 억압의 시대였습니다. 어쨌든 출판사에서 하는 일 때문에 남산으로 끌려온 거네요.

◇ 최민석: 뺨에 멍이 가시지 않은 채 이번에도 검열국에서 검열을 받다가 검은 롤러로 모두 칠해진 원고를 되돌려 받습니다. 그거는 롤러가 칠해졌다는 거는 출판할 수 없다는 뜻이죠.

◆ 김우성: 흔히 말해서 예전에 신문에 벽돌 뉴스라고 하잖아요. 한 면이 까맣게 지워진, 이런 것과 비슷한 상황이네요.

◇ 최민석: 그리고 수배자가 번역한 희곡집은 우여곡절 끝에 미국에 이민 간 출판사 사장의 친척 이름을 빌려서 출판이 되고요. 마침내 이 희곡집을 바탕으로 한 연극이 무대에 올려집니다. 그리고 이날 사복 형사들이 관람을 와 있습니다.

◆ 김우성: 그 시절에는 이런 가명 출판부터 시작해서 정말 우여곡절이라는 말이 딱 맞습니다. 긴장감이 넘치는 장면이네요.

◇ 최민석: 네, 그리고 이날 은숙은 봅니다.

◆ 김우성: 형사들이 관람을 와 있는데 뭘 봅니까?

◇ 최민석: 배우들의 입에서 소리는 나지 않지만, 자신이 오랫동안 교열을 봐왔기 때문에 외운 문장을요. 그리고 검열국에서 지워진 그 대사를요.

◆ 김우성: 검게 칠해진 부분의 대사요.

◇ 최민석: 그 대사는 바로 이겁니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연극을 보다가 환상으로 동호의 얼굴을 보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4장은 진수, 그리고 5장은 선주, 6장은 동호 어머니, 그리고 에필로그에서는 이 논문을 쓴 윤 선생의 이야기로 소설은 진행이 됩니다.

◆ 김우성: 보면 복잡할 것 같잖아요. 장마다의 서술자가 다른 느낌임에도 불구하고요. 저는 정말 뭐랄까, 약간은 꿈꾸는 듯이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형식이 굉장히 독특해요.

◇ 최민석: 각 장이 개별적인 이야기로서 하나의 독립성을 가지고 완결이 되죠. 그런데 각 장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모두 다르지만, 또 그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은 계속 겹쳐요. 즉 하나의 독립적인 이야기가 각 장마다 전개가 되고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곁들이면서, 이 전체적인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의 전모가 챕터를 거듭하면서 밝혀지는 거죠. 그래서 굉장히 독립적이면서 또 동시에 유기적으로 아주 잘 짜인 서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김우성: 역사의 한 사건, 한 인물을 조명해서 막 끌고 가는 게 아니라요. 굉장히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연결돼서 하나의 거대한 사건을 보는 것도 같습니다. 이 형식을 구상한 목적이 있을 것 같아요.

◇ 최민석: 이유를 제가 한번 추정을 해 봤는데요. 이런 것 같아요. 아마 그 민주화 항쟁에 참여한 인물들이 누가 중요하고 누가 중요하지 않다, 이런 차별을 두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들이 모두 연결돼 있고 그래서 다 연대했고, 또 모두 동일한 무게로 조명받을 만큼 각자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런 생각을 작가가 했기 때문에 각 챕터마다 다 한 명씩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게 아닐까, 그리고 또 다 연대했고 연결돼 있기 때문에 서사도 연결되게끔 구성한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우성: 네, 도청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던 분들이 역사의 가장,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가장 핵심적인 분들이지만 그들을 두고 온 사람, 그들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을 모두 들여다보게 만드는 한강 작가의, 그걸 또 다 연결시키는 그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여러분들도 꼭 안 읽어보신 분들은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형식으로 구성하면 그래도 장점이 있을 것 같아요.

◇ 최민석: 전체적인 이야기의 전모는 각 챕터의 말미에 조금씩 밝혀요. 그러면서 거대 서사를 진행을 하는데, 이렇게 진행하면서 이 챕터의 중간 부분, 즉 이야기의 몸통에는 작가가 추구하는 굉장히 미학적인 서술들을 곁들이거든요. 그래서 이 『소년이 온다』에는 한강 작가 특유의 아주 섬뜩할 만큼 아름다운 서술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야기를 따라가고 싶은 욕구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역사에서 발생했던 그 거대한 사건을 미학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에서 되새길 수 있는 거죠. 그리고 또 거기에 의미를 재부여하고 싶은 욕구 또한 충족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역사적인 의의뿐만 아니라 미학적인 완성도도 굉장히 뛰어난 작품이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 김우성: 맞습니다. 5·18에 대해서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많은 국민들의 마음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는 그런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특정한 주인공 중심의 서술 화자가 아닌 것 같은데도 따라가다 보면 그 시절에 푹 담겨 있는 느낌도 저도 받았습니다. 개인적이지만요. 또 형식도 특이하지만 인물을 호명하는 인칭도 조금 차이가 있더라고요.

◇ 최민석: 그러니까 이 소설에서 동호를, 그 소년 동호를 계속 '너'라고 부르거든요. 그러니까 '너'라고 이렇게 직접적으로 호명을 하는 거죠. 그러니까 친구가 죽어간 이 목격자를 2인칭으로 인격화하는데, 이게 왜 중요하냐 하면 독자로 하여금 이 역사의 현장으로 직접적으로 호명해서 불러들이는 그런 문학적 장치인 거죠.

◆ 김우성: 예, 여러분 상상을 제가 약간 예를 들어보면요. 약간 최면처럼 "너는 지금 문을 열고 있어. 너는 지금 걸어가고 있어." 하면 여러분도 모르게 그 주인공이 된 느낌이 들잖아요. 그런 느낌도 일부 받을 수 있다, 이런 얘기인 것 같습니다. 근데 기법을 보면 앞서도 얘기했지만 6개의 장에서 첫 장에 나온 정대의 행방, 정확히는 죽은 정대의 시신의 행방이 저도 계속 궁금했었거든요. 약간 추리 소설 같기도 하고요.

◇ 최민석: 그렇죠. 이게 아무래도 역사적인 사실에 기초한 소설이다 보니까 독자들이 이야기를 알아가는 흥미를 잃어버릴까 봐 작가가 나름대로 고민한 결과인 것 같아요. 역사적으로 알려진 사실을 그냥 연대기적으로 써버리면 긴장도가 떨어지잖아요. 그래서 이 추리 소설처럼 구성을 하다 보니까 독자로서는 읽을 때 그 덕분에 호기심도 유지할 수 있고, 또 작가의 정성을 느끼면서 우리가 끝까지 이 소설을 감동하면서 읽을 수 있는 거죠.

◆ 김우성: 네, 대학 시절에 이 관련된 노래 들으신 분들이 있을 겁니다. "왜 쏘았지, 왜 죽였지, 트럭에 실려 어디 갔지." 이런 노래 가사가 있거든요. 민중가요 중에 그 한 장면처럼 등장하는데, 그 의혹 밝혀진 희생자 말고 나머지들은 어딘가에서 불태워지거나 숨겨졌다는 이야기조차도 정대의 이야기로 이렇게 드러나고, 이게 굉장히 궁금증으로 끊임없이 따라가게 만들어내는 힘, 저도 동의합니다. 이게 『채식주의자』도 그렇고 굉장히 섬세한 표현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현미경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한강 작가가 궁극적으로 추구한 주제가 잘 구현돼 있다, 이런 평가도 있던데 어떻게 보십니까?

◇ 최민석: 그러니까 주제가 다 연결됩니다. 『채식주의자』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폭력성에 관한 책이거든요. 그리고 『소년이 온다』는 권력에 의한 폭력성에 관한 소설인 거죠. 그러니까 한강 작가는 그 소재가 정치가 되었건 일상이 되었건 간에 인간의 폭력, 시대의 폭력에 대해서 고발을 한 거죠. 그리고 본인의 출신과 생이 말해주듯이, 광주는 작가한테 잊을 수 없는 폭력적 문신이자 영구한 주제인 거죠. 원래 폭력을 다루는 작가인데, 또 광주가 자신의 생에 끼친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에 이 광주의 폭력은 작가로서 외면하기 힘든 주제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걸 직면해서 아주 고통스럽게 써냈다고 해요. 제가 편집자를 아는데, 작가가 쓸 때 너무 힘들게 썼다고 하더라고요.

◆ 김우성: 아, 그랬군요. 노벨 문학상을 받을 만큼 전 세계가 인정한 한강 작가, 특히 그녀의 작품인 이 『소년이 온다』. 저도 읽으면서 '아껴 읽었다'라는 게 좋고 재미있어서 아껴 읽은 게 아니고요, 한 글자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 최민석 작가님이 공감한 부분이 있나요?

◇ 최민석: 네, 소설에서 보면 113쪽, 이게 나오는 건데, 아까 진수 형. 이 진수가 굉장히 몸이 허약해요, 20살 때. 막 여자들과 소년들을 도청 밖으로 데려다주고 자기가 다시 도청 안으로 들어와요. 이때 모든 사람들의 그 가슴 속에는 유서와 이름과 주소가 적힌 종이가 있었습니다.

◆ 김우성: 죽을 줄 알았군요.

◇ 최민석: 죽을 줄 아는 거죠. 그렇게 각오를 한 거고, 그리고 훗날에 김진수는 영창에 가서 죽게 되는데, 이때 그 군부가 하루에 한 번씩만 식사를 하게 하면서 꼭 식판을 하나만 줘서 둘이 나눠 먹게 했다는 거예요.

◆ 김우성: 두 사람당 하루에 한 끼를 1식판에 주는 거네요.

◇ 최민석: 왜요? 그러니까 둘이 싸우게 하려고요.

◆ 김우성: 악랄하네요.

◇ 최민석: 그러니까 인간의 존엄성을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거죠. 아무튼 이때 그 김진수와 서로 눈치 보면서 식사를 했던 사람이, 도청으로 돌아왔던 김진수를 회상하면서 서술하는 대목입니다.

◆ 김우성: 어린이와 여자들을 밖에 데려다 놓고 돌아온 김진수를 기억하는 거죠, 그분이.

◇ 최민석: 김진수의 생각에 대해선 알지 못합니다. 그는 자신이 죽으리라고 예상하면서도 도청 밖까지 나갔다가 되돌아왔던 걸까요? 아니면 나처럼 죽을 수도 있지만 살 수도 있다는 생각, 어쩌면 도청을 지킬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평생 동안 부끄러움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거란 막연한 낙관에 몸을 실었던 걸까요? 이렇게 얘기를 하거든요. 근데 이게 제가 해석하기로는 이렇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그러니까 우리 인생이 수치스럽지 않기 위해서 죽음을 각오하면서도 가난과 배고픔과 고통 속에서도 살아간다, 그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 이렇게 중요하다라는 울림을 줬기 때문에 이 대목이 굉장히 제 가슴에 깊이 남더라고요.

◆ 김우성: 예. 존엄성. 작게 보면 하나의 식판을 그 배고프고 아픈 시절에 딱 한 끼를 주는 걸 "둘이서 먹어"라고 할 때 그 두 사람이 눈치를 보면서 서로를 존중했던 마음일 수도 있지만, 죽을 줄 알면서 돌아왔었던 그의 마음을 이렇게 되짚어보는 것도 우리가 존엄을 되새겨 볼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또 핵심 구절을 뽑으셨는데요.

◇ 최민석: 그게 조금 전에 읽었던 건 113쪽인데 그다음 쪽이 114쪽이죠. 제가 조금 읽었던 부분과 이어지는 구절입니다. 이 부분이 결국은 이 소설의 주제를 말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인간의 양심에 대해서 얘기하거든요. 여기를 조금 읽어볼게요. 아까 그 끌려왔던 그 사람입니다. 김진수와 밥을 나눠 먹었던...

◆ 김우성: 김진수의 이야기를 전해주던 사람.

◇ 최민석: 증언한 그 사람의 증언입니다.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군인들이 쏘아 죽인 사람들의 시신을 리어카에 실어 앞세우고 수십만의 사람들과 함께 총구 앞에 섰던 날, 느닷없이 발견한 내 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 더 이상 두렵지 않다는 느낌, 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룬 것 같았던 그 생생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그 혈관에 흐르며 고동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나는 느꼈습니다. 감히 내가 그것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 김우성: 조금 여운을 더 주고 싶을 만큼 아주 와닿는 내용입니다. 민주화, 민주주의, 정치, 독재, 이런 단어가 등장하지 않고요, 그 심장을 울렸던 양심이라는 말. 저는 최민석 작가님이 너무 이 이야기를 아주 받아들이기 쉽게끔 잘 전해주셔서 감사하고요. 또 5·18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가 많은데, 저는 한강 작가님의 이 『소년이 온다』를 보고는 약간 96년에 나왔던, 5월 14일이었죠, 이게 리마스터링 재개봉을 하는데 『꽃잎』이라는 영화와 느낌이 비슷해요. 굉장히 혼수상태 같고 엄마의 손을 놓치면 엄마가 죽거든요. 그런 장면도 떠오르는데, 『택시운전사』도 있었고 많았잖아요. 그런데 거기도 보면 거대한 민주주의, 이게 아니라 끝까지 사람다움과 존엄성과 양심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비춰진 것 같습니다.

◇ 최민석: 맞습니다. 이 작품은 결국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고요. 제가 아까 김은숙 편집자가 연극을 보는 장면에서 효과적으로 전달을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는데, 그 김은숙 편집자가 배우들의 입 모양을 보고... 저들이 목소리는 낼 수 없지만, 그들의 입 모양을 보고 알아차리잖아요.

◆ 김우성: 형사들이 와서 보고 있으니까.

◇ 최민석: 그래서 대사를 못 하는 거죠. 형사들이 보기 때문에 대사를 소리 내서 말하지는 못하지만, 입 모양만 보고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이 문장을 기억하잖아요.

◆ 김우성: 소리 내지 않은 연극의 대사였군요.

◇ 최민석: 그렇죠. 그러니까 이게 상징하는 바가 있는 거죠. 소리 내지 않아도 우리의 그 소리 없는 아우성, 이것은 전달이 된다. 우리의 진심은, 그 뜨거운 열정은, 예컨대 진실은 소리가 없어도 전달이 된다. 이걸 보여주는 대목이었는데 그걸 제가 너무 강조를 못 하고 얘기한 것 같아서요, 늘 아쉽습니다.

◆ 김우성: 아니에요. 대사도 그렇고요, 잘 전달해 주십니다. 연기에도 재능이 높으신 최민석 작가님이시고요. 진짜 여러분 어떠십니까? 이렇게 얘기했을 때 여러분 마음속에 더 큰 울림이 되셨을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자, 오늘이 5월 15일이고요, 5·18이 다가오는데 이 시기 마련해서 특별히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국의 자랑스러운 작가죠,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전해드렸습니다. 역시 독서 셰르파답네요. 어렵고 힘든 주제도 잘 넘어섰습니다. 감사합니다.

◇ 최민석: 감사합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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